- 01. 멘탈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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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7 23:07:21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안전영역, 시야개념에 대해서 예전에 글을 좀 썼었는데 시간이 좀 지났네요.
이제 나이도 좀 먹었고 친구들이랑 다시 살짝살짝 사이퍼즈를 즐길까 하는 중인데(나이 먹으니 사이퍼즈 어렵네요...)
겸사겸사 아는 내용들을 하나씩 정리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주제는 '멘탈'입니다.
사실 접은지 오래돼서 요즘 각 티어대들의 실력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 시점에서 정확히 어느 티어대의 분들께 해당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기억하기로는 접기 직전을 기준으로 에이스 상위~히어로 하위권 정도에 진입해온 유저들이 많이 겪는 멘탈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친구들이 왜 멘탈이 무너지고, 양학을 일삼게되고, 심할 경우 흑화해서 남에게 시비를 걸고 다니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해당 구간에서 헤메고 계신 분들, 진입을 앞두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해당이 안되는 분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내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예전 공략글들에서 자주 언급한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탱커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하는 때가 있다. 이때는 주도적으로 뭘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걸 참을 줄 아는게 실력이다."
이게 말로는 쉬운 것 같지만 이걸 할 수 있는 유저는 매우 적습니다.
최소 히어로 중간 정도는 되어야하니 사이퍼즈 전체에서 매우 소수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브론즈부터 레전드 구간까지 전 구간의 게임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아니라고 생각하실 분들 많은거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근데 맞아요. 이야기를 시작하면 흐름이 끊어지니 일단 그렇게 넘어가주세요.
그런데 이런 '참아야하는 플레이'가 '실질적으로' '요구되는' 구간이 천상계 매칭부터 라는 점이 문제의 시작입니다.
천상계 게임에서는 하위권 게임과 게임의 기본적인 양상이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요구되는 지식은 '1만큼 알고있냐, 혹은 10만큼 알고 있냐' 의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A에 대해 이해하고 있냐, B에 대해 이해하고 있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합니다.'
제 표현으로는 "잘하냐 못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개념을 아냐 모르냐의 문제다. 같은 게임에서의 정교함과 수준 차이가 아니라 카트라이더와 스타크래프트를 비교하는 것 만큼의 괴리가 있다."라고 친구들에게 설명하고는 합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냐면, 위에서 이야기한 '참아야하는 플레이'의 개념도 천상계 게임에 맞춰서 상당히 어렵고 복잡한 개념으로 바뀌게 되어버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천상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해야할 것은 다 해야하고 플레이의 주도권도 잘하는 아군, 상대하는 적에게 내줘야하는' 플레이를 요구받게 됩니다.
즉, 상대적으로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똥을 몰아받는 불합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거에요.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환장하게 되는거죠.
그런 상황에서 하필 아군 원딜이 수동적인데 탄탄하고 안정적으로 잘하는 유저다?
상대방과 아군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체급 차이만 뼈저리게 느끼면서 숨도 못쉬다가 게임 끝나고 자괴감들고 한숨쉬게 되는거에요.
이 상황이 왔을 때 인성 안좋은 아군을 만나서 정말 크게 데인 친구들이 올라가는걸 포기하고 흑화해서 양학러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부캐와 일반전 위주로 플레이하다보니 양학하는 유저들을 자주 보는데 천상계 끄트머리에서 욕 한바가지씩 먹으면서 게임하는걸 본 친구들이 간간히 보입니다.
이 글은 이걸 목전에 두고 있는 유저들이 흑화하지 않고 멘탈 잘 보존할 수 있게끔 도와주기 위해서 쓰는 글입니다.
먼저 첫번째로는 '실력의 차이와 성향의 차이를 착각하지 않도록 노력하라'입니다.
기존 천상계 유저들도 모든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는 못합니다. 또한 어지간해서는 세부적인 것들을 제외하고 큰틀에서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보다 잘하는 천상계 유저가 나를 갈구는 그 상황이 실력 차이에 의해서 생긴 것인지 아니면 성향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잘하는 유저들끼리도 성향차이로 인해서 갈린 판단 때문에 싸우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문제는 천상계 아래 구간에 있는 유저들이 스스로 이걸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인데 이 점에 대해서는 제가 제시할 수 있는 대책이 없습니다. 구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합니다.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천상계까지 들어왔으면 여기서부터는 스스로 헤쳐나가야하는 구간입니다. 애초에 제가 가르치는게 이상한거에요.
노파심에서 한 마디 남기면 이건 그래도 최소한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천상계 게임 수준에 들어는 온 유저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그 밑의 구간은 그냥 경청하는걸 권장드리는 편입니다. 애초에 본인이 섞여있는 시점에서 게임의 양상자체가 천상계 게임의 양상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천상계 유저가 하는 말이 정답이라고 봐도 무방할거에요.
두번째는 '내가 상대보다 못한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인지해라'입니다.
당연하지만 매칭구간의 끝까지 왔으면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만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이기기위한 플레이' 뿐만 아니라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상대로 버티는 게임'을 하는 능력을 요구받습니다.
천상계에 올라왔다는 의미는 '양학'의 개념을 이해했다는 의미이고 천상계 게임을 이해하는 과정에는 양학의 개념을 튼튼하게 정석화 하는 것이 포함되기 때문에 천상계 하위권에는 적극적인 성향의 플레이에 익숙해져 있는 유저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굉장히 활발한 플레이를 하려고 하는 편인데 문제는 천상계에서 상향 매칭을 잡히는 순간 당사자는 양학을 당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는 점입니다. 사고방식에서부터 현실과 괴리가 생기는거죠.
기껏 사고방식을 바꿔서 천상계에 올라왔는데 그 과정을 한번 더 해야합니다. '이득을 보는 게임'이 아니라 '손해를 피하는 게임'에 대해 고민해보세요. 체급을 올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이건 재능의 한계로 인해서 막혀버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팁은 '내가 양학을 당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상대의 양학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세번째는 '나보다 잘하는 아군 딜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라'입니다.
어차피 내 실력이 부족한 시점에서 그 친구가 게임을 풀어주거나 상대팀이 던지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게임입니다.
천상계에는 두 종류의 원딜들이 있습니다.
1. '해줘'형 원딜 ex)문성진씨
2. '내 게임은 내가 푼다.형 원딜' ex)곰돌이푸씨
전자는 거의 어지간해서는 실수를 안하지만 아군이 못하면 그냥 가만히 앉아서 지자는 마인드로 플레이 하는 종류의 원딜러고
후자는 본인이 알아서 할테니 제발 아군은 사고만 치지 말아주길 바라는 종류의 원딜러입니다.
2번형 원딜의 경우 그 사람의 전두지휘하에 어떻게든 게임을 풀어나갈 희망은 존재합니다. 보고 느끼고 배우면 됩니다.
문제는 1번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지는데 인성이 나쁜 사람이면 욕은 욕대로 합니다. 얻어가는게 없어요.
이 친구들의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게 하는게 당신의 임무입니다.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내가 못하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뭘 해줘야 게임 굴려볼 수 있다." 라는 사고를 전제로 깔고 가세요.
가장 유효한 전략은 상대 탱커에 대한 포킹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랭커들은 자신보다 낮은 체급의 유저들에게 배려같은거 안해줍니다. 그 사람의 플레이만 지켜볼 뿐이지 그 사람의 상태에는 관심자체를 가지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내 부담을 줄이고 실수를 안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잘하는 사람이 내 숨통을 틔워주게끔 유도해야합니다. 피곤해하고 "이 상황에서 왜 저런 판단을 하지?" 같은 생각을 하겠지만 내가 정말 위험한 사고를 치지 않게끔 멘탈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상대방은 거기까지 당신을 생각해주지 않아요. 논리가 아닌 감성이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입니다.
오늘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멘탈'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천상계 게임에서 상향매칭에 잡힌 유저가 왜 멘탈이 바사삭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그에 대한 간단한 대책들 몇 가지 알아보았습니다.
글의 내용이 여전히 두루뭉실하다고 느껴질 것 같습니다. 사실입니다.
원래 제 글 스타일이 스스로는 답을 찾기 어려운 것들만 원인을 제시해주고 알아서 생각해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물며 이 글은 천상계에 올라온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본인들이 잘 알고 계시죠? 방향은 충분히 제시해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은 알아서 찾으시길 바랍니다.
갓 천상계에 올라온 소중한 고급인력이 흑화하지 않는 것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천상계 인원이 크게 빠져나가고 유지 못하게 된 것, 양학러가 많아지게 된 것에는 이런 문제도 크게 한몫 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곤 했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색다르고 참신한 주제 찾아서 돌아오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ps.이제 이빨 빠진 샆노인이고 주 포지션도 안하기로 했습니다. 저 만났는데 못하고 있으면 이해 좀 해주세요. 매판을 즐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