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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루펜 [52급]

2013-12-21 20:05:52

 

미방은 유태건님 뵈었을 때 구경한 낙서. 허락받고 가져왔습니다.

윤오영 씨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 패러디입니다.

 

 

 

인물

노인 : NPC 브루스

화자(손님) : 윌라드

아...아내...-_-;;;;;;;;;;; : 드렉슬러

 

--

 

 

 

 

벌써 40여 년 전이다. 내가 갓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포트레너드에 내려가 살 때다. 그랑플람

 

재단 왔다 가는 길에, 회사로 가기 위해 광장 트와일라잇에서 일단 전차를 내려야 했다.

 

세탁소와 분해결합사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마상창을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드렉슬러의

 

분열창을 한 벌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100달러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분열창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창날을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클랜전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찍을 만큼 찍어야 밥값이 되지, 트롤이 재촉한다고 에이스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공성 뛸 시간이 없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클랜전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분열창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분열창이다.

 

 

 

 

클랜전을 놓치고 공팟 일반전을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商道德)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그랑플람 재단 지붕 추녀를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집에 와서 분열창을 내놨더니 드렉슬러는 이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기사단이 쓰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드렉슬러의 설명을 들어 보니,

 

창날의 배가 너무 부르면 공기저항을 받아서 분열 데미지가 안 받고 같은 무게라도 힘이 들며, 배가 너무

 

안 부르면 중력가속도가 안 나와 창날이 세게 퍼지지 않고 손에 헤먹기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 기사단에 내려오는 죽창은 혹 대쪽이 떨어지면 쪽을 대고 물수건으로 겉을 씻고 곧 뜨거운

 

인두로 다리면 다시 붙어서 좀체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요새 죽창은 대쪽이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죽기에 대를 붙일 때, 질 좋은 부레를 잘 녹여서 흠뻑 칠한 뒤에

 

볕에 쪼여 말린다. 그렇게 하기를 세 번 한 뒤에 비로소 붙인다. 이것을 소라 붙인다고 한다. 물론 날짜가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투창도 우드락본드를 써서 직접 붙인다. 금방 붙는다. 그러나 견고하지가 못하다.

 

그렇지만 요새 남이 보지도 않는 것을 며칠씩 걸려 가며 소라 붙일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약재(藥材)만 해도 그러다. 옛날에는 베링거 터틀본을 사면 보통 것은 얼마, 윗질은 얼마, 값으로 구별했고,

 

구증구포한 것은 세 배 이상 비싸다, 구증구포란 아홉 번 쪄내고 말린 것이다. 눈으로 보아서는 캡슐을

 

다섯 번을 쪘는지 열 번을 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말을 믿고 도핑하는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남이 보지도 않는데 아홉 번씩 찔 이도 없고, 또 그것을 믿고 세 배씩

 

값을 줄 사람도 없다. 옛날 달러샵 사람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는 생계지만, 물건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아름다운 물건을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아이템을 만들어 냈다.

 

 

 

 

이 분열창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 같은 젊은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물건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햄버거에 콜라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광장에 가는 길로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을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그랑플람 재단의 지붕 추녀를 바라보았다. 푸른 창공에

 

날아갈 듯한 추녀 끝으로 흰 구름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노인이 저 구름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분열창을 깎다가 유연히 추녀 끝에 구름을 바라보던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채국동리하(採菊東籬下)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 도연명(陶淵明)의 싯구가 새어 나왔다.

 

 

 

 

 

--

 

*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꺾어 들고, 멀리 남산을 바라본다'라는 뜻으로, 번잡한 세상사를 피하여 숨어 사는 은자(隱者)의 초연한 심경을 비유하는 말이다. 중국 진(晉)나라 때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음주(飮酒)〉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변명

 

수필 가장 마지막 단락은 도저히 뭐 바꿔먹기가 안되어서 생략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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