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검과 탄환과 기억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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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폐인 [55급]

2022-08-30 15: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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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지를 불사르던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완전히 몸을 감추었다. 코어레너드의 길을 탁한 가스등의 빛이 밝히기 시작했다. 어두운 골목에 내려앉은 것은 희뿌연 가로등 빛과 고요한 적막뿐. 


  찢어지는 격발음이 골목의 적막을 찢었다. 불쾌한 소리가 넘쳐나는 골목 속에서 두 사람이 달빛 아래 춤을 추고 있었다. 어둠도 찢을 정도로 격렬한 전투 끝에 쓰러진 자는 붉은 망토를 두른 여성이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내가 쓰러질 뻔했군."


  카인이 총알을 세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남은 총알은 스무 발.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그녀의 레이피어가 카인의 목덜미를 꿰뚫었겠지. 무릎을 꿇으며 무너지는 망토의 여자를 향해 카인이 총을 겨누었다. 망토 사이로 삐져나온 백발이 탁한 가스등 빛을 받아 새하얗게 빛났다. 이글이나 클리브 같은 순수한 백발이 아닌 어딘가 인공적인 느낌의 백발이었다. 흘러내린 머리칼에서 흘러나오는 독한 염색약의 냄새가 그의 생각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순순히 얼굴을 보여줄 생각은 없겠지?"


  망토 사이로 보이는 것은 새하얀 백발과 가면. 안타리우스의 신자들이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다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겠지. 안타리우스의 몇몇 강화인간처럼 실패작이거나…


  "얼굴을 드러내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인가."


  카인이 여자의 망토를 움켜쥐는 순간 여자가 강력한 살기를 드러내며 레이피어를 움켜쥐었다. 카인이 레이피어를 쥔 여자의 손목을 걷어찼다. 여자가 카인의 발에 차여 멀리 날아가는 레이피어를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쫓았다. 그때 레이피어가 날아간 방향에서 남자의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저쪽도 끝이 났나 보군."


  "아아..."


  카인이 순간적으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무릎 꿇은 여자의 가면 뒤에서 기괴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갈라진 여자의 목소리 사이사이로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지 못할 정도로 소름 끼치는 목소리였다.


  "아아... 아아아아아아!!!!!"


  망토의 여자가 몸부림치며 레이피어를 향해 기어나갔다. 마치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가 울부짖으며 떼를 쓰는 모습 같았다. 당황한 카인이 여자의 팔을 꺾어 제압했음에도 여자의 비명은 멈출 줄을 몰랐다. 한참 동안 이어진 몸싸움은 여자의 어깨뼈가 탈골되어 고통에 기절하고 나서야 간신히 멈추었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밀랍 인형처럼 고요한 여자를 보며 카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겠군."



  *

  "크아악!!"


  태풍처럼 몰아치는 칼날 속에서 이윽고 한 사람이 쓰러졌다. 달빛 속에서 풀어헤쳐진 백발이 새하얗게 빛났다. 무너진 패자가 피를 토하는 비명을 내질렀다.


  "어째서!"


  클론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이글을 향해 울부짖었다. 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와 나의 차이는 원본과 복제의 차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글의 검 앞에서 클론이 깨달은 것은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커다란 격차뿐이었다.


  "어째서 너를 이기지 못하는 거냐, 원본!"


  "내가 말하지 않았냐, 복제."


  이글의 발차기가 클론의 복부에 작렬했다. 내장이 비틀리는 듯한 충격에 비명을 삼키려 했지만 미처 억누르지 못한 비명이 어금니 사이로 새어 나왔다.


  "격의 차이를 보여주겠다고 말이다."


  "…아니, 아니야! 나는 인정 못 해!"


  소리치는 클론을 향해 이글이 칼을 휘둘렀다. 이글의 칼을 간신히 막아낸 클론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힘없이 바닥을 굴렀다.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피거품을 뱉어낸 클론이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클론을 본 이글이 칼을 꽂아 넣으며 작게 혀를 찼다.


  "이 검을 들기 위해 내가 몇천 번 검을 휘둘렀다 생각하냐. 네 놈 같은 갓 태어난 애♡♡가 쓸 수 있는 검이 아니야."


  백합이 떨어지고 집을 떠난 이글은 강해지기 위해 머리를 숙였다. 그렇게 검을 배운 것이 5년. 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검을 휘두른 것이 5년. 그렇게 피로 쌓아 올린 그의 세월을 가짜 따위가 흉내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이렇게.. 이렇게 쓰러질 수는 없어!"


  이글이 비통에 찬 목소리 소리치는 클론을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안타까움, 증오, 분노, 애절함, 슬픔, 증오.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눈빛 속에서 무엇이 자신의 진심인지 이글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몸부림치던 클론이 포기한 듯 칼을 내려놓고 헛웃음을 흘렸다. 화단에 몸을 기댄 클론이 허탈한 눈빛으로 이글을 올려다보았다.


  "드디어 포기한 건가?"


  "그래. 너와 나의 격차를 뼈저리게 깨달았어. 빌어먹을. 아무리 손을 뻗어도 너에게 닿을 수는 없겠는데."


  클론이 힘없이 조소했다. 찢어진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를 닦기 위해 팔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야속하게 그의 손마저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런 몸뚱이로 잘도 움직이는군."


  이글이 찢어진 클론의 옷 사이로 보이는 썩어가는 몸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상처와 몸을 가득 채운 새파란 멍. 명백히 정상과는 거리가 먼 몸이었다.


  "이런 몸으로 어째서 칼을 휘두르는 거냐. 그렇게 휘두른 칼로 무엇을 얻고 싶은 거냐."


  "네가 그걸 묻는 건가?"


  이글의 물음에 클론이 킬킬 웃으며 날카로운 눈으로 이글을 바라보았다.


  "나는 네가 되고 싶었다, 이글 홀든."


  클론의 말에 이글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클론의 멱살을 잡고 억지로 일으킨 이글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칼을 휘둘러, 겨우 이런 죽지 못해 살아가는 망령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거냐!"


  이글의 외침에 클론이 이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온몸의 근육이 끊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겨우라고! 내게 남은 것은 이것 뿐이다! 가짜에 불과한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짜인 네놈을 이겨내고 진정한 이글 홀든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


  클론의 말에 이글이 분노를 토해내며 클론을 내동댕이 쳤다. 쓰러진 클론을 향해 무언가를 소리치려던 이글이 분노를 가라앉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적어도 나를 뛰어넘겠다는 소리를 했어야지."


  시리도록 차갑게 빛나는 대태도를 뽑아 든 이글이 칼을 들어 올렸다.


  "이제 질렸다. ♡♡라."



  *

  "이것 참 면목 없군."


  총알을 장전하는 카인을 보며 이글이 작게 혀를 찼다. 요즘 들어 전투 중 누군가에게 방해받는 일이 굉장히 자주 있는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착각이길 빈다. 


  이글의 검이 클론을 베기 직전,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이글을 향해 날아왔다. 날아오는 무언가를 베려던 이글이 물체의 정체가 카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식겁하며 칼을 거두고 그를 받아냈다.


  "뭐야 꼰대! 설마 그 여자한테 지기라도 한 거야?"


  "여자라는 건 망토의 여자를 말하는 거겠지? 물론 망토의 여자는 이겼지. 문제는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일세."


  순간 어둠 속에서 푸른빛이 번쩍였다. 푸른빛을 본 이글이 클론의 목을 베려했지만 순식간에 달려온 불청객의 공격에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흰색 슈트와 옥색 머리카락. 빛을 내뿜는 것 같이 강렬한 눈동자.


  "자네가 말하는 여자가 저 여자는 아니겠지? 아닐 거라 믿네."


  별빛의 스텔라. 안타리우스의 강화인간. 전장의 숨은 생명을 솎아내는 사신. 시간마저 속박하는 그녀의 능력. 이런 곳에서 마주치다니 재수도 없지.


  "팔을 베어놓은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나타나냐? 이번에는 다리라도 작살내려고?"


  이글과 스텔라가 순식간에 서로를 향해 달려 나갔다. 칼을 피해 공중으로 뛰어오른 스텔라가 이글의 머리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큭!"


  고개를 숙이며 팽이처럼 회전한 이글이 초승달을 그리듯 검을 휘둘렀다. 날아오는 칼을 피해 몸을 비튼 스텔라가 이글의 칼을 쳐내고 땅에 내려앉았다. 그림자처럼 땅을 내달린 스텔라가 이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거 더럽게 끈질기네!"


  이글이 칼을 옆으로 눕혀 스텔라의 손을 막아냈다. 순간 스텔라의 손이 강하게 이글의 칼을 후려갈겼다. 어마어마한 힘에 이글의 몸이 뒤로 크게 튕겨나갔다.


  이글이 뒤로 튕겨져 날아간 사이 카인이 스텔라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빠른 몸놀림으로 카인의 총알을 피한 스텔라가 빠르게 질주해 클론의 옆에 내려앉았다.


  "이글 홀든의 클론으로 확인. 목표 전부 확보. 스텔라, 전장을 이탈합니다."


  "뭐?"


  이글이 이를 악물고 스텔라를 향해 장작을 쪼갤 듯 날카로운 참격을 쏘아냈다.


  "흐읍!"


  이글의 참격을 향해 주먹을 쥔 스텔라가 기합과 함께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강철을 후려갈기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이글의 칼날이 스텔라의 주먹에 부서져 산산이 흩어졌다.


  "뭐?!'


  산산이 부서지는 칼날을 본 이글이 당황하는 사이 스텔라가 이글의 클론을 들쳐멨다.


  스텔라의 속도는 말 그대로 신속. 아무리 재빠른 이글이라도 이 거리의 스텔라를 붙잡을 수는 없다. 카인은 총을 장전하는 상태. 이대로 스텔라를 놓쳐야 하나?


  순간 어둠 속에서 푸른빛을 몸에 휘감은 사내가 달려 나왔다. 스텔라가 무대에서 내려가기 직전, 가로등의 스포트라이트 속으로 뛰어든 클리브가 스텔라의 허리를 후려갈겼다. ♡♡을 흘리며 클리브를 걷어 찬 스텔라가 클론과 함께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클리브! 무언가 봤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큰일 났어, 이글!"


  다급한 말과 함께 달려오는 이글을 향해 클리브가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앨리셔가 납치당했어!"



  *

  "여자 형제라고요?"


  "정확히는 누나지. 이글에게 동생이 있을 리 없으니까."


  클리브는 담담하게 한나의 인터뷰와 자신의 추측을 수첩에 적어내려 갔다. 이글에게 동생이 없다고 단언하는 클리브의 말에 앨리셔가 이마를 찌푸렸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시는 거죠?"


  "아가씨는 유럽의 이름 높은 명문가인 홀든 가문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


  "글쎄요.. 굉장히 이름 높은 가문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


  "홀든 가문은 능력자 가문 중에서도 굉장히 특별해. 유럽의 은행을 주름잡는 거대한 가문에 프리츠 가문이 몰락하고 난 뒤로는 검의 정점에 달한 가문이 되었지. 명왕의 이름이 없었더라면 헬리오스가 홀든 가문에 이름이나 내밀 수 있었을 것 같아?"


  두루뭉술한 클리브의 말에 앨리셔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가요?"


  "홀든 가문의 뒤를 캐려는 사람들은 차고 넘친다는 말이야."


  클리브가 한숨을 내쉬며 수첩을 덮었다. 


  "그렇게 대단한 가문에는 자연스럽게 사람의 눈과 입이 모이게 되지. 그만큼 많은 추측과 가설과 ♡♡가 세상에 떠돌아다녀. 왜 이글에게 동생이 없을 거라고 단정 지었냐고? 홀든 가문의 여주인, 삼형제의 모친은 이글을 낳고 병을 앓아 자궁을 잃었어. 원래부터 몸이 좋지 않아 이글을 낳고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지."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온 충격적인 말에 앨리셔가 숨을 삼켰다.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정도면 이미 가십거리조차 되지 못할 정도로 알려진 이야기라는 걸까."


  "이글에게 동생이 있을 리 없기 때문에 여동생과 남동생은 설득력을 잃어. 형제 셋 모두 검의 성취가 뛰어나니 양자를 들일 필요도 없지. 결국 남는 건 누나 하나뿐이야. 그리고 가주의 세 아들 사이에 딸을 끼워 넣으면 세간에 돌아다니는 몇몇 맥락 없는 소문이 힘을 얻게 되지."


  클리브의 말에 앨리셔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맸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홀든 가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여태까지 만난 홀든 가문의 관계자만 몇 명이던가? 심지어 그들 중 하나는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자신은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수첩을 덮은 클리브가 빈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 보니 주문한 커피는 언제 나오는 거야?


  주변을 둘러보던 클리브가 싸늘한 분위기에 흠칫 몸을 떨었다. 좋지 않은 분위기인데.


  "그렇다면 역시 이글 씨가 가출한 원인은..."


  "잠깐만, 아가씨."


  클리브가 다급하게 주위를 살폈다. 이야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위를 살피지 못했다. 다급하게 주방으로 달려간 클리브가 주방의 붉은 참상에 무심코 침을 삼켰다. 난리 났군.


  "무슨 일인가요?"


  "아가씨, 미안하지만 이쪽으로는 안 오는 게 좋겠어."


  클리브가 앨리셔를 주방 근처에 오지 못하게 막으며 삐져나온 웨이트리스의 팔을 다리로 밀어 넣었다. 웨이트리스의 끈적한 피가 클리브의 바짓단에 묻었다. 피 냄새가 콧잔등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맡아도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 향은 사람의 정신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귓가에 누군가의 쇳소리 가득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클리브."


  쇳소리 가득한 목소리가 클리브의 귓가에 맴돌았다.


  "이제부터는 내 시간이야."


  익숙하지만 정♡♡를 목소리 속에서 클리브의 의식이 그림자 속으로 떨어졌다.



  *

  "이런 젠장. 너는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는 거냐?"


  "미안. 아무래도 안타리우스에게 습격을 당해서 정신을 잃었나 봐. 몸이 피에 ♡어있는데 내 피는 아냐. 만약 이게 앨리셔의 피라면 앨리셔는 위험한 상황일지도 몰라."


  다급한 클리브의 말에 이글과 카인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목♡♡지 치솟은 말을 다시 씹어 삼켰다. 정신을 잃었다는 것은 잭이 다시 나온 것이겠지.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잭 보다는 앨리셔다.


  "그래서 그 종이는 뭔가? 제발 이번에는 무언가 믿을만한 것이길 비네."


  "호타루가 찾아와 건네준 부적입니다. 추적부? 뭐 그런 이름이라고 했는데 합류하면 펴보라고 하더군요."


  클리브가 종이를 펴자 종이 안에서 반투명한 붉은색 개가 튀어나와 그들의 주위를 맴돌았다. 반투명한 붉은 개라면…


  "이 시뻘건 똥개들. 재단의 ♡♡♡ 없는 꼬맹이가 부리는 녀석 아닌가? 이걸 왜 복면 꼬맹이가 주는 거야?"


  "동양의 술법인지 뭔지 연구한다고 종종 붙어 다니던 모습을 보긴 했는데 이런 거 만들려고 붙어 다녔나 보네."


  "어찌 되었던 도움이 된다면 좋은 것 아니겠나. 우선은 이동수단을 구해야겠어."


  "이동수단이라… 이 근처에 레이튼의 오토바이 가게가 있었지. 이동수단은 나에게 맡겨."



  *

  푸른색의 자동차가 괴성을 흘리며 골목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칠흑의 자동차가 붉은 개를 앞세우며 도로를 달리는 모습은 어딘가 사신의 행진을 연상케 했다.


  "이글! 운전… 좀… 똑바로!"


  거친 운전에 차 뒷좌석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클리브가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쳤다. 이동수단을 해결할 수 있다며 레이튼의 오토바이 가게로 향했을 때에는 기껏해야 오토바이나 빌리겠구나 싶었는데. 설마 이런 본격적인 이동수단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일반 시중 제품이 아닌 메트로폴리스 제품으로. 


  이동수단을 가지러 가자는 이글은 막무가내로 레이튼의 오토바이 수리점으로 들어가 차고의 자동차를 몰고 나와버렸다. 자동차 뒤로 레이튼이 푸른 번개를 내뿜으며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본 것 같았지만 잊어버리기로 했다.


  "나 방금 레이튼이 푸른 번개를 내뿜으면서 날뛰는 환상을 본 것 같아. 실감 나기도 해라."


  "아 그거. 엑셀 조금만 더 늦게 밟았으면 지금쯤 바삭하게 튀겨졌을걸."


  "못 본 척할 테니까 ♡♡고 넘어가라는 소리잖아!"


  "뭐 어때. 내가 내 차 몰고 나가겠다는데."


  이글이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며 핸들을 한껏 틀자 클리브가 뒷좌석에서 굴러 문에 머리를 부딪혔다. 여유로워 보이지만 앨리셔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에 초조해져 있는 것이겠지.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주위를 둘러보던 클리브가 저 멀리 앞을 달려가는 자동차를 발견했다.


  "이글! 저 차인가 본데! 대로로 나가기 전에 잡아야 할 텐데!"


  "이 정도 떨어져 있으면 저쪽이 먼저 대로에 들어갈 거야! 할 수 없지! 꼰대! 타이어 쏴버려! 못한다고 징징대지는 않겠지!"


  "운전이나 똑바로 하게, 망나니!"


  카인이 조수석 창 밖으로 몸을 내밀고 앞서 달려 나가는 차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카인이 방아쇠를 당기고 총성을 꼬리에 달고 날아간 탄환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동차의 왼쪽 뒷바퀴를 날려버렸다.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자동차가 한참을 돌다 가로등에 부딪혀 멈춰 섰다. 바닥에 강렬한 스키드 마크를 남기며 차를 멈춰 세운 이글이 가로등에 부딪혀 멈춰 선 자동차를 향해 달려갔다. 자동차의 문을 억지로 뜯어낸 이글이 운전석 문을 던져버렸다.


  "앨리셔!"


  허나 차 안에는 박살난 유리조각과 뿌연 먼지만 가득하고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 안에 있는 것은 운전사뿐, 그 외에 사람이 탔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카인과 클리브가 운전사를 밖으로 끌어냈다. 바닥에 던져진 기사가 자신을 둘러싼 붉은 개를 보고 ♡♡ 듯이 웃으며 알 수 없는 기도문을 외웠다. 붉은 개가 기도문을 읊은 남자의 품을 ♡♡ 노란 부적을 입에 물었다. 앨리셔가 들고 있어야 할 노란 부적이 새하얀 불꽃에 휩싸여 붉은 개들과 함께 사라졌다.


  앨리셔는 어디에 있는지, 앨리셔를 데리고 사라진 이들은 어디로 향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들은 앨리셔를 놓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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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허~허~ 아, 아니... 헐! 흠흠... 끄응... 시, 식은땀이.. 엥? 후어어..
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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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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