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검과 탄환과 기억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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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폐인 [55급]

2022-07-25 17: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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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주 간의 고된 일이 전부 끝났다. 어찌 된 일인지 특히 고된 일이 많았던 요즈음이라 최근에는 연합 건물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회사 측의 능력자와 함께 폭동을 저지하러 간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개인적 조사를 맡으러 간 사람, 용병으로 고용된 사람도 있었다. 임무 내용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은 하나같이 일이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고된 임무로 불려 나가는 능력자들 사이에서는 어느새 누가 먼저 일에 지쳐 쓰러질 것인가 내기가 유행하고 있었고, 일주일 뒤 내기의 승자는 연합의 수장 앤지 헌트가 되었다.


  "앤지가 내기에서 이겼다고? 아가씨가 내기 좀 할 줄 아나 본데. 그래서, 앤지가 건 사람은 누구였어?"


  "본인. 밀려드는 서류에 지쳐서 토니에게 내기에 자기 이름 걸어 달라는 말 한마디 하고 쓰러졌다던데."


  밀려드는 서류에 기권패를 선언한 앤지는 꼬박 열세 시간을 자고 일어난 후


  "한 달 내내 일했으면 쉴 때도 되었죠." 


  라는 말과 함께 11월 휴가를 선언했다. 


  연합의 11월 마지막 의뢰는 연회를 위한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는 앤지의 의뢰였다. 토마스는 연합 건물에서 탄식과 절망이 아닌 환호가 들려오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고 회상했다. 


  차고 기우는 달처럼  술잔의 술도 차고 기울어 간다. 탁한 조명 아래 술잔이 부딪히며 경쾌한 소리를 낸다. 연합의 파티는 언제나 시끌벅적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하다. 고된 일로부터의 해방감 때문일까,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셔 이미 건물 파티장은 난장판이 되었다. 


  술에 취한 앤지가 가수였던 과거를 말하며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앨리가 술을 마시고 싶다며 폭죽을 꺼내 드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그런 사소한 소동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웃고 마시고 떠들었다.



  *

  파티가 시작하고 꽤 시간이 흘렀다. 피터와 엘리는 자러 올라갔고, 많은 사람들이 술에 지쳐 쓰러졌다. 파티는 끊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지만 대부분 취해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물론 술에 관해서라면 지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다. 아론 휴톤, 데미언 도일, 레베카 러쉬톤. 이름만 들어도 연합의 능력자들이 도망간다는 주량 괴물들. 이미 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 근처는 비어버린 술통으로 가득해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였다.


  "너무 마시는 거 아냐? 내일 일들 없나 봐?"


  그림자로 변해 술통의 벽을 넘어온 트리비아가 질렸다는 듯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술을 떠나서 무언가를 저렇게 마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걱정 마! 내일은 주말이라고! 그나저나 루이스는 어디 갔어?"


  "저기 옆 테이블에서 취해있어. 루이스 치고는 많이 마셨지. 너희 테이블을 보는 것만으로도 취할 것 같다고 술을 마시는 내내 불평을 늘어놓았어."


  "루이스 답네! 잉게랑 토마스는?"


  "피터랑 앨리노어 데리고 자러 갔어. 술을 마시고 싶다는 엘리를 간신히 달래고 들어갔다고. 애들이 잘 시간은 한참 지났다고 생각 안 해?"


  호탕하게 웃으며 맥주를 들이켠 도일은 술이 부족하다며 울기 직전인 표정의 바텐더가 끌고 온 오크통을 뺏으며 말했다.


  "마 괜찮다! 내 얼라 때도 술 먹고 싶다고, 밤새고 싶다고 보채면서 컸다!"


  "당신이랑 저런 순진무구한 애들을 비교하지 말라고, 데미언. 그나저나..."


  트리비아가 곁눈질로 텅 빈 의자를 보았다. 연합의 술꾼이라 하면 하나 더 있을진대, 이런 자리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 사람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저 비어있는 의자는. 이글은 어디 갔어?"


  그 말을 들은 술꾼 삼총사가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구석의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시선 끝의 테이블에는 새하얀 백발을 풀어헤친 채 홀로 술을 마시고 있는 이글이 있었다.


  "오늘은 날이 아니라던데. 술을 마시자고 레베카가 세 번이나 찾아갔는데도 날이 아니라면서 저러고 있어. 왜 저러는지 알아?"


  "나도 몰라. 그런데 술은 마시고 있잖아. 이미 빈 병이 가득한데... 잠깐. 저거 와인이야?"


  와인을 마시는 이글을 본 트리비아가 울고 있는 피터를 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천하의 이글이 와인을 마신다고?


  "설마 저거 진짜 와인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도 몰라 술 마시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 모양이야. 내가 같이 마시자고 했는데 몇 번이나 거절당했어. 완곡하고 분명하게. 이글이 걱정돼서 술맛이 안 날 정도라고."


  "빈 오크통이 쌓여서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마셔댄 주제에 잘도 그런 소리를 하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트리비아에게 세 명의 술꾼들이 낄낄대며 웃었다. 술 앞에서 근심하면 술맛 떨어진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마셨겠지. 뻔하다.


  "내가 이글한테 가볼게. 술꾼들은 술이나 마시시지."


  걱정을 덜었다는 듯이 활짝 웃는 술꾼들에게 박쥐라도 날려주고 싶었지만 이번 임무에서 제일 고생한 세 명이니 그냥 놔두기로 했다. 


  도대체 저 세 명은 언제 철이 들려는지. 


  조용히 이글의 옆에 앉은 트리비아가 자신마저 취해버릴 것만 같은 농밀한 와인 향에 얼굴을 구겼다. 평소에 와인 같은 맛없는 술을 마신다며 두 형들을 흉보던 이글은 어디로 간 걸까?


  잠깐. 저건 와인이 아닌데.


  바닥에 굴러다니는 술병을 살펴본 트리비아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와인, 보드카, 럼. 독한 술이란 술은 죄다 끌어다 마신 듯했다.


  와인병을 집어 들어 향을 맡은 트리비아가 다시 한번 얼굴을 구겼다. 엄청난 향의 와인이다. 한두 푼 하는 와인은 아닌 것 같은데...


  "천하의 이글이 와인을 다 마시다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어, 자기?"


  트리비아의 말에 이글이 피식 웃었다.


  "네 자기는 테이블에 엎드려 자고 있잖아. 방으로 올려 보내지 않고 뭐 하는 거야?"


  "토마스가 알아서 하겠지. 술 마시고 싶다는 표정을 가득 담고 올라갔으니 곧 내려오지 않겠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신난 표정으로 뛰어내려온 토마스가 테이블에 엎드려 잠든 루이스를 보고 한숨을 내쉬며 그를 업고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루이스는 도통 술이 늘지를 않는군. 토마스가 참 슬퍼하겠어. 술 마시길 좋아하는 녀석이니까."


  "나도 참 슬퍼. 남자친구와 술 한번 마시기 힘드니까. 그러니.."


  트리비아가 싱긋 웃으며 이글에게 와인잔을 내밀었다. 탁한 조명 속에서 그녀의 붉은 입술이 고혹적으로 빛났다.


  "모처럼 와인을 마시고 있는 이글 씨는 나를 바람 맞히진 않겠지?"


  투명한 잔을 보며 잠시 고민하던 이글이 피식 웃으며 그녀의 잔에 와인을 채웠다. 투명한 와인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며 천천히 잔을 채워나갔다. 트리비아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자 곧 눈앞이 아찔해졌다.


  마셔본 기억이 있는 술인데…


  "셰리?"


  "1910년 산 올로로소. 비싼 거야."


  이글의 말에 트리비아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바닥을 훑어보았다. 올로로소라면 셰리 중에서 가장 독한 술인데 이미 빈 병이 10병도 넘게 굴러다닌다. 그런 것 치고는 취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마신 술의 양을 생각해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임무 중에 힘든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이렇게 조용히 마시는 사람이 아니잖아."


  그 말을 들은 이글이 가볍게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많은 감정이 담겨있었지만, 슬프게도 좋은 감정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냥 단순히 날이 아 닌거야. 이 시기에는 늘 이렇지."


  "그래. 마시는 걸 보니 취할 날은 아닌 것 같네. 그러고 보니 항상 이 시기에는 연합에서 안 보였지?"


  이글이 대답 없이 남은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빈 와인병을 흔들던 이글이 흥미가 깨졌다는 듯 병을 뒤로 던져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려고?"


  "그래. 흥미가 깨졌어."


  트리비아와 마지막 잔을 비운 이글이 깃털이 바람에 날리듯 조용히 사라졌다.


  그렇게 덧없이 떠나가는 이글의 뒷모습을 보며 트리비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을까…"



  *

  포트레너드의 가을은 춥다. 영국 남부지만 거대한 나무 때문에 일조량이 나빠 날씨가 쌀쌀하다. 11월만 되어도 조금 춥다 싶으면 입김이 나온다. 그래도 오늘은 그리 춥지 않은 것 같지만. 


  술을 마시기 시작했던 때가 초저녁이라 이미 밖은 어둠이 깊게 내려앉았다. 달은 이미 포트레너드의 나무 너머로 넘어가 달빛은 비치지 않는다. 늘어진 가로등 사이를 걸으며 이글이 한숨을 내쉬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차다. 옷깃을 여미며 손목시계를 바라본다. 새벽 세시. 도시는 침묵에 잠들고 사람은 아침을 기다리며 잠에 들 시간이다. 이런 시간에 길을 걷는 자는 부랑자나 자신 같은 망나니뿐. 그러니 이런 시간의 손님이 반가울 리 없다. 


  좋지 못한 목적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은 더더욱.


  "워낙 원한 진 곳이 많아서 슬슬 한 번쯤 찾아오지 않을까 했는데, 이렇게 대놓고 찾아오는 건 또 신선하군."


  가로등 불빛이 잘라낸 어둠 속에서 작은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눌러쓴 붉은 망토 밑으로 아무런 장식 없는 새하얀 가면이 드러났다. 키는 160 초반. 아니 그것보다 더 작을까. 선이 가늘고 피부가 희다. 여자다.


  "빨간 망토라니, 사람 잘못 찾아왔는데. 나는 늑대 씨가 아니야."


  이글의 말에 가면의 여자가 말없이 레이피어를 뽑아 들었다. 작은 오른손에 쥐어진 새하얀 레이피어가 가로등 빛을 받아 빛난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레이피어라니. 참 고상한 무기를 들고 오셨군 그래.


  "재수 없는 칼인데, 그거."


  비웃음 가득한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레이피어가 이글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비릿한, 어디선가 맡아본 기억이 있는 냄새가 코에 흘러들어왔다. 무슨 냄새지? 


  레이피어를 피한 이글이 검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검을 뽑으려는 순간, 여자의 발이 이글의 검 손잡이 끝을 밟았다. 


  "어쭈."


  이글이 아랑곳하지 않고 팔에 힘을 주어 억지로 검을 뽑아 들었다. 이글의 힘을 이기지 못한 여자가 이글의 팔에 휘둘려 그대로 튕겨 날아갔다. 땅에 내려앉을 틈을 주지 않고 여자를 향해 이글의 검이 날아들었다. 새하얀 뱀과 같은 칼날이 여자를 물어뜯을 듯 달려들었다.


  이글의 칼날과 레이피어가 충돌하고, 쇠가 깎이는 듯한 불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신히 칼날을 막아냈지만 충격을 이기지 못했는지 가는 몸이 공중에서 자세를 잡지 못한 채 땅에 처박혔다.


  "생각보다 약하군, 당신."


  이글의 얼굴에 모멸의 미소가 스쳐 지나가며 또다시 그의 검이 움직였다. 이글의 칼에 찍힌 바닥이 터져나갔다. 바닥을 굴러 칼날을 피한 여자의 레이피어가 섬광처럼 날아왔다. 고개를 살짝 꺾어 레이피어를 피한 이글이 칼을 휘두르고, 그의 검에 맞은 레이피어가 강렬하게 위로 튕겨나갔다.


  "이런 실력으로 나한테 덤벼온 건가. 살짝 자존심 상하는데."


  순식간에 여자의 품 속으로 파고든 이글이 주먹을 내질렀다. 레이피어 손잡이로 주먹을 막아낸 여자가 이글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튕겨나갔다. 공중에서 몸을 비트는 여자의 다리를 향해 이글의 칼날이 다시 날아들었다.


  칼을 휘두르는 이글의 모습을 본 여자가 땅을 향해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땅을 찌른 충격에 여자의 몸이 하늘에 떠오르며 칼날의 궤도에서 벗어났다. 


  망토를 휘날리며 땅에 착지하는 모습이 흩날리는 꽃처럼 보여 이글이 휘파람을 불었다. 자세를 바로잡아 보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칼날에 오른쪽 다리를 베였는지 붉은 피가 다리를 타고 흘렀다.


  "다리를 잘라버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몸이 날래군."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이글이 다시 한번 검을 움켜쥐었다. 뜨거운 피가 혈관을 타고 온몸을 내달렸다. 술기운이 싹 사라지고 강렬한 투쟁심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나저나 조금 이상하단 말이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렬한 칼날이 바닥을 찢어발겼다. 몸을 던져 칼날을 피하는 여자를 향해 이글의 검이 초승달처럼 호를 그렸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검을 막아내는 여자를 보며 이글이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아무런 반응도 없고. 몸은 날랜데 레이피어 다루는 솜씨를 보자니 검을 오래 잡은 것 같지도 않고."


  검을 피해 몸을 움직이던 여자의 몸이 갑자기 흔들렸다. 깊게 베인 오른쪽 다리가 무게를 버텨내지 못했는지 무릎을 꿇으며 무너졌다. 


  순식간에 여자에게 따라붙은 이글의 주먹이 여자를 강하게 후려갈겼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강한 충격이 내달렸다. 검 손잡이로 막은 건지, 직접 맞는 것은 간신히 피한 듯 하지만 힘을 이기지 못한 채 다시 바닥을 굴렀다.


  "자기 다리가 얼마나 깊게 베였는지도 모르고."


  여자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눌러쓴 망토 사이로 어깨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백발이 쏟아졌다. 가로등 빛에 반사되어 백금으로 짠 실처럼 새하얗게 빛나는 머리칼을 보며 이글이 흠칫 놀랐다. 가슴 깊은 곳, 술로 틀어막은 악몽의 늪에서 새카만 기억이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백발에 레이피어라... 하나 같이 재수 없군 그래."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찾아온 시기를 잘못 잡았어.


  "정했다. 간단하게 팔다리 하나 잘라버리고 보내려 했는데.."


  이글의 검에 바닥이 터져나갔다. 방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력의 칼날에 여자의 망토가 찢겨나갔다. 찢어진 망토 사이로 가는 몸이 보였다.


  "여기서 죽여주마, 계집."


  순간 등 뒤에서 강렬한 빛이 쏟아졌다. 이글의 어깨 옆으로 날카로운 빛이 날아와 여자를 후려쳤다. 여자가 빛에 그을린 망토 사이로 보이는 얼굴을 재빨리 가렸다.


  "이글 오빠, 괜찮으세요?!"


  멀리서 소녀가 금빛의 머리칼을 흩날리며 달려왔다. 앨리셔 캘런. 헬리오스의 빛 능력자. 어째서 여기에? 


  여자가 비틀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하려 했지만 이미 여자는 도망간 뒤였다. 순식간에 사라진 여자를 본 이글이 짧게 혀를 찼다.


  추격하려면 못할 것도 없지만 구태여 쫓을 필요는 없겠지. 싸울 맛이 안나는 상대를 굳이 쫓고 싶지도 않고 앨리셔 앞에서 굳이 피를 보고 싶지도 않으니. 


  혀를 차며 검을 집어넣는 이글의 옆에 어느새 앨리셔가 서 있었다. 늦게까지 일이 있었는지 얼굴에 살짝 피곤한 기색이 비쳤다. 그나저나 이런 시간에 여자애를 홀로 걷고 있다니, 회사도 사람을 험하게 부려먹는군. 아니면 그냥 관리를 안 하는 건가. 명색이 헬리오스 수장 명왕의 양녀인데.


  "방금 누구였어요? 왜 싸우고 있던 거예요? 설마 이글 오빠가 먼저 시비를 걸은 건 아니죠?"


  "조금 천천히 말해줄래? 정신이 하나도 없네."


  이글에게서 풍겨 나오는 술냄새에 앨리셔가 귀엽게 인상을 쓰더니 살짝 이글의 냄새를 맡았다. 코를 마비시키는 진한 와인의 냄새에 앨리셔가 질색하며 이글을 밀어냈다.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예요? 진짜 시비 안건 거 맞아요?"


  "아니라니까. 반가워 앨리셔. 그나저나 이런 시간엔 어쩐 일이야?"


  좀 많이 늦은 시간이네요, 라며 앨리셔가 손목시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금세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


  "저번 임무가 무사히 끝난 기념으로 헬리오스에서 파티를 열기로 했어요. 능력자 친목 파티를 겸하나 봐요. 안타리우스가 다시 나타났다는 이 시기니까요. 그래서 다른 능력자 집단에 참여를 권유하러 다니는 길이에요. 릭 아저씨께 부탁해 미국에 호라이즌 탈에 다녀오는 길인데 생각보다 너무 늦게 끝났네요. 원래는 연합에 내일 아침 사람을 보내기로 했는데 지나가는 길이라 제가 가기로 했어요. 다이무스 아저씨가 연합도 술 파티를 하고 있을 거라 해서요."


  “릭 그 양반 앞에서는 아저씨라는 말 하지 마라. 울겠다.”


  그나저나 이 시간에 스무 살도 안된 여자애를 새벽 세시에 홀로 보내다니 너무한 것 아닌가.


  "호타루가 따라오고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시간에 혼자 다니지는 않는다구요."


  호타루라면 저번에 잠깐 본 동양인 소녀일 것이다. 독특한 옷을 입고 있어 기억에 남았다. 실력이 꽤 좋다고 하던데 아무리 그래도 스물도 안된 소녀들 아닌가. 


  멀리서 앨리셔를 찾는 동양인 소녀를 본 이글이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말도 안 하고 혼자 달려온 건 아니겠지. 어쨌든 둘이 있는 모습을 보여서 좋을 건 없다.


  "나한테 이야기했으니 됐어. 내가 내일 직접 앤지한테 이야기할 테니. 이만 집으로 돌아가 봐. 시간이 너무 늦었어."


  앨리셔가 호타루를 만나는 것까지 확인한 이글은 가로등 길에서 발길을 돌려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한번 도망치기도 했고,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다시 덤벼오진 않겠지. 


  어둠 속에서 거대한 나무의 잎 틈새로 살짝 비치는 달빛을 본 이글이 내일 아침 숙취에 시달리며 괴로워할 앤지를 볼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다. 필름이 끊겨 무대에서 신나게 노래했던 기억이 사라져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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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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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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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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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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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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