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ise
-
1,849
4
9
-
2016-12-22 10:08:03
* 선정대상 : 등록일 기준 하루 전 00:00~24:00까지의 게시물 (최대 3일 전까지 확장가능)
* 추천수 : 높은 순서대로 정렬, 공략 게시판과 팬아트 게시판(팬픽은 별도 조회)을 각각 조회합니다.
* 댓글수 : 추천수가 비슷할 경우, 댓글 수와 내용을 참고합니다. (이때, 작성자가 추가로 단 댓글은 제외)
* 내용 : 게시판과 맞지 않거나 과도한 수위가 있는 글, 욕설 등의 내부 기준에 맞지 않는 글은 제외합니다.
* 오싸등록여부 : 많은 분에게 기회를 드리고자 1주일 이내 등록 된 경우 제외합니다.
* 제재 여부 : 계정이 이용제재 중이거나, 과거 제재 내역에 따라 제외될 수 있습니다. (게임과 웹 모두 해당)
- 부적절한 오늘의 사이퍼즈 신고 안내-
* 사이퍼즈 운영진은 오늘의 사이퍼즈를 최대한 공정하게 선정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선정 후 발견되는 일부 저작권,타인의 작품 도용 및 비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신고해 주시면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 특히, 저작권이 있는 내용이나 트레이싱과 같은 무단 도용에 대해서는 오늘의 사이퍼즈 등록 철회 및 민형사상의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사전에 인지 부탁드립니다.
* 신고 및 문의 : 사이퍼즈 1:1 문의 (게임문의 → 게임신고(해킹/불법/추적) → 오늘의사이퍼즈)
라보에 한 소녀가 들어왔다. 리첼 스트라우스. 그것이 그녀의 이름이다.
놀란 고양이같이 눈에 힘을 주고선 지나치게 동그래진 눈을 이쪽으로
향한다.
멜빈 리히터는 그 눈빛에 침묵했다. 안정적인 감정이 있어야 안정적으로
능력을 사용할수있겠지만 저 정도 긴장으로 능력을 사용하지 못할리는없고
그녀를 안심시킬 방법도 딱히 떠오르지 않았기때문이다.
리첼을 부른것은 멜빈이었다. 리첼의 능력 발현을 보고 그것을 보조할 도구
를 하나 떠올렸기때문었다. 리사 스트라우스의 고정된 능력과 재능에 비해
리첼 스트라우스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많았고 그들이 해야할일의 특성상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준비할수있는건 모두 준비해두는편이좋았다. 또한 안
정 되지않은 능력은 오히려 아군을 위험에 빠뜨릴수도있다. 리첼의 능력을 도
구를 사용하는것에 한정시킬 필요가있었다.
그리고 말을 해야할 타이밍을 멜빈은 지나보냈다.
리첼이 뒷걸음질치기 직전 멜빈의 뒤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떠 있던 노란색의
둥그렇고 작은 기계가 리첼에게 말했다.
"환영의 표현.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라고 하면 그만이지않은가? 무엇때문에 '환영을 표현'하는가? 리첼
은 주저없이 한발자국 뒤로 걸었다. 리첼의 눈이 좁혀졌다. 그 눈은 신기한 것이
나 괴상한것 혹은 덜떨어진 무언가를 보는 눈이다. 멜빈은 무덤덤했다. 딱히 말
하고싶지는않았지만 제피에 대한 반응이 부정을 넘어 두려움과 혐오로까지 치달
은 리첼이 그대로 도망가는것은 막아야 했으므로 입을 뗐다.
"어서 와. 위험하지도 않고 오래걸리지도 않을거야."
그러나 그 말은 오히려 역효과였던듯 리첼은 두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아
예 뒤돌아서 도망가려는 순간 헨리 멕고윈이 멜빈의 등뒤로 불쑥 나타나 멜빈의
등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멜빈은 그에 대비하지 못한채 상체를 아래쪽으로 푹
숙였다. 멜빈은 놀라서 멱따는 소리를 냈고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리첼은 도망가려
던것을 멈추고 두 남자를 노려보았다. 헨리가 리첼에게 말했다.
"초특급 천재과학자 멜빈 리히터의 라보에 어서 와. 호라이즌의 리첼 스트라우스 양."
리첼의 눈이 또렷해지고 벙찐 입이 다물어졌다. 마음을 굳게 다지려는듯 이를 다
물고 말을 기다렸다. 헨리는 거기서 자신의 동생을 떠올렸다.
"멜빈은 소집때 한번 봤지? 멜빈은 무언가를 만드는게 특기니까 너에게도 좋은
걸 만들어줄거야. 그건 내가 보장할게."
리첼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멜빈이 신뢰를 회복하는 날은 오지 않
을지도 모르겠군. 헨리는 씁쓸하게 웃었다.
멜빈은 멍하니 둘을 쳐다보다가 등을 돌렸다. 리첼은 잔뜩 구겨진 표정으로 가
만히 서서는 발에 부착한 슈즈를 써서 '걷지' 않고 '이동'하는 멜빈을 노려보았
다. 저 사람은 멀쩡한 두다리를 놓고 왜 저러고 다닐까. 입이 있으면서 왜 기계
를 시킬까. 저 기계는 제자리에서 날개짓하는데도 왜 떠있고 어째서 사람 목소
리까지도 내야만 하는가. 심지어 눈까지도 칙칙해서 꼭 썩은 동태눈깔같지않은
가. 이토록 첫인상이 강렬하고 혐오스러운 사람을 그녀는 처음 보았다. 저 사람
을 믿어도 될까? 헨리는 선 채로 굳어진 리첼의 등을 떠밀어 라보 내부로 들어갔
다.
목적을 알수없는 정체불명의 도구와 기계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내부 연구
소는 폐차장을 연상시켰다. 헨리가 리첼에게 말했다. "이건 이 라보의 일부야
지하로가면 더 엄청나다구." 이런걸 다 어디다 쓸까? 대신 몸을 옮겨주는 부츠와
대신 말해주는 기계를 떠올렸다. 걷지 않고 말하지 않는것을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는걸까? 피아노를 기계가 대신 쳐주고 노래를 기계가 대신 불러주는 상상을 했다.
리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헨리는 리첼의 눈에서 기계들을 떼어놓기 위해 말을 걸었다.
"리사는 어때?"
지나치게 자기 생각에 빠져있던 리첼은 말을 놓쳤다.
"리사는 잘 지내?"
화들짝 놀란 표정.
"아 네. 잘 지내요. 좀 불안하기는 하지만요."
애써 웃는 리첼을 보며 헨리는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무언가를 할수있는 능
력을 가진 자신. 그것을 이용하여 목적을 이루려는 자신. 그러나 목적을 이룰
확실한 계획이 없는 자신에 대해 쓴웃음을 지었다. 호라이즌 전부가 그렇다.
모두가 불안하다. 다른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 힘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다.
그리고 모두가 혼자서 해나갈 힘이 없다. 그들은 아직 아이일 뿐이니까. 지금
의 호라이즌은 그저 머지않은 미래를 준비하고있을뿐인 아마추어였다. 그러
니까 더더욱 무언가를 해내야만한다고 헨리는 생각했다.
"더스트볼에 대해서 건네준 자료는 어느정도 훑어봤어?"
"네. 그런 것에 대해서는 상상도 못했어요. 더스트볼이 그런 일일줄은. 언니
한테는 별거 아니라고 읽지 말라고 했지만요."
앞서가던 멜빈이 두터운 강철문 앞에서 멈추고 뒤를 돌아 뒷편의 두 사람을
마주보며 말했다.
"여기라면 부서질 일 없을거야. 들어가."
누구? 헨리와 리첼이 마주보았다. 그리고 다시 멜빈을 바라보았다.
"후... 제피. 난 조작실에 가있을테니까 헨리 데리고 와."
멜빈은 말을 끝내자마자 둘을 지나쳐 들어온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리첼
은 노랗고 동그랗고 날아다니기보다는 떠다니면서 말까지하는 기계를 올
려다보았다.
그러니까...'제피'를 올려다보았다. 제피의 정면엔 검은 유리막같은것이
씌워져있고 그 안으로는 조그마한 전구같은것들이 빼곡히 들어차있었는데
그중 몇개에 불이 들어왔다. 리첼에게는 그것이 그림인지 기호인지 모를 무
언가로 보였다. 그녀에겐 다행스럽게도 헨리는 제피에 대해서 잘 알고있었다.
"좀 설명해주겠어? 제피."
제피의 내부에서부터 말소리가 나왔다.
"리첼 스트라우스가 쓸 마이크의 능력 증폭량 측정실험. 방의 내구성은
확인되었음."
마이크? 둘은 어리둥절하여 멍하니 제피를 올려다보았다. 강철문이 저절
로 열렸다.
"들어가는것은 리첼 스트라우스 혼자입니다."
울기 직전의 리첼은 헨리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헨리는 마음이 약해
지려는것을 꾹 참고 리첼에게 웃으며 말했다.
"리첼. 안으로 들어가면 멜빈이 뭘 해야하는지 알려줄거야. 언니를 위해
서라도 힘 내렴."
리첼에게 붙잡히기 전에 헨리는 서둘러 뒤를 돌아 조작실로 발걸음을 옮겼
다. 저 방과 저 방에 연결된 조작실에 관해서라면 헨리는 잘 알고있었다.
그러니 더더욱 리첼에겐 그 방이 어떤식으로 쓰여져왔는지 이야기할수없었
다. 조작실은 아예 윗층에 있었다. 헨리가 조작실에 도착했을때는 한창 테스
트가 진행중이었다. 강화 유리벽 너머의 리첼은 쇠로된 막대기같은것을 쥔
채로 그 끝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그녀가 소리지를 때 마다 조작실
바닥이 미약하게 흔들렸다. 멜빈이 손에 든 메모장에 한두가지를 적으면서 말
했다.
"성공적이야. 개량할 부분이 존재하지만 저 정도면 안정적이야."
멜빈이 조작패널중 버튼 하나를 누르고서는 말했다.
"고생했어. 휴게실은 제피가 안내해줄거야. 거기서 다시 봐."
리첼이 쥔 쇠막대기를 바닥에 내려놓는것을 확인한 멜빈은 돌아서서 헨리
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물건과 주인이 잘 맞아서 시간이 단축됐어. 일단 휴게실로 가자."
멜빈과 헨리가 휴게실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리첼이 도착해서 차를 마시고
있었던 때였다. 헨리에게는 놀랍게도, 리첼은 즐거워보였다. 그리고 제피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둘은 리첼이 앉은 소파의 맞은편에 앉았다. 리첼이
반겼다.
"왔어?"
멜빈은, 리첼을 현관에서 맞이했을때와 마찬가지의 표정과 말투로 대답했다.
"응. 결과에 대해서 알려줄게."
멜빈은 두서없이 이것저것 적힌 메모장을 훑어보고나서 말했다.
"네가 방금 사용한 마이크는 너의 소리에너지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 그리고.."
멜빈은 헨리에게있어 하나도 알수없는말을 써가며 리첼에게 설명했고 리첼
은 못알아듣는 말임이 확실한데도 활짝 웃으며 멜빈의 말을 경청했다. 헨리
는 소외된 느낌이 들어 제피를 찾았다. 리첼의 옆에 있으리라 생각해서 그 주
변을 둘러보았더니 그곳에는 없고 헨리 본인의 옆에 있었다. 헨리가 제피에게
물었다.
"아까 리첼하고 무슨 얘기를 했니?"
제피는 웃음을 의미하는 특유의 기호를 스크린에 띄우면서 말했다.
"마이크가 참 맘에 든다고 했습니다."
헨리는 무언가에 홀린 표정으로 리첼과 멜빈을 보았다.
리첼의 긍정적인 반응때문인지 평소보다 들뜬 멜빈이 메모장에 이것저
것 써가며 설명하고있었다.
헨리는 제피에게 다시 물었다.
"제피. 내가 눈치가 없니?"
제피는 스크린에 물음표를 띄웠다.
"사과의 표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