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바 디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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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8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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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오스에서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들은 게 언제더라.
타라는 창 밖에서 들리는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런 생각을 해봤다.
최근 영입된 에바 디아스라는 여자애는 소녀와 여자, 그리고 왜인지 미소년의 한 가운데쯤 있는 느낌인데,
정말 보기 드물게 밝고 명랑한 성격이라 벌써 어린 여자애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
창문가에 기대서 내려다보니 마를렌이 배를 움켜쥐고 의자에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샬럿도 양 볼을 감싸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역시나 시끄럽다 싶었더니 클레어가 함께 있었다.
그 앞에는 에바가 뭘 흉내 내고 있는 건지 양 팔과 양 다리를 크게 벌리고 허우적대고 있었다.
타라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가 얼굴을 굳혔다.
에바 디아스는 좌절이란 단어를 모르는 것 같았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뜻이 꺾여 보지 않은 것처럼,
아무리 안 된다고 해도 기어코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내고 마는 것이었다. 그 점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다. 에바 디아스는 확실히 긍정적인 힘을 불러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타라 같이 속이 좀 꼬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에바의 거침 없는 행보가 왠지 아니꼬운 것이었다.
에바가 모든 일에 성공하는 것은, 아무리 실패를 반복해도 그 일을 성공할 때까지 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처음 포트레너드에 등장했을 때에도 그랬다. 입장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어도
디미스트에 들어갔고, 검룡이 제지했는데도 회사에 스카우트된다는 방법으로 다시 디미스트로 갈 방법을
찾아냈다. 디미스트, 타라의 생각이 디미스트에 이르자 다시 미간이 찌푸려졌다.
저 아이는 헬리오스에 꽤 좋은 장기말이 되겠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것이다. 벌써부터 타라의 책상에는 DPD에서 온 청구서가 쌓여 있지 않은가!
디미스트에서 격돌한 에바와 검룡은 숲에 적잖은 피해를 입혔고 DPD의 청구서와 드니스의 격분과
타라의 울화를 불러왔다. 그런 주제에 사과는 깍듯해서 더 얄미웠다.
드니스가 기가 막히다는 듯 대꾸도 없이 돌아서서 가버렸을 때 타라도 함께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에바에게는 타격이 없었다. 이 아이는 저렇게나 어리고 사랑만 받고 자랐으면서
세상에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균형 감각 또한 훌륭한 가정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항상 중심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존경스러우면서도 어린 나이에 이룰 수 있는 그러한 인성적인 완성도에
질투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걸 자각하고 나니 스스로가 너무 졸렬하게 느껴져서 더 짜증이 났다.
그런데 대놓고 미워할 데가 없었다. 이렇게 무한 반복이었다.
“언제 오스트레일리아에 갈 거야.”
에바의 쾌활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최대한 빨리 가줬으면.
“목도리 도마뱀이라고 들어봤니?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도마뱀이야.”
“왜 이름이 목도리 도마뱀이에요? 목도리를 하고 있어요?”
“응, 목도리. 하지만 그런 게 아니고, 이렇게, 여왕님처럼 말이야. 평소에는 접혀 있는데,
자기가 활짝 펼 수 있어. 그럼 이렇게 펼쳐지거든.”
벌써부터 웃고 난리가 났다. 에바는 목도리 도마뱀이 목도리를 활짝 펼치고 달리는 모습을 흉내 내며
진지한 목소리로 이 모습을 꼭 두 눈으로 봐야겠다고 말했는데, 타라마저도 벽 뒤에서 웃고 말았다.
아, 정말 너무 얄밉다.
얼마 후 타라는 밖에서 혼자 편지를 읽고 있는 에바를 발견했다. 편지를 읽으면서 어찌나 킥킥대는지
타라는 무심코 바라보다가 에바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조노비치씨.”
“아, 그래, 안녕. 뭐 재미 있는 거 읽나봐?”
“그냥 편지에요. 아르헨티나에 있는 오빠가 보낸 거예요.”
“오빠가… 둘 있었나?”
“셋이요. 그리고 언니도 하나 있어요.”
“그렇구나. 모이면 아주 시끌벅쩍 하겠네.”
“네, 사실 다들 사고뭉치에요. 큰오빠가 항상 뒤치다꺼리 하느라고 우릴 쫓아 다니기 바빴죠.”
저런, 타라는 얼굴도 모르는 에바의 큰오빠에게 깊은 동지애를 느꼈다. 에바 하나도 버거운데,
에바 같은 애들이 셋이 더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큰오빠도 에바와 같은 능력자라고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감당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타라는 에바의 옆에 앉아
형제자매들이 사고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오히려 능력자가 아니라던 다른 세 남매가 온 동네에
시비를 걸고 다녔던 모양새였다. 다른 형제들과는 나이차이가 제법 나는지 꽤 존대하는 것 같았는데,
막내 오빠라는 호르헤 디아스에 대해서 말할 때에는 거침이 없었다.
자기 오빠지만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며, 능력도 없는 사람이 항상 싸움을 걸고 다닌다고 푸념을 하는데
말투는 따지는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는 깊은 애정이 있었다.
아마 듣기에 호르헤와는 서로가 그런 사이인 것 같았다.
누구보다도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능력자 여동생을 둔 비능력자 오빠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을까?
적어도 호르헤는 비뚤어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참으로 부모가 대단한 사람들이다.
다섯 남매를 하나 같이 구김 없는 바른 사람으로 키워냈으니 말이다.
서류가 남았다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타라에게 인사를 하고 에바는 호르헤가 보낸 편지를 마저 읽었다.
타라가 지나가면서 DPD에서 청구서가 왔다는 둥 일이 늘어났다는 느낌으로 말을 했는데
어쩌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게 좋으니까. 에바는 웃으면서 못 들은 척 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에바의 수다를 찬찬히 들어줬던 사람이다. 따뜻한 사람인 것이 분명했다.
호르헤가 늘어놓는 걱정은 끝이 없었다. 에바는 스스로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
어릴 적에는 큰 산으로 보였던 큰오빠 레오마저도, 이제는 넘어야 할 경지로, 넘을 수 있는 경지로
보이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호르헤는 평범한 스무살짜리 여자애를 대하듯이 말했다.
에바가 능력자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항상 그랬다. 호르헤 뿐 아니라 다른 형제자매들도,
부모님도 에바를 그렇게 대해줬다. 에바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줬지만,
그것은 능력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한 가족이었기 때문이었다.
길지는 않은 세월, 세상을 보며 에바는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기적 같은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나 포트레너드에 와서는 더욱 절실히 느끼는 중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저 어린 아이들의 가족이 되어 주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다가 에바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아니라 여기 머무는 동안은 친형제처럼
대해주면 되지. 아마 한동안 머물게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에바는 가뿐하게 몸을 털고 일어섰다.
방으로 가서 답장을 써야겠다.
아마 답장은 두 통으로 나눠서 써야 할 것이다. 호르헤와 다른 가족에게 보내는 안부 편지와
레오에게 보내는 또 다른 편지. 에바는 오랜 시간 찾아왔던 특별한 문양을 떠올렸다.
다른 가족들에게는 말하지 못했지만 레오에게만은 알려줬다. 그것은 그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평범한 은유를 통해 전해졌기 때문에 아마 다른 사람들은 편지를 봐도 알아챌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왠지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에바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부유하고 고풍적인 저택들, 아프리카의 동굴, 이집트의 무너진 건물 벽,
그리고 디미스트의 폐허까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견되는 불길한 문양.
크기와 각도 등 표현에 조금씩 차이가 있긴 했지만 왼쪽으로 기운 것만은 틀림 없이 같았다.
오랜 세월 세계 곳곳에 같은 문양을 남길 수 있는 그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 분명했다. 아마 겉으로 드러나는 극히 일부분의 그 이름은 항상 바꿔가며
존재해왔을 것이다. 에바는 왠지 목덜미가 선뜩해지는 것 같았다. 그것은 그대로 또 다른 흥분이 되었다.
그 천칭이 기우는 쪽은, 어느 쪽일까?
밝고 명랑한 애가 나왔네요. 형제가 많고 사랑 받은 것 같은 걸 표현하고 싶었는데 저는 위에 있는 타라처럼 좀 불편할 거 같기도 해요 ㅎㅎ...
에바가 디미스트에서 뭘 본 건지 너무 궁금해서 양념을 조금 쳐봤습니다. 팬픽 많이 나오면 좋겠네요.
라고 에바 나오자마자 올렸는데 당시 에바무쌍이 너무 치열해서 지금 다시 올려봅니다 헤헿
댓글 남겨 주신 Truce 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