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우개의 전생은 무엇이었을까
-
90
5
1
-
2025-03-18 13:05:11
누군가 말했다.
“모든 존재엔 전생이 있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지우개의 전생은 뭐였을까?
혹시…
한때는 거대한 구름이었을까?
하늘을 떠돌며 세상의 얼룩을 비처럼 씻어내던,
조용하지만 필요한 존재.
아니면,
과거엔 문지방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실수할 때마다 발에 걸려 넘어진다며 미워했지만,
사실은 더 큰 실수를 막아준 수호자였던 그런 존재.
혹은…
지우개의 전생은 국어 시험지의 4번 선지였을지도.
늘 답처럼 보이지만 정답은 아니었던,
그래서 결국 지워져야만 했던 운명의 존재.
아니지, 아니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우개는 전생에도, 이생에도 늘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의 실수를 대신 지우며,
조금씩 자기를 갈아내는 삶.
티내지 않고, 칭찬받지 못하고,
결국엔 작아지고 사라지지만,
누군가의 실수 위에
그 흔적은 조용히 남아 있다.
...그러니까 말이지.
지우개의 전생은
아마 참고서 뒤쪽의 정답지였던 것 같아.
틀린 걸 바로잡는 건 똑같지만,
항상 마지막에 펼쳐야 의미가 생기거든.
그리고 마지막 한 조각 남았을 때쯤,
지우개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신고하기“다음 생엔... 좀 덜 지워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