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검과 탄환과 기억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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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폐인 [55급]

2022-09-10 11: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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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튼의 푸른 분노를 뒤로 한 그들이 손에 넣은 것은 반파된 차와 클리브에게 제압당해 몸부림치는 안타리우스의 신자였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안타리우스 신자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천운이라고 생각해야겠지. 


  "클리브 스테플!"


  앳된 목소리가 이글을 상념의 바다에서 건져냈다. 밤의 골목 속에서 작은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앨리셔의 호위. 확실히 이름이 호타루라고 했지.


  "앨리셔는 찾았나!"


  다급하게 달려오는 호타루를 멈춰 세우고 설명을 늘어놓는 클리브를 보며 카인이 총손잡이로 안타리우스 신자를 후려갈겨 기절시켰다.


  "뭔가 꺼림칙하군."


  "우연이군. 나도 같은 생각을 하는 중인데."


  호타루 앞에서 알 수 없는 손짓 발짓을 하는 클리브를 밀어낸 이글이 호타루에게 말했다,


  "마침 잘됐구만, 꼬마. 회사에 가서 앨리셔를 놓쳤다 전하고, 연합에서 앤디라는 녀석을 찾아. 연합의 A-3 창고로 오라고 전해. 만약 오지 않으면 다음 술자리가 아주 아주 아주 괴로워질 거라고 말하고."


  정신없이 쏟아지는 이글의 말에 호타루가 발끈하며 말했다.


  "난 꼬마가 아니다!"


  "꼬마가 아니면 시킨 일은 확실히 처리해. 똑바로 처리 못하면 앞으로는 ♡먹이 애♡♡라고 불러주지."


  악의에 가득 찬 이글의 말에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호타루가 땅에 무언가를 던지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 속에서 또 한 명의 호타루가 나타났다. 연기 속에서 나타난 호타루는 지붕 위로 몸을 날렸고, 진짜 호타루는 이글에게 무언가 알 수 없는 외국말을 내뱉고 사라졌다.


  "히야, 저게 분신이라는 건가. 취재할 때 편하겠네."


  "그래서 망나니. 이제 어떡할 건가."


  "우선 그 자식을 차에 실어. 연합 막내 녀석을 A-3 창고로 불렀으니 우리도 그쪽으로 가야지."


  카인이 기절한 안타리우스 신자의 팔다리를 묶고 트렁크에 구겨 넣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건 이글이 보조석에 앉는 카인을 보고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꼰대는 군인 출신이니 고문 정도는 해봤겠지?"



  *

  얼굴을 때리는 차가운 물에 의자에 묶인 남자가 발작을 하며 일어났다. 폐 깊숙이 공기를 밀어 넣으며 깨어난 남자가 자신의 앞에 선 이글을 보고 ♡♡ 듯이 소리쳤다.


  "벌 받을지어다! 벌 받을지어다! 나와 나의 것들을 고통받게 만든 모든 것들에게 심판이 내리고 고통이 내리..!"


  남자의 발악에 이글이 의자 손잡이에 묶인 남자의 손등에 칼을 내리찍었다. 추악한 비명이 말 허리를 분질렀다. 단검이 남자의 손등을 뚫고 의자 손잡이에 박혔다. 비명을 토해내는 남자의 멱살을 움켜쥔 이글이 말했다.


  "잘 들어, ♡♡♡♡. 마인드 컨트롤러가 여기로 오고 있다. 네놈이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어차피 다 알아낼 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없고, 친절하지도 않거든. 억지로라도 네놈의 입을 열게 만들어야겠어."


  이글이 남자의 손가락을 꺾었다. 고통이 무딘 비명을 날카롭게 갈아냈다.


  "첫 번째 질문이다. 앨리셔를 납치해서 뭘 하려는 거냐. 필요한 건 그 아이의 빛이겠지?"


  앨리셔는 인질로서의 가치는 없었다. 명왕의 양녀라 해도 그녀가 회사에게 해가 된다면 명왕은 망설임 없이 앨리셔를 잘라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혼동할 정도로 감정적이지 않으니까. 구하려 노력하겠지만 무리라고 판단된다면 바로 그녀를 버리겠지. 안타리우스가 원하는 건 인질이 아니라 그녀의 빛일 것이다.


  이글의 협박에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타리우스 만든 클론의 고질적인 문제는… 세포의 붕괴다. 데이터가 가장 많은 네놈의 클론도 그랬지. 그래서 우리는… 신체 강화 능력을 가진 앨리셔의 빛을 노리기로 했다."


  과연 그런 건가. 이글이 작게 혀를 찼다. 이글이 봤을 때도 그의 클론은 정상이 아니었다. 다이무스의 클론은 능력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약했고. 세포 붕괴를 막기 위해 앨리셔가 가진 빛의 힘에 초점을 맞췄다는 거군.


  "잠깐.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 망나니 녀석의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이유가 뭐지?"


  카인의 말에 남자가 눈알을 굴렸다. 말을 할지 고민하는 모습에 이글이 그가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끄아아악!"


  두 번째 손가락이 꺾이며 부러지고, 남자가 비명을 토해내며 말을 쏟아냈다.


  "나도 몰라! 나도 몰라! 연구원들이 홀든 가문의 데이터가 가장 많다고 했어! 나는 말단이라 연구원들이 가끔 주절거리는 것 밖에 몰라!"


  홀든 가문의 데이터가 가장 많다고? 이글이 그의 말을 곱씹었다. 벨저 형이 그랬지. 프리츠 가문은 안타리우스의 오랜 실험체였다고. 그런데 안타리우스가 프리츠 가문보다 홀든 가문의 데이터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그럴 리 없다. 


  이글은 홀든 가문의 비밀을 집요하게 파헤친 적이 있다. 허나 홀든 가문이 안타리우스와 협력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 아무리 감쪽같이 숨기더라도 홀든 가문이 프리츠 가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거래가 있었더라면 증거가 없을 리 없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타앙! 


  거친 총성이 대기를 때렸다. 저주의 말을 내뱉던 남자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글이 총성의 주인공인 카인을 황당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카인이 살짝 머쓱한 얼굴로 총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너무 시끄러워서 말일세. 뭘 물어보려면 ♡♡게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어깨를 으쓱한 이글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글의 눈이 그의 눈동자 너머를 꿰뚫어 보려는 듯 살벌하게 빛났다.


  "마지막 질문이다. 어차피 말단일 테니 옥사나의 행방 같은 건 기대도 안 하지만 적어도 앨리셔를 어디로 데려갔는지는 알겠지. 엘리셔를 어디로 데려갔냐."


  이글의 질문에 남자가 고개를 맹렬히 저었다.


  "나도 몰라! 나는 정말 말단이라 어디로 데려갔는지 알려주지 않았어!"


  "거짓말이군."


  무언가를 적던 클리브가 수첩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클리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글이 남자의 세 번째 손가락을 꺾었다. 뼈가 부러지는 불쾌한 소리에 클리브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안타리우스의 거점에 가본 적이 있다는 건 이미 알아냈어. 중요한 건 그게 어디냐는 거지. 


  안타리우스는 왜 차를 이용해 우리를 유인했을까. 사실 안타리우스는 코어레너드에 계속 있었던 거야. 우리가 차라는 미끼를 쫓는 순간 다른 수단으로 빠져나가려는 거지. 


  배는 가능성이 없으니 남은 건 단 하나. 열차 뿐."


  클리브의 말에 남자의 눈이 흔들렸다. 클리브가 남자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상행선, 하행선. 그것만 말해."



  *

  호타루가 들려준 이글의 무시무시한 협박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로 달려온 앤디가 다 끝났다는 이글의 말에 울상을 지으며 무너졌다.


  "전 이제 죽는 건가요?"


  "뭐, 어쨌든 오긴 했으니 다음 술자리에서는 빼주지."


  "정말요?"


  "그래. 휴톤이나 레베카가 빼줄지는 모르겠지만."


  희망고문 같은 이글의 말에 앤디의 얼굴이 구겨졌다. 어쨌든 한 번 보기나 하라는 이글의 말에 앤디가 무릎을 털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손등이 뚫리고 손가락이 다 꺾인 남자를 보는 앤디의 얼굴이 더 구겨지기 힘들 수준까지 구겨졌다.


  "이미 다 끝난 것 같은데 여기서 더 뭘 빼내라는 거예요?"


  "우리가 못 빼낸 걸 빼내는 게 니들 일이잖아. 거칠게 해도 상관없어. 빼낼 수 있는 건 전부 다 긁어 모아. 뭐 건지면 레베카나 휴톤에게 잘 말해주지."


  이글이 벽에 기대어 놓은 검을 쥐고 남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또 만나길 기대하지. 저 녀석 손에 ♡♡이 되지 않는다면."


  이글의 차에 올라탄 카인이 뒷좌석에 탄 클리브를 향해 말했다.


  "클리브 자네, 어떻게 이동수단이 기차라는 것을 알아낸 건가?"


  "선착장의 배는 대부분 화물을 운송하는 용도입니다. 지금 같은 밤에는 전부 화물 밖에 움직이지 않아요. 포트레너드의 화물선은 밀항을 막기 위해 오히려 여객선보다 검문을 철저하게 합니다. 밀항에는 적절하지 않죠."


  "하지만 먼 거리라도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었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동차를 이용하면 기록도 남지 않고 꽤 멀리까지 갈 수 있지. 구태여 기차에 주목한 이유가 뭔가?"


  "감이요."



  *

  칠흑의 기차가 새벽을 달렸다. 철로 옆으로 흐르는 강이 달빛을 받아 빛나며 출렁거리고 있었다. 달이 높게 뜬 새벽, 손님도 없는 기차가 세 명의 남자를 위해 런던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상행선은 런던이고, 하행선은 뭔가?"


  "놈의 기억 중 안타리우스의 거점은 두 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런던, 하나는 이름 모를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둘 중 하나가 폐기된 상태였어요. 사실 상행선인지 하행선인지가 중요했습니다."


  클리브의 말을 한 귀로 흘린 이글이 어두운 창 밖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대대로 안타리우스의 실험체였던 프리츠 가문보다 홀든 가문이 더 많은 데이터를 쥐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프리츠 가문의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험체라…"


  밤의 천막이 드리운 창문에 이글의 얼굴이 비쳤다. 피곤에 절은 자신의 얼굴을 본 이글이 쓰게 웃었다. 끝없는 사건과 밀려드는 의문 속에서 이글은 한 명의 나약한 사이퍼일 뿐이었다.


  "이글 자네 뭐라고 했나?"


  "아무것도 아냐. 무시해버려."


  무언가를 적어 내리던 스티브가 이글을 보고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이글. 방금 그 앤디라는 친구는 누구야? 연합의 막내는 꼬마 친구들 아니었나?"


  "짬이 막내라고. 연합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능력을 다루는 게 서툴러. 지금쯤 그 광신도 놈은 뇌가 타버렸을걸."


  무정한 이글의 말에 클리브가 낮게 비명을 내질렀다. 이거 내가 생각보다 무시무시한 사람들과 다니고 있었던 모양이군.


  그때 그들의 좌석으로 총알이 날아왔다. 의자에 몸을 숨겨 총알을 피한 카인이 총을 뽑아 달려오는 남자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맞게 찾아온 것 같군!"


  열차칸의 문이 열리고 안타리우스의 신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앞서 달려오는 남자의 가슴 위로 새하얀 빛이 스쳐 지나가고 가슴이 갈라지며 피가 쏟아졌다. 달려드는 신도들을 피해 몸을 숙인 클리브의 머리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우왁!"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남자를 보고 깜짝 놀란 클리브가 바닥에 흐르는 피를 밟고 미끄러졌다. 클리브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 주먹이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퍽 하는 불쾌한 소리와 함께 피와 뇌수가 뒤섞여 바닥에 흩어졌다. 식은땀을 흘리며 기겁하는 클리브를 밀어낸 카인이 의자 뒤로 숨은 강화인간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겠군."


  장해물이 많은 기차에서 총질이라니, 최근 싸울 때마다 운이 좋지 않군. 카인이 의자 뒤로 숨은 강화인간을 어떻게 끌어낼지 고민하는 순간 클리브가 벌떡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 나갔다. 


  열차를 질주한 클리브가 강화인간이 숨은 의자 뒤로 몸을 던졌다. 의자 위로 피가 튀어오르고 의자 옆으로 강화인간의 머리가 굴러나왔다.


  몸을 일으킨 클리브가 다른 강화인간의 목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단검이 조명 빛을 받아 반짝이고 강화인간 둘의 머리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악마 같은 칼놀림과 유령 같은 몸놀림. 클리브의 또 다른 인격인 잭 더 리퍼였다.


  카인을 바라본 잭이 피에 ♡은 얼굴로 비릿하게 웃었다.


  "실적이 나쁘군, 총잡이."


  "엄호받을 때 조심하게. 반드시 자네 뒤통수에 총알을 박아줄 테니."


  카인의 말에 낄낄 웃던 이글이 불길한 기운에 자세를 바로잡고 뒤로 뛰어올랐다. 곧이어 귀를 찢을 듯한 거친 모터 소리와 함께 이글이 등지고 선 문이 종잇조각처럼 찢어졌다.


  "세상에 저건 또 뭐야."


  찢어진 벽 너머로 생기 없는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손이 열차 칸 문을 억지로 벌렸다. 허리를 숙이고도 열차 천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거대한 키. 머리부터 말 끝까지 우락부락한 근육으로 가득 찬 몸. 붉게 빛나는 두 눈은 영혼이 빠져나간 듯 감정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만났던 놈 중에서 가장 싸우기 싫게 생겼는데. 이봐 잭. 양보해 줄 테니 썰어보는 게 어때?"


  "싫어. 날 무뎌져. 손맛도 나쁘고. 피사체도 나쁘잖아."


  "취향 한 번 더럽게 까다롭네."


  "잔소리 말고 앞에 서게. 근육덩어리가 열차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보고 있기도 힘드네."


  카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화인간의 손에 들린 거대한 전기톱이 울부짖었다. 맹렬하게 회전하는 전기톱을 본 이글이 비명을 질렀다.


  "저놈 저거 사람만 한 전기톱을 들고 있다고! 도망칠 생각을 해야지 왜 나를 앞으로 밀어!"


  "이 좁은 기차에서 어디로 도망친단 말인가? 다음 칸으로 도망가도 결국은 따라 잡힐 뿐이네. 여기서 상대해야지. 그리고 자네가 우리 중 가장 튼튼하니 자네가 앞에 서야 할 것 아닌가."


  "튼튼이고 나발이고 저거 한 방이면 다 죽는다니까?!"


  순간 강화인간이 전기톱을 높게 쳐들었다. 맹렬히 회전하는 전기톱이 열차의 천장을 거칠게 찢어발겼다.


  "온다!"


  굉음을 내지른 강화인간이 그대로 전기톱을 이글을 향해 내리찍었다. 천장을 가르며 떨어지는 전기톱을 본 이글이 다급히 검을 들어 톱을 막아냈다. 톱과 충돌한 검에서 불꽃이 튀어 오르는 것을 보고 이글이 울상을 지었다.


  "얌마! 이 칼이 얼마인 줄 알고 그딴 짓을 해!"


  톱을 위로 튕겨낸 이글이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검과 톱이 충돌해 불똥이 휘날렸다. 몇 번의 검격을 주고받은 이글이 급하게 몸을 빼냈다. 돌진하려는 거인을 향해 카인의 총이 불을 뿜었지만 거인은 총에 맞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빌어먹을."


  이글이 급하게 바닥에 쓰러져있는 남자를 잡아 던졌다. 거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기톱으로 남자를 찢어발겼다. 톱날에서 불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육편과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남자의 척추가 톱날 사이에 걸렸는지 무언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전기톱의 시동이 멈추었다. 전기톱을 살짝 들어 올린 거인이 톱에 얽힌 고깃덩어리를 손으로 뜯어냈다.


  "돌겠군. 아군도 상관없이 썰어버리는 건가."


  "그보다 문제는 내 칼이야. 칼에 부하가 너무 심하게 걸려."


  "그런 것 치고는 멀쩡해 보이는데."


  "홀든 가 특제 칼이니 이 정도에 이가 빠지면 안 되지. 하지만 이런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반복되면 장담 못해."


  이윽고 전기톱에서 뼈를 뽑아낸 거인이 울부짖었다. 카인이 기관단총을 꺼내 다가오는 거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거인이 톱을 옆으로 세워 총알을 막아냈다. 미처 다 막지 못한 총알에 몸에서 피가 터졌지만 거인은 아무렇지 않게 카인을 향해 톱을 휘둘렀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이글이 칼을 뽑 아들고 거인을 향해 달려 나갔다.


  "저격총 장전해! 한 방에 끝낸다!"


  날아드는 톱을 아슬아슬하게 빗겨낸 이글이 거인의 손목을 향해 칼을 찔러 넣었다. 이글의 칼이 손목을 크게 베어냈다. 이글의 칼에 거인의 힘줄이 끊어졌는지 거인이 전기톱을 놓쳤다. 거인이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피가 흐르는 자신의 팔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거슬리는 물건이 사라졌군."


  단검을 꺼내 든 잭이 웃으며 달려 나갔다. 칼을 휘두르려는 이글의 어깨를 밟고 높이 뛰어오른 잭이 거인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눈 깜짝할 사이 거인의 몸 위로 가녀린 빛이 내려앉고 붉은 피가 솟구쳤다.


  "지금!"


  "알았으니 고개나 숙이게!"


  카인의 거대한 총이 불을 내뿜었다. 소리보다 빠르게 날아간 탄환이 거인의 머리를 꿰뚫었다. 박살난 두개골 파편과 뇌수가 이리저리 튀었다. 


  머리 없는 육중한 몸뚱이가 피를 토해내며 바다로 쓰러졌다. 열차의 바닥에 붉은 피가 천천히 퍼져나갔다. 이글이 검을 꽂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에 도착하기 전에 상황이 끝나서 다행이군. 총을 집어넣고 주위를 둘러보던 카인이 이마를 찌푸렸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군."


  거인의 ♡♡에 다가간 카인이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 거인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꼰대?"


  "아무래도 꺼림칙해서 말일세. 일이 너무 쉽게 끝난 것 같지 않나?"


  카인의 말에 뭐가 쉽냐고 따지려던 이글이 말을 삼켰다. 확실히 열차에 잠입한 안타리우스 신자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자신들을 확실히 끝낼 것이라면 적어도 두 배는 더 있었어야 하는데. 


  카인이 거인의 옷을 뜯고 이글이 거인의 몸을 뒤집자 거인의 가슴에 붉은 숫자가 점멸하는 기계장치가 나타났다.


  "플라스틱 폭탄인가. 어쩐지 강화인간이 너무 적다 했네."


  "이 덩치의 심장이 멈추는 게 트리거인가? 고상한 장치를 달아두셨군."


  플라스틱 폭탄을 살펴보는 카인과 잭을 본 이글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왜 그렇게 태평해, 멍청이들아! 다른 칸으로 도망쳐야 할 것 아니야?!"


  이글의 말에 카인이 고개를 내저었다.


  "무리일세. 이 정도 양이면 열차가 탈선하거나 통째로 날♡♡ 뿐이네. 해체하는 수밖에 없겠군."


  "몇 초 남았는데!"


  "1분 남았네."


  "뭐 임마?!"


  카인의 말에 잭이 흥미롭다는 듯 카인을 바라보았다.


  "이봐, 군인. 해체 확률은 높은 건가?"


  "설계도가 없으니 확률은 반반이군. 어느 쪽에 걸 텐가?"


  "그 빨간 선 파란 선 있는 건가? 난 빨간 선에 걸지."


  "뭘 사이좋게 의논하고 있어, 멍청이들아!"


  이글이 칼을 휘두르고 섬광이 휘몰아쳤다. 이글의 검이 베어 가른 열차 외벽이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고 열차 바깥에서 어둠 같은 강이 넘실거렸다.


  "뛰어!"


  이글이 어둠 속으로 뛰어내리고 잠시 서로를 바라본 카인과 잭도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세 남자가 어둠이 흐르는 수면을 부수며 강으로 빨려 들어갔다. 새벽녘의 차가운 강물이 그들의 몸을 휘감았다. 


  열차가 사라진 방향에서 커다란 폭음과 함께 불꽃이 치솟아 올랐다. 물을 먹어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강변으로 올라온 세 남자가 불꽃에 노랗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았다.


  "기장만 불쌍하게 되었군."


  "그 소란이 일어났는데도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네. 기장도 한패일 확률이 높아."


  "찾아오려던 기장을 강화인간이 처리했을 수도 있지."


  사이좋게 풀밭에 주저앉은 셋이 한숨을 내쉬며 옷을 쥐어짰다. 강물에 휩쓸린 총이 없는지 점검한 카인이 잭을 향해 물었다.


  "그래서 잭. 자네는 클리브의 기억을 볼 수 있다 했지. 안타리우스의 거점은 어디에 있나?


  옷에서 물기를 짜낸 잭이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내 손가락으로 튕겼다. 단검을 몇 번 살펴보던 잭이 단검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하얗게 얼어붙은 달을 바라보았다.


  "런던 화이트 채플."


  그리고 불현듯 무언가가 떠오른 듯 잭이 비릿하게 웃었다.


  "내가 안내하지. 그곳은 잭 더 리퍼의 거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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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허~허~ 아, 아니... 헐! 흠흠... 끄응... 시, 식은땀이.. 엥? 후어어..
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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