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팬픽] Twiligh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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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바스터 [54급]

2013-03-21 11:20:40

 

- 이 글은 픽션(fiction)입니다. 특정 단체ㆍ사건ㆍ사상ㆍ종교와 무관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Twilight - Prologue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4851750)
  Twilight 01.(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4904555)
  Twilight 02.(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4963543)
  Twilight 03.(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5060412)

 

 

 

 

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낮도 밤도 아닌 모호한 시간의 경계.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 사물의 윤곽이 희미해지는 때.

 

 

 

  포트레너드의 핵심부를 차지한 코어레너드의 잘 정비된 도로 위로 일곱 대의 검은 차량이 줄지어 달렸다. 회사와 연합의 공동 관리 구역인 코어레너드 가운데서도 헬리오스사가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이곳은 영국의 주요 산업 본사나 국가 행정 기관의 본청이 위치하기도 한 거점이다. 대대적인 도시 정비 사업으로 인해 부랑자들도 다른 곳으로 퇴거당하고, 대체로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살거나 직장을 다니는 도시였다. 이른 바 화이트컬러의 토지로 다분히 부유하고 귀족적인 만큼 메마른 느낌도 강했다. 명왕의 수완 아래 일괄적으로 조성된 도시는 자로 잰 듯 완벽한 구조를 띠고 있었다.


  복잡한 골목길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철저히 인위적으로 꾸며진 이곳에 기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잘 차려입은 몇몇의 행인들은 지나가는 차를 보며 저희끼리 무어라 수군덕댔다. 도시의 빌딩 안에서 일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지만 일부러 통제한 듯 일대에는 대낮임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국가로 치자면 한 나라의 각 우두머리가 만나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는 날이다. 회담장을 회사 측에서 마련한 만큼 이곳을 방문하는 지하연합 주요 인사들의 안전을 보장해주어야 했다. 물론 치안에 만전을 기한다고 해도 어디선가는 공공연히 일어날 회사-연합 능력자끼리의 작은 충돌까지는 막을 수 없을 테지만.

 

  코어레너드의 회사 구역으로 연합 능력자가 이곳에 발길을 옮길 일은 드물었다. 회사 쪽에서 연합을 대하는 태도는 무관심이었지만, 회사 측에 대한 연합의 태도는 증오에 가까웠다. 애초부터 사상이 달랐던 바, 거기서 배태된 계급 차이와 계속 깊어만 가는 역사의 골이 그렇게 만들어놓고 있었다. 앤지는 최대한 평화적 분위기를 원했으므로 되도록 오늘 하루 만큼은 이쪽에 발 딛지 말 것을 권고했으나, 연합의 능력자들은 여기저기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수장의 의지와 달리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 연합 능력자는 여전히 많았다. 회사의 진지인 이곳에서 행해지는 회담 자체에 의심을 품고 그들은 웅크리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회사 가 의심스러운 거동을 보이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였다.

 

 

  앤지라고 해서 백 퍼센트 회사를 믿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가 눈에 띄는 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지’를 신경 쓰는 것은 연합보다 회사가 더했으므로. 그러나 사안이 사안인 만큼 양측 능력자들의 신경은 분명히 곤두선 상태였다. 사소한 불씨로도 거대한 불기둥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분위기는 무거웠다. 앤지는 속으로 탄식했다. ‘안타리우스’란 공공의 적을 물리치기 위한 회담인데도 그들은 도리어 회사-연합 간의 의심과 불신을 자연스럽게 증폭시키고 있다. 부디 자신이 회담 도중에 길을 잃지 않기를 빌 뿐이었다.

 


  실제로 회담에 참석하는 연합 핵심 능력자들이 찬 차량과 호위병이 탄 차가 주행 정렬 그대로 회담장 앞에 멈춰 섰다. 루이스나 이글, 레이튼 등이 먼저 내리고 가장 중심에 위치한 차량에서 앤지와 트리비아 그리고 토니가 내렸다. 저격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가장 중요한 인사들이 내린 것이었다. 입구에는 회사 공식 스카우터이자 명왕의 후임으로 내정된 브뤼노 올랑이 몇몇 능력자와 함께 마중 나와 있었다. 그의 안내에 따라 회담장으로 이어지는 복도로 꽤 대인원의 행렬이 이어졌다.

 


  루이스는 주위에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트리비아의 안색을 살폈다. 아무리 회복력이 뛰어나다고는 해도 아직 완치되지 않았다. 안색은 화장으로 감추었다고는 해도 여윈 뺨까지 감출 수는 없는 법이었다. 닥터 까미유가 무리만 하지 않으면 괜찮다는 진단을 내리기는 했으나 걱정되는 건 매한가지였다. 앤지도 무리할 것은 없다고 했지만 트리비아는 참석 의사를 내비쳤다. 그녀의 성격상 분명히 싫을 터였다. 자신이 나쁜 의미로 주목받을 게 뻔한, 또한 불합리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중요함을 지혜로운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내키지 않더라도 타인을 위해 움직이는 것, 그게 트리비아 나름의 연합에 대한 애정이자 충성일 터였다.


  미국으로 임무를 떠나기 전, 그녀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넘기고 말았다. 무얼 어찌 할 수야 있었겠냐마는 연인의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녀를 잃을 뻔했다는 공포감이 남아있었다. 트리비아를 지켜야 한다. 그가 언젠가부터 전장에 설 때마다 버릇처럼 중얼거리는 ‘아무도 죽게 하지 않겠어’란 기도 같은 각오, 그 각오를 지키고 싶은 사람 가운데 트리비아는 단연 특별했다.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잃어버리는 데서 오는 상실감과 차원이 다른 고통을 준다는 것을 그는 뼈저리게 알고 있으니까.


  트리비아는 루이스의 강렬한 시선을 감지했지만 그쪽을 보지 않았다. 진지한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불 보듯 뻔했다. 거기다 대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붙임성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만 그가 작은 안심을 선사해주는 것은 사실이었다. 여느 때고 시리도록 냉정한, 일류 모델로서 수많은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서도 떨지 않았던 트리비아로서도 과연 이 자리는 긴장이 되었으므로.

 


  널따란 복도 끝에 위치한 큰 두 짝의 문이 때에 맞게 활짝 열렸다. 과연 명왕 휘하의 회사 대표 능력자들이 이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회담장 입구에서 바라볼 때 공간은 큰 직사각형을 띠고 있었다. 그 공간에 딱 맞게 테이블과 좌석이 타원형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출입문을 경계선으로 오른쪽 상석에 명왕 헨리 밀러 3세가 있고 그 양 옆으로 능력자 일곱 명이 나누어 앉아 있었다. 자연스레 왼쪽 상석은 앤지를 위한 것이었고, 이미 친절히도 자리를 지정해두었는지 명패가 번쩍거리고 있었다. 밀러는 앤지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로 맞이했다. 그는 기실 일흔 줄에 들어선 노령이었지만 나이를 생각나게 하지 않은 건장함과 패기가 흘렀다.


  “어서 오십오, 스노우 퀸. 그간 잘 지내셨소?”
  “명왕께서 신경 써준 덕분에요.”


  친근한 자리라면 친애의 키스라도 서로 건넸겠지만 엄격한 자리인 만큼 의례적인 악수만 오갔다. 앤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면서도 지금 온몸을 타고 흐르는 긴장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썼다. 눈앞의 인물은 재스퍼의 음모에서 어쨌거나 자신을 구해준 장본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헨리 밀러 3세가 휘감고 있는 위압감은 대단했다. 앤지가 나이에 비해 현명하고 지혜롭다는 평가를 듣는 건 사실이었지만, 명왕의 연륜과 관록을 뛰어넘는 것은 지금으로서 불가능했다. 그에게는 배울 점이 많고 지금 이 자리에서도 귀감으로 삼을 부분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연합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이상 대등해야지 물러설 수는 없었다.


  회사는 물론이며 연합의 모든 능력자들 역시 빠짐없이 평소의 임무복이 아닌 정장을 갖춰 입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정돈되고 흐트러짐 없는 회담장 안의 공기와 평소와 다른 옷차림이 맞물려 긴장감을 더욱 조았다. 연합 측이 모든 지정석에 자리하자 명왕은 여유로운 웃음을 잃지 않은 채 타라에게 눈짓했다. 그녀는 무언의 지시에 따라 또렷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지하연합 내빈 여러분. 저는 이번 회담 진행을 맡은 코드명 SECRETARY, 타라 시바스 조노비치입니다. 사전에 말씀드린 대로 오늘 회담은 몇 가지 큰 논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겠습니다. 그 전에 이번 회담에 중요한 증언을 해주실 두 분을 모시겠습니다.”


  타라의 정중한 말이 떨어지자 회담장 안으로 두 사람이 더 들어섰다. 회사 측에서 사전 통보 없이 섭외한 이들이었지만 연합 인사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들이 특별 초빙될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을 뿐더러 연합 쪽에서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한창 슈퍼문 재앙설이 떠돌고 안타리우스의 잔당을 쫓고 있었을 즈음, 현상 관찰의 중심에 서있던 투시자 캠벨(Code: BEYOND)과 추적자 로버(Code: TRACE)였다. 마침 비어있는 두 자리에 사전에 약속한 듯 나눠앉았다.


  “가장 먼저 노인의 귀환에 관한 EMPRESS의 증언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회담장 안에 있는 인물들의 주목이 트리비아에게로 쏠렸다. 일제히 시선이 향하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서류를 훑어보거나 굳게 팔짱을 낀 채 시선을 아래로 늘어뜨리거나 각양각색이었으나 분명히 의식은 트리비아 한 점을 향해 있었다. 그다지 좋지 않은 기분이었지만 그녀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뚜렷한 기척을 느꼈어. 노인의 인형실 기운이 습격한 이들에게서 느껴졌어.”
  “그건 노인의 본체와 마주하지는 않았다는 소리가 되는군.”


  딱히 트리비아에게 말한다기보다는 큰 혼잣말인 양 드렉슬러는 툭 내뱉었다. 비꼬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그녀의 발언에 대한 직관적인 반응이었다.

 


  “EMPRESS, 피습 당시 노인 본인과 마주한 것이 아닌데 노인의 존재를 그토록 확신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물적 증거로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선 없어. 방금 말한 대로 독특한 아우라……그래. 지금 단계에서 짐작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선 인정하겠어. 하지만 내게 찾아온 그 안타리우스의 사신들 가운데 한 명에게 노인이 인형실을 심어놓고 상황을 어디선가 보고 있는 게 느껴졌어.”


  트리비아의 피습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없는 관계로 신빙성은 개인 의사 나름이었다. 사건 현장 조사를 위해 트리비아가 의식을 되찾은 뒤 증언한 곳 일대를 샅샅이 수색했으나 그 거리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게다가 결계사의 능력으로 공간이 현실과 단절되어 있었으니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다만 기존에 있던 일상의 흔적마저 고스란히 지워졌다는 점이 의심할 여지를 주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노인의 인형실 제어술의 교묘함을 생각하면 마냥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인형실 끊기 작전 당시 회사의 에이스인 다이무스와 희대의 암살자 시바 포를 보란 듯이 인형실로 ‘갖고 놀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웬만한 능력자들을 떼로 모아놓은 것보다도 훨씬 치명적인 두 사람의 전투력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노인의 인형실 능력―그가 능력자인지 단정하기는 힘들지만―은 대단했다. 그야말로 온몸의 관절을 실에 매인 채 조종사의 뜻대로만 움직이는 마리오네뜨가 되어야 했다.


  더 무서운 것은 노인의 인형실은 인간의 물리적 움직임뿐만이 아니라 정신 지배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정신적으로 파고들만한 여지가 있는 대상에 한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노인의 신도라면 얼마든지 그의 ‘인형’이 될 것을 자처할 것이다. 인형이 겪는 정보는 인형실을 통해 전해진다는 것도 이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었다. 안타리우스가 회사와 연합 내에 첩자를 심어놓은 것과는 별개로, 노인의 인형실이 심긴 꼭두각시들이 정보를 끊임없이 조종사에게 물어다 주었던 것이다. 이쪽에서는 노인의 단서를 잡기 힘든데 저쪽에서는 이쪽의 정보를 훤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노인이라는 축을 중심으로 곳곳에 퍼져 있는 그의 마리오네뜨는 그야말로 거대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셈이었다.

 


  “이어서 인형실 끊기 작전 당시 노인을 벤 장본인, BLADE의 증언을 듣겠습니다. 틀림없이 작전 당시 노인은 ‘사망’했습니다. 그렇습니까?”


  굳게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팔짱을 낀 채로 있던 다이무스가 눈을 떴다. 그는 아주 약간 아래로 향하고 있던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았다. 누구를 본다기보다는 발언자로서의 예의를 차리는 행동이었다.


  “그렇다. 릭 톰슨의 공간이동능력을 빌려 노인의 앞으로 이동했을 때 치명상을 입혔다. 그 자의 숨통이 끊어진 것은 분명히 확인했다. 가사 상태가 아닌 분명한 절명이었다.”


  다이무스는 덤덤하게 간결한 사실만을 토로하고 곧장 입을 다물었다. 자존심 센 그에게 인형실 끊기 작전에 관한 기억은 유쾌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힘을 과신한 적은 없다 할지라도 노인과 맞닥뜨렸을 때 영락없이 인형실에 조종당해야 했던 굴욕, 릭 톰슨의 조력으로 노인을 베는 데 성공하기는 했으나 결국은 시바 포의 ‘변덕’으로 인해 「액자」를 맥없이 빼앗기고 만 실책. 노인을 벤 장본인으로서 주변은 치켜세우고는 했으나 자기에게 엄격한 그에게 있어서는 못마땅한 사건에 지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이어서 슈퍼문 현상이 일어났던 ‘그 날’의 일에 대해서 듣겠습니다. 먼저 당시 집회 현장에 있었다고 하는 TRACE, 질문에 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상 질문 이외에 의문 나는 점이 있으면 거수하시기 바랍니다. TRACE, 그 날 당신이 본 검은 그림자의 정체에 대해서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뭇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에 더 긴장한 듯 로버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헛기침을 해댔다. 얼마간을 계속 그러더니 이윽고 초조한 얼굴로 그는 입을 열었다.


  “우선 요점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모릅니다. 시간상 달이 가장 지상에 가까워져 온 시점에 분명 캄캄한 어둠이 없어야 할 그 날 블랙홀 같은……, 그 뭐랄까, 끝을 알 수 없는 동굴 같은 어둠이 안타리우스 추종자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안타리우스 잔당의 소문만 듣고 반신반의하며 숨어든 집회장이었는데 놀라 자빠질 뻔했습죠. 그 ‘돌아온’ 무리들은……그, 그러니까 ‘얼굴’이 없었습니다. 사람의 형상을 까만 그림자로 덮어놓은 것 같은 실루엣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것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은 멀찍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게 인간이었는지 안타리우스가 만들어낸 그 무언가인지 저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두려웠지만 호기심이 동해서 그들이 들어서려 하는 슈트르트 홀트로 섞여들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은 이미 다들 아실 겁니다. 좀 더 신중했더라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의 한편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띄엄띄엄 하기는 했어도 단숨에 끊지 않고 말한 로버는 힘겨운 듯 인상을 찡그리며 연신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한바탕 말하고 난 뒤 잠시 사이를 띄운 그는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른 비장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이제야 생각하는 겁니다만, 왜 저들이 제 정체를 알아차렸는데도 도로 돌려보내준 걸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타인의 의사를 조종할 정도로 강한 정신 지배였습니다. 술사의 눈과 마주친 순간 저는 정말로 엄마를 생각하며 집에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밖에 못했거든요. 돌아온 뒤엔 술사의 얼굴은 고스란히 까먹고 그곳에서의 경험만 선명해졌습니다. 그 정도 정신 지배력이라면 기억을 지우는 일도 용이했을 텐데……. 어쩌면, 어쩌면 말입니다, 그들은 그 때까지만 해도 이어지고 있던 평화에 파문을 일으키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저를 선택한 것은 아닐까 합니다. 집회 자체는 그 누구도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았지만 돌아왔다는 주장은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그 때의 경고는 잠깐 시끌하고 말았습니다만…….”


  로버는 정부에 등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회사와 연합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프리랜서였다. 어느 한쪽에 붙기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보수에 의해 움직인다. 이클립스에 투고할 때 지금 만큼 자세한 내용을 흘리지 않은 것도, 언젠가 지금 이 자리에서처럼 또 다른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때가 오리라는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리라. 그의 태도는 겁먹은 듯 비굴했지만 반쯤은 과장이었다. 능구렁이 같은 그 속내를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그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었다. 일부러 소속을 갖기 않고 자기 능력을 필요로 할 때 한 몫 벌어보겠다는 능력자는 대공황의 궁핍 이후로 급격히 늘어났으니까.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로버의 능력은 확실히 이용가치가 높았다. 능력자 헌터와는 비할 바가 안 될 정도로 그는 잠입ㆍ미행에 특화된 능력자였다.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BEYOND 발언 바랍니다.”

 

  “당시 로버가 제게 찾아와서 한 저 이야길 듣고 나서 저도 제 나름대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로버의 말대로 그들이 수상한 그림자와 함께 사라진 슈트르트 홀트를 중심으로 말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안타리우스의 생체 실험이 비밀리에 행해졌던 그 곳이 그 슈퍼문 현상을 기점으로 제약 회사 시드(SeeD)의 새 지사가 세워졌다는 것은 아실 겁니다. 워낙 유명하고 거대한 곳이고 평소에 좋은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는 터라 아무도 의심을 품지 않았습니다. 아, 물론 지금 흐름에서는 제가 무슨 꼬투리라도 잡았다는 결과가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제 투시 능력으로는 아무런 단서도 잡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몇몇 눈에 띄는 인물들이 그곳을 방문한 것은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는 현재 연합의 모태가 되기도 했고 지금도 뒷세계의 맹자로 군림하는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 카모라 패밀리 출신이자, 현재는 어둠의 능력자로 활동 중인 닥터 까미유가 여러 번 그곳을 방문했습니다. 저는 청각 능력이 아니라 천리안을 지녔을 뿐으로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과연 알 길이 없습니다만, 데샹이 만난 인물이 시드의 특수약물개발팀의 총책임자라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특수약물개발팀은 시드 내부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부서입니다. 저도 우연히 그 존재만을 알게 되었을 뿐, 무슨 목적을 위해 존재하며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섣불리 안타리우스와 관련지어서도 안 되고요. 무엇보다 까미유 데샹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유명인사이기도 합니다. 의심이나 속단은 할 수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잘 들었습니다. 이상 두 분의 증언을 토대로 앞선 EMPRESS와 BLADE의 발언과 연관지어 두 가지 커다란 논제를 가지고 자유 토의를 진행하겠습니다. 하나는 노인의 회생 여부의 진실과 「액자」의 행방입니다. 질문 또는 발언에 시간 제한은 없으되, 논제와 벗어난다 싶으면 제가 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타라의 안내 멘트가 끝나자 잠시 침묵만이 회장 안에 떠돌았다. 실상 회사 대 연합의 진정한 논쟁은 여기서부터였다. 어떻게 화제를 끌고 나갈 것인지 그 첫 마디를 고르는지 치열한 눈치 싸움이 얼마 안 되는 순간에 공간을 꽉 채웠다. 과연 양 세력의 대표들답게 노골적으로 티를 내지 않고 짐짓 여유로웠다. 각 세력의 최고 대표마저도, 아니 오히려 가장 높은 위치에 있기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와중, 윌라드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우선, 커다란 논제가 있다고는 해도 이것저것 의견을 내는 것은 시간 소모일 뿐입니다. 여태껏 모인 조각들을 맞추어 보았을 때 도출할 수 있는 유력한 결론, 아니 이 시점에서는 아직 가정이겠군요. 거기부터 시작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래요……우선 노인이 돌아왔다는 것을 해명하기 위해서, TRACE가 말한 검은 그림자의 정체가 아마도 노인의 ‘혼’일지도 모른다는 데서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죠.”


  윌라드의 침착한 제안에 다들 무언으로 동의하는 눈치였다. 뒤이어 할 말이 있다는 듯 제일 먼저 손을 든 것은 드렉슬러였다.


  “영혼이라고 해도 말이지……슈퍼문 재앙설은 천문학자 핀켈슈타인이 근거없는 미신이라고 철저한 과학적 고증을 끝낸 상태라고. 저 작자가 현장을 목격했다고는 하지만 그게 영혼이라는 보장이 있나? 애초에 망자가 되살아나는 것은 말이 안 될뿐더러 영혼이 형체를 갖추고 있다는 미신은 또 처음 들어보겠네. 능력자는 마법사가 아니야. 무에서 유를 대뜸 창조해낼 수는 없어. 우리는 엄연한 인간이야. 가령 내 창은 중력이 작용하지 않으면 떨어지지 않고, 수분이 희박한 사막에서 빙결계 능력자들은 제 힘을 발휘할 수 없어.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 불꽃을 일으키기 힘든 것과 같아. 우리는 자연계나 물리계를 이용할 뿐 만들어낼 수는 없어. 사이퍼라고 해도 결국은 섭리를 벗어날 수 없단 말이지. 뭐, 굳이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 쳐도 정신과 육체는 합일이 되어야만 기능할 수 있다는 데 잘못은 없어.”


  드렉슬러의 다소 오만하지만 논리적인 말에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끼어들려던 로버가 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리다가, 비로소 말이 끝난 틈을 타 조금 노기 실린 말을 내뱉었다.


  “저는 본 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지금 저를 의심하시는 건가요? 대가를 받은 만큼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거짓말을 하든지 말든지 그런 건 상관없어. 다만 나는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사실만 믿는 주의라서 말이야.”
  “…….”


  로버는 무언가 반론이라도 하려는 듯 입을 벌렸다 도로 닫았다. 실상 댈 수 있는 증거는 없기에 입장은 불리하기만 했다.


  “덧붙이자면 SPEAR의 말대로 노인의 시체는 현장에서 저희 쪽이 수습했었죠. 그리고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연합 측 화염 능력자 CALAMITY, 잉게 나이오비와 SECRETARY, 타라 시바스 조노비치가 뼈조차도 남기지 않고 소실(燒失)시켰습니다. BLADE의 증언에 의하면 시바 포가 「액자」를 갖고 사라지고 나서 얼마 안 되어 지원 부대가 닿았으니 바꿔치기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겠지요. 시신에 남아있던 치명상도 분명히 BLADE의 기술인 절명참철도의 흔적인 것이 입증되었고 말입니다.”


  윌라드는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육체없이 영혼만으로 실체를 갖춘 그 무언가에 의심을 품는 드렉슬러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듯 덤덤히 말했다.

 


  “……옥사나가 노인의 세포를 가지고 ‘같은’ 육체를 만들어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육체가 단순한 그릇이라고 한다면 어쨌거나 본디 그 영혼의 주인이 갖고 있던 것과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신체는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잠자코 듣고만 있던 루이스가 조심스럽게 하나의 가능성을 들고 나섰다. 트리비아는 그가 허벅지에 올려놓은 양 손이 꽉 주먹을 쥐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건 아마 불가능할 거야. 내가 옥사나 야코비치를 쫓았을 때 이래로 시간이 꽤 흐르기는 했지만 그 사이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했다고도 보기 어렵고. 그 때의 클론은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 과연 본인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대단하기는 했지만 분명 ‘유통기한’이 있는 불완전한 거였어.”


  레이튼은 똥이라도 씹은 듯한 얼굴로 퉁명스레 말했다. 연합의 입장을 불리하게 만드는 사실이었지만, 그는 그런 공식적인 입장을 떠나서 왠지 윌라드의 견해를 강화시켜주는 게 못마땅한 듯했다.

 


  “현실적 가능성만 따지고 보면 EMPRESS의 증언에는 의심이 가는군요. 평화의 시대에 경각심을 주는 이벤트가 있어 나쁠 것은 없지만, 외람되게도 연합 측의 자작극이라는 가능성도 지금으로선 아주 배제할 수 없습니다.”


  브뤼노가 실로 유감스럽다는 듯 멋들어진 백금빛 콧수염을 쓰다듬었다. 요기 라즈는 안경 너머로 저 건너편 자리에 앉은 브뤼노에게 약간 적의를 담아 쏘아 보았다. 브뤼노는 그 시선을 무시할 것도 없이 남몰래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요기 라즈는 그 양에 눈살을 찌푸리며 반론을 위한 입을 열었다.


  “정황만으로 몰아가는 것은 그만두어 주시겠습니까? 게다가 그녀의 부상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중한 것이었습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닥터 까미유의 소견서를 첨부할 수도 있습니다.”


  요기 라즈가 중간에 잠깐 말을 멈칫한 것은 좀 전에 캠벨이 말한 묘한 목격 정보 때문이었다. 슈트르트 홀트 건물 자리에 선 거대 제약회사 시드에 드나들었다는 까미유를 보았다는 증언은, 그녀의 부상을 치료했다는 그마저도 은연중에 의심하게 만들었다. 증언자 둘을 섭외한 것은 어찌됐건 회사이니 자기 쪽에 유리한 발언을 하도록 사전 교섭이 오갔을지도 모른다. 예상대로 아까 전의 포석이 영향을 미쳤는지 요기 라즈의 호소에도 의심이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요기 라즈는 무심코 입고 있는 백의 자락을 꽉 쥐었다.

 


  “……제가 한 말씀 드리자면 정황을 뒤집어 생각해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연합과 회사의 능력자 사이가 악화된 채로 있다는 것은 아실 겁니다. 원인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우리 측 능력자들이 지금 여기에 계신 BLADE에게 실례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이미 공식적으로 사과를 청한 바 있으며 회사와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렇잖아도 살얼음 판 위를 걷듯 더욱 처신에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 시점에서 구태여 우리 연합이 의심받을 만한 일을 일부러 일으킨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명왕의 양녀 앨리셔 캘런 양을 습격한 괴한으로 뚜렷한 증거없이 저희 쪽 능력자 아론 휴톤을 범인으로 몰고 가신 적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식의 대응은 오히려 관계를 첨예하게 하려는 회사 측의 저의가 아닐까 사려됩니다.”

 


  궁지에 몰린 요기 라즈를 구하듯이 토니 리켓이 발언을 이어받았다. 명백히 회사 측을 도발하는 듯한 대응이었지만 극도로 정중한 어조인 데다가 논리적으로 틀린 말은 없다. 무엇보다 그 목소리에 노골적이지 않아서 더욱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분노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느꼈기 때문이다. 밀러를 제외하고서는 이 자리에서 가장 연장자에 해당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게다가 여전히 영웅으로 추앙받는 흑염 하이드의 오른팔이라는 이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영향으로 미치고 있었다.

 


  “흥-. 애초에 재스퍼 놈의 일도 있고 안타리우스랑 뒷공작 벌이고 있을 확률은 네놈들이 더 높겠지.”
  “뭣이…?!” “말을 삼가시오, THOR.”


  토니의 날카로운 지적에 이어지던 침묵의 실이 레이튼의 코웃음으로 끊어졌다. 혼잣말인 것 같았지만 애초에 목소리를 죽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일부러 들으라는 식의 아니꼬운 비꼼이 확실했다. 그 말은 그냥 듣고 넘길 수 없는지 회사의 몇몇이 불쾌하다는 식의 대꾸를 했다. 말로 하지 않더라도 심히 불쾌하다는 표정이 회사 능력자들의 얼굴에 그 정도만 달리해서 드러나 있었다. 연합 측은 레이튼의 돌발 발언에 당황했으나 좀 전에 받은 모욕이 다소 씻겨나간 듯 후련하다는 기색이 몇몇 연합 능력자들 사이에서 보였다. 다만 루이스만이 냉정한 얼굴을 구기며 양미간을 조금 찡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재스퍼는 그의 첫사랑인 배신자 브랜다와도 직결되는 인물인 탓이다.

 


  손으로 더듬으면 만져질 듯한 노골적인 적대감이 떠도는 가운데 조용히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레이튼의 말에 타라도 기분이 나빠져 한 마디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사회자라는 입장을 자각하며 손을 든 인물, 로라스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로라스는 험험 하고 헛기침하며 진지함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여느 때처럼 얼굴의 반을 가리는―도대체 어떻게 앞이 보이는지 불가사의한―투구에 덮여 있다고는 해도 목소리에 뒤지지 않을 만큼 얼굴도 진지함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우선 내가 회사를 대표할 처지는 안 되오만 섣부른 단정이나 의심에 관해서는 사과하는 바이오. 더욱이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휴톤 경은 결코 캘런 양을 습격한 이가 아니라는 것이오. 그 점은 이 알베르토 로라스가 모든 정의를 걸고 보장할 수 있소. 그가 그런 정의롭지 않은 일을 할 인물이 아님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말이오.”

 


  순간 아까 전과는 다른 의미로 회장 안이 정적에 잠겨들었다. 황당하다는 듯한, 질렸다는 듯한 더러는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식의 미묘한 공기가 흘렀다. 다만 그의 옆에 앉아있는 드렉슬러만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잠시 입을 딱 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윽고는 ‘그래, 이 놈은 이런 놈이었어……’라고 홀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FAITH, 당신을 대신해서 이 자리에 없는 휴톤에게 그대의 무한한 신뢰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저희 쪽에서도 말이 지나쳤다는 점을 연합의 대표로서 사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로라스의 말에 놀란 채로 있던 앤지는 곧 아름답게 미소 지으며 진심 어린 감사를, 그리고 눈동자를 약간 숙이며 사과를 청했다. 과연 연합의 수장으로서 손을 들고 발언권을 청하지는 않았지만, 수장으로서는 충분히 정중한 자세에 회사 측도 더 이상의 적대감을 드러낼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사과의 뒤에 잠깐 이어진 침묵에 말이 끝난 줄 알고 방심하던 모든 이들을 휘어잡듯 앤지는 굳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잊지 마셔야 합니다. ‘우리’의 적은 안타리우스입니다.”

 


  앤지의 확고하고도 자신감 깃든 목소리가 또 한 번 회담 안의 공기를 갈아 끼웠다. 참석자들은 젊은 수장에 관한 자기 나름의 평가를 바꾸기도 하고, 재미있다는 듯 입술 한 구석을 힐쭉 올리는 이도 있었다. 타라도 자기보다 조금 어린 앤지에게 압도되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사회자의 본분을 되찾았다.

 


  “……약간의 충돌이 있었지만 다시 본제로 돌아가, 이번에는 「액자」의 행방에 관해 중점적으로 발언해주시기 바랍니다.”


  타라의 말에 여태까지 잠자코 있던 자네트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그녀는 여기에 있는 인물들 가운데 비교적 연배가 낮고 회사에 들어온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터라 이 자리가 황송한지 긴장한 듯했다. 자기 자신을 달래듯 그녀는 짐짓 의연한 척 여성 치고는 낮은 알토의 음색으로 말했다.


  “우선 그 행방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액자」 자체에 관해서 알고 있는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논의를 더 쉽게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거기에서 무언가 실마리가 보일지도 모릅니다.”
  “오오, 그거 좋은 의견이군요. ROSE.”


  브뤼노가 자네트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건지 방금 전까지의 딱딱한 분위기를 본인이 못 견뎌한 것인지 다소 호들갑스럽게 동조했다. 그 흐름을 타듯 요기 라즈가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제가 먼저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액자」는 안타리우스란 단체가 탄생한 모체이자 토대입니다. 노인이 추종자들 앞에서 보인 이적(異蹟)의 원천이기도 하고요. 이 「액자」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세 번째 환영의 도시 칸도르는 그 액자에 깃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모두 ‘액자 속 도시’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액자」의 존재가 표면에 드러나기 이전부터 트리비아는 이미 그곳을 발견했고 ‘트와일라잇’이라는 이름도 붙였습니다. 그 이후에 일루전이 발견되었으므로 정확히는 액자 속에 칸도르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액자」의 그림은 그저 평범한 황혼의 풍경을 그린 것이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다시 말해서 액자가 나타나기 전에 거대 일식 이후 트와일라잇은 벌써 생겨나 있던 것입니다. 다만 트리비아가 발견하기 전에 아무도 그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지요.


  아시다시피 칸도르는 여타 환영의 도시보다도 정말 ‘환영’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만큼 기묘한 공간임을 다들 잘 아실 겁니다. 능력자라면 다 알겠지만 칸도르 안에서는 평상시 발휘하는 능력을 웃도는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곳의 안개는 지상 어느 곳의 안개보다도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렇기에 칸도르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일루전을 몰래 독점하고 그곳에서 은밀하게 뿌리내리고 있던 안타리우스가, 안개 수집 장치(HQ)를 이용해서 강화 인간 제조나 능력자 복제를 시도하여 연합과 회사를 위협할 정도의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액자」는 그러한 칸도르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부릴 수 있는 위협적인 무기라는 것입니다.”

 


  “……과연 「액자」가 있으면 과학적 증명도 경험적 근거에 의거하지 않고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하는 게 당연하다, 는 말이 되는군요.”


  윌라드가 턱에 손가락을 얹고 요기 라즈의 말을 음미했다. 그의 입술은 웃고 있지 않았지만 눈동자 안에 설핏 흥미로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시바 포가 안타리우스헌테 「액자」를 주삤다고 하면 거의 다 맞아 떨어지는 거 아이가.”

 


  이어지는 도일의 말에 대놓고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그러리라는 것을 확신하는 눈치였다. 이클립스지에도 이미 추측성 발언이 실렸다고 하지만 거의 사실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정황이 맞아떨어질 수 없었다.


  “아아, 이런. 그리도 아름다운 여인이 그런 우를 범했으리라고는……. 대체 무얼 위해 ACTRESS가 그랬단 말입니까? 그림자 능력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 「액자」를 자기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신파적인 어조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브뤼노의 의문은 정당했다. 시바 포가 자기 능력을 위해 사용했다면 훨씬 강한 힘을 손에 넣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주인’에게 직접 돌려주러 간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모종의 거래가 오갔을 수도 있지만 그 내용조차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 짓을 하면 회사와 연합 전체를 사실상 적으로 돌리게 된다.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대수롭잖다는 듯 툭 내버리듯 던진 이글의 말에 전체의 이목이 무서울 정도로 그에게로 쏠렸다. 이글은 공식석상에 참여한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태도가 느슨했다. 세상 재미없다는 얼굴로 깍지 낀 두 손을 뒤통수에 댄 채 의자 등받이에서 미끄러지듯 비스듬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별 생각없이 던진 말이 생각지도 못하게 주목을 끌자 당황해서는 뻘쭘하게 자세를 바로 잡았다. 더 정확히는 아플 정도로 꽂히는 친형의 사사나운 시선에서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탓이었다.


  “아니, 그니까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말이야……의외로 복잡한 이유를 갖다 붙이지 않아도 그냥 하고 싶었으니까 한다, 이런 일도 세상에는 많다고. 게다가 그 여자의 그 이상한 성격을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지 않아? 그냥 스릴 넘치고 자극적인 상황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뭐 그런 이유가 있어도 될 것 같은데?”


  이글은 어깨를 으쓱하며 가벼운 어조로 말을 맺었다. 들으면서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수긍하던 도일이 말을 이었다.


  “마 그 변덕을 생각하면 그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 인형실 끊기 작전 때도 억수로 기분파라가 내도 조마조마 했다는 거 아이가. 기분만 좋으면 작전 성공률이 백 퍼센트라곤 캐도 비위 맞춰야 되는 게 영 기분 파이였다.”


  도일은 그 당시 시바 포를 떠올리는지 기막힘 반 감탄 반으로 말했다.

 


  “그럼 「액자」가 시바 포에 의해 그들의 손에 넘어갔고, 옥사나의 클론 기술이 그 신비한 힘을 빌려 슈퍼문 현상으로 인해 열린 평행세계에서 돌아온 노인의 영혼이 들어갈 수 있는, 유전자적으로는 완벽한 동일한 육체를 만들어냈다 이건가? 그 「액자」는 자연 섭리를 거부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거냐고? 그런 말도 안 되는…….”

 


  드렉슬러가 흥분해서 잔뜩 격양된 어조로 누군가를 꾸짖기라도 하듯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기는 해도 그 대단한 힘에 은밀한 욕망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명백히 드러난 것이 없기에 이렇다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트리비아의 피습 사건 이후로 안타리우스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더 그랬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 시점에 트리비아를 납치하려 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드렉슬러의 열띤 어조와는 달리 차갑고 차분하게 루이스가 질문을 던졌다. 수면을 흐트러뜨리던 파문이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에 서서히 얼어가듯 분위기가 수습되었다.

 


  “애가 닳았던 게지.”


  루이스의 조용한 물음에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놀랍게도 명왕, 헨리 밀러 3세였다. 밀러는 손아귀로 휘어잡은 듯 자연스럽게 자신에게로 집중하는 상황이 만족스러운지 여유 넘치는 미소를 걸고 말을 이어나갔다.

 


  “「액자」가 손에 들어왔다고는 해도 그네들이 다시 전성기를 다시 구가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트와일라잇을 장악할 필요가 있지. 「액자」를 통해서 트와일라잇을 넘나들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 현재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루전이라는 유일무이한 입구를 거치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일루전은 우리와 연합의 공동 관리 하에 철저히 감시 관리하고 있지. 아무리 「액자」가 손에 들어오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조종사인 노인이 돌아왔다고는 해도 정면돌파하기엔 역량이 모자란 것은 분명할 터. 그러니까 EMPRESS를 노린 거지. 정확히는 그녀의 능력을 말이야.”

 


  밀러는 잠시 말을 거두고 저 건너편에 앉은 트리비아에게로 의미 있음직한 시선을 보냈다. 시력이 보통 사람보다 좋은 탓도 있고 그게 아니라도 밀러의 눈빛에서 전해지는 위압감에 트리비아조차도 긴장했다. 흑염 하이드와 처음 마주했을 때도 그랬지만 그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명왕은 사람을 지배하려 드는 쪽인 듯했다. 연륜이 가져다 준 심안(審眼)에 온몸이 샅샅이 뒤져지는 듯한 기분에 트리비아는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사실 지금 이 상황에서,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나조차도 EMPRESS의 능력은 매우 탐이 나. 그녀는 그림자길을 열어서 트와일라잇의 어디든지 자유자재로 가는 일이 가능하니까 말이야. 심지어는 자기 자신만이 아니고 타인도 그곳으로 데리고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지. 한 소대……아니, 여차하면 대대를 옮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일루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안타리우스로서는 우리의 눈을 피해 재기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실시하기에 그 능력은 거의 지금 필수라고도 할 수 있다네. 납치라는 강행수단을 취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되는군.”

  “명왕…!”


  앤지는 인상을 흐리며 완곡하지만 불쾌하다는 기색을 담아 밀러를 불렀다. 그가 자존심보다 이익을 취하는 인물임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노골적인 말은 트리비아에게 모욕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이기에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앤지의 제지도 강력하지는 못했지만.

 


  “스노우 퀸, 우리는 지금 EMPRESS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그녀가 자의든 타의든 안타리우스로 가게 된다면 그들의 재기는 시간문제입니다. 게다가 트와일라잇에 관해서 우리보다 몇 년 먼저 파악하고 연구해왔을 그들이기에 더더욱 말입니다. 「액자」가 그들의 손에 다시 들어가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변수였지만 그들이 물리적으로 트와일라잇을 다시금 장악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그녀를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보호해야 한다는 겁니다.”

 


  브뤼노가 진정하라는 듯 부드러운 어조로 달랬다. 하지만 그 말에 연합 측이 경계를 늦추는 일은 없었다. 은근히 트리비아를 의심하는 뉘앙스가 심겨 있었던 까닭이다. 요기 라즈는 속으로 혀를 차며 역시 방심할 수 없는 사람이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초조함을 애써 누르고 그는 반론하듯 입을 열었다.

 


  “그 점에 관해서는 저희도 이미 생각해둔 바가 있습니다. 그녀가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호위를 붙이는 일입니다.”

  “오오, 그것 참. 우리와 생각이 같구만. 그래서 말인데, 우리 회사 측에서 그녀를 보호할까 하는데…….”
  “……?!”

 


  명왕이 놀랍다는 듯 연기하며 낸 제안에 회장이 술렁였다. 심지어 회사 측에서도 몇몇만 알고 있었던 눈치인지 연합의 인사들과 같은 정도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명왕의 뻔뻔할 정도로 반응을 즐기는 얼굴, 브뤼노의 여유롭게 콧수염을 쓰다듬는 거동, 빠릿하게 서류를 검토하는 타라 그리고 눈 하나 깜짝 않는 다이무스를 제외하고는 윌라드마저도 조금 눈을 크게 뜬 상태였다. 다이무스에 한해서는 워낙 사람이 원래 그런지라 알았는지 몰랐는지 파악할 길이 없었지만.

 


  “……명왕. 외람되지만 그것은 트리비아를 의심하는 처사라고 해석해도 되는 것입니까?”


  앤지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 저 멀찍이 자기와 같이 상석에 앉아있는 명왕을 올곧게 주시했다. 명왕은 빙긋이 웃을 뿐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에 사태를 관망하던 타라가 트리비아에게 물었다.

 


  “EMPRESS, 피습 당시 노인의 기척을 느끼셨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은 노인의 기척을 기존에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여기 참석한 모든 분들 가운데 노인과 직접 대면한 이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것도 공식 작전에 의해 계획된 경우뿐입니다. 그럼 묻겠습니다. 노인을 직접 만난 적이 있으십니까?”


  타라의 질문은 거의 형식, 확인사살에 가까웠다. 트리비아는 구태여 말로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루이스는 고개를 돌려 트리비아의 옆얼굴을 휘둥그레진 눈으로 보았다.


  “노인과의 만남에 관해서 더욱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별로. 만났다고 해도 대화를 한 적은 없어. 그저 내가 트와일라잇을 발견하고 얼마 안 돼서 뿌리칠 수 없는 시선을 느꼈어. 그건 아마도……노인이 트와일라잇 밖에서 「액자」를 들여다 볼 때마다 느낄 수 있는 게 아니었나 싶어. 이후 그와 트와일라잇 안에서 직접 마주했을 때도 다만 날 가만히 쳐다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트리비아는 마치 내밀한 개인사를 털어놓는 듯한 상황이 불쾌했다. 더욱 불쾌한 것은 자기는 사실을 말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타리우스와 모종의 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의심이 더 증폭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말하지 않은 것이 있기는 했다. 집요하게 달라붙는 듯한 시선을 피해 자리를 뜨려고 하는 막바지에 불렸던 그녀의 이름. 유열마저 느껴지는 은밀한 목소리. 하지만 그것이 여기서 무슨 의미가 있을지.

 


  “그가 안타리우스의 노인이라는 것을 당시에 모르셨습니까?”

  “……그래.”


  트리비아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말았다. 이것은 충분히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녀가 트와일라잇을 발견한 것은 안타리우스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전이었고 노인의 용모파기가 나돌던 것도 아니었다. 그가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을 알고 있었지만 노인이 「액자」 속에서 여인의 형체를 보았다는 이야기로 신도들을 홀린다는 소문을 듣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럼 알게 된 이후로도 트와일라잇에서 그와 접촉한 적은?”
  “……있어.”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트와일라잇이 자기만의 공간이 아님을 노인과 만나고서 즉시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곳은 그녀가 사랑하는 공간이었기에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게 이런 식으로 의심을 받는 처사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지만.

 


  “……그녀가 시기상으로 볼 때 칸도르 최초의 발견자라는 것은 밝혀졌습니다만, 「액자」와 관련하여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분노도 불쾌도 드러내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던 토니가 신중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그 말씀은……?”

 

  “아까 요기 라즈……그러니까 라제쉬 라마누잔이 말씀드렸습니다만, 「액자」는 트와일라잇의 잠재력을 쓸 수 있는 매개체입니다. 그 안에 그려진 그림이 평범한 어느 도시의 황혼녘을 그린 그림이라고는 하지만 거기에 트리비아의 모습이 비쳤다는 말은……곧 그 풍경이 칸도르를 보고 그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

 


  “그렇습니다. 트리비아 이전에 트와일라잇을 발견하고, 그 풍경을 그린 ‘화가’가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토니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폭탄을 투하했다. 그 고요한 폭발력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머릿속으로 굴려보는 듯했다. 빠르게 머리를 돌려 숙고를 끝냈는지 윌라드가 새삼 흥미롭다는 듯 미소로 맞대응했다.

 


  “실례지만 TACTICIAN, 그 ‘화가’의 존재가 EMPRESS의 결백을 증명해줄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이는 논리적 흐름으로 봤을 때의 가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트리비아가 트와일라잇을 발견하기 이전에 그림이 그려졌으리란 명백한 증거도 없습니다. 실제로 안타리우스 노인이 가진 「액자」의 존재는 그 이후에 두드러졌으니까요. 다만 트리비아가 최초의 트와일라잇의 주민이라는 데서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자는 의미에서의 제언입니다. 그리고 그 논리대로 하자면 노인과 접촉한 것이 반드시 트리비아일 뿐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드러나지 않은 진실도 많은 법이니까요.”


  본인이 밝히고 있듯이 현재로서는 가설에 지나지 않지만 논리적 결함은 전혀 없었다. 과연 흑염 하이드를 영웅으로 등극시킨 비상한 책사이다. 감탄과 함께 패배감마저 들게 할 정도로 그의 사고는 늘 몇 수 앞을 읽어나간다. 그렇지만 역시 회사의 수장으로서 밀러는 마냥 놀라움에 젖어있지 않고 뒤바뀐 흐름을 되찾기 위해 나섰다.

 


  “그렇지만 토니, 자네도 알다시피 그게 노인과 그녀의 접촉을 없던 것으로 하지는 않는다네.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지, 어떤 거래가 오갔을지는 당사자들만이 알지. 기분 나빠 하지 말게. 이것은 정당한 의심 아닌가?”


  “……네, 유감스럽게도. 다만 트리비아가 노인의 존재를 함구하고 있었다면 분명히 ‘피해자’임에도 이렇게 의심받을 일은 없었겠지요. 그녀는 모든 능력자들을 위해서 자신이 오명을 뒤집어쓰는 일까지 감수한 것을 간과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토니는 힐긋 트리비아를 보며 부드럽지만 강력하게 주장했다. 물론 트리비아가 그런 숭고한 의도나 정의감으로 노인의 귀환을 세계에 고한 것은 아닐 테다. 타인이 어찌 되든 하등 신경도 쓰지 않는 그녀임을 안다. 다만 그녀 곁의 한 줌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그녀는 진실을 고했다. 토니는 그 마음을 아꼈다.


  “물론. 그 점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있다네. 그러니까 더욱 적극적으로 우리 측에서도 그녀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리야. 어찌됐건 정말로 그녀가 안타리우스로 가버리면 아주 곤란하니까.”


  “……우선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좋은 안이 있습니까?”


  “BLADE, 다이무스 홀든을 호위로 내주겠네.”


  “!!!”


  이번에는 연합 측이 의표를 찔렸다는 듯 입을 딱 벌렸다.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회사에서도 일부만 아는지 다시 한 번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이로서 다이무스 당사자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음이 확실해졌다는 정도일까.

 


  ‘이거야 원. 거절할 수 없도록 아예 원천 봉쇄를 하는군요.’


  앤지는 스윽 토니를 쳐다보았다. 그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그의 목소리가 앤지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전음(傳音), 그가 가진 능력 가운데 하나였다. 앤지는 겉으로 티를 낼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격렬히 동의했다. 보호라고 하니 이쪽과 마찬가지로 호위책으로 나올 것이라 금방 짐작할 수 있었으나 설마 그 인선이 다이무스 홀든일 줄은 몰랐다. 회사가 자랑하는 걸출한 에이스 능력자인데다가, 자본주의 사회색이 짙어지며 신분보다 재력이 우선시되는 세상이 되긴 했어도 그는 오스트리아 명문 귀족가의 장남이다. ‘일개’ 호위로 그만한 고급 인력을 낸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으로 커다란 의미를 짊어졌다. 그만큼 이 사태에 대해서 회사도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반증인 한편, 연합에 대해서 강한 의심이 수반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이무스 홀든은 허물없이 연합 능력자들에게 습격당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명백히 연합의 능력자인 트리비아의 호위로 나선다는데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 사안에 한해서는 연합의 완벽한 패배였다.

 


  루이스는 불안한 얼굴로 트리비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불쾌함에 눈썹을 미묘하게 찡그렸다가 평소보다 훨씬 더 강한 냉기를 온몸으로 발산하며 무표정으로 무장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아무도 쳐다보고 있지 않던 눈이 지금 이 순간만은 한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다이무스 홀든, 방금 트리비아의 호위로 거론된 당사자였다. 본인의 일임에도 관련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있던 그도 시선을 의식한 것인지 이쪽을 주시해왔다.


  조용히 시선만이 아직 회의가 끝나지 않은 회담장 안을 가로질러 겹쳤다.

 

 

* * *

 

 

  지하연합 본사 최상층 앤지의 집무실 안에는 퍽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회담에서 연합 측은 소득이랄 게 없었다. 다이무스 홀든이 호위로 붙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사실 불만을 토로할 입장이 못 되었다. 능력자로서의 실력만 단순히 놓고 본다면 그만큼 든든한 호위는 둘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회사의 제안에는 명백한 감시 체제에 돌입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회담장 안에서도 타라가 간단히 설명했지만 그들은 친절하게 호위에 관한 계획서까지 작성해서 건네주었다. 트리비아가 곧바로 원조를 받을 수 있는 지하 연합 본사 반경 몇 킬로미터를 제외하고서는 그녀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전해졌다. 사생활의 부분적 침해도 있겠지만, 당연히 연합 소속 능력자로서 그녀가 할당받는 임무의 내용도 회사 측에 대략 알려질 것이 뻔했다. 게다가 트리비아가 맡는 임무는 대다수 중요한 사항들이기에 회사의 물리칠 수 없는 최후의 패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마지막으로는 호위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가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문제일지 몰랐다.


  앤지의 집무실 안에는 현재 앤지와 토니, 요기 라즈, 루이스, 트리비아만이 있는 상황이었다. 트리비아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건 아닐까 하는 얼음장 같은 분위기로 거부 의사를 내비치고 있었다. 그녀의 연인이 얼음능력자라서 그녀 역시 얼음을 부릴 줄 알게 된 것일까. 오뉴월에 서리가 내릴 판이었다. 루이스를 비롯한 남자들은 그녀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쉽사리 말을 걸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상태였다. 그나마 앤지가 쓰게 웃으며 트리비아의 기분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도록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트리비아. 하지만 다이무스 홀든이라는 체스 말이 실상 체크메이트를 선언해온 것과 다름없어요. 리버포드 화재로 인해 생긴 오해 때문에 그가 불의의 습격을 당한 빚도 있고요. 사실 수장으로서 한심한 말이기는 하지만 외통수에요. 의심이 갤 때가지만 당분간 참아 주겠어요? 지하 연합을 위해서…라고는 하지 않아요. 트리비아가 강한 것은 알지만 역시 걱정돼서 그래요.” 

 

  “……거절하겠어.”


  “…트리비아…….”


  앤지의 안타까운 목소리에 루이스가 미간을 찡그리며 트리비아에게 한 마디 하려 했다. 그러나 그런 그를 제지하듯 토니가 손을 들었다. 루이스를 대신해서 이번엔 요기 라즈가 트리비아의 설득에 나섰다.


  “그럼 적어도 회사 측에 공동 호위를 제안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트리비아와 친밀한 아론이나…….”


  “아니, 그건 사실상 안 되겠지. 회사의 큰 제안에 대해서는 명예를 지켜줄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다이무스 홀든 본인이 매우 달가워하지 않을 걸세. 그는 자존심이 몹시 센 타입이거든. 티는 내지 않을 테지만 공통 호위를 세운다면 자신의 실력에 대한 의심으로 간주할지도 모르네.”


  토니는 애석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트리비아의 단호한 거부가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제안을 선선히 받아들이기에도 사실 뒷맛이 씁쓸했다. 수읽기에서 뛰어난 토니조차도 상정 이외의 상황에 맞닥뜨렸다. 거절하면 안타리우스와 트리비아, 더 나아가 지하연합이 커넥션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만 불거질 것이다. 하지만 받아들여도 문제는 문제였다.

 


  더 이상 이 일을 가지고 머리를 싸매는 것은 낭비였다. 결국 트리비아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렇잖아도 연합 측이 붙여주는 호위도 반기지 않을 그녀인데 다이무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자존심 높은 그녀가 타인이 자신을 지켜주는 게 달가울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거절이 단순한 고집이 아님을 알기에 직권으로 밀고 나가기에도 뭣했다. 그녀가 자기 개인의 것이 더 크겠지만 연합의 자존심을 염려하는 여지가 있다는 더욱더.

 


  “……후우―. 일단 회사에 확답을 주기까지의 말미를 얻었으니 조금 더 이야기해보죠. 트리비아, 혹시 피습 건에 관련해서 더 이야기해줄 건 없나요?”


  앤지는 지끈거리는 듯 자기 이마에 손을 대며 트리비아에게 물었다. 트리비아는 힐긋 좌중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습격을 받기 전에 한 번 안타리우스의 사자들이 나를 찾아왔었어.”


  “?!” “뭐……?”


  의외의 정보에 무심코 다들 숨을 삼켰다. 루이스는 자기 귀를 의심하듯 연인에게 되물었다.


  “그 말을 왜 이제야…….”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 개인적인 문제니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루이스의 늘 냉정한 어조가 보기 좋게 흐트러졌다. 아예 상체를 그녀 쪽으로 홱 틀어 무언가 변명이라도 해보라는 듯 분노를 내뿜었다. 그럼에도 트리비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루이스는 입술을 꾹 깨물며 기껏 틀었던 상체를 다시 정면으로 향하며 거친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이라면 알 수 있었다. 미국으로 임무를 나가기 전 그녀가 숨기고 있던 어떠한 사실의 정체를.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일축했지만 정말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역시 그 때 무리해서라도 추궁했어야 하는 거였다. 트리비아가 이런 사람임을 이젠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멀은 듯했다. 단순히 그녀 일신상의 문제로 끝나지 않음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상담하지 않은 것인지 원망이 고개를 쳐들었다. 더불어 그녀가 최소한으로 내보였던 불안의 기미를 포착했음도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한심함 또한 끓어올랐다. 상반되는 감정이 뒤섞여 루이스의 평정을 마구 뒤흔들었다.

 


  “……트리비아, 사자들이 찾아온 그 당시에는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해도 되겠나.”


  루이스가 동요하자 반대로 토니는 더없이 침착하게 그녀의 숨은 의도를 읽어냈다. 트리비아는 수긍도 부정도 않았다. 토니의 분석에 그나마 그녀가 취했던 행동의 의미에 대해서 수긍했는지, 앤지와 요기 라즈는 오늘만 해도 몇 번 놀랐는지 모를 가슴을 추슬렀다. 루이스는 그 정도 이유 가지고는 납득이 안 간다는 듯 눈썹을 더 치켜세웠을 뿐이다.


  “오해 말게. 그 행동을 비난할 생각은 없어. 자네가 쓸데없는 불안감을 주변에 조장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쯤은 알 수 있어. 하지만 다음부터는 꼭 이야기해주게. 적어도 여기 계신 우리의 대장님에게는 보고해야 하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트리비아는 토니의 타이르듯 자상한 말에 도리어 앤지를 물끄러미 보며 조용히 답했다. 앤지는 거기에다 대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지금의 시선은 그녀 나름의 사죄인 건지 다짐의 표현인지 한결 누그러졌다. 앤지는 같은 여자라서 그런 것인지, 트리비아와 은밀하게 닮은 부분이 있어서인지 저 심정이 이해가 갔다. 분명 같은 상황에 처했어도 앤지도 우선은 침묵을 택했을 것이다. 걱정을 끼치는 게 꺼려지는 탓도 있지만 혼자서 깊이 생각할 시간도 분명 필요했을 테니까. 게다가 미리 알고 대처했다고 한들 트리비아를 손에 넣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을 안타리우스에게서 그녀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었을지도 미지수였다. 오히려 불필요한 희생이 더 많이 났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 자리에 그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리한 루이스도 그 알지만 연인으로서 화를 억누를 수 없음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트리비아, 부탁할게요. 호위를 받아들여요. 명령하고 싶지 않아요. 스스로 납득하는 게 제일이니까.”

 


  앤지는 진지한 눈길로 트리비아와 마주보았다. 트리비아는 그 눈을 보며 흑염 하이드를 떠올렸다. 생김새는 전혀 다르지만 아직은 어린 연합의 2대 수장은 고스란히 흑염의 느낌을 빼다 박았다. 사람을 이성에 의해 굴복시키는 게 아니라 마음이 동하는 방법을 취한다. 단순한 감정에의 호소 같은 게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그것을 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트리비아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그 한 마디만을 남기고 모델 출신다운 세련된 걸음걸이로 트리비아는 앤지의 집무실을 나갔다. 루이스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그녀를 뒤쫓으려 했으나 멈칫하며 앤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허가를 냈다. 루이스는 꾸벅 목례하고 잠시 멈췄던 다리를 다시 움직였다. 전력질주까지는 아니지만 행여 그녀를 놓칠까봐 빨리 달려가 트리비아의 손목을 붙잡았다. 트리비아는 별로 놀라지도 않고 자기를 잡아 세운 연인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자리를 뜨면 어떡해? 요기 라즈 씨와 토니 씨도 아직 계시는데…….”
  “…….”


  아까보다는 부드러워진 말투였지만 루이스의 말에는 책망의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트리비아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잡힌 손을 부드럽게 뿌리치며 시선을 돌렸다.


  “호위를 받아들여, 트리비아. 이건 너를 위한 일이기도 해.”


  “……나를 위한 일?”


  트리비아가 여전히 루이스를 보지 않은 채 조소하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다가 홱 고개를 돌려 그녀가 루이스를 매서운 눈길로 쏘아보았다. 미인이 화가 나면 그 박력은 어마어마했다. 트리비아의 눈빛에는 폭풍 전야와 같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정말로 나를 위한다면 이렇게 궁지로 몰고 가지는 않았겠지.”
  “……트리비아, 그치만…….”

  “왜 회사 측을 두둔하는 거야? 혹시 이번 기회를 이용해 그 불의 마녀와 못 다한 대결이라도 다시 벌일 셈이야?”
  “거기서 그 얘기가 왜…….”
  “더 이상 너랑 할 얘기 없어.”
  “…….”

 


  루이스는 화가 치밀어 올라 목끝까지 그답지 않은 폭언이 차올랐지만 그 말을 다시금 깊은 한숨으로 대신했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분노를 참듯 고개를 숙였다. 트리비아도 다시 루이스와 시선을 맞출 일 없이 다시 뒤돌아서 걸었다. 루이스는 고개를 들고 무의식적으로 다시 그녀를 쫓으려 하다가 주춤했다. 이미 트리비아가 사라지고 없는 애꿎은 복도만 못마땅한 눈으로 보던 그는 화를 메쳐버리고 싶은 듯 홰액 뒤돌아서 다시 앤지의 집무실로 향했다.

 


  지하 연합 안에 감도는 우중충한 분위기는 당분간 갤 것 같지 않았다.

 

 

 

― 05에 계속

 

 

*

 

-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혹시라도 기다려주신 분이 계시다면 사죄와 함께 감사를~.
- 드루이드 미아가 곧 나오더군요. 던파 버전이랑 너무 많이 달라서 놀랐습니다. 미쉘보다 한두 살 정도 많은 정도일까요? 어떤 성격을 하고 있을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 이번 편은 바야흐로 회사 vs 연합 입니다. 또한 이번 편은 '왜 섬네일에 표시된 주연 이름이 트리비아랑 다이무스지? 두 사람이 무슨 관계가?'에 대한 해명이기도 합니다. 그러하다.
- 제약 회사 이름도 제 마음대로, 코드명이 밝혀지지 않은 능력자의 코드명도 제 마음대로. 제약 회사 이름은 제가 한 때 버닝했던 애니의 뒷글자를 따온 겁니다.ㅎㅎ 투시자 캠벨의 코드명은 '투시'라는 게 어쨌거나 남들은 보이지 않는 저 '너머'를 본다고 해서 비욘드(BEYOND), 추적자 로버는 '추적 장치(TRACE SYSTEM)'에서 따와서 '트레이스(TRACE)'입니다. 사실은 '추적자'라서 'CHASER'로 하려다가 '이건 미쉘 스킬 이름이잖아? 안 돼!'라고 멋대로 결정 내리고 차선책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토니 아저씨는 책사니까 '택티션(TACTICIAN)' 그러고 보니 기존에 나와 있는 능력자들 코드명을 보면 딱히 일관성은 안 보이네요. 능력 특성에 따른 것도 있고 직업이나 분위기 성격에 따른 것도 있고... 그렇지만 제일 대단해 보이는 건 트리비아의 '여제(EMPRESS)'를 제외하면 루이스의 '아이스(ICE)'입니다. 빙결계 능력자가 한 둘이 아닐 텐데 떡 하니 '얼음'이라는 그 속성 이름 그대로를 코드명으로 사용하니 말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루이스가 대단한 능력자인 것은 사실인가 봅니다. (샤드빵-_-) 아님 그냥 빙결계 최초의 능력자가 루이스였던 탓일까요? ㅇㅅㅇ;
- 로라스...너 혼자야. 너 혼자라고. ㅠㅠㅠㅠ
- 액자는 개사기템ㅋ.
-  이글은 회의가 끝나고 다이무스한테 예절 교육을 빙자한 검술 대련에 복날 개마냥 끌려갔습니다.
-  '화가'의 존재는 그야말로 세계관을 읽으면서 생각한 저의 추측 100%입니다. 그리고 그 '화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일단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만, 아마도 이 Twilight의 막바지 즈음에 상당히 조심스럽게 밝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연인은 이렇게 또 냉전 상태로 돌입합니다. 트리비아와 루이스는 언제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기묘한 연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이어져있는, 정말로 이상한.

- 오타, 이상한 문맥 지적 환영합니다.
- 깨알 같은 전작 홍보.
 「은폐」(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3763240)
 「유도」(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4004813)

 

- 이번 화에 쓰인 소재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색어: 앤지 헌트, 다이무스, 트리비아, 토니 리켓, 브뤼노 올랑, 로라스, 루이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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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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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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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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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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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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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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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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