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둔거 썩히긴 그래서 다시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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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5 09: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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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icia (ʒys.ti.sja)
에스파냐어로 '정의'를 뜻함. 후스띠시아.
강한 정신력이 그의 몸을 지배하는 한 그는 결코 지쳐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1902년
으아아앙, 하고 우렁찬 사내아이의 울음소리가 한 시골 마을에서 울려퍼졌다. 허나 축하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산파가 아이를 산모의 품에 안겨주었으나 그녀에게는 수고했다고 손을 잡아줄 남편이 없었다. 아니, 있어도 있다고 할 수 없었다. 그녀와는 신분이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본래 자기의 주인이었던 자였기 때문에. 함부로 축하를 바랄 수도 없던 일이다. 산모는 아이를 안은 채 서랍장 위를 바라보았다. 한 장의 편지. 에스파냐의 귀족으로부터 온 편지였다. 내용은 단순했다.
아이가 낳을 때가 거의 된 것 같으니 아이를 낳자마자 바로 전보를 치게. 그럼 내 사람을 보내어 아이를 데려가지. 이게 내 마지막 배려네, 말레씨아. 그리고 나면 앞으로 그 곳에서 조용히 살기만 하면 되니까.
-알레한드로 로라스 루이즈- |
산모는 그의 편지를 읽고 또 읽어보고나서 다시 아이를 바라보았다. 갓 태어난 아기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고 건강했지만 이제 산모는 더 이상 자신의 아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오히려 우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그녀 혼자의 몸으로는 아기를 키울 수도 없거니와, 차라리 그런 좋은 집으로 가서 그곳의 자제로서 훌륭히 자라나는 것이 아이에게도, 그녀에게도 더욱 이득일 것이라 생각했다. 애초에 자신의 주인과 정사를 나눈 하녀로써 자신이 잘못했던 것이라며 산모는 아이를 첫 출산한 날 조그마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산파를 통해 수도, 마드리드로 전보를 하나 치도록 부탁했고 그 곳에는 아이를 잘 키워달라는 말과 함께 자신은 여기에서 조용히 살테니 걱정말라는 안부를 적어두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아이의 이름은 자신이 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에스파냐는 본래 성씨가 두 개다. 이름이 하나 있고 그 뒤에 아버지의 성이 따르고 그 다음에는 어머니의 성이 따르는 것이 보편적인 에스파냐인의 이름이었다. 그러나 비가 내린 뒤, 맑게 개인 1906년의 어느 날 아침. 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마차를 타고 성씨를 하나만 가진 채 제 어미의 곁을 떠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나중에 헬리오스의 용기사로 불리게 될 검룡, 성씨가 아버지의 것밖에 존재하지 않는 에스파냐의 명예로운 기사, 알베르토 로라스의 탄생이었다.
1908년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다. 모든 것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을 묻자-
알베르토가 각력능력자라는게 밝혀진 것은 그가 대여섯살이 채 안되었을 때였다. 어린 나이에도 무거운 물건을 훌쩍 들어올리고 높이 뛰어오르는 것이 가능한 기이한 현상을 보며 아버지인 알레한드로 로라스 루이즈는 자신의 자식을 황실호위대로 키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안그래도 서자이기 때문에 주위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던 자신의 아들이 안쓰럽기만 하던 아버지는 그렇게 자신의 자식을 훌륭한 황실호위대, 아틀라티코 드라군으로 키워냄으로써 그 누구도 자신의 아들을 함부로 무시 못하도록, 어머니의 성씨도 없는 녀석으로 얕보이지 않도록 자라나기를 바라게 된 때는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알레한드로 로라스 루이즈는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라 그 즉시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실행했다. 알베르토 로라스는 수도, 마드리드의 왕실로 들어가서 부모와 떨어진 채 특별한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명예로운 기사로서의 자세와 각종 드라군으로써의 전투훈련, 기사로써 가져야 되는 매너와 각종 교양수업까지. 어린 나이에서부터 철저한 훈련을 받아오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베르토 로라스의 운명은 그 때부터 정해지기 시작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1918년
그의 인생에 배신이란 단어는 없어. 그가 배신 당할 확률은 많아도.
-타라-
성인식을 치르고 난 뒤의 로라스는 어느 덧 건장한 청년이 되었다. 가끔씩 왕실로부터 휴가를 받아 나올 때에도 집안에서 '명예'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더욱더 국가에 충실하고 아버지에게 대항해본적도 없이 착한 모벙생으로써 사관학교를 졸업했다. 그의 성적은 우수했으며 마상창 대회에서도 매년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국가장학금을 받아가며 그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써 왕실의 직속기관인 '아틀라티코 드라군'의 용기사로 무난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왕실에서는 언제나 자신들을 세상의 정의와 이득으로만 사용할 것이라는 것을 교육만 받아왔기에 한 치의 의심조차 가지지않는 훌륭하고도 충성스러운 용기사가 되었다. 그것은 로라스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베른비밀조약이 체결된 이후, 왕실이 아틀라티코 드라군의 용기사들을 헬리오스에 파병을 보내면서 로라스는 영국에서 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헬리오스에 온지 얼마되지않았을 때의 젊었던 그의 모습은 지금처럼 융통성없는 외골수의 성격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유흥도 즐길 줄 알고, 가끔은 인간적인 모습을 보일 줄 아는 청년이었다.
'그 사건'이 있기전까지는 그는 인생의 즐거움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명왕외에는 아무도 모르지만.
1928년
목숨 걸고 지키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그가 휴지통에 버린 구겨진 쪽지의 문구-
세계1차대전이 끝나고, 전쟁의 소식지를 보며 젊은 시절의 로라스는 다른 젊은이들처럼 행복한 삶을 지내고 있었다. 지금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애인도 있었고 젊은 청춘으로써 차츰 가정도 꾸려나갈 계획이 있었다. 왕실의 기사로써,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의 남자로써. 모든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되지 않았던 때. 로라스는 포트레너드에서 사귀게 된, 그리고 앞으로 결혼까지 마음먹게된 여인과의 데이트를 하러 한 창 준비중이었다. 오랜 근무 후에 받은 휴가로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옷도 새로이 사 입고 여러 계획을 잡아둔 참이었다.
그녀와의 만남은 오후 2시, 햇살이 가장 따뜻한 때였다. 로라스는 반지 하나를 챙겼다. 오늘 그녀에게 청혼을 함으로써 자신의 아버지가 그리했던 것 처럼 하나의 가문을 이어나가며 그녀와의 또다른 로맨스를 재시작할 참이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다양한 상상에 로라스는 행복감이 부풀어오를대로 부푼 상태였다.
낮 12시가 되기전까지는 말이지.
1928년 낮 12시
그녀의 불꽃 때문에 생긴 상처는 어떤 치료로도 사라지지 않아. 낙인처럼 평생 붙어다닐 거야.
-나이오비를 저주하며 로라스-
포트레너드의 디시카가 온 불에 타버렸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사람도, 건물도, 그 어떠한 것도. 재앙이 찾아왔다. 사건의 원인은 몇몇 퇴역군인 출신인 비능력자들과 대립하던 몇몇 능력자들간의 갈등이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아무것도 남지않은 잿더미가 된 디시카에는 절망만이 남겨져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타버린 검은 잿밭에서 로라스는 무릎을 꿇었다. 눈앞에서 형체도 없이 타버린 죽은 애인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로라스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하늘을 보고 울부짖었다.
1928년 포트레너드 사건 이후
그가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건 알지만 그의 융통성 없는 성격은 나와 맞지 않지.
-다른 사람을 통해 로라스의 마음을 전해들은 휴톤-
알베르토 로라스는 그 이후로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전보다 더 극심할 수준으로 정도만을 걷게 되었으며, 모든 행동에 패턴이 분명화되었다. 언제나 정의와 명예를 위해 싸울 뿐이며, 신뢰와 신의, 의리를 중심으로 도덕적으로만 움직이는 융통성없는 외골수가 되었다. 포트레너드 사건 이후부터 로라스는 완전한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 때부터 사람들은 로라스를 답답하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그를 존경하기는 하나 병적일 정도로 외골수이며 대의적인 명분만을 따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연애한번 못해보았고 앞으로도 못하리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실은 이전에도 명예로운 기사였으니 달라진 점이 없으리라고 사람들은 생각했겠지만,
명왕은 볼 수 있었다. '그 사건'이후로 로라스가 달라진 점이 있었다는 것을.
기계같은 기사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다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뿐이었다.
1929년 2차 능력자 전쟁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감상적이 되어버려. 그 덕분에 내가 살아나긴 했지만.
-그림자 전쟁 후 루이스의 말-
흑염의 하이드가 죽고 2차능력자 전쟁이 발발했다. 헬리오스는 연합을 말살하기 시작했고 그 작전에는 로라스 또한 포함되었다. 그들은 앤지헌트를 죽이기 위해 쫓았고, 로라스는 벨져에게서 이긴 후 도주하던 루이스와 앤지헌트의 일행을 저지하며 그 자리에서 앤지헌트를 죽이라는 명을 받았다.
로라스는 대의명분을 지킨다는 생각 아래 그 명령을 받들었다. 500kg이 넘는 마상창을 들고 명왕과 제스퍼, 회사의 에이스들이 모인 곳에서 결국 루이스와 앤지 헌트의 일행을 저지할 수 있었다. 길길이 날뛰는 벨져를 저지하고 로라스는 창을 들고 루이스의 앞으로 나섰다. 비록 적이나 한꺼번에 공격하는 것은 명예롭지 않다는 판단 아래 앤지 헌트의 일대일 대결을 받아들였다.
그 때 로라스는 처음으로 루이스를 보았다. 후드티를 입은 푸른 머리의 청년. 우울한 눈빛 속 좋지못한 과거를 지닌 듯한 용모를 보며 로라스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왠지 누군가가 생각나버렸다. 작년, 28년의 한 여인을 잃었던 용기사의 얼굴. 바로 자신이었다.
로라스는 그러나 옛 일이라며 고개를 젓고 바로 전투에 임했다. 상대는 어찌저찌 벨져마저 이기고 여기까지 도망쳐온 연합의 영웅이라고 하였으나 로라스 앞에서는 그 누구도 상대할 수 없었다. 당시의 일대일 전의 최강은 로라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비겁한 수를 찌를 수는 없기에 루이스의 공격을 방어하는 소심한 전투형태를 하던 로라스는 상대가 지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로라스는 발견할 수 있었다. 루이스가 극심한 부상을 입은 채 자신에게 죽을 각오를 하고 덤비고 있었다는 것을. 그동안 적들을 헤쳐오며 상당한 상처를 입은 루이스를 보자 로라스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기 시작했다. 또 다시 누군가의 얼굴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28년, 애인을 잃었던 한 용기사. 자신의 모습.
자신의 앞의 이 푸른 머리의 청년, 루이스란 자도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있을테고 누군가의 애인이리라. 그런데 자신이 그런 그를 이 곳에서 죽인다면, 그 애인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 또 다시 자기와 같은 삶을 지내게 되는 것인가 하는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헤메이기 시작했다.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 로라스는 서서히 싸움의 수준을 더욱 소심히 낮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전투를 중지하더니 로라스는 외쳤다.
자신이 패배했다고.
1938년 현재
내 몸이 하늘로 치솟는 순간 희열을 느껴.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 같아.
로라스는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앞에는 펼쳐진 전장이 있으며 연합과 회사가 싸우는 모습이 펼쳐져있다. 쩔그럭 거리는 갑옷의 걸음을 한 발 앞으로 내딛고, 창을 한 번 휘익, 휘둘렀다. 용창 17식 예의표하기. 저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로라스는 전장의 한 기사로 명예를 위해 다시 마상창을 들고 싸우게 된다.
잠깐의 과거의 생각을 끝마친 로라스는 머릿속이 고요해진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의 잡념은 들지 않았다. 로라스는 기어를 타고 전장으로 발을 내딛을 것이며, 한 손에는 창을 든 채 정의에 부합하지 못하는 적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리리라
" 이 세계의 질서를 위해서라면 "
FAITH
정의로운 기사여 영원한 명예를 위해 일어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