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샬럿→마를] 비의노래, 구름의 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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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9 12:42:40
이 이야기는 샬럿이 마를렌에게 애정을 다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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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의 소제목은 모 리듬게임의 노래입니다. 검색하시면 어떤 노래인지 다 나옵니다.
비의 노래와 구름의 캔버스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친구가 샬럿을 너무 좋아해서 친구가 준 썰로 짧게나마 쓴 것이고 제목은 아시다시피 샬럿 목 유니크입니다. z(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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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노래
(Utopiosphere)
아이가 작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좋아? 어때, 좋아? 사방이 꽉 막힌 벽은 아늑하면서도 목을 조여 온다. 키득거리는 어린 아이는 내 주변에서 유영하면서 내게 다가왔다. 네가 원했던 낙원이 준비되어 있어.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까르르 웃었다. 나가는 문은 저기야. 아이가 이끄는 방향으로 샤를롯테는 스스로 걸어갔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그 뒤를 따라갔다.
오늘은 언니의 생일이에요!
8월 12일, 더운 공기로 숨이 막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쾌청한 날. 당신의 스물네 번째 생일.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당신에게 끌려 연회에는 붕붕거리는 벌들로 가득했지. 어릴 때부터 당신은 예뻤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내일은 오늘보다 아름다워지고 있어. 그래서 당신의 아름다움에, 재산에, 가문의 이름에 꼬이는 더러운 것들을 떼어내기가 너무 힘든 걸. 언니, 나 너무 힘들어. 언니와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전부 쓸어버리고 싶은데 더러운 게 너무 많은 걸? 연회장 가장 높은 곳에 당신이 앉아있어. 멍청한 것들은 당신을 우러러 바라보고 있고 말이야. 샤를롯테, 불쌍한 샤를롯테. 그녀와 같은 곳에서 그녀를 바라볼 수도 있는데 굳이 낮은 곳에서 바라보는 멍청한 샤를롯테. 그치만 언니를 지키려면 낮은 곳부터 쓸어버려야 해. 더러운 물은 아래에서 고이는 걸? 내 비로 전부 쓸어버릴 거야.
낙원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손을 대기도 전에 문은 스스로 열렸다. 문턱을 지나 땅을 밟자 뒤에 있던 문은 굳게 닫히고 방은 사라졌다. 당황한 샤를롯테는 방을 찾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증발한 것 마냥 사라진 문은 찾을 수 없었다. 꽉 막힌 방보다 어두운 공간, 샤를롯테는 엄습해오는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었다. 더듬더듬 공간을 밝힐 만한 물건을 찾아 헤매었다. 깨진 유리가 잘그락 밟히는 느낌이 들었고 이상한 것들이 발에 채였다. 샤를롯테는 넘어지지 않고 테이블을 찾았다. 테이블에 놓여있던 촛대에 양초가 있을 거야. 테이블을 천천히 더듬다가 어떤 신사가 파이프에 불을 붙이고 남기고 간 성냥갑을 찾아냈다. 샤를롯테는 기뻐하며 성냥을 켜고 쓰러져있는 촛대를 발견했다. 세 개의 초가 꽂힌 촛대를 들고 모든 초에 불을 붙였다. 한껏 밝아진 공간, 샤를롯테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제 언니를 찾으러……. 툭, 발치에 뭔가가 치였다. 묵직한 감각. 무의식적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사람의 머리. 사람의 머리? 머리? 아, 사람의 머리를 찬 거야? 사람인가? 이 신사는 사람인가? 살아있는 사람인가? 샤를롯테는 신사를 바로 눕히고 그의 코밑에 손을 가져가댔다. 숨을 쉬지 않아. 샤를롯테는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 동시에 멀리 보이는 홀에도 쓰러진 사람들이 보였다.
언니……?
샤를롯테는 갑자기 생각난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내뱉었다. 연회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사람은 마를렌, 그녀다. 샤를롯테는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고 마를렌이 있었던 상석으로 향했다.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은 시체들, 연회장은 음습하고 어두웠다. 주홍빛 촛불만 은은하게 샤를롯테를 비췄다. 벽에는 무언가 쓸린 자국들이 잔뜩. 마치 커다란 지네 같은 형상이었다. 헛구역질과 함께 눈물이 나온다. 흐릿한 시야가 앞길을 방해한다. 샤를롯테는 꿋꿋이 발을 옮겼다. 여왕의 자리. 높은 계단을 오르면 그녀가 보일 것이다. 붉은 양탄자가 깔린 계단에 발을 올렸다. 그녀가 여기에 없기를. 어딘가에 무사히 있기를. 샤를롯테는 그렇게 바라며 마지막 층계를 밟았다. 불이 밝혀진 여왕의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샤를롯테는 안심하며 한숨을 돌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여기에 없으니 됐어. 이제 안전한 언니를 찾기만 하면 돼. 계단을 내려가고 샤를롯테의 앞에 문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옆에 다시 어린 아이가 나타났다. 어때? 더러운 게 전부 사라졌어! 이거야 말로 낙원이지. 안 그래? 아이가 흡족해하며 샤를롯테를 반겼다. 그녀는 아이의 활짝 벌린 두 팔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잠깐, 잠깐. 그냥 지나치지 마. 낙원을 확인했으니 이제 방으로 돌아가자, 응? 무시하지 마, 너 후회할 거야.
유혹하듯 속삭이는 아이. 샤를롯테는 귀를 막으며 마를렌을 찾기 위해 잰걸음을 옮겼다. 악마같은 꼬맹이, 나를 꾀려 하지 마. 아이는 샤를롯테의 등을 바라보며 웃었다.
후회할텐데?
물거품 소리가 일었다. 샤를롯테가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 그녀가 애타게 찾던 마를렌이 있었다. 어린 샬럿은 물의 방에 갇힌 마를렌의 옆에 서서 웃고 있었다. 물의 방에는 더 이상 문이 없었다. 샤를롯테는 투명한 벽을 두드리며 마를렌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눈을 감은 마를렌은 미동조차 없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샤를롯테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샬럿은 웃으면서 반문했다.
무슨 짓? 내가? 내가 무슨 짓을 했다는 거야?
네가 한 거야. 샬럿의 목소리가 연회장에 맴돌아 울렸다.
더러운 사람도, 깨끗한 사람도, 네가 가장 사랑하는 언니도. 네가 죽인 거야. 네가 괜히 격류겠어? 너의 물이 모두를 휩쓸어 죽여 버린 거라고.
아니야.
맞아, 네가 죽였어.
한 남자가 있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그는 연회장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었다. 내 눈엔 그가 먼저 보였는데 그건 언니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떠보듯이 그녀에게 말했다. 언니, 저 남자 잘생겼지? 언니도 그냥 잘생겼다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반응은 조금 달랐다. 흥, 하나도 안 멋있어. 어디가 잘생겼다는 거야? 평소와 다르게 귀까지 빨개진 언니의 모습이 불안했다. 아냐, 아니야 언니. 내가 바란 대답은 그게 아니라고. 그때 그 남자가 언니를 바라봤다. 정확하게 언니와 그의 눈이 마주쳤다. 언니가 빠르게 고개를 돌렸지만 나는 직감했다. 불안했다. 언니가, 내 언니가. 안 돼. 싫어. 언니가 행복하길 바라지만 지금은 아니야. 남자가 그의 옆에 모이는 여자들을 거절하고 다리를 옮겼다. 언니와 내가 서 있는 여왕의 자리에 그가 다가왔다. 점점 계단을 오르고 그와의 거리가 짧아진다. 그가 언니의 곁에 가까워진다. 언니의 마음도 가까워진다. 얼굴을 붉힌 채 아닌 척 하는 언니가 보였다. 싫어, 그런 건 싫어. 언니? 아니지? 언니?
아이가 작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좋아? 어때, 좋아? 사방이 꽉 막힌 벽은 아늑하면서도 목을 조여온다. 키득거리는 어린 아이는 내 주변에서 유영하면서 내게 다가왔다. 네가 원했던 낙원이 준비되어 있어.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까르르 웃었다. 나가는 문은 저기야. 아이가 이끄는 방향으로 샤를롯테는 스스로 걸어갔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그 뒤를 따라갔다.
구름의 캔버스
(Nine Point Eight)
언니가 죽고 나서 많은 일이 있었어요. 언니가 공성전에서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것이라, 그 누가 예상했겠어요? 언니는 굉장히 강한 사람이니 아무도 예상치 못했겠죠. 누군가를 감싸며 죽어버린 언니, 그 모습이 너무나 당연했죠. 당신은 강한 사람이라 약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해요. 저한테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당신은 어린 저에게 빛과도 같은 사람이었는걸요? 그래서 저도 강해져서 당신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죠.
첫 번째 날, 칼라릴리.
언니의 무덤에 아름다운 칼라릴리를 놓았어요. 하얀색 칼라릴리가 샴페인 잔처럼 생겨서 샴페인을 좋아하던 언니에게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언니의 순수한 웃음이랑도 잘 어울리고요. 언니와 샴페인을 마시고 싶어요.
두 번째 날, 카네이션
미국에서는 카네이션으로 부모님께 사랑을 전한다고 해요. 언니가 제 부모님이나 다름없으니 언니한테 전해주고 싶어요. 하얀 카네이션이에요. 흰 카네이션은 죽은 사람한테 바치는 거라고 해서 꽃말을 물어봤죠. ‘나의 애정은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그 말이 너무 좋아서 가져왔어요. 멋지지 않아요?
세 번째 날, 데이지
빗물을 머금은 데이지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어요. 꼭 언니처럼 청초한 걸요? 언니가 들었으면 창피하다고 날 때렸을 텐데……. 맞다, 언니 저 애인이 생겼어요, 언니 묘지에 올 때마다 만난 남자인데 그 사람은 동생이 죽어서 찾아온다고 해요. 몇 번 마주쳤는데 어제 고백을 받았어요. 저는 그대로 승낙했죠. 언니, 질투나지 않아요?
네 번째 날, 국화
평범하게 하얀 국화를 들고 왔어요. 그와 함께 말예요. 그도 하얀 국화를 들고 동생의 묘지로 갔어요. 조금 있다 다시 만날 거예요. 언니, 언니가 습관처럼 하던 충고를 받아들였어요. 인간관계를 넓히라는 말, 잘 듣고 있는 거죠? 이렇게 천천히 언니를 잊어갈 거예요.
다섯 번째 날, 칼랑코에
칼랑코에 화분을 들고 왔어요. 그가 제게 선물한 거예요. 예쁘지 않아요? 설렘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대요. 저를 보면 설레어 두근거린다고 살포시 웃었어요. 저도 그가 좋아요. 그의 손을 잡고 있으면 언니가 떠올라요. 언니의 손도 이렇게 따스했는데……. 언니, 저는 아직도 언니가 살아서 돌아올 것 같아 현실이 실감나지 않아요.
여섯 번째 날, 리시안셔스
언니, 사랑이 어떻게 변하겠어요? 그와 그의 친구의 이야기를 엿들었어요. 끔찍한 사람들. 저를 두고 내기를 했다고 해요. 더러운 그 남자의 낯짝에 물을 끼얹어주고 왔어요. 이건 사랑이 아니에요. 언니는 제게 많은 사람을 만나보라고 했지만 역시 이건 아니에요. 제겐 언니 밖에 없어요. 언니 제발 돌아와줘요. 내 곁으로 다시 와줘요.
일곱 번째 날, 크림 로즈
크림색 장미를 한 아름 바치고서 말해요. 언니, 전 결백해요. 더러운 놈한테 흔들린 건 절 걱정하는 언니가 생각나서 그런 거지 절대 그를 사랑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전 언니만 사랑해요. 전 순수하게 말할 수 있어요. 언니를 사랑해요. 이게 진짜 제 진심.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건 전부 거짓말이에요. 비밀로 지켜줄 거죠?
여덟 번째 날, 스타게이저
붉은 백합이 입을 벌리고 언니의 묘지를 장식하고 있어요. 언니는 붉은 꽃들도 좋아했죠. 가끔은 밋밋한 색의 꽃 말고도 화려한 색도 가져오려 해요. 언니는 단아한 색도 어울리지만 이렇게 화려한 것도 잘 어울리는 걸요? 언니, 사랑해요. 사랑해요. 하루에 몇 번이고 말할 거예요. 사랑해요. 언니, 언제쯤이면 제게 오시겠어요?
아홉 번째 날, 아이리스
기쁜 소식이 있어요. 언니, 제가 회사의 에이스가 됐어요. 언니가 이룩한 길을 제가 따라 걷고 있는 거예요! 기쁘지 않나요? 언니를 따를 수 있다니 저는 너무 좋아요. 점점 언니와 가까워지는 것 같아 신나는 걸요? 언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저도 곧 언니를 따라갈 게요.
열 번째 날, 샤를롯테
비구름을 그릴게요. 언니, 오늘은 꽃이 없어요. 미안해요. 대신 저처럼 예쁜 꽃이 있잖아요? 그걸로 봐주세요. 눈을 감으면 언니의 웃는 얼굴이 선하게 보이는데 눈을 뜨면 언니가 없어요. 물결처럼 흔들리는 언니의 단아한 흑발이 보이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다면 찾으러 가면 될까요? 금방 따라 간다고 했죠? 따라갈게요. 비가 제 몸을 적셔가요. 하늘은 맑은데 여기만 어두워요. 제 몸을 때리는 빗방울이 기분 좋은 걸요. 유약한 제가, 섬세한 살결이 상한 가지와 분해되어 땅 속으로 녹아들어가요. 언니와 다시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언니, 열 번째 꽃은 마음에 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