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ight stalker #1 백발의 검사
-
2,062
2
7
-
2017-09-13 09:23:16
* 선정대상 : 등록일 기준 하루 전 00:00~24:00까지의 게시물 (최대 3일 전까지 확장가능/휴일 예외)
* 추천수 : 높은 순서대로 정렬, 공략 게시판과 팬아트 게시판(팬픽은 별도 조회)을 각각 조회합니다.
* 댓글수 : 추천수가 비슷할 경우, 댓글 수와 내용을 참고합니다. (이때, 작성자가 추가로 단 댓글은 제외)
* 내용 : 게시판과 맞지 않거나 과도한 수위가 있는 글, 심한 욕설 등의 내부 기준에 맞지 않는 글은 제외합니다.
* 제재 여부 : 계정이 이용제재 중이거나, 과거 제재 내역에 따라 제외될 수 있습니다. (게임과 웹 모두 해당)
* 선정은 한가지 기준이 매우 높다 하더라도 종합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선정 작업이 진행됩니다.
ㄴ 추천, 댓글이 많다고 무조건 뽑지 않습니다. (추천 및 댓글에 대한 반응 및 내부 데이터가 함께 체크됩니다.)
ㄴ 내용에 욕설이 한 두개 정도 있다고 무조건 제외하진 않습니다. 내용이 좋다면 감안하여 선정될 수 있습니다. (내용 수정 및 해당 작성자에게 주의를 당부 드린다는 내용으로 안내하고, 반복될 시 추후 선정하지 않습니다.)
- 부적절한 오늘의 사이퍼즈 신고 안내-
* 사이퍼즈 운영진은 오늘의 사이퍼즈를 최대한 공정하게 선정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선정 후 발견되는 일부 저작권,타인의 작품 도용 및 비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신고해 주시면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 특히, 저작권이 있는 내용이나 트레이싱과 같은 무단 도용에 대해서는 오늘의 사이퍼즈 등록 철회 및 민형사상의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사전에 인지 부탁드립니다.
* 너무 심한 상업적 홍보 또는 커미션 요청 및 제공에 대한 내용은 운영자에 의해 조절될 수 있습니다.
* 신고 및 문의 : 사이퍼즈 1:1 문의 (게임문의 → 게임신고(해킹/불법/추적) → 오늘의사이퍼즈)
1장 : 백발의 검사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 단체, 이름은 모두 가공의 것임*
늦은 저녁 웨지우드 여관은 시험을 마치고 한바탕 마시러 온 사관학교
학생들로 떠들썩했다. 굳이 그들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멀리서 그들의
모습만 보아도 그들이 학생이라는것을 알수있었는데 그것은 그들이 교
내에 특별한 행사가 있을때만 입는 정복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웨지우드 여관에 떠도는 매캐한 담배연기와 곳곳에 배인 싸구려 술 냄
새 그리고 가슴을 반쯤 드러내고 화장을 짙게한채 학생 하나하나마다
달라붙은 창부들의 모습은 지나치게 깨끗하고 풀이 먹은 정복에서 풋
내를 느끼게했다.
시험의 주인공이었을(우수한 성적이었기 때문에) 웨슬리 슬로언은 어째
서인지 그 뒷풀이 잔치에서는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여관 1층 구석 테이
블에서 혼자 싸구려 럼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도무지 마음에 안드는것
뿐이다. 창부에게 자랑하기 위해 정복을 입고 모이자고 말한 도미니크도
그렇고 그것에 동의한 꼴통들도 그렇고 그 꼴통들에게 맞춰주는 흉내라
도 내기 위해 입고 나온 자신이 가장 그렇다.
그의 언짢아 함을 이곳에 오기 전부터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해왔던 도미니
크는 술이 좀 들어가고 여자의 가슴을 주물럭거려 우쭐해진 마음으로 떠들
썩한 중앙의 테이블을 떠나 웨슬리가 있는 구석진 자리로 가 시비를 걸었다.
"뭐야. 1등께서는 이런 싸구려 술에 싸구려 여자로는 성이 안차시는가?
아차, 1등은 아니었지. 사격시험에서 형편없는 점수를 받아서 1등을 매번
놓치는 말만 많은 엉터리 사냥꾼이던가!"
"...이 구석진 곳에까지 행차하셔서 어쩌려는건지 모르겠는데."
웨슬리의 냉담한 반응에 도미니크의 얼굴은 금방 벌게져서 터질것처럼
되었다. 술잔을 쥐고있는 손이 분노로 떨렸고 삭막한 분위기에 옆의 학
생들이 둘 사이를 억지로 떼어놓으려고 한 순간 도미니크가 소리질렀다.
"흥. 재수없는 자식! 왜, 이런 년들을 보니까 니 어머니가 생각나서 꼴
리지도 않든? 누구도 환영하지 않을 하녀의 아이를 태생좀 고쳐보겠다
고 억지로 낳았으니 죽을만도 하지! 백작도 너무하시지. 아무리 씨가 없
다고 해도 지 어미 잡아먹고 태어난 놈을 그대로 거두시다니. 심지어 자
기 손에는 피한방울 묻히지 않을 무능한 비겁자로 컸으니 근심이 많으
시겠어?"
여관의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웨슬리는 무심코 손에 낀 장갑을 만
지작거리다가 그것의 의미를 깨닿고 멈추었다. 천한 하녀의 자식으로서
그보다 더한 말도 들어왔으니 새삼스럽지않다. 그러나 거두어준 백작의
은혜를 생각하면 넘어갈수가 없는 말이다. 결투가 되면 이길수없다. 물끄
러미 도미니크를 보았다. 이쪽 테이블로 올때까지만해도 취기가 가득해보
이던 얼굴이 분명한 눈빛과 표정으로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 장소와 상
황은 그저 도미니크가 파놓은 함정에 불과했다는것을 웨슬리는 깨달았다.
방아쇠를 당기지도 못하는 자신과 동기들중에서 가장 우수한 명사수의 대
결이다. 이길수 있을리가 없고 자신에 있어서 죽지는 않겠지만 싸구려 술
집에서 정복을 입은채로 창녀들 앞에서 자존심싸움하다가 이기지도 못했
다는 내용이 집안사람들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다면 다음학기에 이 학교
에 있을수있을지 없을지조차 불확실해지게되는것은 물론이고 가문 밖으
로 추방당하게될수도있다. 그만큼 가문 안에서 그는 약자였으며 어느 누
구의 보호조차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웨슬리는 초조함을 느꼈다. 예리한 칼끝이 목 언저리에 겨냥당한것마냥 꼼
짝하지 못하고 그저 침묵만을 지켰다. 도미니크는 우월감에 차 웨슬리를
내려다보았고 잠시 이 승리를 만끽하려는듯 묵묵히 답을 기다렸다. 아니, 답
은 아무래도 좋았다. 말을 꺼내면 결투는 피할수없었고 입을 다물면 겁쟁이
로 낙인찍혀 고립될터였다. 시간은 그의 편이었고 승패는 결정 나 있었다.
침묵의 와중 입을 뗀것은 도미니크도 웨슬리도 아닌 도미니크와 한껏 시시
닥거리던 창녀였다.
"이봐요 도미니크. 우리 이러지말구 슬슬 2층으로 올라가는게 어때요? 이런
사내들 싸움으로 오늘 밤을 보내기에는 조금 아깝잖아요?"
그녀는 그러면서 얇고 섬세한 손가락으로 도미니크의 목줄기를 쓸었다.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있던 동기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던듯 장내는 곧 시끌벅적하
고 산만해졌고 학생들과 창녀들은 자기네들끼리 시시덕거리며 상대를 희롱하
는것에 빠져들었다. 지금이 기회라고 느낀 악사는 템포가 빠르고 시끌벅적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도미니크의 모욕은 어느새 묻혀 없는일이 되어버리
고 말았다.
도미니크는 예상치 못한 방해에 계획이 망가진것을 깨닫고 그 건방진 방해자의
뺨을 있는힘껏 내갈겼다. 안타깝게도 그 소리는 묻히고 화풀이 당한 그녀의 고
통만이 덩그라니 남았다. 그녀는 뺨을 내치는 힘에 그대로 쓰러져 바닥에 주저
앉은채로 고개를 떨구었다. 도미니크가 웨슬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주제도 모르고 끼어드는건 천박한 족속들 특징인가봐? 다음에라도 너의 그 비
겁하고 겁많은 본성을 모두에게 드러내 보이겠어. 네가 이 학교를 다니고 이 사
회의 일부를 지탱할 자격이 없다는것을 보여주겠어. 기대하라고."
그리고서는 웨슬리의 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뒤돌아 여관을 나갔다.
도미니크가 여관을 나가고 동기들이 끝난 싸움에 관심을 잃은것을 확인한 웨슬
리는 화풀이 대상으로 처참하게 내팽개쳐진 여자에게 다가갔다. 여자의 눈에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슬픔도 어떠한 낙담도 없는 반짝임이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는 바로 앞에있는 웨슬리에게만 들릴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나에게 빛진거야. 소티."
웨슬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줄 돈이 정 없으면 학비라도 보태줄게. 타냐."
웨슬리는 타냐를 업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눈이 마주친 여관주인이 윙
크를 날렸다. 하긴, 여기는 '우리'바닥이니까. 그 도련님 말마따나.
2층은 2층대로 엉망이었다. 정체불명의 토사물과 술병이 나뒹굴고 좁은 통로에 술
에 취해 나뒹구는 네다섯의 학생이 들어서 있었기 때문에 웨슬리는 잠기지 않은 첫
번째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타냐가 막았다.
"이봐 슬로스. 거기는 '가장 더러운 방'이라고. 웬만하면 거기에는 들어가지 않는게
좋을거야. 저번에 어떤 또라이가 말하고싶지도 않은 짓을 하는 바람에 거기는 진상
을 가져다 버리는 장소가 됐어. 그러니까 자다가도 덩어리들이 하나씩 들어올거야.
나를 그런데서 자게 만든다면 네가 먹는 수프에 바퀴벌레 열마리를 갈아서 몰래 넣
어버리겠어."
그렇게 사정없이 얻어맞았으면서 태연하게 그런 소리나 하다니 참 터프한 여자다.
아니 그저 여자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타냐는 타냐니까.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웨슬리는 타냐가 안내하는대로 평소보다 더 좁아진 통로를 뚫고 가장 끝방까지 갔다.
그러나 문은 자물쇠로 잠겨있었다. 타냐가 열쇠를 건네주어서 그것을 따고 들어갔다.
좁은 방에는 화장대며 옷장이며 수납장이며 침대며 이것저것이 우겨넣어져있어 조
금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일인용 침대에서 한명이 겨우 들어갈뿐이
다. 손님을 받는 방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고 창문조차 없는 방은 애초에 사람이 들
어가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곳이 아닌것같았다. 그럼에도 있을것만있는 무개성의
룸보다는 사람 냄새가 났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곳저곳을 훑어보는 웨슬리에게
티냐가 면박을 줬다.
"똑똑하고 말끔하신 명문사관학교 생도가 이제보니 초경을 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소
녀의 방을 뒤적거리고싶어서 안달이 난 변태였다니."
웨슬리가 헛기침을 하며 대꾸했다.
"난 그저 어떤 침실이나 창고일줄 알았는데 달라서 놀랐을뿐이야."
'-흐응...' 타냐는 들릴듯 말듯 낮게 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그 소리는 웨슬리의 귓가에
끈덕지게 늘어붙었다. 미묘한 분위기에 어쩔줄 몰라하는 웨슬리에게 타냐가 속삭였다.
"뭐야. 침실이라니. 나하고 하고싶었던거구나. 소티랑 하는거였다면 첫번째 방도 좋았
을텐데. 나 소티랑 해보고 싶었으니까."
웨슬리가 뒤로 물러나려했지만 좁은 방에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공간이 없었다. 타냐는
한층 더 웨슬리에게 다가갔고 웨슬리는 거역할수없는 힘에 붙들린듯 멈추어 다가오는
타냐만을 약간의 충동과 두려움이 담긴 눈으로 보려다가... 웃음보가 터져버렸다.
타냐는 깜짝 놀라서는 웨슬리가 붙은 벽의 반대편으로 순식간에 달라붙어버렸다. 고양
이같이 동그란 눈을 하고서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이 꽤 귀엽다고 웨슬리는 생각하며 말했다.
"타냐. 자두마냥 부풀어오른 볼을 하고서는 날 유혹할 속셈이야?"
타냐는 무언가 깨달은듯 바짝 일어서서는 화장대의 거울을 마주보고선 신음성을 냈다.
"으으윽.......최악이야..."
안심한 웨슬리는 있는대로 떠들어댄다.
"이봐 타냐. 무슨 마음으로 그러는거야. 나도 남자라고. 내쪽에서 불붙어버리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타냐는 웨슬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흥. 뱀 앞에 개구리처럼 발발 떨었던 주제에."
"여하튼 기다려 봐. 마스터한테 얼음찜질할것좀 얻어올테니까."
"가져오든가 말든가."
"네 얼굴이라고. 좀 신경을 써."
웨슬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방문을 나선후에 마스터가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
마스터는 한창 바빴다. 도미니크와 웨슬리의 다툼 후 갑자기 주문이 몰려든 탓에 동시에
세네가지의 음식을 하며 술 주문이 나오면 또 그것을 빼서 웨이터에게 건네주고있었다.
"마스터 미안하지만 얼음하고 그것을 넣을 주머니좀 줄수있을까?"
마스터는 뒤도 돌아보지않고 그에게 말했다.
"입구 첫째 냉장고 아랫쪽에 만들어놨어. 가져가. 그나저나 타냐가 싸움을 말려준덕택에
살았어. 그대로라면 술자리도 파토나고 경찰에서도 사람이 오거든. 그럼 또 경찰한테 용
돈도 챙겨줘야하니까 완전 문제였다고. 타냐한테 일 안해도 되니까 푹 쉬라고 전해줘. 내
일 일당도 쳐준다고 하고."
기브 앤 테이크로군. 웨슬리는 알았다고 대답하고 마스터가 말한대로 주방 가장 첫번째
윗쪽 냉장고를 열었다. 얼음이 들어간 자그마한 자루와 여분의 얼음들을 챙겨 끝 방으로 다
시 올라가려고하는데 동기인 스미스에게 붙잡혔다.
"웨슬리, 괜찮아? 불도저가 꽤나 벼르고 있었던 모양인데."
"직접 당하는 입장에서는 힘들다고."
"뭐, 가문에서 쫒겨나면 말만 해. 이쪽 가문 장학생으로 후원해줄테니까. 너도 그쪽이 더
낫지않아? 솔직히 나는 네가 그곳에서 쫒겨나기를 바라고 있거든."
"너는 그저 쓸만한 장기말을 하나 얻고싶은거겠지."
"그러니까 말만 하라고. 대우는 거기보다 좋을테니까. 사실 아버지도 너를 눈여겨보고 계
시거든. 그래서 데리고 오래. '쓸만한 녀석'이라고."
"열등감에 날뛰는 도미니크보다는 네 쪽이 현명하군 그래."
"그쪽 가문은 용맹해야 사람이 따른다는 입장이고 그래서 자신을 이길수있을지도 모르는
대상을 배제해왔으니까 옳고 그름을 따질수는 없잖아? 물론.."
"그래. 내가 도미니크에게 가질 원한을 무시한다면 말이야."
스미스는 말 하기를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뗐다.
"좋아. 내 입장에서는 네가 더 성장하기를 바라니까 손을대겠어. 이정도로 날 미워하게 되
면 너는 그저 그뿐이라는말이지."
웨슬리는 얼음주머니를 보였다.
"빨리 시험하라고. 얼음이 녹기전에 올라가고싶어."
"우선 도미니크는 혼자서 강한게 아니야. 그의 독단이 필요한 사람들이 그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지. 도미니크의 숨통을 끊으려면 그의 독단을 지지해줄 지지자들을 차근차근 정리
하거나 아주 섬세하고 날카롭게 바늘구멍을 빠져나와 말그대로 숨통을 끊는거야. 하지만
지금의 너로서는 무리야. 이유를 알겠어?"
"......"
"정답은 내가 반드시 너의 편은 아니라는것이고 내가 타냐와 너의 관계를 알고있으며 네가
도미니크의 목숨을 빼앗는것보다는 타냐의 목숨을 지키는것이 우선이라는것도 알고있으며
도미니크가 가지게될 힘은 너 한명과는 비교할수없다는 사실이지. 아마도 너는 지키는것은
하겠지만 공격은 못해. 지금은 비정하지 못하니까."
"흥... 이정도로 손을 댔으니 무슨 생각이 있는거겠지?"
"물론.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을뿐이야. 이번 일에 도미니크를 넣는지 빼는지."
"결론은?"
"뭐...... 내일이면 알게될거야. 엊그제 보낸 편지 있지? 뜯어봤어?"
"아... 그 쓸모없어보이는 외국인 수용소 안내책자말이지."
"그곳으로 와. 재미있는 일이 시작될테니까. 내일 10시까지야.난 시간약속 중요하게 여
기는거 알지? 타냐랑 재미보다가 늦어버리면 난 너한테 많이 실망하게 될거야. 그리고
너보다는 도미니크의 편을 들 확률도 높아질거고."
"...알았어. 딱히 선택지가 없군."
스미스는 싱긋 웃고는 뒤돌아서 테이블로 돌아갔다. 더 마실 작정인가. 징그러운 녀석이
라고 생각했다.
타냐는 침대위에서 이불을 덮어쓴채로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타냐. 얼음 가져왔어. 얼굴좀 식히자."
그러나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
왜 늦었냐니.. 스미스와의 칙칙한 이야기까지 해야할까? 웨슬리는 고민했고 그것이 타
냐의 성질을 건드렸다.
"그래 얼굴에 자두 하나 박힌년보다는 안박힌년들이 구경하기 더 좋았겠지."
피곤한녀석... 아까까지는 일에 닳고닳은 창부 행세를 하더니 돌아와보니 콩알만한 꼬맹
이가 되어있었다.
"내가 화장하고 드레스입는거 안좋아하는거 알잖아. 그래서 화장은 지웠어? 안 지운채로
찜질하면 엉망이 될거야."
"....지워줘."
"...뭐라고?"
"지...지워달라고...! 오늘 나한테 빚졌잖아...!"
이불속에 꽁꽁 숨어서는 도대체 무슨 요구를 하는것인지. 웨슬리는 골치가 아파 살짝 얼굴
을 찡그렸다. 그런데 타냐는 그것을 어떻게 눈치챘는지 또 성질을 냈다.
"너 때문이야. 빨리 지우고 찜질하고 위로해달란 말이야! 그런 기분나쁜 표정 짓지 말고!"
웨슬리는 최대한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레 말했다.
"자, 우선 이불을 벗자. 그래야 화장도 지우고 얼굴의 상태도 확인할수있잖아?"
"싫어."
"...어..응?"
"싫다고."
"그럼 어떻게 화장을 지우고 찜질을 할건데."
"내가 어떻게 알아."
이해할수없는 문답을 몇번 반복하다가 웨슬리는 짜증이 솓구쳐 억지로 이불을 벗겨버
렸다. 억지로 빼앗았기 때문에 화가 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타냐는 주렁주렁
눈물을 쏟아내며 화장이 이리저리 번진 얼굴을 하고 기묘한 표정으로 울고있었다.
"웨슬리가 나빠. 무조건 웨슬리가 나쁜거야."
"....그래 알았으니 화장부터 어떻게 하자. 응?"
겨우겨우 화장을 지우고보니 눈가가 심하게 부르터서 눈알이 평소의 반도 보이지 않았다.
웃음이 나왔으나 웨슬리는 간신히 참았다. 타냐는 완전히 어린아이가 되어버려서는 이유
도 모를것들로 칭얼대었다.
"너 나 무시하지 마. 알았어?"
"응 알았어."
"날 보면 아는척을 해."
"저번에 일하는중에 말걸지 말라고...아니 알았어."
"무릎배게를 해."
"어...그래."
무릎을 뱄다.
"일단 사과해."
"어.. 미안해."
"성의를 담아서."
"미안...해."
"머리카락에 뭐 묻었는지 봐줘."
긴 빨간머리를 램프의 빛에 기대어 살폈다. 고양이 털 마냥 군데군데 엉켜있는데다가
술냄새가 진득하게 붙어있었다. 그래서 웨슬리는 큰 마음 먹고 이 덩어리를 조금 정리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빗좀 빌릴게 타냐."
"아프게 하면 죽여버릴거야."
"알았어."
너무 엉켜있었기 때문에 웨슬리는 가위도 빌려서 살짝살짝 다듬으며 빗질을 했다.
"너. 내 머리 망가뜨리면 나중에 네 머리카락 다 잘라버릴거야."
"그것 참 무섭군 그래."
"아 그리고 머리카락 대충 손질 되면 귀지좀 파줘."
"그래 그건 어디있는데?"
"화장대 가장 왼쪽 서랍에 발톱깎이랑 같이 있는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있어."
"알았어."
잠시 말이 끊겼다. 조용히 타오르는 램프의 불빛을 멍하니 응시하던 타냐가 머리카
락과 씨름중인 웨슬리에게 말을 걸었다.
"웨슬리. 너는 언니의 일을 후회해?"
"아니."
"그래 그렇다면 나도 후회하지 않아."
"그래."
"웨슬리. 너는 아버지를 원망해?"
"아니."
"그래 그렇다면 나도 원망하지 않아."
"웨슬리. 너는 도미니크를 미워해?"
"어. 걔는 좀 혼나야 해."
"그래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타냐는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웨슬리는 귀지까지는 파주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안심했다.
잠시 타냐가 자는것을 확인한 후 웨슬리는 말했다.
"타냐. 후회나 원망은 제 자리에 멈출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할수있는거야. 너도 알고있겠지?
그런 마음은 앙금처럼 남아 바닥에 가라앉은채로 일년이고 십년이고 남는다는것을. 나아가기
위해서는 잊고있을수밖에 없다는것을."
낮이 되어 웨슬리는 우선 생도 숙소로 향했다. 보낸 사람이
스미스가 아니었으면 곧장 버렸을 그 엉터리 안내책자의 내
용같은것은 일일이 기억하지 않았으므로 가서 확인해야했다.
자는 타냐를 내버려둔것이 마음에 조금 걸렸으나(걱정되서
가 아니다. 피곤해질것같아서이다) 깨워봤자 같이 밥 먹자
고 해서 붙들리면 영영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할것같았으므
로 어쩔수없는 선택이었다고 웨슬리는 생각했다.
룸메이트는 어디로 나갔는지 방이 비어있었다. 책자는
신발장 위에 올려져있어서 바로 찾을수있었다. 웨슬리가
그것을 챙기고 문 밖으로 나서자 익숙한 얼굴이 그를 기다
리고있었다.
"오래간만이에요 웨슬리씨."
"소냐씨 오랜만이에요. 스미스에게 무슨 일 있나요?"
"네. 갑자기 일이 생기셔서 대신 제가 같이 가드리게 되었습니다."
웨슬리는 곤란한듯 뒤통수를 긁었다. 소냐는 스미스의 손발이
되어주는 시녀들중 하나로 꽤 착실하고 귀여운 부분이 있는 아
가씨인데, 스미스가 걸핏하면 자신과 엮이게 만드려고(그것이
재미로 그러는것인지 본심으로 그러는것인지도 알수없다) 꾀를
부리기 때문에 당사자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편해질수
는 없었기때문이다. 괜히 타냐가 신경쓰여 우물쭈물하고 있으
려니 소냐가 다소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불편하시다면 다른 분께 부탁드려보겠습니다."
"아니요. 저도 다른 분 보다는 익숙한 소냐씨에게 안내받고싶어요."
"그런가요? 다행이에요. 가는 방법은 숙지하고 계신가요? 열차 시간
과 목적지에 대한것은 알아보고 왔습니다."
"사실 그쪽은 잘 모르거든요. 안내 부탁드릴게요."
소냐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외국인수용소는 굉장히 번잡
스러웠다. 단순하고 투박한 ㄷ자의 석조건물 외벽을 둘러
싼 적색 벽돌 위를 타고 올라간 담쟁이넝쿨의 수가 지나쳐
창문을 여는데 불편해보였고 아주 쓰이지 않는곳은 시도조
차 포기한지 오래인것같았다. ㄷ자 건물의 안쪽부터 시작
해서 건물을 둘러싼 공터에 이르기까지 네다섯겹의 판자촌
이 구성되어져 있어 그 광대한 영역을 가두는 철조망이 없
었다면 빈곤한 하나의 마을로 착각할 정도였다.
철조망 앞에는 단검이 박힌 장총으로 무장한 군인 두명이 지
키고 있었고 딱히 초소랄만한곳은 없었으나 빈번히 순찰을
도는 모양이었다.
"이런 누추한곳까지 오시다니. 열의가 대단하시군요. 제 이름
은 한스라고합니다. 이야기는 이미 들었으니 바로 안내해드리
겠습니다."
앞장서는 한스를 따라 웨슬리와 소냐는 수용소 내부로 들어갔
다. 여기저기 더러운 물이 흘렀고 어른아이 상관없이 굶주려
있었다.
"그자는 감금되어있습니다. 이상한 술수를 부리는데다가 무기
를 가지고 있거든요. 특별히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는 않았습
니다만 이쪽 말도 안통해서 애를 먹었죠. 한 가지 말만을 반복
하고있습니다. '웨슬리 슬로언'이라고요."
웨슬리는 잠시 침묵했다. 소냐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이곳까지 왔을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한스는 어색한 분위기
를 무마시키기 위해 말을 돌렸다.
"그저 궁지에 몰려있으니 떠오르는 이름을 아무렇게나
떠든것일테지요. 크게 신경쓰실일 아닐겁니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 가문 사람들이 흥미를 가져서 말이죠.. 정
말 여러모로 곤란합니다."
주어진 정보도 없는데 섣부르게 판단하는것은 오히려
나중에 정말로 중요할때 눈을 가리게 된다. 웨슬리는 한
스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므로 적당히
맞장구쳤다.
"무엇인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겠죠. 그것을
확인하러 온 것이니 한번 맡겨주시죠."
칙칙한 회색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감옥이었다. 밖과는
대조적으로 조용했고 철로된 문 만이 평면적으로 늘어
서있었다. 문에는 위와 아래로 직사각형의 넓직한 틈
이 있었는데 죄수를 감시하기 위해 내려다 볼 곳과 식
사를 넣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한스는 113이라고 적힌 철문 앞에 멈추고 그를 뒤따라
가던 두 사람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 안에 있습니다. 묶어놓지 않았으니 대회는 불편하시
겠지만 문 앞에서 하셔야할것같습니다."
웨슬리는 철문의 윗쪽 구멍으로 안을 살폈다. 감옥 안의
남자는 아주 길고 새하얀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었으며
얼굴 한쪽에는 눈 위를 가로지르는 깊게 패인 상처자국
이 남아있었다. 190은 되어보이는 큰 키와 길게 뻗은 양
팔과 다리,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근육은 한 마리의 거대
한 흰색 뱀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그것'의 눈이 웨슬리를
향했을때 웨슬리는 마른 침을 삼킬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분명 한동안은 물 한모금조차 입에 대지 못했을 그 메마
르고 갈라진 입을 떼어 분명히 말했다.
"나, 알고있다. 너.... 웨슬리 슬로언. 물을 ....줘."
웨슬리는 천천히 남자를 살폈다. 적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특이한 사내라면 기억에서 잊혀질리가 없다. 그것
이 웨슬리를 주저하게했다. 그러다가 그의 손에 쥐어진 거
대하고 긴, 기묘한 칼을 발견하고 한스에게 물었다.
"저 사람이 여기 갇힌지 얼마나 되었죠?"
"일주일은 되었을겁니다."
웨슬리는 남자에게 말했다.
"너의 칼. 그것을 나에게 주면 물도 주고 감옥에서도
빼주겠어."
웨슬리의 손가락 끝이 칼을 향하는것을 본 남자는 칼
을 집에 넣은채로 철문앞에 던졌다. 다소 곤란해하는
한스에게 문을 열라고 지시한 웨슬리는 남자가 던진
칼을 들려고 했으나 꽤 무거웠다. 그런 웨슬리의 기색
을 눈치채고 소냐가 웨슬리에게 양해를 구한 후 간단
히 들고서는 웨슬리의 뒷쪽으로 물러섰다. 머쓱함을
참으며 웨슬리는 한스에게 마실것과 먹을것 그리고
다른 방을 요구했다.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한스는 근처에 서 있는 병사 한명을 잡아 웨슬리의 요구
사항을 말했다. 병사는 짧게 대답하고는 수용소 건물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한스는 근처에 서 있는 병사 한명을 잡아 웨슬리의 요구
사항을 말했다. 병사는 짧게 대답하고는 수용소 건물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웨슬리는 거리를 유지한 채로 남자의 안색을 살폈으나
남자는 그저 알수없는 표정을 짓고 웨슬리와 마주보고
있었다. 적의를 가지고 있다기에는 지나치게 무덤덤하고
호의를 가지고 있다기에는 무언가를 숨기는 눈치다. 웨
슬리는 우선 이 남자에게 목줄은 채우더라도 어느정도는
관찰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나 수용소는 남자를 관찰
하기에 너무 폐쇄적이었으므로 우선 그를 이곳에서 빼내
기로 마음먹었다.
준비를 마친 병사에게 웨슬리는 남자만 우선 방으로 데리
고 가서 물과 식사를 줄것을 부탁했다. 웨슬리가 할 말이
있다는것을 알아챈 소냐도 남아 그들을 먼저 보냈다.
"소냐. 저 사람말인데 이름은 알아?"
소냐는 조금 낮설게 웃었다. 소녀같이 풋풋한 웃음이다.
"이름을 붙여주는건 어때요?"
웨슬리는 잠시 고민하는척 하고 말했다.
"존이 좋겠어."
소냐가 한번 더 웃었다. 오늘 유난히 웃음이 많은것같군.
웨슬리는 생각했다.
"웨슬리 씨는 저 사람을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말은 물어보는것이지만 그것에 어떤 궁금증이나 의문이
담겨있지않았다. 하려는 말을 이미 눈치챈것같았다.
"학교 기숙사에 남는 자리가 하나 있던가?"
소냐는 잠시 고민하는척 하고 말했다.
"아마 웨슬리씨의 룸 메이트가 방을 옮기고 싶어할거에요."
잠시 웨슬리는 그 게으름벵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자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요즘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것같았어."
조금의 여유를 두고 웨슬리와 소냐는 면회실로 들어갔다.
그곳은 그저 감옥보다는 조금 더 넓고 창문이 하나 더 있을
뿐인 장소였다. 그 가운데 덩그라니 볼품없는 목제 테이블
과 의자 세개가 있을뿐이었다. 그곳에서 존은 몸집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은 의자에 앉아 딱딱한 검은 빵을 야금야금
뜯어서는 공을 들여 씹고 있었다. 웨슬리가 존의 맞은편에
앉고 말했다.
"있을 곳이 없다면 마련해주려고하는데."
존은 천천히 그리고 분명하게 말했다.
"천천히. 쉽게."
그러니까... 웨슬리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에 말했다.
"너를. 도와준다."
존은 고개를 잠깐 갸우뚱하더니 대답했다. 그 꼴이 조금 우스웠다.
"알았다."
현장 사람들을 무시하는 행동인가 싶어서 웨슬리가 한스에게
물었으나 한스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외국인 수용소는 범죄자들을 가두는곳이 아닙니다. 외국인이
너무 많이 들어오기때문에 어쩔수없이 생긴곳이죠. 공공연한
비밀입니다만 저희가 가진것은 군복 몇벌과 장총과 단검이 전
부입니다. 외국인들은 우리에 대해서 무지하기때문에 이 빈약
한 장비와 한없이 부족한 병력으로 수십배의 사람들을 통제할
수있는겁니다.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따위 어렵지 않을테지요. 거기다가 저 남자의 칼. 뺏지 않은
것이 아니라 뺏지 못한겁니다. 저 거대한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
르면서 총알마저 튕겨냈어요. 믿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말 그대
로 쏘아진 총알을 튕겨냈습니다."
그의 두 눈은 당혹에 물들어있었다. 총알을 튕겨내는 검사라..웨
슬리는 부지런히 검은빵을 씹어대는 존을 보았다. 언뜻 들었던
초인으로 구성된 슈퍼솔저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전면전에서는
쓸모없겠지만 난전이나 특수작전의 경우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
하겠지. 총알도 튕겨내는 검사란 꽤나 공포의 상징이 될것이다.
그러나 웨슬리는 직감적으로 존과 슈퍼솔져 프로젝트는 직접적
인 연관이 없을것이라고 느꼈다. 뱀이 무리를 짓는일 따위 할 필
요성이 없으니까..라고 하면 말이 될까. 집단 행동에 맞는 동물
은 따로있다. 그런 동물들을 효율적으로 사육하고 소모시키는
쪽이 더 안정적이다. 굳이 뱀에게 사회성을 가르치는것보다 사
회성있는것들에게 뱀의 흉내만이라도 내게 하는것이 효율적이
라는것이다. 그만큼 존은 특별했다. 그것은 몇가지 타고남과 몇
가지 운명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완성될 가능성조차 없다고 느낄
정도로.
소냐가 웨슬리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웨슬리씨. 잠깐 전화좀 하고 올게요. 룸메이트 분하고 얘기좀 해야
할것같아요."
웨슬리는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알았다고 대답했다. 가문이라는
것에 서포트를 받는 그들의 '수단'은 생각하지 않는편이 낫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있었기때문이다. 좀 떨떠름하지만 올바른 결
과를 가져오면 족하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편하다. 말린다고 안
하는것도 아니니까.
약간의 정적이 찾아왔다. 존은 부지런히 씹었고 한스는 지금껏 잘
참고있었던 존에 대한 공포를 숨기는것에 한계가 온것같았고 웨슬
리 본인은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잠시 더 생각했다.(불안을
견디는것이 병사의 일이 아니던가)
스미스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것일까. 눈 앞에 놓인 '저것'은 밥 좀
먹여주고 잠 좀 재워준다고 은혜를 갚을 그런 '인간적인'것이 아니다.
존은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 쓸모가 많아보이지만 적이 안되기만
하면 족한 존재다. 저것은 말하자면 계륵으로, 양날의 검이 분명하다.
가장 가깝다고 한다면 저것이 왜 이곳에 왔고 무엇과 연결되어있는
지 알고싶다는 마음일것이라고 웨슬리는 생각했다. 여하간에 처음
생각했던대로 대화를 할 시기는 지금이아니다.
몇분 지나지 않아 소냐가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문제 없어요. 룸메이트분의 짐을 빼는 업자와 이야기는 끝났어요.
존씨에게 필요할 물품들도 넣고있으니까 아마 도착할때쯤이면 세팅
이 다 되어있을거에요."
존은 소냐가 들어오는것에 딱 맞게 식사를 멈추었다. 무엇을 말하려는
듯해서 웨슬리는 기다렸다.
"나의 이름을 알고있는가? 내게 이름을 주었으면한다."
소냐와 웨슬리가 무심코 서로를 보았다. 웨슬리는 그 성의없는 이름을
정말로 붙여주어야 하는가 고민했고 소냐가 빨랐다.
"존. 이라고 부르도록 하죠."
존은 그 이름을 몇번 곱씹어보더니 동의했다.
"난 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