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落[몽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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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7 14:24:07
프롤로그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28008461
거대일식과 함께 영국남부에 나타난 의문의 도시,
포트레너드. 그곳에 사람들이 정착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한때는 군사기지로 사용되었지만
전쟁이 끝나고 군대가 철수한 이후 이곳은 이곳만
의 고유한 자원, [안개]를 채취하기 위한 채굴장이
되었다.
이 의문의 도시는 현재 포트레너드와 같은 거대일
식의 사생아인 사이퍼들의 관리하에 놓여있었는데,
이 점에 대해서 낙후된 도시인 디시카의 주민들은
많은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것은 차별이 낳은 차별의 결과였다. 사이퍼들은
오랜시간 배척당하고 이용당해왔다. 그렇기 때문
에 회사가 설립되고 연합이 결성된것이다. 그들은
소수이며 약자인 그들을 위해 뭉친 이익집단이었
고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사이퍼를 우대했다.
포트레너드의 외곽, 낙후된 도시 디시카의 흔하디
흔한 술집중에 하나인 [난장이의 붉은 코]에서는
한창 이런 낡아빠진 이야기가 진행중이었다.
"손에서 불이 나간다고? 사람을 얼린다고? 그깟게
뭐가 대수라고 사람을 차별하냐고!"
쾅!
남자는 있는 힘껏 손에 쥔 맥주병을 테이블에 내
려쳤다
"그놈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 몰매맞
을까봐 바닥을 기어다니던 놈들이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인간]님들의 위에 서냔말이야!"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있는대로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런 괴물들은 모조리 잡아다가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맞아 맞아. 옆에서 동의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여왕님은 대체 왜 그런 악마들을 내버려두시지?"
"이봐, 우리 대영제국의 지도자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여왕님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데"
옆에서 말없이 술을 홀짝이던 남자가 비웃으며
말했다.
"어휴, 그놈의 여왕님..여왕님... 얼굴도 본 적이
없으면서 유난은.."
그 말에 남자는 새빨개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삿대질하며 외쳤다.
"뭐...이.. 쓰레기 자식이.. 뭐라고 했어! 너같은 구
더기가 의심할 분이 아니야 그분은!"
"흥.. 그 잘나신 여왕님도 전쟁에서 애국자의 한쪽
다리는 지켜주지 못하셨나봐?"
모두의 시선이 자리에 선 남자의 의족을 향했다.
잠깐의 침묵. 그리고 격렬한 분노. 모욕을 당한 남
자는 손에 쥐고있던 맥주병을 상대에게 던졌으나
그것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뒷 테이블에 있는
군인의 등에 맞았다.
흩뿌려진 맥주로 더럽혀진 군복의 외투를 벗은 군
인이 테이블로 다가왔다. 나이로 봐서는 가까스로
20이 넘은, 30~40대가 모인 이 테이블의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머리에 피도 안마른 애송이였다.
군인은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누구야?"
"..."
"누구냐고. 늙은이들이 나이 먹어서 귀가 막혔어?"
"아니.. 애송이가 어디서.."
남자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군인이 그의 뺨을
후려갈겼기 때문이다. 그 일을 전혀 예상하고 있지
못했던 남자는 균형을 잃고 테이블 위로 쓰러졌고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안주와 술이 사방으로 흩어져
요란한 소리를 냈다.
의족을 하고 있는 남자가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를
들어 군인의 뒤통수를 내리찍은것이 싸움의 방아쇠가
되어 가게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그 난장판의 틈새로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신
의 검사가 한 명. 길게 늘어뜨린 새하얀 백발과 기묘
한 태도(太刀)가 인상적인 그의 한쪽 눈에는 세로로
길게 칼자국이 그어져 있었다.
검사는 여유롭게 눈앞에 벌어진 난장판을 읽기 시작
했다. 우선 군인 다섯명과 광부 아홉명이 싸움의 중심
이었고 술김에 엉겹결에 싸움질을 시작한게 또 열 명.
이쪽은 딱히 팀의 개념은 없다. 술과 고함과 피의 냄
새에 흥분에 달려드는 금수. 그저그런 인간들일뿐이다.
...여기까지는 흥미위주로 끼어들 수 있는 판이었지만
이 상황에 구석에 앉아 맛없는 오트밀을 꾸역꾸역
들이밀고 있는 검은 코트의 중년사내에 와서는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겁쟁이라면 이미 도망갔을테고 피에 흥분하는 짐승이
라면 이미 날뛰었을텐데, 너무 무관심하다.
탕!!!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가게에 총성이 울렸다. 머릿수
에 밀리기 시작한 군인들 쪽에서 총을 빼든것이다.
그 시점에서 검사는, 고민하기를 멈추고 군인들에게
달려들었다.
메마른 입술을 핥는다. 얕은 초연을 폐 깊숙히 들이마
시며 자신을 고취시킨다. 흥분으로 날뛰는 심장을 부
여잡고 뜨거운 피를 전신에 돌린다. 돌린다. 돌린다.
기어를 올린다. 미끄러지듯이 바닥을 기듯이 발에 박
차를 가한다. 한껏 긴장된 근육을, 고고한 비상을 위해,
날개짓한다!
타타닥!
물제비 치듯이 부드럽게 인파를 뚫고 사냥감 앞에 도
달한 검사는,
사악-...
하고 거대한 뱀의 몸뚱이같은 검을 휘둘러, 총을 쥔 남
자의 손을 한 치의 오차없이 절단시켜버렸다.
촤아악!!
권총을 쥔 손이 허공을 빙글빙글 돌고, 깔끔하게 잘려
진 손목의 틈새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나왔다.
아직이야! 아직이야! 아직이라고!
검사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멋들어지게 삼등분을 내 주지!
쉬이이익-
어느새 칼집으로 돌아간 칼이 칼집의 안쪽면과 부
드러운 마찰을 일으키며 사냥감에게 이빨을 들이미
려는 순간 검사는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껴 사냥감
에게서 한발 물러섰다.
탕!!!!
한 발의 차이로 검사와 군인 사이에 총탄이 지나가
가게 벽에 박혔다.
검사는 고개를 돌려 총이 발사된 방향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안그래도 더워보이는 면상에 더워보이는 검
은 코트를 입고 더워보이는 시커먼 장갑을 낀, 묵묵히
맛없는 오트밀을 위장에 들이붓던 중년의 남자가 있었
다.
그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권총을 들이민 채 검사를 조
준하고 있었다.
"멈춰라. 두번째는 없다."
"..호오...?"
검사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검사의 칼에 베
여 공중에 뜬 손목은 총을 꽉 쥔 채로 뱅글뱅글 돌다
가 마침내 바닥에 떨어졌다.
쿵...
다소 둔탁한 소리는 가게의 소란에 묻혀버렸으나, 손
이 잘린 군인의 비명은 모두를 현실로 끌어내렸다.
끄아아아아아악!!!!!
그는 뒤늦게 찾아온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고 절단면
에서부터 흘러넘친 피가 고인 바닥 위를 뒹굴며
발악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곧 정적을 불러왔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그저 분풀이 할 소란을 원했
을 뿐, 끝장을 보기를 원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들은
현실을 아는 겁쟁이들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주점에서 술을 먹고 어쩔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기 이전에 삽이든 곡괭이
든 들고 가서 사이퍼든 인간말종 교관이든간에 작
살을 내 버렸을 것이다.
난동을 부리던 손님들은 싸움을 멈추고 검사와 중
년의 남자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이 퍼졌다.
어느정도 그 움직임이 멈추자 그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하던 검사가 중년의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나에게 총을 겨누는 영문을 모르겠는데."
중년의 남자는 무덤덤하게, 그러나 눈빛으로는 어
딘가 꾸짖는듯한 모양새로 말했다.
"나야말로 영문을 모르겠군. 왜 죽이려고 했지?"
"음...."
검사는 말을 늘어뜨리며 살며시 검을 빼내려고 했
으나 상대방의 손이 더 빨랐다.
탕!!
발치에 박힌 총탄을 보며 검사는 휘파람을 불었다.
"대단해. 대단해. 너는 정말로 '단호하군'."
검사의 말중에 무엇인가가 남자의 심기를 건드렸
던지 살짝 눈썹이 찌푸려졌으나 그는 바로 표정
을 되돌렸다.
"쓸데없는 소리를 할 마음은 없다. 여기서 나가라."
"음... 당신, '검사'를 상대해본적 없지? 검사란건
말야.."
검사는 살며시 상체를 굽히고 허리에 매여진 검을
풀었다. 항복의 뜻인가? 중년의 남자는 결코 그럴
일은 없을것이라 생각했지만 무턱대고 쏠 수는 없
었기에 그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검사의 발 빠르기는 군인의 손목을 벨 때 확인을
마쳤다. 전속력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칼의 길
이를 더하더라도 총이 빠르다. 적어도 두 번, 많
으면 세번까지 쏠 수 있다. 남자의 갑옷은 두껍지
않을것이다.
장신에 균형잡힌 몸매와 전투스타일을 봐서 이 검
사의 장기는 힘이 아니라 속도가 분명했다. 그리
고 무엇보다 성격. 이 검사는 근본적으로 인내가
부족하다. 부족한 인내를 재능과 노력으로 채우고
있을 뿐이다.
"...이봐. 아저씨. 내 말 듣고 있는거야?... 이제보
니 당신... 첫째 형을 좀 닮은것같기도 해."
"듣고 있다."
"하아...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마음이 바뀌었나?"
"당신말야, 내가 총탄을 튕겨내도 당황하지 않을
것 같단 말이지."
"...."
"이봐, 뭐 표정의 변화가 없어. 재미없게시리."
"...그러고보니 소문을 들은적이 있군. 백발의
고귀한 검사들의 가문에 대해서."
"하아.... 이거 눈치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검사가 중년의 남자를 향해 한 발자국 내민것
과 남자가 손에서 권총을 놓은것은 동시에 일
어난 일이었다.
권총과 그것을 쥔 손을 유심히 보고 있던 검사
는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검사가 중년 남
성을 향해 직진하던 것을 멈추고 옆의 굵은 기
둥으로 급하게 몸을 숨긴것과 동시에 사내는
코트에서 기관단총을 꺼내들었다. 자비없는
총탄의 비가 검사가 몸을 숨긴 기둥으로 쏟아
졌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검사는 기둥 뒤에 숨어 황당하다는 듯이 고래
고래 소리질렀다.
"야! 이 미치광이야! 미치려면 곱게 미쳐야지!"
중년의 남자는 그 말을 무시한채로 기관단총으
로 엄폐물을 두들겼다. 두 사람이 존재를 과시
하기 전 제멋대로 날뛰던 손님들은 이제는 얼
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사이좋게 몸을 숙이고
테이블 밑에 숨어있었다. 그들의 상황에는 상
관없이 중년의 남자는 묵묵히 총탄을 쏟아낼
뿐이었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달칵.
실제로는 몇 초의 시간이었을 뿐일테지만 검
사와 손님들에게 있어서는 영겁과도 같은 시
간이 흐르고 마침내 기관단총의 탄약이 다
떨어진 순간이 왔다.
이제는 필요없어진 총을 바닥에 버린 남자는
허리춤에서 최루탄을 꺼내 검사가 숨어있는
벽쪽으로 던지고 재빠르게 몸을 돌려 뒤에 있
는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최루탄 한개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는지 연이어
두개를 창문을 통해 던졌다.
가게는 순식간에 연기로 가득찼고 패닉에 휩싸
였다. 손님들은 눈물콧물 다 쏟아내며 앞다투어
가게를 뛰쳐나가기 시작했고 검사는 이를 악물
고는 근처에 버려진 넝마를 주워 눈에 띄는 흰
머리를 감춘다음 허리를 최대한 숙이고 뛰쳐
나가는 손님들에 섞여 도망쳤다.
*
댓글 달면 데이트 신청합니다. 달면 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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