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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20:16:18
가족
부제:공식에서 뭘 주기 전에 혼자 퍼먹는 글
사랑하디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 그 가족에 아버지, 할아버지,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촌 키아라를 빼놓을 수는 없는 법이고, 그 중에는 너도 포함이야. 히카르도 바레타.
히카르도가 따르는 까미유라는 인물은 도통 좀처럼 종잡을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히카르도는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었음에도 능력을 발휘해서 아주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패밀리 내에서 칭찬을 독차지 하고는 했지만 히카르도 바레타라는 인물 또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고 또 혀를 내두를 수 없는 인물이었다.
모처럼 들여다 본 히카르도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안색이 좋지 않아보였다. 무슨 일이 있는지 자세히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적어도 히카르도와 까미유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사실이 퍼져있지 않는 이상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그 둘의 사이를 캐묻는 것이 좋지는 않은 것 같았다. 적확하게는 까미유는 스스로의 잘못을 자책한다 전해들었고, 히카르도는... 글쎄. 별로 그 사실을 적어도 자신이 묻길 원하지는 않아 보였다. 히카르도는 의외로 예전의 이야기를 나누기를 즐겼다. 함께 가족으로서 어울렸을 때, 키아라의 공간 이동 능력으로 사탕을 빼어먹는데, 그런 키아라를 아주 부추겨서 한 웅큼 빼들고 나오다가 아주 벌이 나서 양손을 들고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까지. 그들은 그런 어린 아이였다. 아무리 마피아라곤 하더라도 그들은 단순히 그러했는데.
"그런 표정을 다 짓는군요."
어쩌면 머슥하고 어쩌면 동심속에서 허우적이고 있었을 히카르도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그 때를 되돌리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어렴풋 들었다. 이제는 할 수 없는 일이고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걸어버린지 오래인데도 그랬다. 아무래도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또 내비춘 모양이다. 히카르도는 이런 부분에서 능숙한 아이가 아니었는데 너무 적나라하게 보였을 수 있다. 헛기침하며 표정을 고치고 변색되어 엉망이 된 히카르도의 손을 들여다 봤다. 광장에서 날뛰며 몸에 남은 흔적 중 하나로 보였다. 그 광장에 있지 않던 자신은 엿볼 수 있는 흔적이었다. 그의 변색된 손은 곤충의 표피처럼 맨들하고 보랏빛이었다. 어떻게 보면 빛이 났고 어떻게 보면 썩고 변모된 것처럼 비틀려 있었다. 지나가는 인물들은 마치 볼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것을 아주 아무렇지 않게 훑고 지나갔지만 익숙한 것처럼 히카르도는 커피잔을 익숙하게 집고 그대로 에스프레소를 삼켰다. 어릴 적 에프프레소의 설탕을 섞어 저어야만 마실수 있던 히카르도는 이제 다른 이의 신경을 쓰지 않고 설탕을 넣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주세페."
"응"
먼저 탁 트여진 카페에 히카르도를 불러낸 것은 주세페였지만 순순히 응한 것은 히카르도였다. 그리고 히카르도의 창 밖을 내다보는 평온한 표정은 어쩐지 이 장소가 마음에 들어 보이기도 했다. 히카르도는 소란스러운 인물이 아니다. 이렇게 한적함을 즐길 줄 알고 다른 인물들을 구경하고 또 숨을 줄도 아는 존재였다. 그러한 사람이었기에 패밀리에 함께 할 수 있었다.
"히카르도. 너는 아직 가족이야."
먼저 불러세운 것은 히카르도였지만 주세페가 먼저 가로채듯 내뱉었다. 그 말은 선수를 치기 위해서 다급하고 어쩌면 오래 생각하지 않은 말일 수 있지만 후회는 되지 않았다. 히카르도가 무엇을 물어보려 했을까.조금 궁금했지만 딱히 상관 없었다. 주세페라는 인물은 가끔 제멋대로였지만 다른 사람의 심리를 아주 못 꿰어보는 사람은 아니니까. 네가 먼저 '아직 저는 당신의 가족인가요' 하고 물으려고 한 게 아니라면 조금 어긋난 대답이 되겠지만 상관 없다. 그렇다면 그때 가서 다시 다른 질문을 다시 받으면 되는 일이다. 일단 주세페 로시는 이 말 만큼은 반드시 하고 싶었다.
"우리 패밀리의 가족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어. 너는 내 가족이야. 네가 무슨 일을 저지르게 되더라도 너는 내 가족이야.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다들 너를 내치게 되더라도 가족이야. 그리고 주세페 로시는 가족을 버리지 않아."
한 번 가족이었던 자를 버린 적은 없었다. 사랑하는 라파엘레 삼촌이 어린 마음에 우리를 버렸다고 생각할 때도 가족이 아니라고는 생각한 적 없었다. 그러니까 히카르도 바레타는 가족이다. 무슨 말을 내뱉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히카르도는 웃음을 묘하게 띄웠다. 그 웃음은 어이없음일 수도 있고 어쩌면 비웃음일수도 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헛웃음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따로 반박하지는 않았다. 주세페 로시는 어릴적 빼어먹었던 사탕 주머니를 들고 가만히 벌을 받고 있었을 때 그 대신에 달콤한 초콜릿을 쥐어주던 그런 사람이었으니 달고 고소한 맛이 나는 그 때의 초콜릿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은 아주 똑같은 초콜릿과 다를 바 없는 말이어서, 히카르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웃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