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팬픽]Twilight - Epilog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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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바스터 [58급]

2013-09-17 11:54:24

- 이 글은 픽션(fiction)입니다. 특정 단체ㆍ사건ㆍ사상ㆍ종교와 무관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Twilight  Prologue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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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낮도 밤도 아닌 모호한 시간의 경계,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 사물의 윤곽이 희미해지는 때.

 

 


  비로소 정산 업무를 마쳤다. 가볍게 한숨을 흘리며 안경을 벗었다. 다소 뻐근한 눈가로 손을 얹어 지그시 눌렀다. 오늘은 고객의 발길이 비교적 뜸한 편이었다. 별로 바쁘지도 않았는데 피로를 느끼는 것을 보니 확실히 체력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과연 회사에서 주는 임무를 맡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다. 내가 해야 하는 업무를 누군가 대신한다는 건 영 찝찝한 일이다. 허나 만전을 기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불완전하게 수행하는 것보다야 나을 것이다.


  이 나른한 피곤함은 제2차 인형실 끊기 작전 당시 입었던 부상에 비하면 사치였다. 자연의 시간과 까미유 데샹의 능력은 먼젓번처럼 죽음에 가까웠던 육신을 말끔히 고쳐냈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시바 포가 변덕스럽게 건넨 그 약물 또한 생명을 부지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몸의 아픔은 이제 조금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요즘 은행일을 볼 때 쉽게 지친다는 자각만이 사선을 넘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밖의 것들은 예전과 이상하리만치 똑같았다.


  ‘이상하다’라. 사이퍼로서의 임무만 수행하지 않을 뿐 예전과 다름없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오히려 위화감이 들었다.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왔지만 마음 한 구석을 어딘가 다른 곳에 두고 온 것만 같다. 트리비아의 호위 임무에서 정식으로 해소되고 난 뒤로부터 가시지 않는 영문 모를 허전함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다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은행 안에서 다이무스는 잠시 허공을 응시했다.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서 무엇을 발견하기라도 한 듯 이내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집무 책상 발치에 둔 서류가방을 들어 올려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주변이 조용해지고 할 일이 없어지는 순간 어김없이 주체할 수 없는 상념에 휩싸이는 일이 잦아졌다. 떠오르는 풍경도 사람도 늘 같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애틋함과 함께 떠오르는 추억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특히 퇴근하려는 이맘때쯤 하늘이 따뜻한 빛깔을 띠기 시작할 때 그 증상은 더 심해졌다. 약간 더 번잡스러운 움직임으로 가방을 챙겼다. 그래야 얼기설기 뭉친 오묘한 연기 같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흩어질 것 같았다.


  가방문을 닫으려다 주춤했다. 다른 짐들 사이에 넣어두고 깜빡 잊어버린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손을 뻗어 누런 서류봉투에 싸인 두툼한 꾸러미를 꺼내들었다. 봉투 한가운데 프랑스 굴지의 패션기업 르 블랑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내용물이 무엇일지는 뻔했다. 조금 망설이다가 책상 연필꽂이에 꽂혀있는 페이퍼 나이프로 손을 뻗었다. 입구를 깔끔하게 잘라내고 안에 든 물건을 꺼냈다. 역시나 르 블랑 20주년 기념 신상 화보집이었다. 트리비아의 촬영 마지막날 스태프 하나가 화보집을 받을 주소를 물어봤던 기억이 났다. 여성 의류 화보집이야 그에게는 무용지물이므로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생각에선지 순순히 은행 주소를 댔었다.


  표지를 장식하는 것은 단연 메인 모델로 선정되었을 때부터 한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트리비아였다. 마지막 런웨이에서 검은 날개를 아름답게 펼쳐 보이고는 홀연히 패션계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들었다. 그런 그녀의 귀환은 가십지는 물론 주요 언론지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오늘 마침내 그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언젠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겼던 그 장밋빛 드레스를 입은 컷이었다. 다만 사진일 뿐인데도 그 안에서 곧 튀어나올 듯 강렬한 존재감과 박력이 느껴졌다. 한동안 표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무심코 페이지를 걷어 부치려는 손을 다잡았다. 여기서 펼쳤다간 정신없이 봐버릴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궁금함을 참고 도로 봉투로 싸서 가방에 넣고 은행을 나섰다.

 


  코어레너드 회사 관리 구역 가운데서도 홀든 은행은 중심지에 있다. 유동 인구수가 상당한 곳인데도 길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일과만 끝나면 하나같이 서둘러 퇴근하기 바빠 금융가의 저녁은 한산했다. 드문드문 잘 차려입은 행인들이 지나가기는 했지만 인간보다 풍경이 더 두드러졌다. 조용하다. 팍팍한 도시 정경이기는 해도 느긋한 평화로움이 가라앉아 있었다. 하늘이 파란티를 벗고 엷은 상앗빛을 띠었다. 손차양을 만들어 틈새로 햇빛을 흘려보았다. 강렬함보다는 부드러움이 녹아났다. 곧 황혼에 젖어들 것이다.

 


  주차장으로 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엑셀레이터를 밟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다. 자택으로 가는 방향은 왼쪽이다. 요새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었다. 퇴근하고 나서 까미유의 병원에 들르는 것으로 공식적인 하루 스케줄을 마무리했다. 트리비아는 아직 퇴원하지 않았다. 몸의 부상은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지나치게 쇠약해진 면역체계 때문에 자칫하면 후유증이 도져 큰 병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좀 더 경과를 지켜보자는 의도였다.


  다이무스는 자기는 다 나았는데도 트리비아는 여전히 갑갑한 병원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는 사실이 죄스러웠다. 그녀를 그런 상황에 놓이게 한 것은 따지고 보면 다 자기 탓이 아닌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자존심 문제가 아니었다. 순수하게 트리비아의 건강이 염려되었다. 입원해있을 때 타라에게 늘 그녀의 상태를 물었던 것처럼 퇴원한 뒤에도 매일같이 찾아가 묻지 않고서는 못 배겼다. 까미유에게 자기가 이런다는 사실을 결코 트리비아에게 알리지 않도록 당부하면서.

 


  병원에 도착해서 까미유의 진료실을 찾으니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트리비아가 막 퇴원하고 나갔다는 것이다. 그것도 약 15분 전쯤. 이제야 퇴원했구나 하는 다행스러움의 한편 숨길 수 없는 실망감이 마음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같은 병원 안, 같은 중환자실 구역에 있었음에도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일부러 만나러 가기에는 아무런 구실이 없었다. 호위 임무에서 벗어난 이상 엄연히 적대 세력인 그녀와 일부러 접촉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우연히 만난다면 부자연스러울 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 특별히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그녀가 멀쩡히 두 다리로 딛고 서서 건강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이제 병원에 찾아올 일은 없겠군.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미련없이 병원을 뒤로 했다. 조금씩 늦어지기 시작한 귀가 시간에 맞춰 바스티안에게 저녁식사를 준비하라고 시켰는데 이전대로 하라고 다시 지시를 내려야 할 것이다. 못내 아쉬운 심정에 휩싸이며 차문을 열었다. 운전석으로 몸을 넣으려는 순간 저 멀리 연한 노을에 물들기 시작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위쪽으로 향하고 있던 시선을 죽 내려 하늘을 비추며 흘러가는 강을 보았다. 포트레너드를 가로지르는 윌로우 강(willow river)의 지류였다.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를 끼고 조성된 이 강가는 입원 환자들이 산책을 하기에 딱 좋았다. 그간 이 산책로에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제2차 인형실 끊기 작전으로 부상 입은 능력자들이 한동안 우르르 병원 신세를 진 까닭이었다. 이제는 모두 치료를 마치고 각자 일상으로 돌아갔으니 산책하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이무스는 차문을 도로 닫았다. 충동 같은 것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자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공연히 쑥스러웠지만 강변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망설임은 없었다.

 


  추억에 길들여졌다. 석양에 물드는 강가는 이제 다른 풍경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렬하게 내면을 차지했다. 어떤 장소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곳이 지닌 장소적인 특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거기 누구와 함께 있었느냐가 더 내가 그 정경에 마음을 쏟게 되는 큰 원인이리라. 내가 그곳에서 느낀 것을 누구와 공유했냐는 사실이 가장 소중하다.

 


  강가에는 역시나 선객이 없었다. 이곳이 주택지 주변이 아니라는 점이 클 것이다. 우두커니 서서 하늘과 강 그 사이쯤을 바라보았다. 이 풍경을 무심히 흘려보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았다. 평소에 일출보다 일몰이 더 좋다고 막연히 생각은 했지만, 정작 진득이 황혼에 잠겨들었던 적이 어디 있었던가. 언제나 마음 한 켠에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아무 시름없는 일상을 구가하고 싶다는 동경을 품고 있다. 그 은밀한 소망은 지금도 분명히 가슴 안에 자리 잡고 있는데 어느새 삭막한 생활에 치여 잊고 살았나보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스스로를 혹사시키듯 빡빡한 일정으로 가득 채운 나날이 계속되었다. 이렇게 천천히 평소보다 보폭을 반으로 줄여 해질녘을 만끽하는 일이 진정 의미 있는 일인지도 모르는데.


  뒤로 돌아보았다. 그림자의 끄트머리가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뻗었다. 앞을 보았다. 산책로는 붉은 황금빛을 가득 품었다. 찬란하고 황홀한 빛깔을 띠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짙은 어둠을 자랑했다. 화려하게 타오르는 석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곳만 구멍이 뻥 뚫리기라도 한 듯 칠흑 같은 어둠이다. 그녀의 그림자길로 들어서는 입구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곧이라도 그 절대적인 암흑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아 본능적으로 공포와 경계심이 일었다. 환한데도 환하지 않으며, 어두운데도 어둡지 않은 저녁놀은 사람의 마음을 느긋하게 풀어놓으면서도 더없이 불안하고 두렵게 만든다. 그 무엇에도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시간이다.


  무어라 딱 잘라 말하지 않아도 좋을 것들이 해가 저물어가는 한순간 존재한다. 경계가 허물어진다. 일체의 구분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혼연일체가 된다. 안개 같은 것이다. 시작도 끝도 없으며 덩어리 진 듯하면서도 흩어져있는 것이다. 규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불신은 이제 없다. 그저 그대로 내버려두면 좋을 것들이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안일한 믿음, 그것이 다이무스의 가슴 깊숙이 납득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고개를 모로 돌리고 결마다 황금빛 강물결을 보며 걷다가 문득 먼발치에 선 인영을 발견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사물의 윤곽조차 어그러지는 시간이다. 남자인지 여지인지, 아니 정말 사람이기는 한 건지 실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저 사람은 가만히 지는 해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미동도 않는 것을 보니 단단히 풍경에 취한 모양이었다. 행여 자기가 지나가는 게 저이에게 방해되지는 않을까 염려되었다. 구두굽 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조용히 지나쳐줘야 할 것 같았다. 허나 저만치에 있는 그림자와 나 사이에 있는 길목에는 꽤 많은 비둘기떼가 무리지어 있었다. 도시의 비둘기가 아무리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는 하나, 단 한 마리도 푸드득 활개 치는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이대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전조도 없이 주변에 돌풍이 불었다. 방금 전에 한 걱정이 단숨에 쓸모없어졌다. 성난 바람의 기세에 비둘기들은 하나같이 놀라서 후다닥 날아올랐다. 한 마리가 먼저 날아오르자 다른 무리도 따르듯 하늘로 뜨는 광경 가운데 저기 서있는 사람에게서 무언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다이무스는 얼떨결에 공중에 날리는 그것을 잡아챘다. 축 늘어져 바람이 불면 우아하게 흩날릴 듯한 흰색 리본이 달려있고, 마찬가지로 흰색 실크로 만들어진 챙이 넓은 여성용 모자였다. 그것을 건네주기 위해 다이무스는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눈을 벌리며 걸음을 늦추었다. 모자를 받으러 오기 위해 서있던 곳에서 걸어오고 있던 그녀도 놀란 얼굴로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칼을 한 손으로 잡고 있었다. 그녀와 나는 지금 거울에 비춘 듯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지나친 우연에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거기 있던 것은 트리비아였다.

 


  수백 마디의 말을 나누는 것보다도 더 복잡한 심경이 서로의 눈길에 얽혀들었다. 세상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지 않자 모든 것이 멈췄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어둑어둑한 빛에 물든 트리비아의 얼굴만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오로지 그녀가 내 앞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이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다. 피차 좀처럼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눈동자가 오롯이 서로를 담았다.


  트리비아도 같은 생각을 한 걸까. 병원을 나오자 보이는 저녁 하늘 아래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보고 어떤 심경을 느꼈을지 궁금했다. 아니, 그날 촬영을 마치고 나왔을 때도 홀린 듯이 세느 강변으로 향했던 그녀였다. 단지 그녀는 예전부터 강변에 들러 노을을 바라보는 일을 좋아해서 그런 것뿐일 텐데. 트리비아 또한 어떤 감회를 품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자신의 욕심이었다.

 


  “……처음 봤어.”


  우연한 마주침이 주는 놀라움에 피차 굳어 있다가 트리비아가 모자를 받아들며 먼저 지리한 침묵을 깼다. 다이무스는 말주변이 없는 자신을 속으로 책망하며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무얼……말인가?”
  “당신의 은행원 차림, 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군.”


  늘상 입는 수트 차림인데도 모델인 트리비아에게 지목 받자 괜히 멋쩍었다. 무심코 목깃을 단정히 죄고 있는 붉은 넥타이 매듭을 잠깐 쥐었다 놓았다. 자신의 옷차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다이무스도 새삼 트리비아의 외양을 물끄러미 살폈다.

 


  체중이 확 줄어든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겉으로 크게 드러날 정도는 아니었다. 트리비아는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 확실히 여위었다. 타고난 인상에서 감도는 차가움이야 완전히 가실 수 없지만 그마저도 가냘파진 인상을 부각시킬 뿐이었다. 입고 있는 옷도 흰 모자와 세트인 건지 새하얀 원피스였다. 별다른 장식은 붙어있지 않고 상체는 그녀의 유려한 몸매를 따라 딱 떨어지면서도 밑단은 플레어스커트만치 우아하게 하늘거렸다. 별다른 노출은 없지만 목선에서 이어지는 깊은 쇄골이 도드라졌다.


  신발은 킬힐이 아니라 플랫 슈즈를 신었다. 눈높이가 체감상 알고 있던 것보다 낮았다. 마주보는 게 아니라 내려다봐야 하는 그녀가 몹시도 가련했다. 평소 자신의 임무복과도 비슷한 강렬한 적과 흑의 대조가 아니었다. 비호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여리고 곧 부러질 듯한 인상이었다. 온통 흰색이라 황혼의 빛깔을 담뿍 빨아들여 이 자리에서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듯 덧없었다. 곧 저 너머로 모습을 감출 태양과 함께 그녀도 맥없이 져버리고 말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나마 누구한테 퇴원 선물로 받은 건지 화사한 분홍색 장미 꽃다발을 들고 있지 않았다면 무심코 팔을 붙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트리비아는 다이무스에게서 눈을 돌리고 마저 황혼이 지는 강변을 감상했다. 다이무스도 더 이상 트리비아를 바라볼 이유가 없어 애써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과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낮보다 밤에 더 가까워졌다. 눈에 띄게 어두워진 하늘을 배경으로 해는 강렬한 붉은색을 띠었다. 아침부터 낮까지 내내 온누리에 퍼뜨렸던 빛을 한꺼번에 거두어들이느라 진땀 빼는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엷은 귤색에서 잘 익은 홍시빛으로 이내 피 같은 붉음으로 옮아가는 과정은 몇 번을 봐도 경이롭기만 하다. 풍경의 장엄함에 취하면서도 동시에 조건반사처럼 추억을 곱씹는다. 옆에 바로 그 상대가 있기 때문에 마냥 풍경에만 취하는 게 더 힘든 건지도 모른다.

 


  “황혼(twilight)을 좋아하나.”


  기시감이 있는 질문일 것이다. 트리비아가 이쪽을 돌아보는 게 느껴졌다. 다이무스도 살짝 고개를 틀어 보았다.


  “……그때, 대답을 듣지 못했다.”


  스스로도 얼마나 우스운 말을 하고 있는지 자각은 있었다. 그때 이미 대답은 들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밤의 여왕이라 불리는 그녀가 ‘밤으로 가는 길목이니까’라고 이유를 댄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무언가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에 쫓겨 추억에 살던 말을 다시 끄집어냈다. 아마 자신은 그저 그녀의 입에서 명확하게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뿐일지도 모른다.


  트리비아의 눈동자 안에는 예상대로 의외로움이 묻어났다. 탐색하듯이 다이무스를 쳐다보던 트리비아는 다시 강가로 눈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당신 말이야…….”
  “…….”
  “의외로 재미있네.”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비웃을 것도 없이 트리비아는 입가에 희미하게 상냥한 웃음기를 띠었다.

 

  “……그리 생각할 만한 말은 아닌 듯하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생각보다 목석같지 않다는 뜻이야.”


  좀 더 뚜렷하게 미소 지으며 트리비아는 다시 다이무스를 쳐다보았다.


  “좋아해, 트와일라잇. 그것도 아주 많이.”


  그때처럼 꾸밈없는 웃음이었다. 다이무스는 다시금 이 자리에서 그때 확실하게 느꼈던 사실을 통감했다.


  ‘아름다운 여자다.’


  저도 모르게 눈길을 빼앗겨 그녀가 무안함에 먼저 눈을 돌리고 난 뒤에도 한동안 계속 쳐다보고 말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는 단순한 외양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그날 자신에게 건넸던 진심 어린 감사로 인해 깨달은 것이었다. 그 사실이 전제되어 있는 지금은 순수하게 트리비아 카리나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혔다. 그 사람의 내면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그 얼굴에, 모습에.

 


  “……나도, 좋아한다.”


  조용히 그때는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놓았다. 늘 굳게 다물고만 있을 뿐 말을 하기는커녕 웃는 일도 좀처럼 없는 입술이다. 하지만 지금 입가에 어색하게나마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트리비아가 다이무스의 얼굴을 보고 조금 놀라 살짝 입을 벌렸다가 다시 사르르 녹아내리듯 미소 지었다. 잠시 온화한 미소를 서로 나누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마지막 불길이 타오르는 강변으로 눈을 향했다.

 


  헬리오스와 지하연합이라는 소속 세력의 차이. 남자와 여자와 차이, 나와 너의 차이. 절대로 없애버릴 수 없는 다름은 여전히 이 자리에 존재했다. 모든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황혼 아래에서도 본질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저 언덕 너머에서 다가오는 것이 늑대라는 생각에 순간 섬뜩했더라도 그게 처음부터 개였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눈이 멋대로 착각하고 마음을 어지럽힌 것에 불과했다. 현상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의 마음이 모두 다른 탓이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다른 두 사람은 같은 것을 생각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평화롭게 황혼을 바라볼 수 있는 나날이 계속되기를―.

 


  한 줌 남아있던 빛마저 서쪽 고개를 넘어 완전히 저편으로 사라졌다. 곧 안식과 불길의 어둠이 닥칠 것이다.

 

 


― Twilight 完.

(+) 덧
“괜찮다면 저녁이라도 함께 하는 건 어떻겠나?”  “…….”
“…….”  “그거……데이트 신청이야?”
“…….”  “……농담이야.”
“그렇다.”  “…….”
“……곤란한가?”  “……아니. 별로.”

▶다무트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제게 오시면 됩니다. (사약 벌컥벌컥)

*
- 그동안 부족한 <Twilight>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당분간은 아래의 Q&A 코너에서 소개한 단편으로 가끔 팬아트 게시판에 얼굴을 내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업로드 일자는 <Twilight>이 그랬던 것처럼 매주 목요일 밤 10시 전후로 지정해두겠습니다. 생각나실 때마다 들러서 제 아이디 검색 한 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근황이나 소식은 주요서식지인 트위터(@winzs76)와 블로그(http://blog.naver.com/goastbaste)를 통해서 올라옵니다. 참고 바랍니다.
- 오탈자 및 이상한 문맥 지적, 다양한 질문 환영합니다.
- 깨알 같은 전작 홍보
 「은폐」[피터미쉘데샹](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3763240)
 「유도」[데샹미쉘피터](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4004813)
 「호접지몽」[다이무스](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6171648)

 

【Twilight 후기】

 

  본편보다 훨~씬 더 긴 후기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죠.
  아래의 차례 제목을 보시고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스크롤 내리며 보시면 됩니다.

  

Ⅰ.완결 소감 및 집필 계기
Ⅱ. 소설 제작 튜토리얼(Tutorial)
Ⅲ. <Twilight> 해답편
Ⅳ. Q&A
Ⅴ. Thanks/Special Thanks

 

 

Ⅰ.완결 소감 및 집필 계기  

내가_어쩌자고_이런_짓을.jpg

 

  위에 실은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분명 당초에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는 20편 ‘중편’ 예정이었다. 편수가 50편쯤은 되어야 장편이라고 쉽게 생각했던 탓이었다. 그러나 내가 과거에 썼던 이야기들은 편수만 많을 뿐 그 한 편 분량이 정작 <Twilight> 한 편 분량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Twilight>은 보통 한 편 분량이 바탕체 10pt 기준으로 A4 12~16장 분량이었다. 어떨 땐 20장도 훌쩍 넘을 때도 있었다. 여기에 곱하기 23+α를 하니 그 만한 분량은 이미 보통 장편으로 분류되는 단행본의 분량조차도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중반쯤 가서야 깨달았다. (참고로 결국 A4 380장 정도 분량이 나왔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하면서도 애정으로, 근성으로 한편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이 악 물고 썼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완결을 냈다. 절실하게 나이오비의 대사를 하고 싶다. “하얗게 불태웠어...” 나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는 한데 써가는 과정에서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오히려 괴로웠으면 괴로웠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못 쓴다는 자괴감과 함께 번번이 부딪치는 수많은 벽에 그냥 다 집어치우고 싶었던 심정도 여러 번이었다. 허나 결국 시간과 노력이 쌓여 완결이 난 하나의 결과물을 보니 뿌듯하다. 그만큼 내가 사이퍼즈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좋아하는 소설이나 만화 작품은 많지만 정작 제대로 2차 창작을 시도한 건 손에 꼽을 정도다. 게으른 죄지만 아마도 절실함에서 밀렸던 건 아닐까. 사이퍼즈는 그만큼 나의 모든 관심과 취향을 사로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wilight>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다들 기억하는가. 트리비아가 초대 인기인으로 등극했던 밸런타인데이 인기투표를. 친구가 한 번 해보라고 권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트리비아였고, 셀렉 코인 핸디캡 모를 때 캐릭터 레벨 10이 될 때까지 줄창 플레이한 것도 트리비아였다. 첫정이란 참으로 무섭다. 하지만 그렇게 나를 한눈에 사로잡을 정도로 트리비아는 내 취향이었다. 그런 트리비아가 인기투표 1위를 한 그때 ‘역시 내 여자는 다르다’(뭐래)라는 심정으로 기념 헌정 소설을 쓰는 건 어떨까 하고 슬그머니 창작 욕구가 고개를 들었다. 그때 한창 유리멘탈에서 강철멘탈로 진화하여 게임에 맛 들리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사이퍼즈를 떠받치는 공식 세계관과 설정에 눈뜰 때였다. 나는 내가 어떠한 장르에 깊이 빠졌느냐 빠지지 않았느냐를 소설을 연성하느냐 마느냐로 판가름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는 훨씬 더 사이퍼즈가 내 일상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빈 수첩 하나를 가지고 거기에 온갖 망상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트리비아가 주인공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정해두었기 때문에 우선 트리비아를 중심으로 하여 공식 설정을 살펴보았다. 거기서 내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어느 안타리우스의 능력자가 그녀의 그림자 능력만 있으면 자기들이 잃어버린 옛 영광을 전부 되찾을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사이퍼 코멘트였다. 단번에 이걸 가지고 무언가 중대한 사건을 꾸미면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팍 왔다.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와 관련하여 이 트와일라잇의 기반이 되는 모든 공식 설정에 관한 설명은 “Ⅲ. <Twilight> 해답편” 파트에 있으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아무튼 트리비아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계기가 되어 소설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연히 소설은 애정만 가지고 쓰이는 게 아니었다. 화가가 누군가의 초상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 모델과 최소 반 년 이상 동거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그 모델의 외견뿐만이 아니라 성격이나 생활 습관 같은 것이 다 종합되어 그 사람을 이룬다는 말의 반증이다. 소설의 3대 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 가운데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 ‘인물(character)’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했다. 만화가 강풀도 트위터에서 언젠가 작품에 나타내지는 않을 거라도 그 인물의 과거까지 전부 생각해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인물과 ‘친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순수창작도 그런데 하물며 2차 창작은 더 엄밀해야 마땅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내 신념에 관해서는 “Ⅱ. 소설 제작 튜토리얼” 1번에 나와 있으니 보시기를 바란다.

 

  반성해야 할 점도 많다. 우선 문장력이 딸린다. 아마 글쟁이로서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내 문장이 그렇게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인상은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문장은 짧게 쓰는 것이 미덕이다. 1차적으로는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뿐이지만 그 다음으로는 그걸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쓰기 위한 글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읽기 위한 글이다. 다 쓰고 나면 수정은 하지만 작가조차도 계속 읽고 읽고 또 읽기 위해 글은 태어난다. 긴 문장은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문장과 문장은 마침표로 끊어져 있지만 하나의 유기체처럼 물 흐르듯 이어져야 한다. 나는 그것을 매우 못한다. 표현에 집착하다 보니 의미를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더러 독자님들께 지적도 받았다. 아마 평생에 걸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부분이다.

 

 

  블로그에서 독자님의 아주 적확한 지적이 들어와서 소개하겠다. 나는 완급조절이 안 된다. 저 독자님의 지적과 마찬가지로 ‘느릴 때는 느리게, 빠를 때는 빠르게’ 이걸 잘 못한다. 소설에서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는 완급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완급 조절은 분량 조절과도 매우 연관이 깊다. 짧게 끊어 치는 부분은 짧게 하고 길게 늘려야 할 부분에서는 느긋하게 이끌고 나가는 테크닉이 필요한데 난 그게 없다. 조금은 절제해야 하는 부분까지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이 정도 되면 거의 심각한 강박이나 집착 증세라고도 볼 수 있겠다. 예전에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독자에게 그냥 맡겨도 되는 부분도 있다.’고 조언해주었다.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독자들이 알아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까지도 일일이 건드리는 게 문제라고 했다. 겸허히 수긍했다. 조금 아깝더라도 필요하지 않다 싶으면 과감히 제거하는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어쩐지 순수창작과는 별도로 사이퍼즈는 내 2차 창작의 종착역이 될 것 같은 강한 예감마저 든다. 만화나 소설 등은 진행의 끝에 반드시 완결이 있기 마련이다. 코믹월드 같은 데만 정기적으로 다녀도 알 수 있듯이 한 시즌 유행하다가 또 금세 트렌드는 바뀐다. 그 작품이 가장 흥미진진하게 진행될 때가 가장 인기가 많을 때고 열화와 같은 성원은 곧 수그러들기 마련이다. 장기 연재일수록 그쯤 가면 정으로 보지 맹렬히 타오르는 맛은 없다. 스테디셀러이나 베스트셀러는 아닌 것이다. 스테디셀러마저 더 이상 아닌 경우도 많다. 팬들은 생각보다 냉정하니까. 그런데 게임으로 하는 2차 창작, 게다가 AOS 장르는 사실상 끝이 없다. 게임서비스가 계속되는 한 신규 캐릭터는 계속 나올 것이며 그들과 기존의 캐릭터가 엮어내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MMORPG도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실상 사이퍼즈와 같은 AOS인 LOL이 이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한 AOS의 강세가 한동안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딴 데 눈 돌릴 겨를이 없다. 사이퍼즈는 진정한 마성이다.

 

Ⅱ. 소설 제작 튜토리얼(Tutorial)

  <Twilight>은 장편이다. 이 튜토리얼은 이 정도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장편은 아예 쓰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쓴 제작 과정이다. 단편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계획없이 쓰는 글은 분명히 도중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어 있다. 모든 것을 다 하나하나 정해둘 수는 없겠지만 명확한 틀을 잡아두지 않으면 소설 내용이 깔끔하게 조직되지 않는다. 나도 한낱 아마추어에 불과하지만 소설을 쓸 때 마땅히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업을 아래에 소개하겠다. 혹시라도 은밀하게 창작 욕구를 품고 있는 거기 그대, 그대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썼다.

 

1. 공식 설정 수집 및 숙지

  2차 창작이라는 것은 반드시 원작이 있음을 상정한다. 2차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원작 설정을 통째로 갈아 마신다는 생각으로 보고 보고 또 봐야 한다. 2차 창작이 아니라도 모든 소설이 그렇듯이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었다면 그 현실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괜히 소설을 장르론에서 ‘자아와 세계의 대결’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원래 기본을 잘 갖춰야 응용도 잘하듯이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다. 따라서 모든 것은 정보 수집으로부터 시작된다. 세계관, 캐릭터 프로필, 이클립스, 매거진, 플레이버 텍스트(사이퍼 코멘트), 아이템 이름, 인게임 맵 구조와 분위기, 스킬 이름, 캐릭터 보이스, BGM 테마, 이벤트 우편(참전확인증 메시지, 장미 인기투표, 밸런타인 인기투표 우편 등), 사이퍼즈 그랜드 오픈 영상, 공식 설정 원화 등을 끌어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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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관은 그나마 드래그가 가능해서 쉽게 txt로 만들 수 있었지만 프로필과 이클립스는 이미지 파일이라서 스스로 타이핑하는 노가다를 감행했다. 스맛폰에 이미지 파일 저장해서 보면 되지 왜 그렇게까지 했는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올초 들어 겨우 스맛폰 유저가 된 아날로그파 원시인이다. 게다가 이미지 파일보다는 텍스트 파일로 보는 것이 훨씬 편하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출력해서 보관하기에도 좋고. 여하튼 그렇게 만든 텍스트 파일을 MP3에 넣어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읽어 사이퍼즈와 관련된 종합적인 정보를 머릿속에 넣는다. 그 정보를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부랑 다를 바 없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질린 듯 바라보며 묻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이고 신념이다. 개인적으로는 개그 맥락이 아니라면 캐릭터 붕괴나 상궤를 벗어난 해석을 별로 안 좋아한다. 기존의 설정은 반드시 존중해야 하는 것으로 일종의 ‘역사소설’을 쓴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원래 판타지이고 허구인 세계관에 무슨 역사소설씩이나 하고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사실성 여부를 떠나 의식의 문제다. 원래 그러한 것을 아니라고 마음대로 해석하고 비트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태도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라는 말을 곧잘 하고는 하는데 취향으로 커버 안 되고 분명히 틀린 것도 있다. 취향은 다름의 문제지 틀림의 영역에 있는 것과는 다르다. 덕질의 세계에서 무슨 옳고 그름을 따지느냐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다만 원칙주의자다. 보수적이라 해도 좋다. ‘사실(fact)’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캐릭터 해석은 자의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트리비아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트리비아의 멋있는 점만 가지고는 안 된다. 내가 외면하고 있던 싫어하는 점도, 짜증스러운 점도 그 캐릭터를 구성하는 일부다. 헌데 이상하게도 그 단점까지도 포함해서 더 애정이 깊어지더라. 트리비아뿐만이 아니라도 평소에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캐릭터들도 의무적으로 다루어야 했기에 그 녀석들에 대한 이해도 애정도 깊어졌다. 알면 알수록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점들도 보이고 하나같이 특유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이퍼즈의 최대 장점이 왜 매력적인 캐릭터와 그들이 빚어내는 관계성인지 더욱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2. 상상과 망상

  이 단계는 그림으로 보면 밑그림, 러프 스케치 과정이다. 위의 완결 소감에서 밝혔듯이 빈 수첩 하나에다 생각나는 것들을 두서없이 써내려간다. 얼핏 보면 연관이 없어 보이던 떡밥과 떡밥 사이를 연결지어본다. 사실과 사실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여담이지만 내 은사님께서는 한국 사극과 역사소설의 문제가 사실과 사실 사이에 상상을 집어넣는 게 아니라, 상상과 상상 사이에 사실을 집어넣어서 문제라고 말씀하셨다. 지양해야 할 태도다. 자기 상상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있는 사실을 제멋대로 갖다 붙이는 게 아니라, 사실을 근거로 하여 상상을 해야 한다. 상상은 분명히 자유이나 원작에 드러나지 않은 틈새를 공략해야 하지 이미 있는 것을 변형시켜서는 안 된다.

 

3. 에피소드 구체화 및 배치(스토리에서 플롯으로)

 

  이 부분이 소설 집필 착수 전에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직접 써나가야 할 부분들을 결정짓는다. 상상과 망상 단계에서 한 작업은 어디까지나 전체 틀, 윤곽을 잡는 일이었다면 이곳에서 그 틀 안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 넣는다. 우선 소설 기본 5단계 구성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에 얼추 맞게 상상 단계에서 나온 에피소드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한다. 내 경우 상상 단계에서는 가장 쓰고 싶은 장면이나 꼭 넣고 싶은 장면들이 생기는데 우선 그걸 시간 순서에 맞게 배열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사실 별로 어렵지 않다. 쓰고 싶은 장면을 계획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문제는 내가 진정 쓰고 싶은 장면까지 이끌어나가는 ‘과정’이 문제가 된다. 대뜸 내가 쓰고 싶은 장면이 불쑥 튀어나오지는 못한다. 특히 장편은 단편보다도 더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변화가 일어나므로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독자님들도 읽으며 느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억지로 쥐어짜낸 것도 있는 반면에,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친 것처럼 술술 쓰인 것도 있다. 그렇게 본편에서는 * * *로 구분되는 에피소드들을 알맞게 배열하고 나면 저렇게 빽빽한 노트 한 권이 나온다. 과장 보태면 내 목숨보다도 소중한 물건이다. 처음에는 쌩쌩했는데 이제는 너덜너덜해져서 가운데가 반쯤 찢겨나갔다.

 

4. 손쓰기

 

  워낙 아날로그파 원시인이다 보니 바로 키보드로 작성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그렇다고 200자 원고지를 고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원본은 공책에 손으로 쓴다. 손에 볼펜을 쥐고 노트 위에서 헤매는 시간은 아무리 써도 아깝지 않다. 반면 자판 위에서 헤매는 시간은 왠지 쓸데없게 느껴진다. 우선 전기세가 아깝지 않은가. 물론 이건 내가 그만큼 한 문장이나 문단을 쓰기까지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고 또 잘 못 쓰기 때문이다. 술술 써진다는 기분을 느껴본 게 언제적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눈물) 안 써질 때는 온갖 지랄발광을 다한다. 노트 구석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본편이 아니라 후기에 쓸 말부터 생각해서 혼자 히죽거린다든가 하여튼 원본 노트를 펼치면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다. 악필이기도 하고.

 

5. 타이핑

  무난하게 한글 2007을 쓴다. 상위 버전인 한글 2010은 우리집에 안 깔려 있다. 손쓰기한 원본을 보고 글의 흐름을 생각 않고 무념무상 기계적으로 입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루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따금 타이핑하면서 바로 퇴고하는 부분도 있다. 공책 스캔하면 자동적으로 인식해서 텍스트 문자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 누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요새 인터넷 사전 보면 그런 프로그램 있던데 그것의 업그레이드판 말이다. (게으름)

 

6. 퇴고

  소설 집필 과정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가장 가~장 중요한 단계다. 시간도 제일 오래 잡아먹는다. 우선 문장 단위로 뜯어보기보다 문단과 텍스트 단위로 글 전체의 ‘흐름’을 먼저 본다. 이 과정에서 한 문단이 통째로 날아가거나 아예 새로 추가하거나 하기도 한다. 흐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문장 단위 점검으로 넘어간다. 오탈자 체크는 물론이며 지나치게 긴 문장을 자르거나 불필요한 문장을 생략하거나 의미 비약이 일어난 부분에 새로이 문장을 추가한다. 손쓰기와 타이핑 단계에서는 글이 차마 눈 뜨고는 못 봐줄 꼴인데 걔를 때 빼고 광내는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어딘가 항상 모자라기만 한 것은 평생 풀리지 않을 숙제라고 할 것이다. 노력에는 끝이 없다.

 

7. 소재 이미지 편집

  <Twilight>은 내가 독자적으로 세계관을 진행시킨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확대 해석이나 한갓 망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철저한 근거를 갖추었음을 내보이기 위한 공식 설정 이미지를 편집하는 과정이다. 역사소설로 치면 사료를 소개하는 부분이다. 항상 한 편이 끝나고 후기 말미에 ‘이번 편의 소재는 다음과 같습니다.’라고 소개한 그거다.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다. 독자들이 미리 숙지하고 있다면 상관없는데, 생각보다 공식세계관이나 이클립스를 안 읽는 사람들이 많다. 날 사퍼로 전도한 친구 녀석만 해도 내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읽으라고 했는데 여태 안 읽고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한 설정 맛보기라고 봐도 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나도 이 소재 이미지를 편집하면서 내가 쓴 내용과 원작 설정 사이에 당착이 있는지 없는지 재점검한다는 것이다. 가령 토마스의 국적을 미국이라고 잘못 쓴 적이 있었는데 블로그에서 들어온 지적에 따라 황급히 캐나다로 고친 적이 있다. 철저하게 머릿속에 집어넣었다고 생각해도 워낙 방대한 양이라 다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들을 다시 확인하고 고친다. 오늘 완결이 났지만 앞으로 책을 낼 때까지 퇴고할 거리가 산더미다. 대표적으로 인게임 프롤로그 모드에 나오는 안개수집장치 파괴 작전을 나는 공식세계관 이후 시점으로 생각하고 써버렸다. 그게 아니라 ‘프롤로그’라는 이름답게 인형실 끊기 작전 이전에 동맹군과 안타리우스와 처음 격돌한 사건이라고 봐야 말이 되는데 말이다. 이런 내가 잘못 이해한 부분들에 관해서는 차차 고쳐나갈 것이다. 내가 연재하는 사이에 신캐가 많이 출시되었으므로 그들에 관한 정보도 더욱 깊이 공부해서 수정할 것이다.

 

8. MP3에 넣어서 읽어보기

  모니터 화면으로 볼 때와 달리 좁은 화면에 한정된 양의 텍스트를 볼 때 오류가 더 눈에 잘 띈다. 이렇게 하는데도 오류가 나오는 걸 보면 내 눈썰미는 고자인 게 틀림없다. 그런 나의 부족한 점을 매의 눈을 지닌 독자님들이 메워줘서 백번천번 감사한다.

 

9. 게시용으로 배열

  원본 텍스트를 완성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업로드하기 위해 보기 좋게 문단 간격을 띄우고 서식을 지정한다.

 

10. 게재

  두근두근. 어떤 반응이 나올까 기대하며 올린다. 내 블로그와 공식 홈페이지에 동시에 게재한다.

 

 

Ⅲ. <Twilight> 해답편

 

― 쥘리에트 벤조니, 「왕비의 침실」, 영림카디널, 2000. 작가의 말


  이 정도 패기(객기라 해도 좋다)가 없었다면 <Twilight>은 쓰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한 번 말해보겠다.
  혹시 아는가. 이것이 진실일지. 그리고 현실이 될지.


여기부터 서술하는 모든 것은 가능성의 문제다.
이는 <Twilight>이 담고 있는 모든 내용을 해설한 것이다.
읽지 않은 이들은 먼저 소설을 읽고 나서 보기를 바란다.


1. 안타리우스: 수퍼문과 노인의 재림

  흔히 우스갯소리로 사이퍼즈는 ‘기-승-전-안타리우스’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실제로 공식세계관부터 시작해서 캐릭터 칼럼과 이클립스 곳곳에 퍼진 안타리우스의 흔적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이퍼즈는 PVP(공성전)에서 회사와 연합으로 나누어 대립한다는 식의 구도를 설정했지만, 세계관과 매우 연관 깊은 두 PVE 모드에서는 회사+연합 동맹군이 안타리우스라는 공공의 적을 물리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안타리우스가 복제능력자 양산과 강화인간 제조를 가능하게 하는 안개수집장치(HQ) 파괴 작전을 수행하고, 진격전에서는 ‘일곱 개의 변주곡’ 작전을 통해 물밀 듯이 밀려오는 안타리우스의 적병을 막아내고 본진을 지킨다. 두 차례의 능력자 전쟁으로 인해 회사와 연합 사이에 생긴 역사적 갈등의 골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힘을 합쳐야만 물리칠 수 있는 악의 축은 결국에는 안타리우스임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세계 평화를 위해 세력 다툼은 잠시 접어두고 임시로 손을 잡고 있는 상태다.

 

  “알고 보면 모든 일의 배후에는 안타리우스가 있었다.” 나 역시 이 편리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대전제로 하여 <Twilight> 집필 계획에 착수했다. 공식세계관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세월이 흘렀을 때 어떤 방식으로 회사와 연합은 다시 안타리우스와 맞닥뜨리게 될까 상상했다. <Twilight>은 그런 세계관의 진행을 위해 쓴 소설이다. 그 진행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것은 바로 ‘수퍼문(supermoon) 현상’이다. 이클립스의 시작에 있는 초월(超月), 그리고 시즌2로 넘어갈 때도 중요하게 이클립스에 거론되었던 바로 그 커다란 보름달 말이다.

 

 

  수퍼문이 사라진 그들을 ‘돌아오게’ 한다고 했다. 나는 ‘그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대체 누굴까 생각했다. 진정 안타리우스가 부활한다고 할 때 누가 돌아와야 그만큼 임팩트가 있을까 고민했다. 부활(Revival)이 망자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의미한다면 「액자」의 계시자인 안타리우스의 수장 구마스 노인이 돌아와 다시금 사이퍼계에 암운을 드리우는 것이 제일 적합하다고 여겼다. 이는 주인공 트리비아와 노인의 연관성을 고려한 처사하기도 하다. 그래서 수퍼문의 불길하고 신비로운 징조와 시바 포가 ‘전쟁을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안타리우스에 가져다준 「액자」, 그리고 옥사나의 복제 능력이 합쳐져 노인을 되살려냈다고 설정했다.

 

2. 여제와 칼날: 안타리우스의 시작과 끝에 가로놓인 운명

  노인이 돌아오는 것만으로는 뭔가 중대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인형실 끊기 작전 이전에 안타리우스는 회사와 연합에 스파이를 심어 제멋대로 사이퍼계를 주무를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노인의 사후 급속도로 쇠퇴하여 잔당들이 자잘한 사건들만 일으켜 약간의 소음만 일으킬 뿐 실세를 쥐지 못했다. 나는 그들이 노인의 부활을 계기로 하여 잃어버린 흐름을 자신들에게로 되돌리기 위해서 맨 처음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그게 바로 그림자 능력자인 트리비아 카리나를 납치하는 일이었다.

 

 

  노인은 한 번 죽음을 맞이하기 전부터 트리비아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어느 날 그리스 길거리에서 인형극을 하고 있던 평범한 노인이 「액자」를 발견하고 신비한 힘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액자」는 노인이 안타리우스라는 종교 단체를 설립할 수 있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이며 수많은 신도들을 끌어들인 원천이다. 안타리우스 그 자체이자 노인의 절대 권력을 상징한다. 그 「액자」 위로 떠올랐다고 하는 아름다운 여인의 형체는 노인에게도 신도들에게도 상서로운 징조이자 또 다른 계시인 것이다. 종교적으로나 민속적인 의미로 혼인은 성숙과 완성을 뜻한다. 아마도 「액자」 위로 떠오른 트리비아는 그런 노인의 가장 완벽한 ‘신부’로서 여겨지는 게 아닐까 상상했다.

 

  트리비아가 「액자」 위로 떠오른 건 트리비아 본인도 그림자를 여는 방법을 터득한 지 얼마 안 되어 이것저것 실험해보다가 우연히 발견해냈을 때였다. 그녀는 당시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던 혼자만의 세계를 발견하고 뛸 듯이 기뻐했을 것이다. 그러니 애정을 담아 ‘트와일라잇’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않았겠는가. 그녀의 외양과 체질, 성격이 빚어내는 타인과의 거리감과 근원적인 고독은 이 현실에서 그녀가 구원을 찾지 못하고 끊임없이 방황하게 만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은 얼마 안 가 노인이 칸도르에 나타남으로써 산산조각 났다. 그림자 능력은 트리비아 고유의 능력이니 노인이 그림자를 열지는 못할 테고 아마도 「액자」가 칸도르로 통하는 통로인 일루전의 방향을 가르쳐주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안타리우스가 일루전을 먼저 찾아내고 점령하게 되면서 트리비아는 곧 자신의 이상향을 맥없이 좌절당해야 했다.

 

  인형실 끊기 작전이 끝나고 안타리우스가 사실상 와해되면서 회사와 연합은 일루전을 공동 관리 아래 두었다. 칸도르는 그곳의 유독 농도가 짙은 안개를 비롯하여 안타리우스에게는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한 ‘성지’나 마찬가지이므로 반드시 탈환할 필요가 있었다. 노인이 부활했다고는 하지만 칸도르를 되찾기 위해 곧바로 전면전을 치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Twilight>은 공식계관으로부터 1년 정도 지난 것으로 설정했다. 그 사이 안타리우스는 현재 본거지를 메트로폴리스로 옮긴 상태라고 가정했다. 포트레너드의 세계수에 숨겨져 있다고 설정한 일루전까지 그들의 군사를 몰래 옮기는 게 힘들었을 것이란 현실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여 그들이 생각해낸 것이 일루전을 통하지 않고도 트와일라잇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그림자 능력을 지닌 트리비아를 납치하는 일이었다. 실용적인 목적도 있지만 노인의 신부를 모셔와 혼인잔치를 벌이고 비로소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겸한다.

 

  이 사건을 통해서 여태까지 비교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트리비아의 그림자 능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다. 최근 업데이트된 캐릭터 칼럼에서 보이듯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고는 있었으나 이렇게 대대적으로 사건이 터져 공식적으로 헤드라인에 오른 것은 그게 처음이다. 이는 안타리우스의 부활과 맞물려 사이퍼계 전체를 위협하는 사태로서 간주된다. 비단 트리비아의 소속인 지하연합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 결과 회사는 연합측에 회담을 제안하고 트리비아에 대한 감시와 호위를 다이무스 홀든에게 맡길 것을 제안한다. 다이무스가 호위역으로 설정된 것은 우선 상당히 강한 능력자라는 이유도 있지만 일찍이 ‘노인을 베었다’는 이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

 

 

  다이무스 홀든은 노인을 벴다. 이 사실은 안타리우스에게 다이무스 홀든이 강력한 위협의 상징으로서 각인되는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저 위의 코멘트에서 보이듯이 그는 검 한 자루로 모든 것을 바꾸어냈다. 나는 자존심 높은 그가 릭 톰슨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못마땅해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쨌거나 그의 참격은 안타리우스 그 자체인 구마스 노인을 제거했다. 이 바꿀 수 없는 사실이 안타리우스가 그 무엇보다 두려워하면서도 미워하는 존재가 다이무스임을 알려준다.

 

  이 일련의 사실들을 죽 보면서 나는 두 주인공이 상당히 재미있는 접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사람은 안타리우스가 숭배해 마지않는 여신이지만 한 사람은 안타리우스가 앞으로 계속 존속해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없애야 할 원수다. 그들의 원수가 그들이 가장 열망하는 존재의 곁자리에서 호위를 한다고 한다면 얼마나 분해할까 하고 생각했다.

 

 

  여기서 다시 보자. 트리비아와 다이무스의 각각 사이퍼 코멘트에는 공통적인 낱말이 하나 들어간다. 바로 ‘흐름’이다. 다이무스는 안타리우스가 만든 모든 흐름을 끊어낸 인물이다. 반면 트리비아는 안타리우스의 끊어진 흐름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인물이다. 안타리우스의 시작과 끝, 그것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두 인물은 어떤 식으로든 엮이게 되는 운명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안타리우스에게 물 먹이는 심정으로 극적 긴장감 조성을 위해 상반되는 처지에 놓인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도 있다. 하지만 한갓 나의 의도를 떠나 안타리우스라는 공공의 적이 다시 표면에 나타날 때 그들과 관련하여 가장 중대한 의미를 짊어지는 두 사람의 접점이 필연적으로 생길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먼젓번 안타리우스를 베어낸 예리한 칼날(BLADE)이 안타리우스가 다시금 살아나기 위해 여제(EMPRESS)에게 뻗쳐오는 마수를 끊어내는 것이다.

 

3. 습격과 화재: 회사와 연합에 대한 이간질

 

  사이퍼계에는 몇 차례의 습격 사건과 화재 사건이 일어났었다. 명왕의 양녀 앨리셔와 다이무스가 습격당했었다. 앨리셔 피습 사건의 경우 범인으로 지하연합 능력자 휴톤이 몰려 오해를 받는 중이었다. 다이무스의 피습 사건의 경우 리버포드 화재 사건으로 흥분한 지하연합 능력자들이 습격을 단행했다. 어느 쪽이든 지하연합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사건이었고, 회사와 연합의 사이가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미 공식세계관에 나와 있듯이 이글이 조사한 것처럼 안타리우스 잔당의 짓임에 틀림없다.

 

 

  앨리셔 피습 사건의 주체는 휴톤의 모습으로 변신한 ‘면도날 날(Jack the Ripper)’이라고 생각했다. 저 위에 보이는 ‘사라진 그들’에 관한 의미심장한 문구를 보건대 잭 더 리퍼는 아직 멀쩡히 살아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잭 더 리퍼가 마음 놓고 살인 충동을 발산하기 위해 안타리우스라는 배출구를 선택했다고 상상했다.

 

 

  다이무스의 피습 사건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리버포드 화재 사건과 동시에 샬럿과 관계 있는 글림듀 화재 사건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 사건에 관한 진상은 22편에서 윌라드의 목소리를 통해서 충분히 풀었으므로 아예 그 부분을 통째로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그에 앞서 간단히 요약하자면 샬럿의 능력이 발현하게 된 계기는 글림듀 화재 사건이었으며, 글림듀 화재 사건은 리버포드 화재 사건보다 시간적 순서로 볼 때 앞서 일어나 회사 능력자 다이무스를 습격하게 만드는 물밑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화재 사건 두 건이 모두 안타리우스가 꾸민 일이었음이 그 문서를 통해서 밝혀졌습니다. 글림듀와 리버포드 화재의 치밀한 연관성이 잘 드러나 있더군요. 글림듀 화재 사건이 일어났을 때 현장에서 우리 회사 소속 STREAMER의 머리 방울과 헬리오스의 문장이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그 때 샬럿이 글림듀에 있었던 이유는 언젠가 그 아이 방으로 ‘엄마, 아빠를 알고 싶지 않니? 오후 세 시까지 글림듀 꽃시계 앞으로 나오렴.’이란 문구가 적힌 익명의 투서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고아라는 점을 알고 일부러 꾀어낸 것이지요. UNDINE가 아니라 샬럿을 택한 점에서 그들의 간교함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샬럿의 능력은 작은 물줄기를 만들어내는 수준밖에 아니었습니다. 마를렌이 책임지고 돌보고 있었다곤 해도 자기의 불안한 입지에 대해 아이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었던 게지요.

 

  가엾은 샬럿은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결국 홀로 약속 장소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갑자기 불이 난 겁니다. 겨우 물장난만 칠 줄 알던 아이의 능력이 ‘격류’라는 이명이 붙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강력해진 계기가 바로 그 때였지요. 불을 끄기 위해서 아이가 제 잠재력에 스스로 눈을 뜬 것입니다. 낯선이와의 약속도 잊고 열심히 말이죠. 불이 거의 다 꺼져 갈 때쯤 낯선 여자가 다가오더니 ‘네가 샬럿이니?’라고 물었답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여자는 웃으면서 줄 달린 인형만 말없이 내밀고는 돌아섰다지요. 샬럿이 그제야 자기가 거기 나간 진짜 목적을 생각해내고 부모의 행방을 물었답니다. 그 작자가 ‘그건 다 거짓말이란다. 너희 엄마 아빠 같은 건 없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불속에서 발견된 머리방울은 샬럿 본인도 불을 끄다가 경황없이 떨어뜨린 줄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걸 주워서 일부러 헬리오스 문장과 함께 발견되도록 조작한 것은 그들이었습니다. 이 모든 건 그 계획서와 샬럿 본인에게 들은 증언을 종합한 내용입니다.

 

  그 뒤에 리버포드 화재 사건이 일어났죠. 글림듀 화재 사건 마무리가 흐지부지되고 만 것이 이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라고 할 것입니다. 글림듀는 엄연히 우리 회사 관할이고 거기서 우리 문장이 발견되었다고 한들 방화범이 유치하게 우리를 우롱하려는 짓거리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인형이야 아이가 누군가에게 선물 받았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고 말입니다. 마리오네뜨에서 연상되는 사실에서 애써 눈을 돌리고 싶었던 것도 부정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허나 리버포드는 엄연히 연합의 관리 구역인데 거기서 헬리오스의 문장이 발견된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지요. 당시 회사와 연합의 사이가 몹시도 좋지 않았다는 점도 거들었고 말입니다. 가뜩이나 SAINTE를 습격한 괴한의 정체로 BOXER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까.

 

  일부 연합 능력자들이 분기탱천해서 글림듀로 간 것도 안타리우스의 계획된 시나리오였습니다. 글림듀 화재 사건이 실제로는 회사의 자작극이면서도 회사를 모함하려는 X맨의 소행이라고 결론내린 것은 리버포드 방화를 위한 복선이었다는 것입니다. 유사 범죄이므로 똑같은 X맨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도록 먼저 손을 썼다는 말이죠. 보통 자해하면서까지 남을 상처 입히기란 쉽지 않다는 심리전을 회사가 글림듀에서 먼저 펼쳤다는 논리입니다. 의기투합한 연합 사이퍼들은 직접 글림듀를 조사해보려는 의도로 그리로 갔다고 하지요. 그런데 하필 그날 글림듀 화재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받고 나온 BLADE가 거기 있었습니다. 연합 능력자들은 그가 증거를 은폐하려 한다고 성급히 판단하고는 분노하여 집단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실로 애석하고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4. 능력증폭자 헬레나 하스, 미니&앰피 

 

  안타리우스와 확실히 관련된 사항 두 번째에 해당한다. 08편 가장 첫머리에 헬레나 하스가 어떤 사람이며 왜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ESPER로, 안타리우스로 갔는지에 관해 나름대로 풀어보았다. 헬레나는 안타리우스에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다. 아마도 강화 인간을 제조하고 일반 사이퍼들의 능력 또한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약물은 다 헬레나의 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08편에 우리가 인게임에서 보는 스프린터, 타즈, 파이크 같은 도핑 약물은 모두 헬레나의 강화 능력이 깃든 피에서 추출하여 만들어진다고 설정해보았다. 안타리우스가 세력을 확장하는 데 아주 혁혁한 기반을 제공한 셈이다.


  더 나아가 헬레나는 안타리우스로 가서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다고 했는데 그 일 가운데 하나가 아마도 의문으로 남은 흑염과 칼라의 죽음과 관련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당시 흑염은 자신의 노쇠함을 느끼고 아들인 검은 두건 칼라에게 흑염 통제법을 전수하고 있다고 했다. 흑염이 자신이 살면서 익힌 어떤 전투 기술을 훈련시키는 것도 있지만, 당시 칼라의 흑염 통제력은 아직 불완전한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서 헬레나 하스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을 찾았다. 회사와 연합이 회담을 앞두고 있을 당시 먼저 회담장에 도착한 하이드와 칼라를 잭 더 리퍼와 헬레나 하스를 비롯한 몇 안타리우스의 사람들이 은밀하게 습격한 것이다. 헬레나가 칼라의 능력을 폭주하게 만든 뒤에, 아들의 폭주에 당황해서 막으려던 하이드를 잭 더 리퍼가 칼라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죽였다. 하이드가 죽고 난 뒤에도 칼라의 능력을 한동안 계속 폭주하도록 놔둔 뒤에 불길이 충분히 번진 다음 칼라도 처리했다고 생각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17편에서 다루었다.

 

5. 포트레너드의 슬픈 인연 

 

  카인레나, 루이트리와 함께 공식 연인의 입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비극적인 인연을 자랑하는 커플이기도 하다. 안타리우스를 이야기할 때 결코 이 두 사람은 빼놓을 수 없다. 서로의 이니셜이 새겨진 반지를 나누고 장래를 약속할 만큼 깊어진 사이였는데, 그런 달콤한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간 안타리우스 아닌가. 레나는 지금으로서는 막연한 그리움에 사로잡혀 있을 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기에 더 괴로워야 하는 카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 사항을 다루자면 세계관에는 안타리우스의 광신도이자 이사벨의 스토커였던 사람이 그녀를 안타리우스로 납치해갔다고 되어 있다. 헌데 당시 카인은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사람을 넘기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타깃이 이사벨이었다. 이 두 가지는 대체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캐릭터 칼럼만 봤을 때는 그 당시 태동하고 있었던 안타리우스가 강화인간의 ‘재료’를 끌어 모으기 위해 사람을 모으는 줄로만 알았다.  그게 아니라는 소리인가. 그럼 카인은 대체 누구에게 지시를 받고 무엇 때문에 이사벨을 타깃으로 하여 그녀를 넘겨야 했는지 나로서도 잘 모르겠다.

 

  이 슬프고 슬픈 인연을 둘러싼 관계망은 매우 복잡하다. 우선 나이오비를 들어야 할 것이다. 격렬한 애정을 갈구하는 그녀는 디시카에서 부처와 오토의 교묘한 꾀임에 넘어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그저 기뻐하며 그들이 말하는 대로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관에 표현된 드니스의 도발이라는 것이 아마도 사실은 자신이 그들에게 속아 실컷 이용만 당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폭로한 것은 아닐까 하는데, 그 사실을 알고 디시카를 거의 전소시켜버렸다. 그런 절망 한가운데 구원자 카인이 손을 내밀어주었다. 그때 나이오비의 자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중한 에밀리아를 잃고 더 어두운 수렁에 빠져있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카인이 내미는 구원은 더욱 나이오비에게 절실하고 결정적이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다음으로 안타리우스의 사신, 아이작. 등장 대사에 “토끼는 어디 갔나” 하는 대사부터 레나에 대한 심상치 않은 집착이 느껴진다. 아이작이 레나에게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은 일종의 ‘질투심’이 아닐까 한다. 아이작은 끔찍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 기꺼이 강화 인간이 되는 길을 택했지만 끝끝내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잊었음에도 ‘그립습니다’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과거르 떠올리려고 하는 레나는 괜스레 울화가 치미는 대상이 아닐 수 없다. 16편 말미에 쓴 아이작 대사를 보아 알 수 있듯이 괜한 화풀이 같은 것이기는 해도 절대로 아이작은 레나가 카인을 만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철저히, 집요하게 훼방 놓을 것이다. 그게 마치 자기가 보상받는 길이라는 듯이.

 

6. 오스트리아 황실과 프리츠 가문 

 

  프리츠 가문의 스토리는 정말이지 뭐 다 숨길 것도 없이 다 드러나 있기는 하다. 근데 이상하게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안 오는 것이 참으로 이상하다. 사실 나한테는 크게 매력적이지도 않다. 정말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조작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게 느끼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거라고 확신한다. 이클립스에 다 드러나 있으므로 여기서 구태여 부연 설명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프리츠 가문과 관련된 이야기는 내가 다루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쓴 것은 아니다. (충격 고백?) 어디까지나 안타리우스라는 공공의 적과 관련 있는 모든 요소들을 아우르고자 했기 때문에 의무감으로 챙겼다고 할 것이다. 2차 창작이기에 내가 다루고 싶은 것만을 다뤄서는 안 되었다. 외면하고 싶더라도 엄연히 있는 사실들에 관해서 정중하게 취급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프리츠가가 안타리우스와 관련해서 짊어지는 의미는 아마도 안타리우스의 지대한 ‘영향력’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예시라는 점이 아닐까 한다. 불과 생긴 지 10년밖에 안 된 단체가 오스트리아 명문 귀족가인 프리츠가에도 마수를 뻗칠 정도로 강력한 세력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심지어 오스트리아 황실에마저 침투해 자기들 입맛대로 정국을 이끌고 나가는 무서움을 지녔다. 사실 일반적인 종교 단체가 이러기는 힘들 텐데, 이번 제레온 아이템 코멘트에 나와 있는 것처럼 안타리우스가 사실은 예전부터 모습을 바꿔서 역사의 이면에서 역사를 조종해온 모종의 세력임을 암시한다. 늘 역사의 흑막에서 자리했던 세력이 이번에는 안타리우스라는 옷을 입고 변장하고 나타난 것뿐이라고. 물론 <Twilight>은 안타리우스의 관거의 모습까지는 상정하고 만든 이야기는 아니다.

 

7. 드로스트 가문과 어둠의 능력자

 

  사실 드로스트 가문과 어둠의 능력자는 <Twilight>의 중심 이야기에서 살짝 비껴나 있다. 위의 라파엘 반 더 바르트라는 독심술사의 발언에서 드로스트 가문이 안타리우스와 모종의 결탁 관계에서 있다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킁킁) 나는 드로스트 가문이 안타리우스와 손을 잡은 것은 ‘기억은폐술’ 때문이라고 가정했다. 드로스트 가문은 혈연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염동력자를 모아 양성하고 자기 가문 사람으로 만들어 네덜란드 각계각층에 심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기억’이라는 요소는 안타리우스와 관련하여 상당히 중요한 제재로서 사이퍼즈 세계관 안에서 기능하는데 드로스트 가문도 예외는 아니다. 10편에 당주 로벤 드로스트가 “기억만 갈아치운다면 과거에 그가 누구였던 우리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라고 썼듯이 그 사람을 그 사람이게 하는 것이 바로 기억이다. 드로스트는 가문을 더욱 폐쇄적이고 견고하게 하기 위해 배신자가 아예 나오지 않도록 안타리우스의 손을 빌려 기억을 갈아치우는 작업을 했던 게 아닐까 한다.

 

 

  미쉘과 린의 접점은 저 입수된 편지를 보면 미쉘이 원하는 모종의 ‘대가’를 린이 가지고 있으며 린이 그것을 구실로 자기를 구해달라고 하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미쉘이, 더 나아가 어둠의 능력자 집단이 드로스트 가문에게서 어떤 진실을 원하는지 그것이 중요하다. 그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일단 여기서는 침묵하겠다.

 

8. 「액자」와 시바 포: 국면을 움직이는 JOKER

  사실 사이퍼가 생겨난 계기는 거대일식(The Great Eclipse)이지만 사이퍼계에 다사다난을 일으킨 것은 이 「액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에서 말한 것의 반복이 되지만 안타리우스의 시작을 일구어낸 기적의 물건이면서 그 이후에도 사이퍼계의 모든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개사기템이다. 「액자」가 없었더라면 안타리우스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노인은 일루전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며, 트와일라잇은 어쩌면 정말로 트리비아 혼자만의 세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액자」에 대해 생각하면서 수많은 의문을 품었다. 이 「액자」는 세 번째 환영의 도시 칸도르가 생기면서부터 함께 그냥 뜬금없이 생겨난 걸까, 아니면 원래 그냥 길거리에서 팔던 평범한 해질녘 그림에 거대일식의 영향으로 비범한 힘이 깃든 걸까? 논리적으로 보면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지만 나는 다 떠나 우선 트와일라잇이 ‘액자 속 도시’라는 점에 주목했다. 일루전이라는 통로가 있는 것을 보아 「액자」를 통해 칸도르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액자」 속에 존재하지만 「액자」 자체가 트와일라잇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액자」에 트와일라잇의 하늘을 나는 트리비아의 모습이 비치기도 했다면, 그것은 트와일라잇 자체의 풍경을 그린 것은 아닐까 하는 가설을 확립했다. 트와일라잇 최초의 발견자라고 알려진 트리비아 이전에 누군가 먼저 그곳을 발견하고 그 풍경을 그린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4편에서 토니 리켓이 말한 것처럼 바로 ‘화가’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화가는 누구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본 세계관에서 ‘그랑 플람이 세 번째 환영의 도시를 찾으러 떠났다’라는 부분이 눈에 번쩍 뜨였다. 그랑 플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현존하지 않는다. 그의 모험에 함께 했다는 캐링턴 경도 사실을 전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진실은 베일에 싸여 있는 상태다.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증명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야말로 수수께끼의 전설로 남았다.
 
  일단 나는 그랑 플람이 끝내 소문으로만 떠돌던 마지막 환영의 도시를 찾아냈을 거라고 가정했다. 그 다음으로 그랑 플람의 사적을 뒤져 어떤 사람일까를 머릿속으로 빚어보았다. 그랑 플람은 평생을 능력자의 권익 보호 및 비능력자와의 조화를 꾀하는 데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그 때문에 지금도 사이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다. 그가 능력자였는지 능력자가 아니었는지는 확실하게 나와 있지 않은데 나는 비능력자라고 설정했다. 그리고 그랑 플람이 혹시 비능력자로서 능력자를 부러워했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마틴이 능력을 가지지 않았을 무렵 비행능력자를 동경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하늘을 같이 나는 상상을 했다고 되어있듯이, 민간인들 중에도 능력을 바라는 인물들은 제법 많았을 것이다. 까미유도 유전자 변이를 통해 비능력자의 능력자화를 도모하겠다는 야망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그랑 플람은 비록 자기자신은 능력을 타고나지 못했지만 어려운 능력자들을 후원하여 그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받음으로서 대리만족한 것이다. 19편 가장 첫머리와 마지막 에피소드에 그랑 플람의 그런 심리와 사정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썼으니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액자」가 지닌 진실에 이어 그 「액자」를 메트로폴리스로 가져갔다는 시바 포의 행방이 <Twilight>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 사실 트리비아와 다이무스가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그녀의 말마따나 진정한 주연은 그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바 포에게 자기를 제외한 모든 인간들은 그저 자기를 돋보이게 해줄 조연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는 그럴 만한 자격과 능력을 갖추었다. 그리고 인형실 끊기 작전 당시 독자적으로 「액자」를 들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노인이 행하는 기적의 원천이 「액자」라는 것을 알고 한창 사이퍼계의 관심이 그 물건에 집중되었을 때다. 그런 물건을 제것으로 만들어 드라마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고자 했다.

 

  나는 시바 포가 하필이면 메트로폴리스로 가져갔다고 한 이유는 그곳에 안타리우스가 다시금 재기의 기회를 엿보기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업데이트된 캐릭터 칼럼에서는 ‘부탁하는 사람에게 주는 건 너무 뻔해서 재미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형실 끊기 작전이 끝난 직후 안타리우스 노인이 죽은 이상 안타리우스의 회생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동맹군은 판단하지 않았을까. 평화의 시대가 마침내 도래했다는 안이함도 있었을 것이다. 시바 포는 그런 심리를 노려 이미 메트로폴리스에도 또 다른 본거지를 마련해둔 안타리우스를 찾아가 「액자」를 건네고 동맹군과 안타리우스의 두 번째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꾸미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물론 23편 마지막에는 이제 안타리우스라는 카드는 써먹을 대로 써먹었으니 다른 흥밋거리를 찾아서 그녀는 떠날 것이다. 하지만 안타리우스만큼 사이퍼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반동 세력이 현재로선 없다는 점에서, 결국 「액자」는 안타리우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건 아닐까? 그건 현재 「액자」의 주인인 시바 포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녀가 아무리 무엇에도 종속되지 않고 사이퍼계의 사건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조커 같은 존재일지라도 말이다.

 

Ⅳ. Q&A

01. 앞으로 <Twilight>의 속편 또는 사이퍼즈 세계관을 사용하신 소설을 또 연재하실 건가요?

▶ 이 후기를 계속 읽어 내리다 보면 알게 되실 겁니다.

 

02. <Twilight>을 끝내고 나서 단편을 몇 가지 연재하실 생각이라고 들었는데 과연 어떤 작품을 연재하실지 궁금합니다.

▶①트리비아&미쉘 <투영(Reflection)>
  ②데샹미쉘피터 <교란(Disturbance)>
  ③마틴트리 <Silent Night>
  ④쌍충 <OMERTA - 부당거래 ->
  ⑤트리비아 카리나 <Broken Wings>
  ⑥이작레나 <질투(Envy)>
  ⑦루이트리 <The Devil is mine> & <Devil may cry>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03. 글 쓰실 때 전체적으로 계획을 세워놓고 쓰시나요, 아니면 그냥 손 가는대로 쓰시나요?  그것도 아니면 반반무마니?

▶ 소설 제작 튜토리얼에서 충분히 답변이 되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결론은 반반무마니라는 소리죠. (아, 통닭 먹고 싶다......) 물론 계획의 비중이 85퍼센트, 쓰는 과정에서 추가하는 것이 15퍼센트입니다.

 

04. 이후에 공개된 이클립스와 설정들을 반영하고 수정하셔서 단행본을 내실 의향이 있다고 하셨는데 언제쯤 낼지 계획을 세워놓으셨나요? 또 만드신다면 택배로도 구입할 수 있나요? 
▶ 일단 퇴고 작업이 꼼꼼하게 이루어지는 게 우선이겠지요. 절정부가 끝나고 22편을 업로드하기까지 약 3주간 정리 삼아 얼추 고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모자란 부분이 많습니다. 이 퇴고 작업에 최소한 두세 달은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한테도 일상이란 게 있으니 그보다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고요. 실제로 책을 언제 내게 될지는 사실상 저도 모른다고 답변드려야겠네요. 먼젓번 후기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책 내본 경험이 없어서 저한테는 모든 것이 맨땅에 헤딩인지라...

 

  그래도 대충 말씀드리자면 내년 1월이나 2월 코믹월드에서 독자님들이 <Twilight>을 만나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막연한 제 소망입니다. 물론 통판도 합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제가 낯을 심하게 가리는 편이라 부스 안 내고 아예 통판만 할지도 모릅니다. 그쪽이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니 부스는 안 내더라도 통판은 꼭 합니다. 부스를 내더라도 저는 부산 사람인지라 부코는 내도 서코는 안 낼지도? 그러니 서울 인근이나 부산 인근에 살지 않는 분들께서는 걱정 붙들어 매셔도 됩니다.

 

05. 레베카는 살아있는 게 맞겠죠?

▶ 레베카를 빠짐없이 기억해주시는 독자님들께 우선 제가 폭풍 감동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수많은 사이퍼들과 그밖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도 한 명 한 명의 행방을 걱정해주시다니...! 이것이 내 자식이 남들한테 칭찬받는 기분인가? (아니거든) 사실 원래 23편에 넣으려다가 그 편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에 누락시킨 에피소드가 바로 레베카와 호타루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22편에 들어갔어야 맞는데 그 때는 못 썼던 거죠. 이미 저번 주 금요일에 22편에다가 살짝 추가해두었습니다. 알아차리신 분들이 있으실지? ㅎㅎ 보고 싶으신 분들은 22편에 잠깐 다녀오시죠.  

 

06. 안타리우스에 노인이 없는 이상, 안타리우스 소속 사이퍼들이 이탈한다거나 해서 세력이 약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우선 안타리우스는 모태가 사이비 종교 단체로서 기본적으로 ‘광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야말로 노인이 액자를 통해 일으키는 기적에 경도되어 자기들의 수장은 다시 살아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Twilight> 본편에서도 자주 거론했지만 그들의 행동 원리는 이성적이지 않습니다. 안타리우스가 지금과 같이 성장하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은 옥사나가 조직의 브레인 역할을 했기 때문인 것은 맞습니다. 허나 결국 모태는 종교 단체임을 저는 염두에 두었습니다. 사람을 그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감정이거든요. 게다가 ‘이탈하면 죽음’이라는 암시를 무서운 그들은 공공연히 걸어두었을 겁니다. 그 유명한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라는 말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상과 교리에 취한 광신도들은 걱정할 거 없지만 실체를 알고 슬그머니 발을 빼려고 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었겠지요. 그런 먹잇감을 놓칠 그들이 아닙니다.

 

07. 스텔라는 남동생 때문에 안타리우스에 남아있던 건데, 이번에 업데이트된 캐릭터 칼럼에 의하면 이미 남동생은 안타리우스의 요직에 있다고 하던데... 그러면 스텔라는 앞으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게 될까요?

▶ 스텔라는 아이작처럼 기억을 잃어버린 게 잃어버린 척 하고 있을 뿐이죠. 물론 스텔라는 아이작처럼 잊고 싶은데 잊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잊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잊은 척 하고 있는 케이스이지만 말입니다. 아마도 그렇게 해서라도 부지하고 있는 기억 속에 남은 옛 남동생의 흔적은 현실에서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슬프게도. 그는 안타리우스의 사상에 뼛속깊이 감화되어 친누나조차도 그저 안타리우스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하나의 부품으로밖에 보지 않겠지요. 오히려 강화 약물이 체질에 맞아 안타리우스를 위해 더 뜻 깊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라고 모질게 말하지 않을까요.

 

  현재 나온 세계관에서 스텔라는 조직을 나와서 생활하고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Twilight>에서는 스텔라가 여전히 안타리우스에 남아있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결국 그것도 다 남동생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언젠가 자기가 아는 남동생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강화인간으로서 계속 살아가려는 게 아닐까요. 어쩜 안타리우스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들은 이리도 운명이 기구한지 모르겠습니다.

 

08. 글을 쓰실 때 영향을 받은 작가, 작품이나 즐겁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 ‘영향’이라는 말을 보니 약간 답변하기에 부담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의 계기가 된 작품은 분명히 있으므로 그것을 소개하겠습니다. 다들 잘 아시는 겁니다. 조앤 K. 롤링 여사의 <해리 포터> 시리즈입니다. 뭐 문체가 어떻느니 하는 문제를 다 떠나서 ‘꿈’을 심어줬습니다. 저는 ‘상상력’, ‘창의성’이란 덕목을 상당히 중시하는데 그 기인이 된 게 <해리 포터>입니다. 마법사나 드래곤 같은 건 그 이전부터 전설 속에 존재해왔던 거지만, 명백히 현대에 우리와 함께 공존하는 마법사와 마법학교가 있다는 그 발상과 디테일에 흠뻑 빠졌죠.

 

  비유컨대 <데스노트>를 처음 봤을 때와 충격과 같달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누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는데 노트에 이름을 써서 죽인다는 그 발상이 아주 죽이지 않습니까.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보고 꿈꿔봤지만 그것의 디테일을 살려 풀어내는 게 작가의 능력입니다. 저를 꿈꾸게 해준 작품입니다. ‘나도 이런 작품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안겨다줬죠. 게다가 <해리 포터> 시리즈가 마음에 드는 것은 우리가 칭송하는 영웅에게도 추악한 이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는 점입니다. 선인은 마냥 선인이 아니며 악인도 마냥 악인이 아닐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물론 볼드모트는 나쁜 놈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알버스 덤블도어와 세베루스 스네이프죠.

 

  다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소설에서 무엇보다 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짜임새가 없는 소설은 단순한 끄적거림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도 한낱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지만 언제나 ‘전체’를 보고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우선 구성 면에서 최고로 꼽는 작품은 소설보다는 아라카와 히로무의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입니다.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라서 다들 들어보셨을 테지요. 개인적으로 일본 소년 점프류 만화처럼 한 번 인기를 얻으면 길게 가는 만화를 안 좋아합니다. (그만큼 디테일이 재미있어서 재미있게 보기는 합니다만) 과도하게 줄이거나 늘리는 일 없이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한 대로 쌈빡하게 흘러가다 끝나는 작품을 선호하죠.

 

  제가 여태까지 본 만화 가운데 최고로 꼽기도 하는 이 <강철의 연금술사>는 구성이 아주 뛰어납니다. 작품 전체의 분량과 완급 조절, 인물 묘사, 교훈, 감동 어느 것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제가 <Twilight>을 쓰면서도 상당히 신경 썼지만 ‘사건과 감정의 조화’를 중시합니다. 사건만 있다면 단순한 기록물에 지나지 않을 않습니다. 그 안에 있는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감정 노선이야말로 소설의 미학을 담당하는 부분이죠. 물론 감정에만 치우쳐도 그건 일기장이지 소설이 아닙니다. 사건 속에 사람이 있고 사람없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썼습니다.

 

  그 유명한 <진주 귀고리 소녀>를 쓴 트레이시 슈발리에도 좋아합니다. 이 작가는 매우 지적인 우아함을 갖고 있다고 평가 받는 작가인데 지적이라는 점에서 아라카와 히로무와 공통점이 있죠. <강철의 연금술사>는 캐릭터북이랄까 설정집이 세 권이나 되는데 그 안에 인물 소개뿐만이 아니라 연금술에 관해서 작가가 조사한 방대한 자료가 나와 있습니다. 그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작가가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연구했는가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와 더불어 <버진 블루>, <여인과 일각수>도 현대가 아니라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마치 작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 풍경을 보고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찬사를 듣습니다. 그 정도로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았다는 증거죠. 저는 이렇게 지적인 경향이 잘 드러나면서도 구성이 깔끔하고, 문체 또한 아름다운 작품을 좋아합니다.

 

  아멜리 노통브도 좋아합니다. <살인자의 건강법>이 대표작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적의 화장법>을 최고로 꼽습니다. 지문이 거의 없고 대화로만 진행되는 형식적 측면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작가 특유의 다소 괴기스럽고 유머러스하며, 매우 철학적이고 상징적인 의식 구조가 마음에 듭니다.

 

  국내 작가와 작품을 들면 말할 것도 없이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들 수 있겠네요. 조세희의 문장은 가히 천재적이죠. 아주 간결하고 짧은 문장인데 접속사를 쓰지도 않고 문단을 구성하는 그 문체를 동경합니다. 문장력이 매우 딸리는 저로서는 이 <난쏘공>은 몇 백 번 필사해도 모자람이 없죠. 괜히 몇 십종에 달하는 국어교과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이 작가의 투철한 사회의식도 마음에 들고요. 정미경의 작품도 좋아합니다. 메마른 도시 감성이 엿보이는 작가인데 제가 그런 감성을 좋아해서 그런지 이 작가의 작품은 빠짐없이 다 봤죠. 무릎을 탁 치는 문장 표현도 많고요. <밤이여 나뉘어라>,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나의 피투성이 연인>, <아프리카의 별>, <내 아들의 여인>,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등 좋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09. <Twilight>의 테마곡을 선정한다면 어떤 노래가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고 생각하시나요?

▶ 윽, 제가 제일 자신 없는 질문이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저 이런 거 진짜 못하는데....ㅠㅠ 여러분이 생각하기에는 어떤 곡이 제일 잘 어울릴까요? 음악 들으면서 이건 <Twilight>의 주제곡이다 싶은 음악이 있으면 언제든지 제게도 귀뜸을 해주십시오. (이것은 마치가 가수가 가사를 까먹었을 때 팬들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것과 같은 행동 원리) 

 

  우선 황혼녘의 세상이 온통 따뜻한 색으로 뒤덮이는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한 곡은 Angela Aki의 <黃昏(たそがれ)>입니다. 가사는 차치하고 느긋하게 흘러가는 보컬과 반주가 황혼 특유의 느낌과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트리비아와 다이무스 두 주인공이 <Twilight> 안에서 겪어야 했던 우여곡절과 기구한 운명 같은 경우에는 아시겠지만 21편에 <kalafina-Sapphire>라는 곡을 BGM으로 지정해두었죠. 개인적으로도 이 아일랜드풍 요정의 노래를 하는 kalafina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아, 참고로 음악과는 관계없지만 제가 가까이서 얻은 황혼의 이미지는 저희 집 서쪽으로 창이 난 작은방입니다. 예전에 트위터에도 올렸던 사진인데 한 번 보시죠. 그 전에도 전라남도 부안 채석강에 여행간 적이 있을 때 거기서 보았던 일몰 풍경을 상당히 감명 깊게 본 것도 창작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10. 사이퍼즈를 시작하신 계기가 뭔가요?

▶ 정확히 2012년 1월 1일 친구집에 놀러 갔더랬습니다. 그 친구는 웬만한 게임은 두루 섭렵하는 대단한 녀석인데 그 날 제게 보여주었던 게임이 바로 사이퍼즈였습니다. (타이틀: 운명적 만남) 그 때 마를렌이 킁거를 만들어서 요망하게 어른들을 깔아뭉개는 장면이 매우 인상 깊었죠. 린이 구석에 장벽을 치고 적군을 몰아넣어 신명나게 가위질하며 적군을 썰어대는 장면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때는 공린을 하는 유저도 많은 시절이었죠. 한 번 해보라고 하기에 지금 브뤼노와 요기 라즈가 나오기 이전의 튜토리얼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그런 1인칭 시점 느낌 나는 게임은 별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에임 잡는 것도 힘들고 설상가상 어지럽기까지 하더군요. 게임 자체를 진득이 즐겨본 적이 없어서 더 생경했습니다. 게임 문화에 대해 어떤 편견이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장려해야 할 한국의 문화 산업이라고 생각하죠. 다만 그런 의식과 실제 플레이는 조금 다르달까. 그나마 제일 오래 한 게임이라고는 디아블로 1이었나. 그마저도 활아마 64렙까지만 찍고 그만뒀던 기억이 나네요.

 

  ‘대체 이런 걸 어떻게 해!’라고 외치면서도 어느새 집에 가서 열심히 튜토리얼에서 철거반을 때려잡고 있는 저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1급부터 시작해서 립 매너 몰라서 욕도 한바가지로 먹어보고, 셀렉 코인 핸디캡 모르고 캐릭 레벨 10이 될 때까지 트리비아만 줄창 셀렉하고, RPG와 달리 팀 내분 나서 멘붕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그렇게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50급을 찍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한 30몇 급쯤부터는 오늘의 사이퍼즈에 올라오는 멋진 팬아트들을 보면서 공식세계관 및 방대한 떡밥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글쟁이다 보니 떡밥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소설을 쓰고 싶다는 욕구로 연결이 되었고 그 결과가 오늘 완결이 난 이 <Twilight>입니다.

 

11. 사이퍼즈 최애캐 TOP5는?

 

①트리비아 카리나: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그대들은 이미 나의 깊고 넓은 트리비아에 대한 사랑을 충분히 알지니....는 뼈있는 농담이고요. 우선 공식세계관에 대한 정보가 없었을 때부터 단순히 외양만 보고 끌렸던 게 트리비아입니다. 제가 쿨뷰티에 환장하고 어둡고 얼음장 같이 차가운 미녀를 좋아하는데 그 취향에 한껏 부합되는 게 트리비아였습죠. 하물며 입고 있는 옷 디자인은 물론이며 색깔마저도 강렬한 적과 흑의의 대조! 근데 피부는 투명하리만큼 새하얘! 그야말로 아름다운 뱀파이어의 인상! 그대와 나는 운명!

 

  하지만 저는 단순히 외모만으로 그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지 않습니다. 외모보다 더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알맹이죠. 성격이 제 취향에 부합하지 않으면 아무리 남들이 예쁘다고 해도 눈에 안 들어옵니다. 사실 트리비아보다 예쁜 캐릭터는 얼마든지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못 봤지만 <<<<) 저는 트리비아의 다크한 성격을 사랑합니다. 타인을 싫어하여 극단적으로 좁은 인간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지금 여기’에 절망하여 혼자만의 세계를 찾아 헤매는 그 고독함에 흠뻑 빠졌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마음 가운데 어딘가 비틀리거나 광기를 품었거나 칠흑 같은 어둠이 있는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제가 어둠의 자식이기 때문이죠. (크큭, 흐/콰/한/다.)

 

②미쉘 모나헌: 미쉘은 사이퍼즈를 갓 시작했을 때는 바로 구입할 수 없는 캐릭터죠.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사이퍼즈는 아무래도 게임이다 보니 미쉘을 구입하고 플레이가 손에 맞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세계관에서는 트리비아의 연락을 받고 도움을 주었다고 하는데, 둘이 그냥 좀 아는 사이인가 하고 별로 강하지 않은 의문만 품었더랬습니다. 그 시점에는 그 정도였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이클립스가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았던 탓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맛폰 유저가 아니었기 때문에 앱북을 볼 수 없었죠. 하지만 이클립스가 공개되고 이 아이도 상당히 불우한 과거를 짊어지고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내면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되었죠.

 

  게다가 그 때 한창 “장밋빛 로즈를 내게 줘” 인기투표 도중이었는데 그 때 3차 압타 히든 3일짜리를 뿌렸었죠. 물론 모든 사이퍼들은 기본룩이 갑이지만 그 압타 입은 미쉘 보고 진짜 뿅 갔습니다. 으아니,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 대표캐릭터로 설정하지 않는 한 인게임에서는 앞모습을 못 보잖아요. 그 3차 압타를 차분히 감상하려고 대표캐릭터로 미쉘을 설정했는데 그 하얗게 탄 매력적인 눈동자가 그제야 들어왔습니다. 그 눈 때문에 그 아이가 받았을 차별과 상처에 관해서도 생각해봤고요. 미쉘에 대한 애정은 피터가 나오면서부터 더 치솟았습니다. 피터에 대한 죄책감, 그게 미쉘을 더 한층 애정하게 만든 요소입니다. 하물며 미쉘 이클립스 보시면 알겠지만 트리비아와의 관계가 많은 의문점을 낳고 있는데다가 ‘트리비아의 다크한 면이 소통의 계기가 되었다’는 부분에서 크리티컬 히트를 먹었습니다. 단언컨대 트/리/미/쉘의 우정은 가장 완벽한 관계입니다!!!!

 

③다이무스 홀든: 사이퍼즈를 즐겨 하는 사람 중에 다이무스 안 좋아하는 사람 있나요? 여성 유저는 물론이며 남성 유저의 사랑까지 두루 받는 전무후무한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물론 예외가 아니고요. 오스트리아 명문 귀족가의 차기 당주, 머리 좋은 은행원, 크게 미남인 건 아니지만 강인하고 남자답게 생긴 외모, 검으로 감히 맞설 자가 없다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검사라는 사실 등등 일단 갖추고 있는 스테이터스만으로도 완벽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바깥 스테이터스 때문에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다이무스 유니크 바지 펄션 필러에 있는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시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이 코멘트가 없었다면 저 이 녀석 안 좋아했을 겁니다. 그냥 말하는 싸가지 밥 말아먹은 재수없는 귀족놈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다이무스는 주변의 기대와 그 책임감으로 인해 과도한 짐을 지고 살아가는 과정에 불평불만하지 않으면서도 은밀하게 여유와 평화를 동경하는 소망을 지닌 사내였던 겁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철저한 이성으로 무장한 듯한 사내에게도 연분홍빛 꽃잎 같은 감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이 좋습니다.

 

④윌라드 크루그먼: 유능유능한 이사님이십니다. 사실 원래 이 자리에 까미유 데샹이 있었으나 그 분은 어느새 하락세를 치고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이사님이 박차고 올라오셨습니다. (어쩐지 제가 좋아하는 남캐들은 다 회사에 몰려있는 경향이 있군요.) 제가 원래 존댓말 캐릭터에 약합니다.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하지만 어딘가 수상한 권력자를 매우 좋아하죠. 제가 흑막을 사랑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걸 다 흑막으로 처리해버리는 풍조를 경멸합니다.

 

  뭐 조금만 수상하다 싶으면 알고 보니 전부 저놈이 꾸민 짓이었고 저놈이 다 나쁜 거였다 하는 억측 별로 안 좋아합니다. 오히려 그 행동의 이면에 선한 의지가 있다고 보는 걸 좋아하죠. 난 착해 착해 하고 드러내는 캐릭터보다는 드러내지 않고 선행을 베푸는, 오히려 대의를 위해 오명을 뒤집어쓰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브라질 농민 반란의 중심에 선 것도 다 이사님이 착한 분이시라는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요. 물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정함이 있으실 듯하지만요. 이사님은 결코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닙니다. 헬리오스이 총수가 되겠다는 야망을 지니고 있죠. 허나 그게 한낱 사리사욕이 아니라 ‘권력을 쥐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올라가야만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지입니다. 그런 분이라고 생각하기에 이사님을 좋아합니다.

 

⑤잉게 나이오비: 사이퍼즈 안에서 가엾은 걸로 치면 1, 2위를 다투는 캐릭터입니다. <Twilight>에서도 처절하고 슬프게만 썼기 때문에 그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빌고 있습니다. 우리 나이오비는 언제쯤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열폭과 자괴감을 반복하다가 결국 스스로를 소진시켜버릴 것 같은 애처로움 때문에 가만히 내버려둘 수가 없습니다. 항상 나이오비를 보면 머리를 산발 같이 풀어헤치고 울부짖으면서 혼자 화염 가운데 서있는 장면밖에 안 떠올라요. 게다가 그나마 구원이 된 카인도 동병상련하기는 해도 결코 자기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주지 않죠. 보답없는 짝사랑만 계속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대체 행복한 전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껴주고 싶어요, 한없이.

 

(그밖에 타라 시바스 조노비치, 피터 모나헌, 마틴 챌피 등이 상위에 랭크인되어 있습니다!)

 

12. 트리비아는 나에게 ○○다!

▶ 흡사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하는 질문 같네요. ‘트리비아는 사랑입니다’라는 답변을 하면 저는 뭇매를 맞겠죠?

 

  음, 트리비아는 제게 ‘우물’입니다. 일단 파야 합니다. 파고 봐야 합니다. 거기 수맥이 있든 없든 메마른 흙만 나올지언정 파야 합니다. 오히려 물이 전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땅을 판다는 기분이 트리비아를 보면 많이 들죠. 트리비아의 내면은 불모합니다. 타인이 끼어들 자리가 없어요. 제가 시인과촌장의 <가시나무>라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가사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트리비아도 자아가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타인을 받아들일 여지가 희박한 인물입니다. 아무리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고는 해도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은 자기가 우선인 잔인하고도 이기적인 면을 지녔죠. 루이스가 언제나 트리비아는 자기 그림자 안으로 사라져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도 다 그 때문입니다.

 

  한 번 시작하고 포기할 수 없어서 오기로 계속 파고 들어가지만 정작 내가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는, 그야말로 나는 트리비아에게 빠져들지만 트리비아는 정작 상대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죠. 그야말로 여제(Empress)입니다. 지존으로서 군림할 뿐 결코 호의를 베풀지는 않죠. 왜 트리비아 테마 BGM 설명에 ‘매력적인 모습 뒤에 숨겨진 치명적인 아름다움, 적이 되어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간직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적이 되어도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이 의미심장하죠. 어느 지점을 건너면 자기 의지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닐까요. 적어도 저한테는 그런데요...☞☜

 

  한편으로는 마침내 물이 나오고 그 동그란 수면 위로 제 얼굴을 비쳐본다는 점에서도 트리비아는 제게 우물입니다. 물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문득문득 트리비아에게서 저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 트위터에서 자기 최애캐는 나와 닮은 점이 있다는 그런 비스무리한 해시 태그를 본 적이 있는데 다소 공감했었죠.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성격상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서 트리비아에게 더 끌렸던 것도 맞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아니라도 너는 행복해졌으면 하는 흡사 엄마 같은 심정이 듭니다. 트리비아가 그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혼자만의 세계를 기어코 찾든, 누군가의 곁에서 안식처를 구하든.

 

13. 트리비아 덕질하는 모습을 거울로 보면 무슨 느낌인가요?

▶ 거울에 비춰본 적은 없습니다만 아마 히죽히죽히죽히죽X10.000하는 얼굴이 아닐까요. 혼자서 실실거리며 망상하고 좋아 죽는 이 구역 흔한 틀비 덕후의 얼굴이 떠오르겠져?^^ 사람의 좋아서 죽을 것 같다는 얼굴은, 트리비아 관련 연성을 보거나 직접 하는 제 모습입니다. (당당)

 

14. 만약 트리비아와 다이무스가 진짜 이케이케 ♥♥하게 된다면? (///...) 아, 설명 할 수가 없네...

▶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커플이란 ‘외모의 파장’이라는 것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제 기준에선 이 둘은 그냥 같이 서있는 것만으로도 무조건 합격입니다. 제눈에 안경이지만 둘 다 기본룩 색깔마저 커플룩이라도 맞춘 것처럼 비슷하죠. 흐흥, 딱히 제가 적과 흑 덕후라서 그러는 거 맞고요! 뭐랄까, 공식커플인 루이트리와 비교를 하자면 그 둘에게는 없는 어른스러움이 물씬 풍깁니다. 어딘가 섹시하기까지 하죠. 모 트위터 이웃의 표현을 빌리자면 트리비아가 말없이 손을 내밀면 루이스는 ‘왜 그래?’라고 물을 것 같은 반면에, 다이무스는 아무 말도 않고 그저 마주잡아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둘 다 원체 말수가 없어서 설령 연인이 된다 해도 정담 같은 건 많이 나누지 않을 겁니다. 몇 마디의 말보다도 더 복잡한 심경을 그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 안에 담을 것 같아요.

 

  공식 커플이다 보니 트리비아와 관련된 커플을 논할 때는 루이트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루이트리는 함께 있어도 행복해지기보다 어딘가 더 깊고 차가운 물속으로 함께 침잠하는 우울한 느낌이 강합니다. 23편에도 썼지만 둘 다 체온이 낮아서 껴안아도 따스함을 느낄 수 없죠. 루이스 아이템 사이퍼 코멘트에 있는 브랜다가 남긴 말마따나 루이스한테 필요한 건 따스함일 텐데 말입니다. 아쉽게도 트리비아는 그걸 루이스에게 줄 수 없죠. 굳이 몸의 온도가 아니라도 말입니다. 왜 캐릭터 칼럼에서 루이스의 관계 부분에서는 트리비아가 거론되지만, 트리비아의 관계에서는 루이스가 거론되지 않는 게 의미심장하지 않으십니까? 하물며 추구하는 이상조차 다르다고 하니 이들의 관계에서 비극적 결말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어둠의 자식인 저는 그건 그것대로 매우 좋아하지만 말입니다. (사실 루이←앤지←벨저를 은밀하게 판다는 건 비밀)

 

  반면 다무트리는 루이트리가 지닌 아슬아슬함은 덜합니다. 상대가 누가 되었든 트리비아는 늘 훌쩍 사라져버릴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다이무스도 불안하기야 하겠지요. 다이무스는 그런 트리비아를 붙잡고 싶지만 그녀의 의지를 우선적으로 존중할 겁니다. 다이무스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 점이 아이러니하게도 트리비아가 이 현실에 있는 그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못하게 할 것 같은 그런 이미지입니다. 트리비아 참 못됐죠. 정작 붙잡는 사람 말은 안 들으면서 붙잡지 않음으로써 상실의 아픔을 표현하는 사람한테 더 마음이 가는 여인이니 말입니다.

 

  개인적인 문제에서 더 나아가 두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 아마 가장 커다란 장애가 될 겁니다. 일단 회사와 연합이라는 소속 세력 차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겠지요. 회사와 연합이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는 하나 두 차례에 걸친 능력자 전쟁을 통해서 쌓인 원한은 하루 아침에 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고는 하나 바깥 사정을 생각하지 않기에는 두 사람 다 회사와 연합을 대표하는 에이스 능력자입니다. 희대의 스캔들이 터지겠지요. 원만하게 잘 마무리된다면 회사와 연합의 화합을 도모하는 첫 관문을 두 사람이 열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물론 그 전에 이글이랑 앨리셔가 먼저 결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이글리셔는 이글이 연합 소속이라도 엄연히 홀든가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반대는 덜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다무트리를 논하다가 ‘이글리셔 빨리 결혼해라!’를 외치는 저란 인간...... 

 

15. 다이무스가 바스터 님께 프로포즈를 한다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질문이 나올 줄이야...! 예상외다...... 음,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랑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상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냥 그 안에 나오는 인물들끼리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행복을 빌어주는 심정으로 덕질을 해왔습니다. 그러므로 다이무스가 제게 프로포즈를 하는 상황은 딱히 생각해볼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라고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진지하게 달려들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버릇 같은 겁니다. 그래도 일단 다이무스가 누군가에게 프로포즈를 한다면 어떻게 할지 상상한 결과물을 이곳에 쓰겠습니다.

 

  일반론으로 가자면 반지를 준비하고 근사한 크루즈 위에서 저 멀리 야경이라도 보면서 “나와 결혼해다오.”라고 해야 할 테지만 그런 FM대로 가면 영 재미가 없습니다. 뭐, 다이무스의 그 무뚝뚝함을 보건대 딱히 기발한 프로포즈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일단 한 여인에게 자기 일평생을 걸어야겠다는 결심이 들면 다이무스는 그 중대한 각오를 다지는 뜻으로 자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상대방에게 주겠다고 맹세하지 않을까요. 다이무스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많은 것이 있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건 검이지요. 그의 코드네임이 칼날(BLADE)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다이무스는 멋진 수트 쫙 빼입고 붉은 장미 꽃다발을 들고 프로포즈할 것 같진 않습니다. 사실 그런 건 다이무스한테 당연히 잘 어울릴 거고 엄청 보고 싶기는 하지만 그건 다이무스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처럼 데이트하려고 약속 장소에 나왔는데 평상복이 아니라 임무복 입고 칼 들고 나올 것 같아요. 그 다음에 한쪽 무릎 꿇고 “이 검과 내 심장을 너에게 바치겠다.”라는 대사를 아주 진지하게 내뱉겠죠. 그 다음에 반지를 내보이며 결혼하자고 할 겁니다. 상대방은 약간 어이없어하면서 ‘그래, 당신은 그런 남자였지...’라고 이해할 겁니다. 그래도 프로포즈니까 살짝 울면서 말이죠. 근데 이것도 왠지 FM 같아서 결국 이벤트성이 없다는 게 함정.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사막 같은 감성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내게 낭만을 요구하지 말라, 독자들이여!

 

16. 전 이제 <Twilight> 완결 나서 무슨 낙으로 사나요.

▶ 흐흑... (폭풍 감동) <Twilight>이 조금이나마 삶의 낙이 되었다면 저는 그저 기쁨에 겨워 눈물 흘릴 뿐입니다. 장편은 당분간 못 쓸 테지만 이따금 올릴 단편을 기대해주세요.

 

17. 마틴 하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최면 4링을 끼고 온 마틴과 만나보셨는지요? 그냥 하루 죙일 반대로 뛰어갑니다. 최면은 ♡♡입니다. 아무리 사정거리가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사기입니다. 하지만 하향을 한다면 ‘밸런스’를 생각해야죠. 사실 이 밸런스 패치에 관해서 개발진이 상당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승률이 높은 캐릭터들 위주로 하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캐릭터 자체의 특성 때문인지 파일럿의 영향인지에 관해서 한 번쯤은 고려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작년 액토 때 레이튼 셀렉러로 유명한 어느 선수가, 레이튼이 개사기캐인 게 아니라(아니 사기캐 맞지만!) 내 손가락이 오피다라고 아주 패기 넘치는 대사를 하셨더랬죠. 그거 맞는 말입니다. 레이튼은 워낙 조작성이 어려운 캐릭터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고요. AOS는 컨트롤이 특히 중요시되는 게임이니까요.

 

  물론 초보가 하기에 비교적 효율이 좋은 캐릭터라는 분명히 있습니다. 전에 불멸 님 방송을 보니까 아이작 셀렉러로 유명하신 폭승 님과 파티를 하시더군요. 그때 시청자 중에 한 분이 ‘초보가 하기에 좋은 근거리 캐릭터는 뭐가 있나요?’라고 물었는데 거기서 나온 답변이 시바 포와 호타루였습니다. 분명히 사기캐도 있고 똥캐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기캐를 하향하기보다는 똥캐를 상향하는 게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밸런스 패치로 상향시켜야 할 캐릭터들에 대해서는 계속 침묵하고 그 당시 논란이 되는 캐릭터들만 줄창 하향만 먹이니 양측에서 동시에 빈축을 사는 겁니다. 타라나 샬럿 같은 애들은 언제나 밸패에서 제외되죠. 이번에 나온 진격전에서 샬럿은 상당히 쓰기 좋은 캐릭터이지만.

 

  사실 전 그렇게 게임을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랄까 못함) 계수나 히트박스 등 세세한 것까지는 잘 모릅니다. 사실 상향과 하향의 필요성도 잘 느끼지 못해요. 막연히 BJ들의 천상계 방송을 보면서 이렇구나 저렇구나를 간접적으로 느낄 뿐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생긴 임시게시판이 그런 밸런스 패치는 물론이고 사이퍼즈가 제공하는 전반적인 콘텐츠에 관한 유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토론 게시판이 아니라 일종의 ‘토의’ 게시판이 되는 겁니다. 찬반이 아니라 어떤 의견을 한 유저가 내놓으면 다른 유저들의 추천을 받아 베스트로 선정됩니다. 그 다음에 운영진이 그 사안에 관해서 검토하고 반드시 실천할 것을 약속하는 게시판 말입니다. 특정 캐릭터 상향안과 하향안, 네오플의 특기인 이벤트에 관한 피드백, 코스튬에 관한 비평, 게시판 운영 현황 및 전반적인 운영에 관한 유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공간이 있었으면 해요. 그야말로 운영진이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한 공간 말입니다. 안 되는 부분에 관해서는 운영진이 단호하게 물러서지 않아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소비자의 목소리에 적극 귀 기울여야죠. 그게 단골손님을 잡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아직도 시끄러운 레베카 케이스 오버 판정이랑 더킹 관련 버그는 고칩시다, 인간적으로. 나 레베카 잘 안 하지만 여태 소음이 끊이지 않는 걸 보니 심각한 거 맞잖소.

 

18. 공성전 1분 로딩 때 하는 행동은?

▶ 공성전 입장을 누르고 매칭되면 우선 상대편에 셀렉하는 유저가 있나 없나 그것부터 봅니다. 그 다음에 조합창이 뜨면 우리팀 조합과 상대편 조합을 보고 내가 어떤 템트리를 타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합니다. 이건 비단 저만 하는 행동이 아니고, 모든 유저들이 마땅히 로딩 시간에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균형의 B가 유저들이 한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코너가 있었죠. 거기에 로딩중에 채팅칭 가능하게 만들어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현재 기술적으로 어렵다고는 하지만 꼭 되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공식전만이라도 액션 토너먼트 픽룰을 도입해요. 사실 실제 경기 보는 것보다 픽하는 게 더 흥미진진했어. 인간적으로 창 내리고 웹툰 보거나 폰 만지는 일은 하지 맙시다, 물론 저도 폰으로 트위터 들춰볼 때 있었습니다. (반성)

 

19. 주인공들은 과연 의사소통을 무슨 언어로 할까요? <Twilight>의 배경은 영국이긴 한데, 빅터라든가 홀든&프리츠라든가 린, 드니스 같은 인물들은 다 다른 나라에서 살다 와서 언어가 다를 텐데... 다 영어를 공부해서 쓰고 있는 걸까요?

▶ 그렇습니다. 만국공통어 영어를 씁니다. 아무래도 영국 남부에 포트레너드라는 첫 번째 환영의 도시가 생겨났고, 사이퍼 왕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 일식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니 사이퍼계의 중심 무대가 되었죠. 아마도 영국이 거대 일식이 일어났을 당시 달의 본영(本影)에 쏙 들어간 게 아닐까요. 가장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겁니다. 그래서 거기 사이퍼들의 주요 활동 무대가 되는 가장 거대한 환영의 도시 포트레너드가 생겨났다고 봅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에 법을 따르라, 어쨌거나 포트레너드가 치외법권이기는 해도 영국령에 있는 것 맞으니 영어를 써야 맞겠죠? 하물며 두 번째 환영의 도시 메트로폴리스도 미국이라는 점에서 사이퍼들은 영어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도 말이죠. (침울)

 

20. 소설적 장치겠지만, 린은 특유의 말투(소녀, 고마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를 영어(또는 네덜란드어)로 어떻게 편지에서 표현할까요? ㅎㅎ...

▶ 흐흑, 영어 전공자도 아닌 제게 영작을 시키시다니. 잔인한 그대, 그 이름은 독자라...! 글쎄요. 한국어의 섬세한 어감을 영어가 다 살리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조사하나만 가지고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우리말의 뉘앙스를 영어는 결코 표현할 수 없죠. (우리말은 위대합니다) 대신 린은 뭔가 좀 강력한 부사나 형용사를 많이 써서 자기의 의지를 강조하지 않을까요? 약간 번잡해 보일 정도로 말이죠. 그냥 우리의 독수리처럼 'Thank you.' 한 마디면 될 것을 문장을 되게 길게 늘여서 고마움을 표현할 것 같아요. 음, 그래서 부족한 영어 실력이나마 해보자면, I really appreciate (that) you give me your hand.(??) It's very hard to express how much I appreciate you trying to save me from this prison.(???) 흐흑, 저는 고급 낱말 따위 못 씁니다. 저도 제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당췌...? 쳇. 이렇게 된 거 린은 네덜란드로 간 지 고작 2~3년밖에 안 지났으니 아직 영어가 서툴다고 주장해본다!! ......이런 질문이 나오다니. 또 다시 예상외다...... 작가의 무식함을 폭로하는 똑똑한 독자님들 무섭소...!

 

 

Ⅴ. Thanks/Special Thanks

 

■ 보배로운 축전 퍼레이드

 

▶ 완결 축전은 아니지만 확인해볼까 님께서 애초부터 <Twilight>의 모든 사건이 끝나고 단체 회식하는 느낌으로 계획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다시 한 번 실어봅니다. 이렇게 재차 보니 정말로 많은 인물들이 내보냈다는 실감이 확 납니다. 얘들아, 이제 졸업이다!

 

▶ 루이스, 미안. 근데 넌 그런 게 어울려. 영웅이잖아. 그 타이틀은 무겁단다. 그치만 내가 언젠가 너도 반드시 행복하게 해줄게. 참고로 이 그림은 19편에 삽화로도 삽입해두었습니다.

 

▶ 근데 그보다 트/리/미/쉘!!!! PO트★리★미★쉘WER 아무리 팬게를 이 잡듯이 뒤져봐도 한 번 볼까 말까 한 트!리!미!쉘! 여러분, 단언컨대 나이 차 많이 나는 우정한 가장 완벽한 관계입니다. 흐흑, 쉪 님께서 제 꿈을 이루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그림 또한 23편에 삽화로 넣어두었습니다.

 

▶ 귀여운 짤방(?). 미쉘성애자(...)이신 쉪 님의 트리비아에 대한 격한 부러움 표출. 깨알 같은 환자 빅터,

 

▶ 저의 천사님♥이신 하랑별 님께서 주신 축전입니다. 제게 마틴트리에 눈을 뜨게 해주신 신이시기도 하죠! 제 여자(뭐래)를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크헤헤헤헿헿. 완벽한 다무트리를 그려주셨습니다. (좋아 죽음) 인게임에서 최초로 우연히 마주친 독자님이시기도 하죠! (근데 그때 나 호타루로 똥 쌌어...ㅠㅠ) 광복절 기념 린 그림도 그렇고 감사합니다!

 

▶ 제가 트리비아 웨딩 좋아하는 걸 잊지 않으시고...! 흐흑, 모니터 안으로 들어가서 트리비아 눈물 닦아주고 싶드아아아! 어두운 배경에 순백으로 빛나서 더 가련해 보입니다. 멋진 그림 감사합니다!

 

▶ 울 클랜 <메이데이>의 마스터이자 제 10년지기 녀석이 그려준 축전입니다. 이 녀석이 저 위에서 말한 제게 사퍼를 전도한 장본인이죠. 이것은 마치 기껏 1분 하고도 몇 십 초 더 기다려 겨우 쓴 참철을 변이로 피해버리는 나쁜 트리비아를 그린 장면이니. 다이무스 옷 디테일이 제대로 쏴라있네~ 고맙다, 친구야!

 

■ Thanks (ㄱㄴㄷ순으로, 편의상 ‘님’ 생략)

격참의일격 경운기탄비둘기 과일맛사과 그란데니아 기방의미쉘 KimGAY 까미유전립선 깜릭시 낭인혼 NeverEnd

WC하얀당귄 두리안과자 똥먹는아이 레이키드 루루인 LLynn mameto 마짜나 마카히니후 만족 먹구름이

미연시가최고랑꼐 바닐렛 박발병 베르길리우스 복숭아사케 브랏체 블에 빙설계 빙화향연 사기더리얼

사랑과정의의용사 새하가온 소공녀마틴 Somacruz 싕그리 CB 아디온 아르메글렌스티드 아스레이션 앙슈

애봉하퐁쥬삼 애플사이다 어옠ㅋㅋㅋ 연신월 오늘하루어땠어요 오던보고온유저 알게뭐임 와룡단주 왕룡검성

위제시 유이chan 이글을사랑하는 이나벨 이시멘하 이야아아ㅏ앙아 이쿠소 전멸자 Jungpuri JKtheNar

zl젼쇼타대마왕 지환경 쫓는빛의라리 창해룡 청송팥찰떡 칼레아 코코돌스 클랜기부5 탄군 탈르 Truce

틀비하는은빈이 파테인 팜너구리 팜루찡 프리어켈 플리시퍼드 하랑별 하이젠베른 한솔이랑 Heigle

 

▶ 짤막한 소감과 읽은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이름 깊이 새기겠습니다!

 

■ Special Thanks (마찬가지로 ‘님’ 생략)

1. 충격의샬럿: 제 팬게 첫작인 피터미쉘데샹 단편 <은폐> 올렸을 때부터, Twilight 연재 시작하고 03편과 04편 사이에 안 쓰고 방황하고 있을 때 몇 편 안 되는 것 가지고도 정주행까지 단행해주시던 충격의샬럿 님! 무슨 까닭인지 제가 감히 물을 입장은 안 됩니다만 중반부부터 모습을 감추셨습니다. 그런 거 상관없이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무도 제 글의 존재를 알지 못할 때 유일하게 꼬박꼬박 찾아주시던 충격의샬럿 님 덕분에 얼마나 많은 힘을 얻었는지 모릅니다. 이 감사글을 보고 계신지도 알 수 없지만 정말 감사했습니다!

2. 로즈티아: 충격의샬럿 님과 마찬가지로 오늘의 사이퍼즈 선정되기 이전부터 어떻게 제 소설을 발견하고 일찍이 찾아주셨던 로즈티아 님! 18화부터 신세지기 시작한 멋진 표지를 디자인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공식 팬아트 1호라서 그런지 더 각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늘 고운 말투로 일 바쁘신 와중에도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3. 확인해볼까: 매 같은 눈썰미로 오탈자나 이상한 문맥을 지적해주시고, 때로는 역사적 정보까지 소개해주셔서 고증에 도움을 주신 확인해볼까 님! 거의 모든 등장인물을 그린 팬아트까지 손수 그려주셨습니다. 스스로 텍스트본을 만들어 MP3에 넣고 틈틈이 읽어면서 행여 나중에라도 미비점이 발견되면 꼬박꼬박 신고해서 퇴고에 도움을 주셨습니다! 작가가 게을러지지 않도록 날카로운 지적을 서슴지 않아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4. 치솟는쾌감: 센스 넘치는 댓글로 저를 빵 터지게 만드는 일이 잦았던 치솟는쾌감 님! 저는 그대의 ‘참고로 전 린의 본래 성씨는 방씨가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너무 단단하잖아요....’라는 댓글을 영영 잊지 못할 것입니다. 대체 이런 발상을 어디서 얻으시는 거죠? 저한테도 한 수 가르쳐주시죠. (굽신굽신) 약속드린 쌍충 단편은 제가 꼭 써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5. LamdaXI: 보잘것없는 제 글 보러 오는 재미로 팬아트 게시판에 꼬박꼬박 들러주신다는 람다 님! 아낌없이 추천을 눌러주시고 댓글도 글이 업로드된 지 얼마나 안 되어 곧잘 곧장 달아주셨습니다. 더불어 트위터 팔로우도 황송합니다. 비루한 글쟁이의 일상과 잡담과 푸념에도 눈길을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6. 서슬바람(Enyalius): 닉변하신 거...맞겠죠? 아니면 상당히 실례되는 일이라 저어됩니다.^^; 꼬박꼬박 짧고 굵은 한 마디를 남겨주셨니다. 제가 일주일에 한 편이라는 규칙을 깰 때마다 다음 편 올려달라고 활발히 독촉해주셨던 인상이 강하네요. 그만큼 손꼽아 기다려주시는 듯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게다가 제가 이름/아이디 덕후(...)인데 아이디가 멋지시네요. Enyalius가 뭔지 몰랐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전쟁의 신 아레스의 이명이라고 하죠? 바뀐 서슬바람이란 닉네임도 멋집니다. 다이무스를 대표캐릭터로 설정해두셔서 그런지 ‘시퍼런 칼날의 서슬에 흩어지는 검풍’이라는 이미지가 팍 와 닿네요. 감사합니다!


<차기작 예고>

▶연재 시작일: 무기한 보류(무책임)


P.S.1 트리비아 꽃 누구한테 받았게~?

P.S.2 클랜 <메이데이> 홍보합니다. 저기 링크 설정된 부분 클릭해서 홍보문 참고하시고 관심 있으신 분은 연락주세요!
P.S.3 오늘 이렇게 해서 완결이 난 <Twilight>의 두 주인공 트리비아 카리나와 다이무스 홀든의 관계 진행을 염두에 둔 트위터 <다무트리 NL 커플링 봇>이 생겼습니다. (수줍수줍) @NL_Deimus@NL_Trivia가 짝을 이루어 이따금 독백이나 대화가 올라옵니다. 관심글에 저장된 공지사항 참고하시고 흥미가 있으신 분은 거침없이 팔로우 부탁드립니다!

P.S.4 글상자 ♡♡. 글상자는 나의 원수. 글상자 안에 이미지 넣으면 크기를 줄여야 게시를 했을 때 오른쪽 옆구리가 안 잘리는데, 크기를 줄이면 클릭해서 크게 보기가 안 된다. 글상자는 나의 원수. 사진을 크게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블로그로 가서 봐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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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구나~ 후후후... YES NO 하- 감히! 이녀석들! 그땐 그랬지
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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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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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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