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오비feat.지하연합] 나의 불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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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8 10: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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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사랑스러운 불의 마녀를 위하여.
- 원래는 나이오비 생일 기념이었는데... 퇴고가 넘 늦어졌네요... 가정의 달 특집 합시다...
- 1934년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
- 설정 구멍이요? 네오플도 설정구멍내는데 제 구멍 정돈 봐주세요!!
- 잘 부탁 드립니다!!!! :D
- ♡♡없는 건 :: https://rhbright.postype.com/post/5822171 < 요기서 보실 수 있어요.
지하연합의 일상은 전쟁이 한창인 상황과는 다르게 꽤나 평화롭다. 공성전이 오고갈 때는 어른들의 분위기는 날카로워 지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평화로워야 한다는 나이오비의 주장때문이었다. 그녀의 강력한 주장 이후엔 아이들은 단 한차례도 그 차가운 전장에 나간 일이 없었고 연합의 대다수가 차출되어 자리를 비운대도 아이들을 돌볼 인원은 꼭 한 두명이 남아 아이들의 일상을 지키곤 했다.
가장 아이들과 접촉하고 자주 놀아주는 것은 비교적 일이 없는 나이오비와 그나마 어려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토마스였고, 그 다음은 원래부터 아이들을 좋아하는 도일이나 휴톤, 그리고 레베카와 티모시였다. 그리고 이들의 노력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감정이 없는 것마냥 차갑던 피터도 불안해지면 울음을 터트리던 엘리도 많이 밝아져서 이들에게 큰 기쁨을 주는 반환점이 되었다.
"엘리, 피터! 간식 먹기 전에는?"
"손을 씻는다!"
"옳지, 그럼 어서 씻고 올까?"
"네에~"
이제 막 유치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 치곤 비교적 또렷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대답한 엘리가 양손을 번쩍 들었다. 곁에 있던 피터는 따로 대답을 하진 않았지만 아주 조금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채 엘리와 함께 세면장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던 토마스가 조금 부럽다는 얼굴을 한 건 덤이었다. 토마스나 티모시가 대체로 피터를 돌보고 있지만, 피터는 두 사람의 말보단 나이오비의 말을 더 잘 따르곤 했으니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이오비는 흐뭇한 얼굴로 아지트 안 쪽의 간이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후 3시에는 아이들의 간식을 챙기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다. 다른 멤버들 역시 뭘 언제 먹든, 심지어 본인의 식사조차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아이들의 식사, 간식은 칼 같이 챙긴다. 나이오비가 없다면 토마스가, 토마스마저 없다면 그 차가운 트리비아라 할지라도.
대신 그 간식이든 식사든 밑 준비는 모두 나이오비가 하고 있었다. 오늘은 미리 구워둔 오트밀 쿠키로, 서로 싸우지 않게끔 넉넉하게 숫자를 맞추어 만들었다. 건포도를 영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일부러 더 값이 나가는 크렌베리를 넣어서 만든 이 쿠키는 엘리도, 피터도 모두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다. 저녁을 먹어야 하니 한 사람당 두 개씩만 담은 접시와 대신이라는 듯 코코아가 가득 담긴 머그잔이 테이블에 놓여졌다. 그 사이 손을 다 씻은 엘리가 세면장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 있던 티모시와 레이튼에게 대뜸 손을 내밀며 칭찬을 조르고 있었다.
"이거 봐! 엘리 손, 깨끗하지!"
"...어, 그러니까..."
"아, 으응... 엘리, 깨끗하게 잘 씻었네. ...피터도 잘 씻었어?"
"...응."
별로 소득은 없는 대사들이지만 티모시의 칭찬에 만족한 엘리는 그대로 쪼르르 달려와 식탁에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아이들을 위한 의자에 부지런히 오른 엘리가 간식을 보고 와아!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 쿠키!"
"응, 오늘은 피터도, 엘리도 좋아하는 오트밀 쿠키야. 코코아도 있으니까, 천천히. 그리고 다 먹어야 된다?"
"응! 엘리 쿠키 좋아!"
아닌 척 해도 아이는 아이다. 피터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뜸 제 앞에 놓인 접시에서 쿠키를 집었다. 엘리 역시 뜨거운 코코아를 후후 불어서 한 모금 마시곤 입꼬리가 귀에 닿을 만큼 밝게 웃으며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최근 바빠서 간식을 과일위주로 챙겼더니 오랜만에 먹는 달콤한 간식이 마음에 쏙 든 모양이다.
나이오비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잠시 피터가 내밀었던 종이에 시선을 옮겼다. 학교에서 내어줬다는 종이에는 학교생활에 필요한 물품이 있으니 준비해 달라는 안내문이 적혀있다. 다 준비하려면 손이 비는 녀석을 오늘 저녁이라도 시장에 보내야 겠네. 종이를 한번 손가락으로 톡, 건들이고 가장 먼저 눈에 띈 토마스를 부르려는 데 어디서 뒹굴다 온 건지 흙먼지를 뒤집어 쓴 이글이 아지트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평소에도 자주 그러는 사람이다. 최소한 빨리 가서 씻었으면- 하고 중얼거린 나이오비가 별 대수롭지 않게 무시하고 고개를 돌린 그 순간, 평화로운 일상에 아주 조그마한 스크래치가 생겼다.
"오, 오늘은 힘좀 썼네?"
당연하다는 듯 엘리의 접시에서 쿠키를 하나 집어들고 입에 밀어 넣는다. 자기 몫의 쿠키를 아껴먹는 것을 뻔히 알 텐데도, 거기에 지난 번 피터의 초콜렛을 뺐었다가 한 번 호되게 혼났으면서 또 이런 짓이다. 쭈욱 아이들을 힐끔힐끔 보던 티모시가 이글의 이름을 부르며 그러지 말라는 눈치를 줬지만 이미 입안으로 들어간 쿠키는 다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눈 뜨고 제 몫을 빼았긴 엘리가 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우우...우..! 으아아앙! 이글 아저씨가아! 흐아앙, 잉게 언니이!"
"야, 왜 난 아저씨고, 쟤는 언닛, 으악!"
"왜 얘 걸 뺐어!?"
적반하장으로 엘리에게 따지려 드는 이글의 뒤통수에 나이오비의 손이 날아 들었다.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건 말건, 나이오비는 엘리를 끌어안아 달래곤 미리 더 만들어 두었던 쿠키 중 제일 큰 쿠키를 쥐어주었다. 피터의 눈치를 슬쩍 보니 울고 있는 엘리를 배려하는 듯 시선을 피하곤 슬쩍, 제 접시의 쿠키를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는 머그잔을 단단히 쥔다. ...이글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한 티모시가 여전히 제 뒷머리를 쓰다듬는 이글을 한 번 보더니 울음을 멈추고, 대신 훌쩍이기 시작한 엘리와 양손에 간식을 든 피터를 챙겨 다른 테이블로 향했다.
그리고 그건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곧 이글을 향한 나이오비의 다정한(?) 쓰다듬과 상냥한(?)언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평소엔 아이들이 있을 때면 의식적으로라도 바른 말을 쓰려하던 나이오비는 한 번씩 저렇게 격해진다. 그럴때엔 반박하거나 대항하기보단 피하는 게 상책이다. 결국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티모시는 애써 아이들에게 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숨기며 뻔한 질문을 건넸다.
"저녁은 뭐였으면 좋겠어...?"
***
어째서 나는 이 시대를 타고났던 걸까? 일식이 없던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랬다면 내 소중한 아이를 보내지 않았을까? 왜 이 불은 꺼지지 않는 걸까? 속절없이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면 내 머릿속 뇌까지 뜨거운 열기에 녹아내릴 것 같아.
나의 사랑이, 나의 에밀리아가 저기서 날 애타게 부르고 있는데. 왜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어서, 그저 가만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까?
어설프게나마 다룰 수 있던 불은 손짓하면 손짓 할 수록 더욱 날타롭게 타오른다.
이 불길의 만드는 '끝'을 알고 있다.
끝을 알고 있고, 해야할 일도 알고 있지만 그 끝을 외면 하는 것도, 해야하는 일을 하는 것도 할 수 없다.
나는... 매번 반복되는 이 악몽에서 깨어날 수 없다.
날 위해야 할 불꽃은, 어느새 가장 증오스러운 것이 되어 타오른다.
***
땀에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깨어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무래도 저녁을 준비하고 소파에 앉아 잠시 쉰다는 게 그대로 잠이 든 것 같았다. 최근에는 그 횟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이 악몽은 불현듯 찾아와서 나이오비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어느 부모가 묻어버릴 수 있겠어. 차마 묻을 수조차 없어 가슴에 새긴 제 딸의 모습이 어떻게 잊힐 수 있어.
방 안이었다면 펑펑 울었겠지만 지금은 연합의 사람들이 누구든 드나들 수 있는 공개된 장소였다.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크게 숨을 뱉었다.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겨우 감정을 억누르니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선 시간을 알기 위해서 시계를 바라보니 바늘은 오후 9시가 되기 직전을 가리키고 있었고, 이 시간이라면 원래 엘리와 피터를 제외하곤 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간대였다. 모두가 전장이든 임무든 차출되는 때에도 보통 한 두명씩 남아 술을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공간인데, 어째서인지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나이오비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그 첫번째였다. 밤이라고 하기엔 바깥이 너무 밝다. 묘한 붉은 색의 불빛은 익숙하다. 게다가 어디선가 코를 찔러오는 향기도 그녀에게는 그 무엇보다 익숙한 향기였다.
나무가 타는 것 같은 냄새, 바깥에서 비쳐오는 붉은 빛. 그리고 웅성이는 사람들의 목소리.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에 제 무릎에 덮여 있던 담요를 집어 던지고 다급하게 바깥으로 뛰쳐 나갔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빨갛게 타오르는 불길. 악몽과 겹쳐져 제대로 된 상황을 인식하기 어려웠다. 그 순간, 나이오비는 그대로 주저 앉아 비명을 질렀다. 안 돼, 라고 외치는 순간 제어되지 않은 불꽃이 나이오비를 감쌌다. 또 이거야. 정작 타올랐으면 하는 나는 타오르지도 않으면서, 결국 다른 것을 날름 집어 삼키는 불. 머리를 감싼 채 한참을 웅크리고 있자니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불의 마녀의 불은 같은 불의 마녀만이 건드릴 수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고개를 들어 확인하니 그녀에게 다가온 것은 갈색머리의 청년, 티모시였다.
"...잉게. 괜찮아요?"
"...티모시, 불이... 지금 지하연합에!"
"진정해요. 심호흡 해요. 당신이 알려준 대로, 천천히요."
그의 말에 심호흡을 해 불길을 다스리자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일정 거리에서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서있는 루이스와 휴톤이었고, 그 다음은 물동이를 가져와 끼얹어야 하나 고민하는 레베카와 레이튼, 그리고 아이들을 제 뒤에 숨진 채 서있는 토마스와 도일이었다. 한 쪽에서는 다른 지하연합의 인원들도 보인다. 그 가운데에는 창밖으로 보였던 붉은 빛의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우물 정(井)모양의 나무 더미 사이에서 타오르는 장작불. ...모닥불이라고 불리는 그것이.
"...모닥불?"
"그게... 데미언이 일터에서 감자랑 고구마를 얻어와서요. 굽느라고... 저희 부엌, 그다지 넓지 않으니까요. 아! 그래도 안전 대책은 다 했어요! 지금 레베카나 레이튼이 들고 있는 게 그 증거고...!"
허둥지둥 쓸데없는 정보까지 쭉 늘어놓은 티모시는 원래는 잉게도 깨우려고 했는데요- 로 시작하는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고 나서야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확실히 모닥불 옆 작은 야외테이블에는 감자나 고구마가 잔뜩 쌓여 있고 토마스와 아이들은 그 근처에 앉아 있었다. 뜨거운 구황작물을 토마스의 능력으로 시키는 중이었는 지, 나이오비에 비명에 놀라 희생양이 된 고구마 하나가 깡깡 얼어 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제야 나이오비의 머릿속이 정리 되기 시작했다. 악몽의 원인은 아마 장작을 태우는 연기의 냄새였으리라. 지레짐작으로 허둥대지 말았어야 했다. 물론 연합의 모두도 이게 갑작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녀의 불안정함을 알고 있기에 더 묻지는 않았다. 그대로 나이오비의 불이 꺼지고 나자 다시 아무렇지않게 불에 그을린 야채들을 주워들기 시작했다. 몇몇은 루이스의 등을 툭툭 쳐 제 고구마를 들이밀기도 했다. 아무 일도 없던 것 마냥 모른 채 해주는 거다. 그게 퍽 고맙고 조금 창피해서 나이오비가 고개를 푹 숙였다.
상황이 끝나고 나이오비를 감싸던 불이 사그라들고나니 안심이 된 건지 토마스의 바지춤을 꼭 붙든 채 눈치만 보던 엘리가 쪼르르 달려와 나이오비에게 안겼다. 잘 먹이고 잘 씻긴 아이에게서 특유의 분내가 나는 것 같아 울컥하며 엘리를 와락, 끌어안아 들었다.
"또 나쁜 꿈 꿨어? 엘리가 혼내줄까?"
"...아니야, 아니야 엘리..."
잉게 울지마- 아이는 약간 울음섞인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제딴에는 위로랍시고 늘상 어른들이 저에게 해주는 것처럼 머리를 가만 쓰다듬는 엘리의 손은 따뜻하다. 괜찮아. 아직은 우린 다 여기있어. 그런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아 한참동안 나이오비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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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모닥불 사건의 주동자는 토마스로. 결국 이글이 당했던 모든 다정하고 상냥한(?)행동을 똑같이 꽤 오랫동안 당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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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오비 사랑해!
불장난은 안전한 데에서, 안정장비를 갖추고 합시다!
그냥... 나이오비가 악몽을 꾸고 괴로워 해도 지켜줄 사람이 있다!!! 라는 그런 모멘트가 보고 싶었씁니다...
가정의 달... 지금 코로나로 힘들지만, 기왕 이렇게 된거 진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냅시다~
지하연합 가족들 처럼요~~~
해피한 사퍼(?)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