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검과 탄환과 기억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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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폐인 [55급]

2022-08-17 09: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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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화인간이 셋. 그 이외의 감시는 없군. 여기가 안타리우스의 연구소가 확실한 것 같네."


  카인이 스코프로 절벽 아래의 숲 속을 관찰했다. 울창한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회색 건물과 세 명의 건장한 남자. 정보에 따르면 저기가 안타리우스의 연구소가 맞을 것이다. 


  명왕 헨리 밀러와의 거래로 셋이서 안타리우스를 쫓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만에 안타리우스의 거점 하나를 찾아낸 걸 보면 생각보다 쉽게 찾아낸 것 같지만, 후에 셋은 이 일주일을 개처럼 구른 일주일이라 입을 모아 말했다.


  "내가 저 덩치 큰 녀석을 저격하겠네. 저 녀석이 쓰러지자마자 둘을 베어야 하네. 할 수 있겠나, 망나니."


  "나를 누♡♡고 생각하는 거야."


  카인의 말에 이글이 날카롭게 웃으며 검을 움켜쥐었다.


  "빗맞히지나 마라고, 꼰대."



  *

  "허탕인 것 같군." 


  이글이 혀를 차며 바닥을 굴러다니는 강화인간의 ♡♡를 발끝으로 찔렀다.


  "경비가 세 명, 건물 내부에 두 명. 시설의 규모도 크지 않고 죄다 버려지거나 고장 난 기계들 뿐이잖아. 개처럼 굴러서 얻은 게 고작 이런 거야?"


  "그런 것 같군. 버려진 지 1년은 훌쩍 넘은 듯하네. 여기 있는 강화인간들은 단순히 시설 경비를 위해 세워두었던 것 같고 말일세. 클리브 자네는 뭐 찾은 것이 있나?"


  낡고 복잡한 기계들을 이것저것 만져보던 클리브가 카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너무 오래되어서 읽히는 게 없습니다. 기억이 이렇게 마모된걸 보니 마지막으로 사용한 지 3년은 된 것 같습니다. 그나마 건져낸 게 백발의 어린아이, 흑발의 여성, 정체 모를 클론 정도입니다."


  클리브의 말에 카인과 이글이 동시에 클리브를 바라보았다.


  "어린아이라고 했나?"


  "짧은 백발의 아이였습니다. 제일 오래된 기억이라 흐릿해서 성별을 구분하는 것도 힘들어요. 흑발의 여성은.. 글쎄요. 이쪽도 머리 길이로 대강 판단한 거라서. 시험관에 들어있었던 걸로 보아 둘 다 실험체로 보입니다."


  백발의 어린아이와 흑발의 여성. 클리브의 말에 이글이 제레온을 떠올렸다. 벨져가 제레온은 계속된 안타리우스의 실험에 힘을 잃으며 머리가 검게 물들었다 했지.


  "백발 여자아이가 자라 흑발 여자가 되었을 가능성은?"


  "가능성은 있어.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지만."


  "클론은? 내 클론일 가능성은... 없겠군. 버려진 지 3년은 된 연구소라고 했으니."


  "그렇겠지. 클론도 좀 애매해. 남자라는 것과 클론이라는 것. 그거 두 개만 머릿속에 빡 하고 꽂히던데. 시간대도 엉망진창이라 언제 만들어진 클론인지도 몰라."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연구실에 언제인지, 누구인지 파악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마모된 기억. 바닥에 굴러다니는 강화인간의 ♡♡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결국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구만."


  "아니지, 아니야."


  탁한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이글이 옆에 있던 클리브를 걷어찼다. 


  "우왁, 뭐야!"


  곧바로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클리브가 방금 전까지 서있었던 자리에 가면을 쓴 사내가 포탄처럼 지나갔다.


  "으악! 사람 살려!"


  바닥을 구르다 천장을 본 클리브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던졌고, 그 자리에 칠흑의 철가면을 쓴 엄청난 거구의 사내가 떨어졌다.


  마치 쇳덩이가 떨어진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 충격에 바닥에 쌓여있던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최근 들어 자주 보는구만, 가면 형씨!"


  이글의 검이 뱀처럼 송곳니를 세우고 날아갔다. 아이작의 목을 향해 쏘아지는 그의 검을 거인의 강철 건틀릿이 막아낸다. 거인이 손을 뻗어 이글을 손에 움켜쥐었지만 그의 손에 남은 것은 카인의 수류탄뿐이었다.


  카인의 수류탄이 연기 속에서 섬광과 함께 괴성 섞인 분노를 토해냈고, 거인이 비명을 내지르는 사이 클리브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당겼다. 


  클리브를 등 뒤로 던진 이글이 코 끝을 스쳐간 향기에 칼을 뽑아 들었다. 비릿한 냄새. 기억에 있는 냄새다. 곧이어 짙은 연기를 뚫고 나타난 가면의 여자가 이글의 목을 향해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검을 휘둘러 레이피어를 튕겨낸 이글이 웃으며 소리쳤다.


  "난 그쪽이 굉장히 짜증 나는데 이번에는 가면 속 얼굴을 보여주려나, 아가씨?"


  이글이 여자가 휘두른 검을 튕겨내자 그 틈을 타 달려 나온 클리브가 그녀의 복부를 후려갈겼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비틀거리는 여자의 뒷덜미를 낚아챈 아이작이 거인의 뒤로 몸을 숨겼다. 그와 동시에 클리브가 이글을 향해 소리친다.


  "이글! 방금 말한 실험체 여자가 저 여자야!"


  "뭐? 그 여자 흑발이라며!"


  "염색이라도 했겠지!"


  염색약. 그래. 염색약 냄새다. 지하연합의 누군가가 썼던 염색약과 같은 냄새였다. 어째서 염색약을?


  "둘 다 집중하게! 적이 앞에 있네!"


  거인의 거대한 주먹이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이글이 클리브의 목덜미를 붙잡고 옆으로 굴렀다. 카인이 드라그노프를 뽑아 거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음속을 뚫고 날아간 카인의 총알이 맥없이 거인의 건틀릿에 튕겨나갔다.


  "집중 안 해도 좋아. 너희들은 어차피 저 놈 손에 죽을 테니."


  아이작의 사람의 감정을 긁는 목소리가 들리고 두 개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발소리가 들린 방향은… 이런 젠장. 출입구 쪽이잖아.


  "놓칠까 보냐, 빌어먹을 자식!"


  이글이 순식간에 아이작과 여자를 쫓아 달려 나갔다. 클리브가 다급히 그를 불러♡♡만 이글은 이미 그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까지 멀어진 후였다. 그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아이작과 맞붙어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는 실력자이고, 아이작은 많은 정보를 가진 적이다. 이글이 아이작을 추적하는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적어도 그들 앞에 저 거인이 없었다면.


  "자아. 이글이 사라진 이 마당에 뾰족한 수가 있습니까, 스타이거 씨?"


  "아쉽게도 나도 총알이 다 떨어져 가는군."


  카인이 쓰게 웃으며 스피드 로더를 꺼내 리볼버에 총알을 장전했다. 3m 정도의 키에 비정상적인 두께의 팔. 저 굵기의 팔뚝을 뒤덮는 어마무시한 무게의 건틀릿과 저 건틀릿을 끼고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완력. 안타리우스의 강화인간이 확실했다. 그것도 여태까지 만났던 강화인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위험한 놈이.


  카인이 리볼버의 약실을 돌렸다. 그 소리와 함께 철가면의 거인이 포효했다. 광기로 두 눈을 빛내며 포효하는 거인을 보며 카인이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망나니 녀석이 나중에 우리를 비웃는 꼴을 보고 싶진 않으니 어떻게든 해 봐야지."



  *

  복도를 벗어나기 전에 잡아야 한다. 이글이 이를 악물고 달렸다. 지금도 일행과 너무 멀리 떨어졌다. 여기서 놓치게 된다면 정말 죽도 밥도 안된다.


  "그렇게 둘까 보냐!!"


  이글이 검을 휘두르자 칼날이 새하얀 뱀처럼 먹잇감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 나갔다. 아이작과 여자가 발목을 물어뜯으려 날아오는 칼날을 피해 몸을 던졌다.


  아이작과 여자의 몸이 흔들린 틈을 타 빠르게 달려 나가며 둘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살을 깊게 베어 가르는 느낌이 칼을 타고 전해졌다. 팽이처럼 돌며 퇴로를 막아선 이글이 아이작과 여자를 바라보았다.


  "아쉽게도 꽝이구만."


  아이작을 베었길 바랬지만 피를 흘리는 것은 가면의 여자였다. 하지만 허리를 꽤 깊게 베였는지 망토가 크게 찢어지고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이작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는지 왼팔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조금만 더 깊게 베었으면 팔이 떨어져 나갔을 텐데 아쉽구만. 곱게 ♡♡주지는 않겠다 이거지?"


  "불가능하다. 네가 날 죽이는 것은."


  아이작이 주먹으로 강하게 벽을 후려갈겼다. 낡은 벽에 금이 가고 천장에서 돌조각이 쏟아졌다.


  "적어도 오늘은!"


  아이작이 한 번 더 벽을 후려치자 벽과 함께 천장이 무너졌다. 이글이 떨어지는 돌조각을 칼로 튕겨내자 아이작이 돌조각을 뚫고 포탄처럼 달려왔다.


  "무식하게 터프한 양반이구만!"


  이글이 아이작을 피해 바닥을 구르며 검을 뽑아 휘둘렀다. 아이작이 이글의 검을 피해 낮게 뛰어올라 벽을 밟고 이글을 향해 어깨를 세우고 포탄처럼 돌진했다. 이글이 검을 휘둘러 아이작을 튕겨내자 바닥에 내려앉은 아이작이 이글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거 진짜 더럽게 터프하네!"


  이글이 팔꿈치를 세워 아이작의 주먹을 막아냈다 뼈와 뼈가 충돌하는 불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아이작과 이글이 뒤로 크게 물러났다. 이글이 아이작의 주먹을 막은 팔꿈치가 불편한 듯 팔을 돌렸다. 아이작도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주먹을 쥐었다 펴는 걸 보니 상태가 좋진 않은 듯하다. 칼을 움켜쥔 이글이 아이작을 노려보며 쓰게 웃었다.


  '좋지 않군.'


  지금의 상황은 아이작과 이글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 이글은 복도가 좁아 검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었고, 좁은 복도에서 리치가 긴 이글과 맞붙는 상황은 아이작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만 두지 그래, 이런 의미 없는 소모전."


  "뭐가 의미 없어? 적어도 나한테는 의미가 있거든. 네 뒤의 여자는 곧 죽으려고 하잖아. 안 들려? 저 여자 숨 넘어가는 소리."


  "내 귀에 들리는 소리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인데, 네 동료의."


  아까의 강화인간을 믿고 하는 소리인가? 이글과 호각으로 맞붙을 수 있는 카인이다. 클리브가 전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도 전쟁터에 드나드는 녀석이니 쉽게 죽을 놈은 아니고. 아무리 강화 인간이라도 그 둘을 한 번에…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하나? 그 둘을."


  아이작이 가소롭다는 듯 이글을 향해 킬킬 웃었다.


  "그 인형은 조금 특별한 놈이다. 능력자의 ♡♡에서 뽑아낸 데이터로 만들어낸 놈이지. 지하연합의 터커라는 놈의."


  "뭐?"


  "터커라고 했다, 쓰레기. 연합의 악력 강화 능력자. 설마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쓰레기."


  "거짓말이군."


  이글이 아이작의 말을 부정했지만, 등으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허풍이다. 여자를 살리기 위한 거짓 정보가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한 가지 의혹이 이글의 검을 붙잡았다. 전쟁 때 터커의 ♡♡에 접근한 안타리우스의 첩자가 한 명도 없다고 확신할 수 있나? 만약 터커의 능력이 들어간 강화인간이라면, 카인과 클리브 둘이 이길 수 있나?


  "아직도 고민하나, 멍청이. 네 동료들이 ♡♡가는데도."


  "네 말을 믿어야 할 이유가 있나? 거짓말이 틀림없는데? 사실이라 쳐도 어째서 그걸 내게 알려주는 거지?"


  "싸울 때가 아닐 뿐이다. 지금은. 둘은 죽을 거다. 네가 나와 싸운다면. 동료를 희생할 생각인가? 어울려 주지 못할 것도 없지, 그럴 생각이라면."


  빌어먹을. 이글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칼을 꽂아 넣었다. 칼과 칼집이 부딪히는 소리가 둘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거짓말이면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늦으면 네가 후회할 것이다, 쓰레기."


  아이작이 어깨를 틀어 길을 열었고, 이글이 독수리가 하늘을 날듯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다. 먼지 쌓인 복도를 섬광처럼 달리고, 좁은 복도에 이글의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악력 능력자 터커. 순수한 힘으로는 지하연합에서 비길 자가 없었던 사람. 만일 그 능력을 가진 강화인간이 상대라면, 카인과 스티브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런 젠장!"



  *

  "으아아아!"


  클리브가 비명을 지르며 날아오는 돌덩이를 피해 바닥을 굴렀다. 안타리우스의 거점을 찾으며 개처럼 구른다고 카인과 이글에게 불평했던 적은 있지만, 설마 진짜 돌덩이를 피하며 개처럼 구르게 될 줄 알았을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마 일단 거점에 들어가 보자는 카인과 이글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동의한 때일 것이다. 어디 다닐 때마다 으르렁거리던 카인과 이글이 웬일로 의견이 맞았을 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챘어야 했다. 그랬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목숨을 걸고 바위를 피하는 상황에 처하진 않았을 테니까!


  "어떻게든 해보십쇼, 스타이거 씨!"


  클리브의 비명에 카인이 혀를 차며 연막탄을 집어던졌다. 순식간에 건물을 채운 연막을 본 거인이 괴성을 내지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카인이 몸부림치는 거인을 향해 총을 쏘았지만 총알은 거인의 건틀릿에 튕겨나간 듯 거슬리는 쇳소리만 남긴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또군."


  카인이 한숨을 내쉬며 총알을 채워 넣었다. 저 무지막지한 건틀릿에 막혀 쓸모없게 되어버린 총알이 몇 개인가. 저격 소총으로도 뚫을 수 없는 두께의 건틀릿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저 완력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때 연막 속에서 쇠파이프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무언가를 직감한 카인이 클리브를 붙잡고 벽 뒤로 몸을 던졌다. 


  "아이고 사람 살려!" 


  연막 속에서 속에서 콘크리트가 얽힌 철골 덩어리가 타라의 유성처럼 날아왔다. 낡은 기계들을 박살 내며 벽에 처박힌 철골 덩어리를 본 클리브가 마른침을 삼켰다.


  "맞았으면 뼈도 못 추렸겠군."


  다행인 점은 저 강화인간이 아직 제 힘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점이랄까. 애초에 지능이 그리 높아 보이지도 않고 약에 취한 듯 비틀거리느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자네 저 강화인간의 기억을 읽을 수 있나? 전장에서 하던 것처럼 강제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 말일세."


  "위험부담이 크지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접근하는 것도 힘든데요."


  "내가 신호를 주면 고개 숙이고 귀를 막고 뛰게."


  클리브의 당황한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카인이 연막 속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고통스러운 포효가 들리는 것을 보니 이번에는 총에 맞은 듯하다. 강화인간이 짐승과 같은 괴성을 내지르며 연막을 헤치고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카인이 연막을 뚫고 그들 앞에 나타난 거인의 얼굴을 향해 섬광탄을 집어던졌다.


  "지금!"


  "으아아! 될 대로 돼라!"


  귀를 막고 고개를 숙이고 달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둔탁한 굉음이 귀를 후려갈겼다. 완전히 막지 못했는지 머리가 어질 거렸지만 적어도 섬광탄에 맞아 비명을 지르는 상대를 손으로 만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잠깐 실례!"


  클리브의 손이 몸부림치는 거인의 옆구리에 닿고, 클리브의 손에서 푸른빛이 터져 나왔다.


  "어렸을 때 좋아하던 여자애 이름까지 다 ♡♡♡주마!"


  수없이 밀려들어오는 강화인간의 기억을 읽던 클리브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나갔다. 안타리우스의 실험체가 되어 강화 수술을 받는 고통의 기억이.


  잠깐. 이거 위험한 것 같은데.


  찢기고 잘리고 베이고 뒤틀리고 뽑히고 부러지고 꺾이고 뚫리고 깎이는 수많은 고통이, 절망이, 아픔이 그의 몸을 내달렸다. 


  안 돼. 감당할 수 없어. 


  폭풍처럼 밀려오는 고통의 기억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그의 눈 뒤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안돼. 멈춰. 멈춰. 멈춰어어어!!!


  "이런 젠장!"


  하얗게 질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서있는 클리브를 본 카인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강화인간에게서 클리브를 떼어냈다. 


  간신히 고통의 기억에서 해방된 클리브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카인을 바라보았다.


  "자네 괜찮나!"


  "으… 으…"


  기억에 정신이 난도질당한 클리브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머리를 싸매고 비명을 질렀다. 클리브를 걱정할 새도 없이 카인이 날아오는 주먹을 피해 클리브를 붙잡고 몸을 던졌다.


  거인이 고통스러운 기억에 이성이 날아간 듯 건물을 마구잡이로 부수며 날뛰고 있었다. 거인의 주먹에 낡은 건물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나뿐인 출구는 강화인간이 막고 있었고, 그를 피해 출구로 달려가기에는 쌓인 장애물이 너무 많았다.


  "최악이군."


  이글은 오지 않는 걸까. 카인이 한숨을 내쉬며 단검을 뽑으려 허리춤의 홀더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반항도 허락되지 않는지 허리춤의 단검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잠시 이것 좀 빌리지."


  처음 듣는 낮고 탁한 목소리에 카인이 자신도 모르게 총을 움켜쥐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인 클리브는, 자신이 알던 클리브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을 내뿜고 있었다.


  "머리가 아프군."


  그때, 고통에 몸부림치던 강화인간이 클리브를 보고 흥분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은 빨랐고 클리브를 잡으려는 카인도 빨랐지만 가장 빠른 것은 단검을 쥔 클리브였다.


  "느려."


  순식간에 날아온 거인의 팔뚝을 밟고 뛰어오른 클리브가 거인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피사체가 지저분하군."


  클리브의 손 끝에서 단검이 반짝이고 순식간에 붉은 피가 솟구쳤다. 거인의 어깨에서 뛰어내린 클리브가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순식간에 거인의 몸을 난도질했다.


  온몸의 힘줄과 근육이 순식간에 잘려나간 거인이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거인의 온몸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거인의 등을 밟고 올라선 클리브가 단검을 휘둘러 순식간에 등의 근육을 잘라냈다. 유령처럼 고요히, 하지만 죽음과 같이 날카롭게.


  크게 벌어진 거인의 상처에 손을 쑤셔 넣은 클리브가 힘을 주어 거인의 척추를 뽑아냈다. 오래된 벽에서 담쟁이덩굴을 뜯어내는 듯한 불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인간의 것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척추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해물도 사라졌군."


  뽑아낸 척추를 옆으로 던진 클리브가 눈발처럼 시리게 웃으며 쓰러진 강화인간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본 카인이 유혈이 낭자한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새로이 알게 되었다. 단검을 휘둘러 근육을 가르고 내장을 찢어발기고 뼈를 발라낸다. 사후 경직으로 움찔거리는 ♡♡에서 피와 육편이 튀어 오른다. 


  근육 가르고 뼈를 끊는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그 감각에 클리브가 희열에 ♡어 피처럼 붉은 미소를 지었다. 아아… 이런 게 살아있다는 거지. 더 이상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겨나간 ♡♡를 향해 휘두르는 클리브의 손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뭐야.. 이글 홀든인가."


  피에 ♡은 듯이 붉게 빛나는 눈동자에 비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클리브의 손목을 움켜쥔 이글이었다.


  "뭐하는 놈이냐, 네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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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허~허~ 아, 아니... 헐! 흠흠... 끄응... 시, 식은땀이.. 엥? 후어어..
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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