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이글나비] 엘레노어 러브 캠밸의 16년 후(完)
  • 7,078

    13

검은황새 [51급]

2014-01-08 04:10:02

 

 

엘레노어 러브 캠밸의 16년 후 (중편)


작성자- 동화 작가 엘레노어 러브 캠밸(22세)

그 일이 있던지도 어느새 한 두 해 그저 그리 지나고 나니, 어느새 15년이 가 버렸습니다. 그들과 살을 부대끼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면 그쯤은 다 잊고도 남았을 세월입니다. 그 일이 뭐냐고요? 아차, 미리 말씀드리는 걸 깜빡했네요.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의 실종사건 입니다. 아, 진짜 아버지, 어머니는 아니고요. 진짜 부모님도.. 실종되시긴 했지만. 그 문제는 아니지요. 제가 예전에  부모님 처럼 따랐던 분들 이었습니다. 아마 이름을 얘기하면 어렴풋이 기억하는 어른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쌍, 한철 꽃 처럼, 한번 불타오르고 그만 사라져버린 저의 또 다른 부모님. 한 명은 홀든가의 삼남, 검의 사이퍼 이글 홀든, 한 명은 불의 능력자, 수학자 잉게 나이오비 입니다.

저는 일단 그 일을 되짚어보기 위해, 제 기억부터 끄집어 내 보기로 했습니다.  15년전, 그러니까 7살 때의 일이네요.

-엘리의 기억
그 날은 내가 7살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당시 연합의 수장이었던 앤지 헌트 아줌마, 아, 아니. 앤지 언니 께서 모두를 불렀었죠.나는 그냥 영문을 모른 채 나이오비 언니의 손에 이끌려, 처음 와 보는 회의실 이라는 곳에 들어갔습니다. 언제나 활기차던 토마스 오빠도, 이글 오빠도, 다들 너무 심각해져 있었습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때는 회사와 연합, 그리고 안타리우스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안타리우스 2차 괴멸작전, 일명 '인형 가르기' 작전의 마지막 회의 중이었다고 했습니다. 나는 나이오비 언니의 무릎에 앉아있었는데, 바로 옆자리는 이글 오빠였습니다. 이글 오빠는 여태까지, 한번도 그 때 같은 표정을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늘 시끄러울 정도로 많은 말을 뱉어내던 입은 굳게 닫혀 있었고, 얼굴은 갈수록 일그러졌습니다. 나는 그 어색한 분위기에 울어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용기도 나지 않았고, 나이오비 언니가 웃는 얼굴로 나늘 달래주어서 겨우 울음을 참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언니가 다혈질에다 생각없이 난폭하다고 흉도 봤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걱정마, 우리 엘리. 착하지? 우리 엘리, 착하니까 안 울 수 있지? 다 잘 될거야." 라고 하면서, 맛있는 사탕과 함께 내 머리를 쓰다듬아주던 사람이, 절대 그럴 리 없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나는 어른들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진영을 이렇게 하는게 좋겠다던지, 팀을 어떻게 짤 것인지, 회사 쪽의 전력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나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 투성이었습니다. 그때 제 흥미가 있었던 것은 오직 샬럿 언니랑 , 마를렌 언니랑 같이 작전을 나갈 수 있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갈수록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을 치고 화를 내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그 때는 언니나 이글 오빠가 귀를 막아주었기 덕분에 나는 덜 무서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 그 때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이윽고 앤지 언니의 차분한 말로 회의가 끝나자, 회의장을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하나같이 잿빛이었습니다. 아,나이오비 언니만 빼고요. 언니는 항상 저를 보며 밝은 웃음을 지어 주었습니다. 회의실을 나오고, 각자 방으로 들어갈 때, 뒤에서 누군가 언니의 어깨에 친근하게 팔을 툭 걸쳤습니다. 이글 오빠였습니다.
"후~. 역시 진지한건 딱 질색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들 사이에 끼어있는건 더더욱!
언니는 그 예쁜 웃음을, 나를 볼 때보다 더 예쁘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 멍청이들 안에 네가 중심에 있는 것 같은데?"
뭐, 정작 나온 말은 놀림이었지만 말입니다.
"아, 뭐! 나 오늘 쓸데없는 말도 별로 안하고, 나 오늘 좀 지적이었다고!"
"뭐, 지적? 푸흡!"
천만 다행입니다. 이글 오빠도, 나이오비 언니도 다시 조금 더 밝아진 느낌이었습니다.
"뭐, 뭐야. 지금 비웃은거야? 야! 야!"
전에 토마스 오빠가 말하길, 저 둘은 지하연합 2호 커플이라고 했습니다. 7살 짜리였던 내가 커플이니 연인이니 하는 말들을 제대로 알아들었겠냐마는, 루이스 오빠랑 트리비아 언니, 이글 오빠하고 나이오비 언니를 보아 연인이란건 그런건가부다 싶었지요. (알고보니 전혀 다른 뜻이었지만 말입니다!)
"어? 어? 때리려고? 엘리가 보고있는데~?"
나이오비 언니의 장난기 섞인 말에 이글 오빠가 고개를 휙 돌려 언니의 손을 잡고 있던 저를 쳐다보았습니다.햐, 참 잘 생겼습니다. 허리께 까지 내린 은발에 오똑한 코, 뚜렷한 이목구비! 예쁜 우리 언니의 짝으로 그 만큼 적격이 없을 것이었습니다.
"끄응, 엘리! 눈 감아! "
깜짝이야. 오빠가 소리지른 것 때문에 저는 눈을 꼭 감아버렸습니다. 끄으으.. 몇초가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땐, 아니나 다를까 낯뜨겁게도 두 사람의 격렬한 키스!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언제나 그랬듯 손가락을 벌리고, 몰래 조금 조금 보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습니다. 분명 둘은 언제나 처럼 딱 붙어서 징그러울 정도로 키스를 하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둘 다 기쁜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나는 이미 불안한 느낌을 눈치챘는지도 모릅니다.
"아, 진짜! 엘리 보고 있잖아! 뭐하는거야!"
언니는 그러면서 이글 오빠를 살짝 밀었지만, 이미 볼은 빨개진게 일부로 제 앞에서 내숭 떨 필요도 없이 다 들켰지요.
그 날 밤, 나는 왜인지는 몰라도 나이오비 언니를 더 꼭 안고 잤습니다.
며칠이 또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나이오비 언니는 나를 회의실에 데리고 가지 않았습니다. 회의 중일때는 같이 회의에 가지 않는 피터 오빠와 놀 수 있어서 상관 없었지만, 회의가 끝나고 빼꼼히 문 밖을 내다보았을 때, 회의실에서 나온 사람들의 얼굴빛은 갈 수록 어두워 졌습니다.  그건 나이오비 언니와 이글 오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날 밤에도 두 분은 남, 여 숙소가 갈라지는 곳에서 만났습니다.(원래는 아니지만, 이 때는 중요한 작전을 앞둔 때여서 모두 숙소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두 분은 그냥 말 없이, 장난도 치지 않고 가까이서 아주 길게, 서로를 마주보았습니다.
또 다음날 밤엔 두 분이 서로를 꼭, 으스러질듯 껴안았습니다.
또 다음날 밤엔, 두 분은 나를 방에 먼저 가 있게 했습니다. 2시간 쯤 지났을까요, 그제서야 휘청거리며 들어온 언니의 눈가는 많이 붉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곤 언니에게 무슨 일이 있던지를 다 묻기도 전에, 언니는, 나를 아주 세게 안았습니다.
"엘리...엘리....."
언니는 내 이름만 계속 불러댔습니다. 입가에서 술 냄새가 확 풍기는게 술도 마신 모양이었습니다.
"웅..익! 술냄새! 언니 얼굴 빨개!"
나는 코를 꽉 쥐며 태연하려 애썼지만, 사실은 달칵 겁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언니는 아무리 슬퍼도 내 앞에서는 우는 법이 절대로 없었습니다. 예전에 카인아저씨에게 차였을 때도,  나하고 같이 있을땐 종일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다, 밤에 술집에서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언니가 우는게 너무 무서웠습니다. 언니가 우는 걸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으니까요.
"엘리.....언니가...미안해... 미안해....이글... 나 때문에..사실 더 많이 사랑해...미안해...."
언니는 알 수 없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7살 짜리가 해줄만한 위로의 말은 없었습니다. 그땐 너무 어렸고, 너무 몰랐습니다. 그냥 언니를 꼭 안고, 7살의 방식으로 토닥여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언니이..울지마아.. 뚝! 산타 할아부지가 선물 안주셔! 뚝!"
언니는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못했습니다. 한참을 언니는 나와 이글오빠를 번갈아 부르면서 흐느끼다가, 지쳐 그만 쓰러지듯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언니가 잠에 들고, 나는 침대 밑에 앉아 그제서야 눈이 퉁퉁 부을만큼 많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제 기억의 마지막 입니다. 그 다음날은 작전의 실행일이었고, 밤늦게 훌쩍거리느라 늦게 일어난 탓에 언니를 보지 못했습니다. 인사도 하지 못하고 저는 다른 지정된 팀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격렬한 전투가 끝난 후에, 저는 언니를 다시 만날 수 없었습니다. 둘의 사체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둘의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
아니, 얘기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제가 지금 천진한 동화가 아닌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15년이나 된 사건을 지금에서야 다시 찾는 것의 이유. 그건 아마 누군가는 두 분에게 있었던 일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첫번째 증거는, 얼마전에 책장을 정리하다 그곳에서 떨어진 사진 한장에 있었습니다. 그건 인형 가르기 작전에 투입되기 직전 찍었다고 했던 팀별 단체사진이었습니다. 언니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제게 주었던 것이지요. 정작 액자속에는 다른 사진을 끼워놔서 여태껏 책 사이에서 낡아가고 있던 사진. 사진 속에는 이글오빠와 나이오비 언니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고, 루이스 오빠와 트리비아 언니, 미쉘 언니가 옆에 앉아있었습니다. 간단했습니다. 이상한 점을 찾아내는건. 왜 그땐 눈치 못챘을까요? 언니의 손에, 항상 있어야 할 반지가 없었는데요. 이글 오빠가 100일 기념으로 준 것이어서 한번도 뺀 적이 없었던 반지가.

일단 이것을 안 제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무엇이었을까요. 그건 이 사진을 준 사람에게로 가는 것이었습니다.그건 지하연합의 수장, 앤지 언니였지요.

엘리의 기억- 앤지 헌트
복도를 걸어가는 엘리의 발걸음이 갈수록 빨라졌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에서 자꾸 울컥울컥 올라왔다. 왜 거짓말을 했나, 두 분은 어디있나, 무슨일이 있었던건가. 주먹을 꽉 쥐었다. 눈물이 눈꺼풀까지 차오른다. 소리나게 걸어가서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이제는 40대의 중간에 들어선 연합의 수장은 간부 토니에게 방금 도장을 찍은 서류를 건네주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엘레노어 양..?"
앤지는 다소 무례한 엘리의 침입에도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과연 눈의 여왕이라 불릴만한, 지도자로서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냉정함. 하지만 엘리의 불길은 그녀의 담담함으로 풀릴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엘리는 앤지의 앞에 그 사진을 툭 던져놓았다.
"언니. 모른다고는 안하시겠죠."
앤지는 사진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긍정도 부정도 않는 눈빛. 하지만 그녀는 우선 시치미를 뗀다.
"무엇을요?"
"이 사진..없잖아요."
"뭐가요?"
앤지는 더욱 모를 표정을 한다.
"반지가요! 자꾸 모른 척 하실거에요? 잉게 언니 반지가!"
그녀는 바로 울음이라도 터뜨릴 듯 소리쳤다. 앤지는 이번엔 아무말 않고 지그시 눈만 감았다.
"어떻게 된 거에요.. 이 사진.."
앤지는 다시 눈을 뜨고 그녀를 보았다. 구슬같은 물방울이 고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엘리는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치며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앤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엘리의 눈물에 어떤 것이 담겨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한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따뜻하다. 거친 전투의 흔적 속에서도 그녀를 향해 짓는 미소같은 온도. 그 느낌은 열기는 조금 다를지언정, 나이오비에게서 느꼈던 따뜻함이었다. 빨갛게 멍진 엘리의 눈과 앤지의 눈이 마주쳤다. 연민일까,안타까움일까. 그렇게 다시 언제나같은 모를 눈빛을 하던 앤지는 뒤로 돌아 책장을 뒤적였다. 그리고, 책 한 권을 꺼냈다. [성냥팔이 소녀] , 그리고 그녀는 그 안에서 다른 사진 두장을 꺼내 책상 위에 두었다.
"..이게 진짜 사진이야."
토니를 나가게 하고, 앤지는 더 이상 말을 높이지 않고 말했다. 엘리의 눈은 우는것을 멈추고 그 사진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올려놓은 두 사진은, 원래 사진하고 사람들의 자세는 완전히 같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이 달랐다.
"네게 줬던 건 교란용 사진이고, 이건 진짜.. 팀별 기념사진."
"교란용..?"
"진짜 팀을 헷갈리게 하려고, 사람들을 바꿔놓은 다음에 일부로 흘린거지. 네게 주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리고 구별하기 위해, 나이오비가 반지를 벗고 찍은거야. "
엘리는 사진을 번갈아보며 그저 멍하니 서있었다.
"왜..그럼..그런걸..저에게.."
"...네가 동요하는걸 막기 위해서. 그 사진들, 다시 잘 봐봐."
엘리는 다시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래. 가장 중요한 것이 달랐다. 나이오비와 이글이, 다른 사진에 들어가 있었다.
"나이오비와 이글이 다른 팀에 들어갔다가 실종됐다는걸 알면.. 네가 어떻게 반응했을까."
엘리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 같다고 느낀 까닭이다.
"네 능력, 지금은 이렇게 통제가 되니 망정이지. 솔직히 모든 사이퍼들 중에, 가장 위험한 급의 능력 중 하나야. 네가 폭주라도 하게 된다면, 그건..."
앤지는 더 말을 할 수 없었다. 엘리가 다시 울먹이고 있었기 때문에.
앤지는 엘리가 어렸을 때 그랬듯이, 엘리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사진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내가 이 사진들을 준 이유를 알고 있겠지? 나도 네가 왜 여기 온지 알아. 미안하게도 난 그들의 마지막과 함께하지 못했어.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이 사진의 그들이라면.. 모르지. 마지막까지 같이 있던 그들이라면, 나에게까지 숨긴 사실이 있을지도."
엘리는 멍해진 표정으로 사진을 꼭 쥐었다. 앤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정확히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말이, 나이오비와 이글 실종의 진실을 알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막연히 다가왔을 뿐. 앤지는 책상에 또 다른 종이를 두었다.
"여기. 지금 연락처나 주소를 알 수 있는 사람들의 명단이야. 옆에는 주소가 있고. 찾아가봐. 알 수 있는게 분명, 있을테지."
그녀는 사진과 종이를 들고, 잠시 그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문을 향해  천천히 한걸음씩 내딛었다. 한걸음, 한걸음. 앤지는 그 뒷모습을 그저 여전히 모를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


그렇게 저는 연락처에 적힌 첫 번째 사람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왜 '들' 이냐고요? 그건, 두 분이 같이 사시는 덕분이죠. 눈치 챘을지도 모르시겠지만, 제일 처음 만나야 할 분들은 트리비아 언니와 루이스 오빠였습니다. 둘은 인형 가르기 작전이 끝나고 2년 뒤, 결혼에 성공하셨습니다. 그리고 연합을 은퇴하고 나와 지금은 외곽에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두 분은 평소에도 자주 찾아 뵌 탓에, 어딜 먼저 갈지는 큰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사진에 의하면, 이 둘은 인형가르기 작전 때, 이글 오빠와 같은 팀이었다고 했습니다.

엘리의 기억-루이스와 트리비아
털털거리는 택시에서 내리자, 크진 않지만 아담한 수준의 벽돌집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 담쟁이가 약간 덮인 벽돌의 묘한 붉은색이 나를 이끄는듯 해, 택시 기사가 돈을 받으러 나를 불러세우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그대로 집으로 끌려들어갈 뻔 했다. 문 옆에 걸려있는 카리나(Karina)라고 써있는 문패. 지붕 밑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다행이다. 집안에 계시겠지. 그리고는 얼마전에 간 듯, 깔끔한 문을 똑똑 두드렸다.
"누구세요-?"
맑고 천진한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조급해진 마음을 누르고,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릴리~ 엘리 이모야. 아빠 엄마 계시니?"
릴리는 부부의 둘째 딸의 이름이었다. 첫째는 이제 제법 머리가 커졌지만, 둘째는 아직 7살배기라 매년 직접 지은 동화책을 보내주고 있다. 그 때문에 두 분과도 자주 만나는 거지만.
"네! 저어~ 안에 있어요!"
문 안으로 릴리의 말이 들렸다. 곧 문이 찰칵 하는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한손으로 릴리를 안은 루이스가 나타났다. 체크무늬 따뜻한 스웨터에 황갈색 청바지, 그리고 금속테 안경. 옛날의 영웅은, 이제는 제법 세상과 어울려 사는 모양이 나고 있었다. 이제는 두 아이의 아빠. 모든 전쟁이 끝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결정을 타고 시원하게 전장을 누비던 모습은 희미해져 갔다. 하지만 그리한들 뭐 어떨까. 그의 표정은 적어도 그 때보단 밝아지지 않았는가. 그걸로 다 된것이다.
"엘리? 아니, 연락도 없이 왠 일이야? 아직 동화책 보내줄 때는 아닐텐데.."
루이스 오빠의 말에 잠깐 잠겨있던 사색에서 깨어났다. 그는  제법 반가운 얼굴빛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내가 앞으로 할 말이 미안해질 정도로. 하지만, 주저할 수는 없다.
"이 사진, 아시죠?"
순간, 나는 루이스 오빠의 표정이 젊은 시절 그의 능력보다도 차갑게 굳어지는 걸 보았다.


"...의외인걸. 이걸..가져올 줄이야."

루이스 오빠는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거실의 안락의자에 앉아 사진을 들고 말했다.
"저도 의외에요. 루이스 오빠나 트리비아 언니나. 다 절 속이고 계셨다니."
나는 일부러 조금 단호하게 뱉었다. 얼굴빛은 어두운 톤을 유지하고. 내가 원하는건 정확한 사실이니까. 조금은 확실해질 필요가 있었다.
"하..하...."
루이스 오빠는 당황한 듯 어색하게  웃으며 사진을 옆의 탁자에 내려놓았다.
"미안해, 엘리. 하지만 그 땐 어쩔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단거, 앤지에게 못 들었니?"
트리비아 언니가 차를 내 오며 루이스 오빠의 말을 대신했다. 그리고 슬프게도, 나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나는 다시 울고싶어졌다. 그 때 트리비아 언니가 울음을 끊어주었다.
"커피라도 좀 마셔. 조금 진하게 탔는데, 설탕 필요하니?"
"트리비아! 난 홍차로 달라니까!"
"됐네요, 고리타분한 브리티쉬 영웅씨~ 홍차같은건 티타임때나 혼자 드시죠?"
언제봐도 기분 좋은 부부다. 이글 오빠와 나이오비 언니가 만약 사라지지 않았다면 분명.. 아니, 이 생각은 그만두자.쓸데없는 생각일 뿐이니까.
"엘리, 설탕 좀 줄까?"
트리비아 언니가 되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눈을 감고,  희고, 달고, 각진.. 가로 2cm..세로 2cm ..높이2cm... 정육면체. 그렇게 상상했다. 눈을 떴을 때, 손에는 각설탕 2개가 들려있었다.
"아, 참. 필요 없구나."
트리비아 언니는 그렇게 말하고는 설탕통을 치웠다. 이 망령같은 능력.
끝없이 나를 따라다니는 꼬리표-가장 위험한 사이퍼. 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다. 어떤 걸 상상하건 마음만 먹으면 그것은 곧 현실. 말 그대로 꿈같은 능력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두 사람을 기억 속에서 마저 지워 버릴 뻔 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고, 일부러 소리나게 잔을 놓았다.
"얘기해주세요. 그 사진.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잠깐의 침묵 뒤 입을 연 것은 루이스 오빠였다.

루이스,트리비아의 기억-이글에 관하여
그 날 밤은 구름은 더욱 어둡게 끼어있었다. 으르렁 우는 하늘은 당장이라도   궂은 비를 쏟을 것 같이 꾸물거렸다. 시계를 꺼내보았다. 새벽 1시 43분. 작전 실행 17분 전.
"젠장, 정말 딱 맞는 날씨네."
이글이 투정부리듯 씹어뱉었다. 날씨와 같이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그나마 처음으로 나온 말이었다.
"하이고, 마. 작전 날 분위기론 제격이구마."
이어서 도일이 입을 떼었다. 입가엔 약한 미소가 돌았지만, 눈매는 어느 때 보다 날카로워져 있었다.
"마, 이 날씨 되니께 술 한잔 생갹이 간절하구마. 이 일 끝나모, 다 같이 시원한 맥주 한잔 하자카이!"
도일이 작지만, 언제나의 유쾌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 그래야지. 다 같이.. 한 잔 해야지."
반대로 이글 답지 않은 이글의 한마디. 모두는 그 저기압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글과 나이오비가 다른 조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 그것도 나이오비가 가장 위험한, '미끼' 조로 들어가게 되었던 것. 며칠 동안 회의실에서 고함치고, 난동부리고, 설득해봤자였다. 한번 정한 조는 개인의 부탁 따위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상부의 강력한 방침이었다. 하루는 이글이 참모 토니 리켓을 불러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주변에서 엿들은 정도지만.
"미끼조는 근거리 능력자들만 해당되는거라고 니가 나한테 그랬잖아! 어?"
그때 이글이 정말로, 정말로 화난걸 나는 처음 보았다. 저렇게까지 얼굴이 붉어진 적이 있었나.
"...죄송해요, 이글씨. 저도 그런줄 알았지요! 하지만 미끼조의 편성은 회사측의 강한 요구라서, 저희가 어찌 할 수가 없는 쪽...."
토니의 다음 말에 이글의 손이 부들거렸다. 칼집으로 오른손이 다가갔다. 눈빛은 자신의 칼보다 날카로운 장검이 되어 토니를 당장이라도 벨 듯 했다.
하지만 정작 그 다음의 이글의 다음 말은 상당히 의외였다.
"토니..."
그렇게 꺼낸 이글의 말은 무섭도록 차분했다.
"우리 침투조.. 일 얼마나 걸릴것 같아?"
나와 이글, 도일, 트리비아, 자객 스톡(능력자 전쟁에는 참전하지 않은 인원이다.) 으로 이루어진 침투조는 도일을 호위하면서 안타리우스 깊숙한 곳 까지 통로를 뚫는 임무.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임무. 이글은 이런 임무를 마치 어린아이가 투정부리듯 묻고 있었다.
"으..음.. 길면... 3시간..."
토니도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이글은 잠시 고개를 떨구더니, 이내 나지막히,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를 말했다.
"1시간 반."
"...네?"
"1시간 반. 그 시간 안이면, 나이오비 구할 수 있어?"
토니의 아연실색한 얼굴. 무리는 아니지. 나도 놀란건 마찬가지였다. 1시간 반이라니.
"이글씨, 이 팀은 도일씨를 제외하면 전부 기동력 최상위급의 능력자들이지만.. 1시간 반은 너무..."
"구할 수 있어?"
그의 형 만큼이나 단호한 말투였다.
"1시간 반이라면.. 그래도 알 수 없어요. 미끼조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 상이면 2시간대부터 미끼조에 본격적 피해가 발생합니다만... 그래도 1시간 반은 무리에요! 어떻게.."
"내가 한다고."
그렇게 말하는 이글의 표정은 토니의 입을 다물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꾹 깨물고, 흐르려는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으려는 모습이.
"내가..1시간 반 안에 다 끝내고! 나이오비 도와주러 갈거야. 많이..많이 빨리 갈거야. 그러니까... 알았다고 해줘. 토니."
이글의 입가로 붉은 피가 한줄기, 고운 볼을 타고, 날카로운 턱에 맺혀 테이블로 떨어졌다.
"....."
이글은 칼을 꾹 쥐고 그의 답을 얌전히 기다렸다.
"알았어요. 하지만 이 루트로는 90분은 불가능해요. 다른 루트. 더 효율적이지만, 더 위험한 루트가 있어요. 침투조 5명이 버텨내기에도..조금 버거울수도. "
이글의 피묻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뭘 걱정하고 그래?  어차피 마지막 지령은 섬멸. 다 썰어야 할 놈들 아냐?"
"그렇긴 하지만.."
"나도 그렇지만, 우리들 진짜 장난 아니라니까.. 이런 최강 라인업! 흔하지 않다고!"
토니가 고개를 까딱였다. 불안할때의 토니 특유의 사인.
"..그렇다곤 해도, 이건 이글씨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알죠? 모두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것. 나머지 4명에게 허락을 받아오면 제가 허락을 드릴게요. 그 다음엔 제가 따로 한번 부르죠."
그렇게 해서 이글은 나를 포함한 4명의 허락을 그날로 전부 받아냈다. 모두 상황은 잘 알고 있었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되었다. 시계를 다시 보았다. 새벽 1시 57분. 작전 시작 3분 전.
"..일할 준비 됐지?"
나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하나 둘, 고개가 끄덕여갔다. 도일의 캐논에서 떨림이 느껴진다. 트리비아 주변의 그림자가 흔들린다. 이글의 손이  칼손잡이로 다가간다. 스톡의 손에 비수가 꽉 쥐여있다. 그리고 내 손의 결정검은 이미 날카로워져 있다. 작전시작 10초 전. 신호는 엘리의 축포. 범위 화력이 강한 전방의 '미끼'1~3조와 원거리 지원 1,2조가 시선을 돌린 후, 후방으로 침투조 2팀이 건물에 구멍을 내면서 침입. 주요 동력원을 파괴한다. 그 후 침투조가 낸 구멍으로 '청소'조가 2차 침투, 침투조는 정문의 뒤를 쳐 미끼조를 지원하고, 침투조의 후방은 청소조가 맡는다. 이것이 안타리우스 멸망을 위한 인형가르기 작전. 남은 시간은 3초,  3, 2, 1.
눈부시게 밝은 빛이 정문 쪽에서 쏘아올려졌다. 펑, 귀를 먹먹하게 하는 소리와 함께 폭죽은 하늘을 색색으로 수놓는다. 동시에 스톡의 비수가 경비원들의 목으로 날아든다. 하늘과 목, 두 곳에 동시에 피는 붉은 꽃. 작전이 시작되었다.
벽을 부수는건 샬럿의 구름이 모인 뒤. 곧 먹구름이 꾸물거리며 기이한 형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멍 뚫기', 시작. 도일이 팔을 뒤로 뻗자 캐논 주위에 기묘한 파문이 생겼다.
"초- 스트레이트!"
쩌르릉 하는 고함과 함께 쩍 소리를 내며 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외벽을 부수자마자 클론들이 쏟아져 나온다. 동료의 모습을 한 차디찬 피의 클론들. 이글의 손이 살짝 움직이자 클론들의 허리에서 차례로 피가 솟구친다. 전진,전진,전진. 오직 그뿐, 앞으로 무조건 가야 한다. 나의 샤드에 클론들이 산산조각나서 흩어진다. 트리비아의 박쥐가 클론들을 갉아먹는다. 도일의 캐논이 클론들의 머리를 감자처럼 으깬다.  스톡의 단검이 클론들의 동맥을 그어 흐르는 피는 붉디 붉은 강을 이룬다. 끈적한 피를 뒤집어쓴 우리. 쌓여가는 클론들의 조각난 몸뚱아리들.  수많은 시체들을 자근자근 밟으며 다음 벽에 도일의 주먹을 때려박았다.
"초- 스트레이트!"
두번째 벽을 부수는데 까지 20분. 남은 시간은 70분, 부숴야 할 큰 벽은 2개. 이글은 마음이 점점 급해졌다. 마치 90분안에 가지 못하면 나이오비가 당장이라도 죽어버릴듯. 90분 안에 가면 나이오비를 구하기라도 할 수 있을 듯.
이글의 손이 더 빨라졌다.
"비켜!"
클론의 미간이 갈라진다.
" 비키라고!"
클론의 허리가 끊어졌다.
"비켜 망할 쓰레기들아!"
이글은 닥치는대로 난도질을 하며 나아갔다. 좀 더, 좀 더, 좀 더 빠르게! 이글은 그 생각뿐인 듯 했다. 그러던 이글의 손이 돌연 멈췄다.
나이오비의 클론 앞에서. 초점을 잃고 멍해진 표정으로
이 놈은 적이야 이 놈은 적이야 이 놈은 적이야..
그리 생각을 했겠지.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일까. 스톡이 조금만 더 그를 일찍 못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클론의 손에서 화염구가 맺히는 순간, 스톡이 순간적으로 이글을 밀쳐내고 클론의 목에 비수를 던졌다. 퍽, 하고 클론과 이글이 동시에 쓰러진다.
"큰일날 뻔 했잖아요! 무슨 생각하시는거에요!"
스톡의 고함에, 이글은 잠시 멍하니 있다 칼을 뽑아 스톡의 목에 겨눴다.
"뭐..뭔 짓을 한거야 이 자식.. 나..나이오비를..니..니가...."
이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당장이라도 벨 듯이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눈동자는 이미 제 정신이 아닌 듯 했다. 변명하고 말릴 시간도 없이, 이글의 칼이 올라갔다. 그 순간, 스톡이 손가락을 이글의 복부에 빠르게 찔러넣었다. 번개 능력자인 스톡의 손을 타고 약한 전류가 흘렀다. 이글은 그 자리에서 풀썩 무릎을 꿇었다. 스톡이 이글의 머리를 잡고 쓰러진 클론으로 고개를 억지로 돌렸다.
"봐요! 저건 나이오비씨가 아녜요. 클론이라고요, 클론! 정신 좀 차리세요! 진짜 나이오비씨를 죽게 만들 셈이에요?"
이글은 멍하니 클론의 시체를 보았다. 분명히 등에 새겨진 안타리우스의 저울. 이글은 반쯤 풀어헤쳐진 머리로, 그냥 멍하니... 그러다
"...미안."
그 한마디와 함께 욱신거리는 배를 끌어안고 일어섰다. 언제 클론이 더 나올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 청소조가 들어오기 전에 뒤에 클론을 두어선 안된다.
세번째 벽을 눈 앞에 두고, 시계를 보았다. 60분. 남은 시간은 30분. 남은 벽은 마지막 하나.
잠시의 정적이 있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남은 시간이 없었다. 30분이라니. 이 벽을 뚫고, 마지막 저항으로 얼마나 쏟아져나올지도 모를 클론들을 처리하고, 주 전력원을 끊는 것이 30분 안에 가능한 일일까. 안타깝게도,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남은 것은 두가지 선택지.이글을 나이오비에게로 보내는가. 아니면 이글이 나이오비를 포기하는가. 결정은 전적으로 그에게 달렸다. 이 벽 뒤에 얼마나 많은 클론들과 강화인간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이글 없이 4명이서 해결할 수도 있는가? 그것도 모른다. 나이오비가 살아있는지, 그렇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그것도 모른다. 과연 어느 쪽이 답인가? 그런 건 애초에 없었다. 조금 있으면 정문의 클론들이 이곳으로 보충 될 것이다. 이글의 얼굴을 칠한 검붉은 피가 흐르는 땀에 씻겨내려갔다. 이글은 선 채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붉은 땀방울로 바닥을 적셔갔다. 그때,
"..마, 니는 나이오비한테 가그라."
침묵을 깨는 도일의 굵직한 한마디. 모두의 시간이 그곳으로 쏠렸다. 도일은 이글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가그라. 우리가 와 여까지 이리 빨리 왔노. 다 니 때문 아이가. 니가 나이오비 못 만나믄 그기는 다 말짱 꽝이라 이기다. 가그라."
그렇게 호탕한 미소를 지으며 이글의 등을 떠밀었다. 곧이어
"가세요, 이글씨. 여긴 저희에게 믿고 맡기시고."
스톡이 그랬고,
"어서 가봐, 백수 독수리. 공주님이 괴물들에게 붙잡혀 있잖아?"
트리비아도 그랬다. 하지만 나는 그 때 까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것이 그들의 위하는 일인가. 그때 트리비아가 내 옆구리를 푹 찌르면서 말했다.
"우리 영웅씨. 예쁜 동화책 결말을 눈물로 적시고 싶으신건 아니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것만은 있어선 안되는 일이니까.
이글은 우리 4명 앞에 죄인처럼 서서 어두운 낯빛으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리곤 고개를 푹 숙이고, 그대로 뒤로 돌아 입구쪽으로 달려갔다.
이글은 점점 점으로 가까워졌고, 우리는 다음 벽을 부쉈다.
------
"..거기까지에요?"
"그래. 거기까지가 우리가 본 다야."
오빠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오빠의 이야기를 거기까지만, 메모했습니다. 오빠는 빈 커피잔을 예전의 슬픈 눈빛으로 내려놓고는, 말을 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때 선택이 맞았는지 모르겠어. 용서는 따로 바라지 않을게.우릴 원망해도 좋아. 이글을 죽게 내버려 둔건 우리니까. "
오빠는 그야말로 죄인처럼 제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이글 오빠의 그때 모습이 저랬을까요. 너무 슬프게 앉아있어서, 위로해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요. 그때 저나 앤지 언니에게 사실을 말하지 못한 이유도 알 것 같았습니다.
"오빠."
저는 작게 오빠를 불렀습니다.
"응..?"
"잘 하셨어요."
의외의 말이었겠지요.
"아시잖아요. 나이오비 언니 없는 이글 오빠는 지금까지 살아계실 분이 아니란거.잘 하셨어요."
그 말은 비단 위로 뿐만이 아니라 진심이었습니다. 이글 오빠를 잡았더라도, 그 뒤에 이글 오빠가 살아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혹 살았더라도.. 그것은 붙어있는 숨에 껍데기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고맙...다..."
루이스 오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그 말을 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저는 루이스 오빠를 가볍게 안아 토닥여주었습니다.  그때 나이오비 언니도 이렇게 위로해줄 수 있었다면.
"이제, 누구한테 갈거야?"
트리비아 언니의 갑작스런 물음에 저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얘기로는 성이 안차지, 확실히?"
사실이었습니다. 이글 오빠의 얘기일 뿐에다가, 이글 오빠의 마지막마저 알 수 없었으니까요.
"..네. 나이오비언니의 팀..을 찾아가 볼 거에요."
그 말에 트리비아 언니는 무언갈 생각하듯 머리를 잠시 까딱이고는,
"흐응.. 그런거라면, 미끼조를 찾아가기 보단.. 미쉘을 찾아가는게 훨씬 나을거야."
"에..?"
"일단 미끼조들은 많이 죽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긴 하지만.. 진형 상 나이오비와 조원들보다도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 원거리 지원 1조, 그 중에서도 미쉘이거든."
미쉘 언니.. 다음 목적지는 정해졌습니다. 저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감사하단 인사를 하고, 릴리와 데이브(데이브는 두 분의 아들입니다.) 에게 가져온 동화책을 나눠주고는 현관을 나왔습니다.

다음날, 근처 호텔에서 묵은 저는 아침을 간단히 먹고, 바로 미쉘 언니가 있는 곳으로 출발했습니다. 언니가 있는 곳은 이곳에서 자동차로 3시간이나 걸려 가는 꽤 먼 곳이었습니다.

똑똑똑-
진회색 철문을 두드렸습니다. 안에서 덜걱덜걱 무언가를 정리하는 소리가 나더니,
"네- 곧 나가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사실 미쉘 언니와는 10년째 못만나고 있던 터라, 이번 재회는 더 특별합니다.
잘각잘각, 자물쇠 푸는 소리가 들리더니, 초록색 머리칼이, 언니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엘리!"
반가운 음성으로 저를 맞는 언니. 이제는 서른 한 살이 된, 혼기가 꽉 찬 원숙한 여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근심이 끼어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예요, 언니! 잘 지내셨어요?"
언니는 방긋 웃으며 저를 안으로 들였습니다. 이전의 부끄러워하던 소녀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나야, 뭐. 그럭저럭 잘 지냈지. 참, 엘리, 넌 동화작가 됐다면서? 우리 애들도 좋아하는거 같아. 베스트셀러라고?"
"네? 우리 애들..이라뇨?"
영문 모를 말이었습니다. 미쉘 언니는 분명 미혼일텐데..?
"응? 트리비아 언니가 얘기 안해줬어? 은퇴하고. 닥터하고 미아하고 잠시 헤어진 다음에 고아원을 하나 차렸어.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하고 있고.. 피터도 고아원 돌보러 갔어. 그리고 매달 돈은 안남아도 네 동화책은 꼭 산다고."
고아원이라. 제 입에 저도 모를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미쉘 언니, 그땐 차가운 듯 했지만 역시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잠깐, 트리비아 언니라뇨? 설마.. 하는 때 미쉘 언니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트리비아 언니한테 전화 받았어. 니가 여기 올거라는 것, 그리고 왜 오는지에 대해서도."
이미 말해두셨군요. 덕분에 저는 껄끄러운 말을 먼저 꺼내는 미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할 얘기는 거의 정리해뒀어. 내가 아는것, 그리고 내가 본 마지막까지. 그땐..차마 너한테 말할 수 없었던 것 까지."
미쉘 언니는 저를 거실의 식탁에 앉히고, 레모네이드를 내오셨습니다.
"나이오비 언니만큼은 못 만들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줘."
제가 레모네이드를 홀짝이기 시작하자, 언니도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미쉘의 기억- 나이오비에 관하여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네가 듣지 못한 부분부터 듣는게 좋겠지. 나는 연합 측에서 피터와 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 너도 알다시피, 안타리우스 절멸을 위한 인형 가르기 작전. 사실 그건 정확히 안타리우스를 박멸할 수 있는 계획은 아니었다.다른 안타리우스 간부들이 단 하루, 본 기지에서 한명만 빼고 전부 빠지는 날, 안타리우스 본 건물을 습격하는 계획. 그야말로 빈집털이였지. 너는 최후방에 있어서 몰랐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안타리우스 본건물 파괴와 한 사람의 사살이었어. 아까 본 건물에 단 한명 간부가 남았다고 했지. 그는 안토니오 네로. 무엇이든 폭탄으로 만들어 폭발시킬 수 있는 폭탄능력자. 안타리우스의 최고 광신도 중 한명이자, 노인의 후계자나 다름없는 대접을 받고 있는 자였어. 나머지 간부들은 스톡 오빠나 시바 언니같은 암살자들을 보내서 처리할 작정이었고. 그런데 작전을 며칠 남기고, 들었던 대로, 나이오비 언니는 그날 원거리 지원조에서 미끼조로 갑자기 비뀌어버렸다.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고, 안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었어. 이글 오빠가 계속 회의시간에 화도 내보고 난동도 부렸다. 그 자신도 될 일이 아닐것을 알면서도 계속. 그러면서도 나이오비 언니는
"괜찮아..뭐. 미끼조 들어간다고 다 죽나? 드니스 그년 얼굴 안보니 좋지 뭐."
그러면서 오히려 우리를 진정시키려 했다. 안쓰러울 정도로.
말은 그러면서도 아침에 보는 언니의 눈가가 붉어진 것을 보면 그녀가 간밤에 했던 일이 짐작이 가 숨이 턱 막혀왔다.
미끼조. 침투조가 침입해 에너지 공급원을 끊어버릴 때 까지 앞에서 녀석들의 시선을 끌거나, 상황이 좋게 돌아갈 경우 정면 침투까지 가장 먼저 감행해야 하는 그야 말로 미끼이자 총알받이. 회사에서 '전체적 피해를 줄이고자' 만든 팀에 뻔뻔스럽게도 그들이 근거리 능력자도 아니고 회사도 아닌 언니를 마음대로 넣어버린 것이었다. 나이오비 언니가 이렇게 침착하지만 않았다면, 당장 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
나는 아직도 그 언니가, 그 불같던 언니가 갑자기 그렇게 얌전해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언니가 안타리우스에 그렇게 증오심이 강했었나? 그렇게 작전이 취소되는걸 싫어할 정도로? 여하튼 어딘가가 분명히 잘못되어 있는 이 작전은, 너무 차질없이 진행되어갔다. 언니에게 끊임없이 이해가 안된다는 둥의 불평을 내놓았으나 나온 말은 계속 괜찮다는 말 뿐.그래서 나도 모르게, 정말 괜찮다고 생각해버렸어. 아, 그러면 안됐는데. 정말 그러면 안됐는데..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 그날이 다가왔지.
그날은 정말 밤인데도 구름이 많이 낀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지. 정말 '흐린' 밤이었어. 비는 곧이라도 내릴 것 같이... 진짜 비는 이미 저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말이야. 나와 피터는 원거리 1조였고. 내 앞에는 나이오비 언니가 '미끼'로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래도 원거리 능력자라고, 미끼 중에서는 꽤 후방에 섰었지.
"미쉘."
갑자기 나이오비 언니가 나를 불렀어.
"..응..?"
"만약 나한테 무슨 일 생기잖아.."
"언니, 그런 말 하지 마. 불길한 소리 하지 마."
"아니, 그래도 무슨 일 생기면."
쓸쓸해 보였어. 나만큼이나 불안해 보였고. 나도 그때서야 불길했던 감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나이오비 언니 등의 뱀문신이 꿈틀거리며 일어나 그 날카로운 혓바닥을 쉭쉭거리며 언니의 어깨를 꽉 물어버릴 것만 같았다. 언니가 말을 이었어.
"이글.. 잘 부탁해."
나는 그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언니를 꼭 안아버렸다.
"너도 알지. 이글, 애같은 놈이야. 떼쓰고 투정부리고, 생각없이 히히 웃어제끼면서도, 나 없으면 좀 울 거같은 녀석이니까."
나는 언니를 더 꽉 안았다. 뜨겁다. 능력때문인지는 몰라도 델듯이 뜨겁다. 하지만 계속 안고 있었다. 울거 같았으니까...
"이글 자식, 안 울도록 잘 부탁해. 다른 여자 소개팅도 많이 시켜주고. 단순하니까 나 같은건 금세 잊을거야.."
나이오비 언니의 말 끝이 조금 떨렸다. 그리고 다시 뒤를 돌아 나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안고 있었던 언니의 몸이 떨리고 있었던건, 확실히 기억이 나.
그때 피터가 내 옷자락을 잡아 끌었어. 그리고 시계를 보여줬지. 새벽 1시 58분. 때가 다가왔었어.
우리는 운동장에 모여 지휘관의 지휘에 맞춰 진형을 갖추었지. 곧 공간이동 능력자들이 각 조에 곁으로 다가왔다.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었어. 나이오비 언니의 쓸쓸한 어깨에 손을 얹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지. 59분, 앞줄의 미끼조 부터 차례로 이동을 시작했어. 슈욱- 소리가 나더니, 금세 연기처럼 사라졌지. 맨 앞줄부터 차례, 차례... 그리곤 내 앞의 나이오비 언니가 사라졌고, 나도 그곳으로 사라졌다.
눈앞이 멍하고, 어지러운 느낌이 조금 들더니 하늘을 나는것 같은 기분. 그리고 눈을 뜨니 우리는 작전지역에 도착해 있었어. 하늘은 여전히 흐리고. 바람이 차게 불었어. 하지만 전혀 춥지 않았다. 나이오비 언니가 내뿜는 열기. 그건 언제나의 따뜻한 온기하고는 달랐어. 언니의 손끝에서 이는 불꽃.
"...흥, 태워버릴게 많이 남았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장갑을 고쳐 꼈다. 이제 2시가 되었으니까.
그러자마자 등 뒤쪽이 환해졌다. 네가 쏜 축포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어. 이곳은 정문 앞, 약 70m 거리. 미끼조의 수색원들이 망원경으로 동태를 살폈어. 그 순간, 맨 앞줄에서 큰 외침이 들렸다.
"온다!"
"전방 강화인간 3기! 시속 40km!"
"아직 속도가 느린걸로 봐서 동태를 살피는 중인 것 같습니다!"
"저놈들을 저격해!"
말이 떨어지자마자, 옆에 있던 마탄의 저격수 소나 언니가 모신나강을 겨누었다. 그리고 나지막히,
"자동추적탄 2발. 귀 막아."
그 말에 피터와 나의 귀를 꽉 막았지만, 두발의 총성이 먹먹하게 귓속에서 울렸다. 기묘한 탄도를 그리며 나아가던 총알은 점처럼 보이던 무엇을 꿰뚫었다. 점이 풀썩 쓰러지자, 그 점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내기도 전에
"전방 30m 지점으로 이동! 진형을 유지하면서 1선 미끼조가 방패가 되면서 전진한다! 진격! "
그리고 함성소리.
와아
와아
와아!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그때,
"내 뒤에 딱 붙어서 따라와! 빨리!"
나이오비 언니의 재촉하는 소리가 없었다면 나는 뛰어가지 못했을거야.
나는 그냥 뛰어갔다. 더 생각할 것도 없었고, 생각할 필요도 없었어. 정문에서 클론들과 강화인간들이, 벌집을 건드려진 벌처럼 뛰쳐나오고 있었으니까.
비구름이 입구 주변으로 모였다. 본 적없이 큰 비구름이 안타리우스를 감쌌다.
그리고 내리기 시작하는 비.. 샬럿이었다.
미끼조의 앞에서 교전이 일어났다. 잘은 알 수 없었지만 제레온 경과 휴톤 오빠의 우레같은 기합소리, 그 외 불쌍한 이들이 강화인간들의 발 밑에 짓밟히는 소리, 비명소리, 비명소리, 부딪히는 소리.. 나는 주변의 돌들을 들어올렸어. 주변의 돌, 쓰레기, 모래,... 들어올려서 막을 수 있는건 전부!
"더스트, 토네이도! "
주변의 돌들이 나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전했지. 그 돌들은 공격하려는 강화인간들의 머리를 끊임없이 들이받았다. 나이오비 언니의 손에서 붉은 불길이 크게 일었어. 그리고 보인 것은 거대한 불의 장벽. 강화인간들은 그마저도 뚫고, 몸은 불타면서도 끝없이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곧 그들은 베여 두동강 나 날아간다. 끝까지 그들의 눈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볼 수 없다. 연민마저 느꼈어. 하지만 그도 잠시,
화염을 뚫고 나온 강화인간 한명이 나이오비 언니에게로 달려갔다.
"안돼!"
순간적으로 띄운 돌을 그 쪽으로 날렸다.  강화인간이 무릎으로 나이오비 언니를 들이받으려는 순간, 내 돌이 더 빨랐다. 강화인간의 목을 꺾어버렸지만, 그리고 돌은 실수로 언니의 배를 스치고 말았어.
"아아아아아악!"
그런데 돌연 들리는 언니의 비명소리. 절대 치명상은 아니었어. 상처는 조금도 깊지 않았고..정당화 하려는 생각은 없지만, 정말 스친 정도였어...
그런데 언니는 무릎을 꿇고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옷을 걷어 배의 상처를 살폈어. 그리고 배를 몇번 쓰다듬더니, 안심한 표정으로, 다시 비틀비틀 일어서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고 있는 나를 봤다. 그리고는 내가 변명할 새도 없이,
"앞으로는 조심해.."
싸늘했어. 내가 그리 큰 잘못을 한 걸까?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그땐 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나는 더스트 토네이도를 더 넓게 펼쳤고, 눈은 점점 더 하얗게 타들어갔다.
그렇게 한시간 반쯤 지났어. 비구름은 작아졌고, 나도 지쳐갔지. 더스트 토네이도의 인력이 약해졌다. 피터는 헉헉대며 나에게 기대고 있었고, 나이오비 언니도 눈에 띄게 지쳐있었어. 나오는 적들도 강화인간보다는 클론이 다수였지. 그 순간, 나이오비 언니가
풀썩
쓰러졌어. 나는 놀라서 나이오비 언니에게 달려가 안전지대로 끌어온 후에, 머리를 무릎에 얹고, 물을 얼굴에 부었지. 언니의 머리는 다 풀어해쳐 선글라스는 깨져있고, 옷도 불에 그을린 자국이 가득했어. 많이 지쳤었겠지. 여태까지도 만들어본적이 거의 없는 그 크고, 많은 불을 한 시간이나 유지했으니.급하게 수통을 꺼내 얼굴에 물을 부으니, 언니는 눈을 조금 뜨고는
"미안....."
"응?"
"미안해..내가..미안해...내가...미안해..."
하면서 눈에는 물방울이 고였어. 아니. 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그렇게 열심히 모든걸 바쳤으면서. 미안할게 또 뭐가 있을까. 그 때, 저 멀리, 달려오던 클론이 갑자기 푹 쓰러졌어.
설마..?
주변을 슥 둘러봤지. 하나, 둘, 클론들이 푹 푹 쓰러졌어. 아무것도 맞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
"제 1 에너지 공급원 무력화! 무력화!"
침투조 중 하나가 성공한거지. 그리고 그건.. 루이스 오빠네 조. 이글 오빠네 조 이기도 했지. 그리고 20분 쯤 지났을까. 다시 들리는 소리.
"제 2 에너지 공급원 무력화! 진입 가능!"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마 그때 쯤이면 루이스 오빠네 조가 지원으로 도착했을거래. 그런데 상부에서 내린 명령 때문에 다른 침투조를 지원하러 가느라 늦었고.. 그러는 바람에.. 아니다. 이건 아직 얘기 안한 부분이니까.

어쨌건 나이오비 언니는 더 쉬어야 했어. 아직 의식도 제대로 돌아온 것 같지도 않았고. 상처도 있었거든. 그런데, 그녀는 일어났어. 비틀거리는 몸으로.. 그 가녀린 몸에 무수한 상처가 났지만 일어났어. 배를 쓰다듬으면서..
그리고 들리는 소리.
"안토니오 네로를 사살하라! 반복한다, 안토니오를 사살하라! 미끼조가 먼저 들어가 위험이 없는지 수색한다. 빨리 움직여라!" 
안돼, 나이오비 언니가 혼자 그대로 들어갔다간 남아있는 강화인간이나, 에너지가 남은 클론에게 죽을 것은 불을 보듯 뻔했어. 하지만 언니는 한사코 들어가려고 했어. 그리고, 내가 같이 들어가기로 했지.

안타리우스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끔찍한 곳이었어. 피터를 안데리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실험 번호가 붙은 실험체들의 시체, 연구의 흔적, 어디선가 납치되어 알 수 없는 액체 안에 갇혀진 사람들. 구역질 나는 실험계획서도 있었다. 그리고, 아주 넓었어. 정말.. 겉으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이것 또한 사이퍼 능력의 일종이라고 했지. 나는 놓치지 않으려 언니의 손을 꽉 붙잡고 따라다녔다. 그런데 이 넓은 곳 안에서 안토니오를 어떻게 찾을까. 평소에 피터와 하던 숨바꼭질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렇게 한 10분을 여기저기 들쏘시며, 그 망할 놈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어. 그리고 복도로 보이는 곳의 문을 부수고, 복도로 들어서려는 순간,
읍!  하며 언니를 잡은 손이 강하게 끌어당겨졌다. 그리고 난 그 손을 놓치고 말았고, 발견하고 말았지. 안토니오, 그 자식이 주저앉은 채 나이오비 언니의 목을 팔로 조르듯 끌어당긴 모습을.
"어이 꼬마야.. 이름이 미쉘이었나..?"
기분나쁜, 꼴에 신부복까지 입고서. 그는 힘에 부치는 듯한 음성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지칠대로 지쳐 능력을 쓸 수도 없는 언니는 그 우악스러운 팔에 붙잡혀 쌕쌕대고 있었다. 대답할 가치도 없지. 당장 죽여버려야 끝나! 라고 생각했지. 그렇게 손을 드는 순간,  그가 한 말은 내 손을 단번에 내리게 했다.
"꼬맹이. 내 능력은 알겠지. 이미 이 여자를 폭탄으로 만들었어."
"...뭐?"
지금 저 개자식이 뭐라고 했나. 순간 눈앞이 아득해졌다. 안토니오에 의해 폭탄이 된 것은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으로 옮기는 것은 가능해도 해제하는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 그리고 그는 언니를 잡고 일어서 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내가 이 곳에서 안전하게 나갈 수 있게 협조해라. 그렇지 않으면 나이오비..도 너도. 터뜨릴거다. 뭐.. 협조한다면 너는 살려주지."
아아.. 차라리, 차라리 그때 오지 않았더라면. 하필 그 때 이글 오빠가, 우리 앞에 나타나다니.
피에 물든 헝클어진 백발, 여기저기 깨지고 부서진 갑옷. 얼굴에 더 많이 새겨진 흉터. 분명 이글 오빠였지.
"다가오지 마라! 그럼 이 둘을 여기서 폭발시키..."
안토니오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글 오빠는 내 앞에 와 있었다.
"그렇게 터뜨리고 싶으시면 말하기 전에 터뜨리시던가."
안토니오는 그대로 쓰러졌다.
자신의 것인지,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를 뚝뚝 흘리던 오빠는 나를 쳐다보더니, 쓰러진 나이오비 언니에게로 다가갔어.
'째깍, 째깍.'
나이오비의 언니의 팔뚝에 60이란 숫자가 새겨졌다.
'째깍, 째깍.'
59가 되었다.
'째깍,째깍.'
58이 되었다.
빌어먹을. 그건 타이머였던거지. 이자식이 죽으면 끝인줄 알았는데, 오히려 타이머를 돌려버린거야.
하지만 이글 오빠는 전혀 개의치 않고
한걸음
한걸음
말없이 다가갔어.
"가까이 가지마! 언니는 이미 폭탄..."
"알고 있어."
오빠는 내 말을 툭 끊어버리고는, 이제 55가 된 언니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이글 오빠는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무릎에 언니의 머리를 받쳤다. 그리고, 나이오비 언니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미안해, 늦어서."
나는 그자리에 그저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어. 왜일까? 나이오비 언니가 불쌍해서? 이글 오빠가 안타까워 견딜 수가 없어서?
아냐.
결코 아녔어.
그냥 두 사람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해서.
그냥 그래서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어..
언니는 그 사이 51이 되었어.
"매생아, 너는 가라."
이글 오빠는 날 쳐다보더니, 그렇게 내뱉었지.
"너까지 죽을 필요는 없지. 넌 피해."
나는 멍하니 있었어. 사실 뭐라는건지도 정확히 듣지 못했다. 그냥..너무 많은 생각이 겹쳤을 뿐. 나는 또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는구나 하고..
오빠는 언니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그와 같은 백발을.. 그리고 급하지않게 천천히 말했다.
'41'
"나이오비."
'39'
"고마워."
'38'
"나 같은 놈하고 있어줘서."
'35'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 돈 많이 벌어서... 나도 너 한테 잘 해주려고 했는데."
'28'
"기억나? 밥은 맨날 네가 샀잖아.그러면서 나한테 백수야, 다른 커플들은 다 남자가 산다더라! 그러면서 투닥거리고."
'23'
"그래서 나도 맛있는거 사주려고 했어. 좋은 집하고.. 그래서 좋은 남편..이건 좀 빨랐나? 헤.. 어쨌건 정말 너 안 힘들게 해주고 싶었어."
'18'
"넌 맨날 힘들어 했잖아.. 그래서..난..난.. 널 더 많이 웃게 하고 싶었는데..."
이글 오빠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13'
"그게..잘 안되더라.. 미안..무능한 백수라서. 널 더 힘들게 했던거 같아. 미안..."
이글 오빠의 눈에서  투명한 물방울이  툭, 나이오비 언니의 얼굴 위에 떨어졌다.
'9'
"그냥.. 너랑 예쁘게 살고 싶었는데. 미안해..미안해.."
순간 나는 그 애절한 후회가, 아까의 언니의 혼잣말과 닮았다고 생각했어.
"5"
나는, 그 순간을 아직도 믿기 힘들어. 분명 기절했던 언니가 몸을 일으켜, 오빠의 귀에다 대고 한마디를 속삭였으니까.

"멍청아. 난 괜찮아."

'3'

그리고 두 사람은 눈을 감았다.
'2'
나는 순간적으로. 일어나서 복도 끝으로 마구 달렸어. 그러면서도, 시선은 두 사람에게서 떨어질 수가 없었다.
'1'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0'

-----------
저는 더 말을 이을 수 없었습니다.
"...이게 내가 봤던, 진짜 끝."
미쉘 언니는 말 없이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일어서서 저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저는 참았던 울음을 쏟아내고야 말았습니다. 어릴때 처럼, 그렇게...

------

저는 저녁때까지 종일 미쉘 언니의 집에 있다가, 해가 지고 나서야 언니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그곳에 몸을 실었습니다. 피로에 지쳐 쓰러지듯 탄 택시에서 본 밖은 벌써 반짝거리는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었습니다.
문득, 두 분과 제가 밤 옥상에서 별을 헤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저 별은 엘리 별..."
"저 별은 언니 별..."
"저 별은 엘리 별..."
"야, 너무 심한거 아냐? 저 많은걸 둘이서 다 나눠먹네?"
"푸흐. 불만 있으면 선점하시던지 그래?"
그러면 오빠는 언니의 발간 볼에 살짝 키스하고는, 더 빨개진 귀에다 대고
"아니다. 필요없어. 나이오비 별이 내 별인걸? "
으. 지금 생각해보니 두 분. 오글거리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 이 별을 보면서 그게 생각나버리는, 그리고 그것 때문에 울먹이게 되는 저도 참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밖을 보다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낡고 큰 건물. 저건..?
저는 급히 택시를 세우고, 그 건물로 달려갔습니다. 그랬습니다. 저건, 저희가 인형가르기 작전때까지 썼던 연합의 예전 건물이었습니다. 본부를 옮길 때 철거를 하지 않았는지 아직도 남아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이끌리듯 문으로 다가갔습니다.

엘리의 기억-낡은 건물
능력으로 굳게 닫힌 녹슨 자물쇠를 부수고, 거의 썩어가는 나무문을 열었습니다. 복도는 칠흑같이 어두웠지만, 무서운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램프를 상상해 만든 다음, 저는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2층은 그때 여자 숙소가 있는 곳이었거든요. 복도의 어둠을 쓸어내면서, 저는 긴 복도의 양 끝에 있는 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 'Rebecca', 'Trivia', ....'Eli',

엘리라고 쓰인 문패는 원래 엘레노어라고 써져 있었지만, 제가 그때 크레용으로 쓱쓱 지워버리고 엘리라고 고쳐썼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문에서, 저는 멈추었습니다.

'Niobe'.

생각해보니, 저는 그때도 나이오비 언니 방에 들어가본적이 없었습니다. 잘 때도 언니가 내 방에 와서 잤던 터라, 딱히 언니 방에 갈 일도 없었습니다. 문은 열려있었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안은 본부를 옮길 때 '유품'도 같이 옮겼었는지, 흰색 매트리스가 덮힌 침대와 서랍을 빼고는 텅 비어있었습니다. 벽은 어지럽게 무어라 낙서가 되어있었지만, 많이 지워져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
"..에이.. 괜히 시간 낭비했네."
하고  돌아서려는 때, 저는 침대 밑에 삐죽 튀어나온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이게 뭐지? 하고 램프를 가까이 해보았습니다. 그건 줄로 꽁꽁 싸맨. 책이었습니다. 표지의 먼지를 털어보자, 글자가 하나씩 나타났습니다.
"D...i...a....r.....y..?"
일기장? 언니가 일기장 같은것도 썼었나? 이상했습니다. 명상도 하기 싫어하는 언니가 일기라뇨? 그렇게 생각하고 언니의 일기를 펼쳐보았습니다.
언니의 일기는, 작전 시작 열흘 전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35년 11월 15일
회사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날더러 '미끼' 조에 들어오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대가는 돈. 말도 안되지. 내가 뭐하러 그런 위험한 일을 하나? 게다가 고작 돈? 어림도 없다. 어디서. 날 뭘로 보고.

1935년 11월 16일
망할. 그 망할 할배. 브뤼노 그 자식. 앤지에게도 찝적댄 모양이었다. 날 굳이 미끼조에 넣으려고 하는 이유가 뭐야? 내가 브뤼노 그자식한테 뭘 잘못했는데? 앤지는 당연히 거절했다.

1935년 11월 17일
이글에게 내 고민을 말했다. 괜히 말했나 보다. 지금 당장 브뤼노를 찢어버리겠다고 난리다. 겨우 말리긴 했지만, 뭐. 기분이 나쁘지 않다.

1935년 11월 18일
몸이 어딘가 이상하다. 얼마 전 부터.. 그것도 잘 안하는것 같고. 병원에 가볼까. 아니다. 무슨.. 아니겠지. 그냥 오늘은 빨리 자고 싶다.

1935년 11월 19일
브뤼노, 이 망할 자식. 쓰레기같은 놈. 빌어먹을 놈, 태워죽일 새끼... 브뤼노, 그 늙은 여우자식의 제안을 수락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망할. 망할. 망할! 갑자기 망할 돈이 필요하게 됐어. 망할 돈 말이야. 그것도 정말 많이! ♡♡. 그 개자식, 알고 그랬던건가? 알고? 알고 그랬어?
뭐든 좋다. 빨리 돈이 필요해. ♡♡할 돈이 필요해. 빨리..아... 왜...하필 지금....
미안해 이글. 미안해 엘리.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마지막 일기.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단 5일만 써져있는 일기. 거기다 마지막 장은 휘갈기듯 쓴데다 물에 번진듯한 자국도 있었습니다. 찢어버릴듯 펜대를 심하게 놀린 흔적도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순간 일기 옆에 있던 서랍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건 안치웠던 걸까요?
잠겨있던 서랍을 열었습니다. 하얗고 긴..무언가가 보였습니다. 뭐지? 하고 랜턴을 비춘 순간, 저는 소스라치게 놀라 램프를 떨어뜨릴 뻔 했습니다.


서랍 안에는, 임신 테스트기가 있었고
그곳에는 두 줄이 빨갛게 그어져 있었습니다.

 

----

엘레노어 러브 캠밸의 16년 후

 

다음날 전편 올리겠다고 해놓고 이제야 올리네요..

지적 환영합니다.

0
신고하기
댓글 13
댓글은 최대 255자까지, 스티커 10개까지 등록할 수 있습니다
스티커 등록 n
등록0/256
닫기
좋구나~ 후후후... YES NO 하- 감히! 이녀석들! 그땐 그랬지
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허~허~ 아, 아니... 헐! 흠흠... 끄응... 시, 식은땀이.. 엥? 후어어..
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최근에 사용한 스티커가 없습니다.
능력자님의 마음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스티커를 찾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