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제이클리브] 이거 무기명 처리 안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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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진짜왜하지 [70급]

2018-04-02 13:03:50


※ 만우절에 트위터 이벤트로 썼던 글을 조금 수정한 글입니다. (eu:공홈에 올리기엔 쬐금 높은 수위 땜시롱) 몸에 좋고 맛에 좋은 제이클리브는 어떠신가요. 사약 츄라이츄라이.




 


 자, 써볼까? 당신과 마주한 세상의 진실 된 이야기… 잠깐, 이걸 하면 익명 보장이 안 되잖아.


 원래 이런 날은 거짓말인척 진심인 이야기를 하기 딱 좋지 않습니까? 그런 말도 있다고요. ‘만우절의 사랑고백은 오로지 겁쟁이들만이 하는 짓이다, 거짓말쟁이들이 아니라.’ 누가 말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 아주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거짓말은 재미가 없잖아요. 진심인 사람들이나 재밌겠지.


 물론, 전 지금부터 겁쟁이가 아니라 거짓말쟁이인척 할 테니 방금 한 말은 모른 척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만우절 거짓말은 제가 거짓말쟁이인척 하는 거니까요. 이건 그래도 재밌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러면 무슨 이야기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절대로 백업은 오지 않는 주제에 내 막타는 다 처먹고 입만 털어대는 우리 팀 원딜 이야기? 쓰러지면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기자를 두고 1평 지옥에 가둬놓기를 취미생활로 하는 적 팀 탱커 이야기? 아니면… 온갖 스킬을 평타로 다 끊어먹는 여자 이야기?


 으, 생각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군. 아무튼, 내 안의 분노가 완성되어서 E키를 누르기 전까지는 난전에 자신 없는 기자가 겪기에 저 변태들은 너무 어려운 사람들이예요. 예? 내 안의 분노가 완성되는 건 다른 사람 아니냐고요? 이건 무기명 투고니까 괜찮습니다.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아, 그래. 평타로 사람 열 받게 만드는 여자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 난 솔직히 그 여자가 약쟁이라고 생각해요. 엑셀레이션을 사탕 집어먹듯이 남용하는걸 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겁니다. 쿨타임마다 먹는 모양이던데 그 정도면 예사 약물중독자가 아니잖습니까.


 쿨타임 마다 엑셀 빠는 건 어떻게 알았냐고요? 어… 음…….


 사실대로 말하자면 전 그 여자한테 약간의 억하심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여자를 취재…가 아니라, 만나려고 했다가 죽을 뻔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죽다 살아난 저한테 사과를 해주기는커녕 ‘이 이상 내 뒤를 캐면 내 손으로 확실히 죽여 버린다’라고 협박을 하지 뭡니까. 미쳤다니까요.


 …그런데 제가 더 미쳤더라고요. 그게 아니면 죽을 뻔한 일을 연달아 겪어서 심장의 흔들다리가 미친 듯이 흔들렸거나. 그, 사람을 죽이는데 조금도 고민을 하지 않을 것 같은 눈을 보니까 지금 이 여자 손에 죽더라도 정보는 다 캐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뭐라더라, 운명에 데스티니?


 그래서 열심히 취재를… 아니, 뒷조사를 하는데, 진짜 이 여자에 대한 건 남은 게 없더라고요. 누군가 처리한 게 아니면 말이 안 될 정도로 철저하게 정리되어 있다니까요. 이렇게 된 이상 본인의 의견을 들어야하는데, 그 본인도 자기가 움직일 때 아니면 안 나타나거든요. 4주먹보다 암담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제가 누구입니까. 기자…가 아니라 무기명 투고자 아닙니까. 그래서 매번 단 둘이 있는 곳에 그 여자를 불러내 인터뷰를 요구했죠. 어렵지 않느냐고요? 본진 안에 있는 우리 팀 남겨두고 혼자서 4번 타워 앞에서 립 먹고 있으면 거의 오기 때문에 불러내는 건 쉽습니다. 살아남는 게 어렵지.


 저는 여러 번 그 여자와의 대화를 시도했습니다만, 그 여자는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뭔가를 물어보는 것과 동시에 니들 소배트가 날아왔고 곧 스프리건-탑스핀이 돌아왔습니다. 좀 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방템을 두르면 거기에 타임 투 다이까지 벽궁으로 넣고는 사라졌죠.


 저는 클리브 트롤새X 고의트롤로 신고한다는 팀원들을 무시한 채로 다음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대화를 시도하고자 하는 노력이 의미가 없다면 그 여자가 제게 대화를 하러 오게 만들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어그로를 끄는 것이었죠. …아차, 저 클리브 스테플 아닙니다.


 하여간, 그 여자를 상대로 어그로를 끄는 것은 그 여자를 상대로 살아남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었습니다. 일단 싫어하는 게 명확하지 않습니까. 저는 웨슬리 슬로언을 열심히 챙겼습니다. 백업도 열심히 가고 립도 양보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집에 화가 난 제이 헤이스팅스가 와있더군요.


 드디어 그 여자와 문명적인 행위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매우 뿌듯하더군요. 솔직히 길가다 마주쳐서 목 따이고 딱콩딱콩 스킬 캔슬 당하는 건 그다지 인륜적인 행위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그 여자가 과학이 낳은 마법지팡이를 들고 있긴 했지만 보아하니 정말 쏘려는 건 아닌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여자가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어 하는 말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척, 아주 일상적인 말을 꺼냈죠. 생각보다 일찍 와주셨군요, 헤이스팅스씨. 목욕부터 하시겠어요, 식사 먼저 하시겠어요? 아니면… 저?


 그랬더니 관자놀이 옆을 스치고 무언가가 지나가더군요. 그렇게 정말 아슬아슬한 거리에 총알 자국이 남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심각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죠. 그 여자가 소음기를 달고 왔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걸 왜 달고 왔겠습니까?


 저는 살기 위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내렸습니다. 거기서 그 짓을 왜 했느냐고요? 에이, 암만 제가 제대로 된 정보를 캐내지 못했어도 그렇지. 설마하니 제가 그 여자가 잘생긴 남자를 상대할 때만큼은 얼굴을 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 같습니까?


 저는 살기 위해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방 안에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단추를 몇 개 내렸습니다. 미인계였죠. 솔직히 믿는 구석도 있었습니다. 그 여자가 저를 한 떨기 코인으로 만들 때의 일입니다만, 그때도 얼굴은 안 쐈었거든요. 다른 데를 쏴서 제 괴로워하는 얼굴을 보기는 했지만, 뭐…….


 그러자 그 여자가 총을 내려놓았습니다. 아마도 잘생긴 남자에게는 비교적 자비롭다는 추측이 맞아떨어진 모양이더군요. 예? 그런 추측을 어떻게 했냐고요? 못생긴 남자는 세미 벌집으로 만들어버리고 잘생긴 남자는 얼굴만 빼고 조지는데 그걸 못 알아차리면 기자 프레스 내려놓아야지요.


 총을 내려놓은 그 여자가 소파에 앉아서 담배를 무는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분명 머리로는 여기서 담배 피우시면 안 된다고 말하자고 생각했는데, 몸은 작년 겨울에 말려 죽인 화분을 재떨이로 내어줬지 뭡니까. 제가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담배를 무는 입술이 예뻐보여서였나?


 혹시 그 여자를 가까이서 본 적 있습니까? 전 그때가 목숨의 위협 없이 그 여자를 마주한 첫 순간이었는데… 뜬금없이 예전에 읽은 헨리 제임스의 <아메리칸>이 생각나더라고요. 노부인이 ‘미국인 여성들이 무척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지만…….’ 어쩌고 하는 장면 있지 않습니까.


 그 노부인이 피레네 산에서 만났다던 미국 여자도 그렇게 생겼을까요? 그래서 이상한 표현이 가득한 편지나마 오래도록 보관하며 그 기억을 간직하고 싶었던 걸까요? 저에게는 왜 회색이 도는 푸른 눈동자가 뭘 하냐는 듯이 저를 올려다보던 그 순간을 기억할 물건이 재떨이가 된 화분 밖에 없을까요.


 이미 죽어버린 화분을 완전히 시체로 만들고서 그 여자가 말했습니다. ‘원하는 게 뭐야?’ 흠, 혹시 그 말을 하는 그 여자를 눈앞에서 본적 있습니까? 방금 전까지 담배를 물어서 립스틱이 반쯤 지워진 채로, 입술을 움직이고 혀를 굴려서 원하는 게 뭐냐고 묻는 그 여자 말입니다.


 없다고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걸 본 사람이 더 있다면 저랑 비슷한 상황에 봉착한 사람이 더 있을 테고, 그럼 분명히 티가 날 테니까요. 아, 그것만 생각하면 제 안의 페르소나 게이지가 쭉쭉 올라 결국엔 E키를 누를 것 같은 기분이 된답니다. 정상이 아니죠.


 저는 나름대로 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그 여자가 화분에 담배를 비벼 끄는 그 순간에 제가 상태이상에 걸렸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늘 맞는 빙결이나 청력상실과는 달리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죠.


 그 종류가 무엇이든 간에, 상태이상이란 당하는 사람은 원하지 않는 일정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특수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 말이 그 여자의 C키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말로, 진실로 그 순간 가장 원하는 것을 말하고 말았습니다. 코히바 피라미데 맛이 궁금하다는 거요.


 그러자 그 여자가 가볍게 이마를 구겼습니다. 금방 그 여자가 피운 것이 마지막 담배라는 것을 우리 둘 다 알고 있었거든요. 그 여자는 ‘귀찮게 쫓아다니더니’, ‘여기까지 오게 만들더니’ 등등 제 욕을 제 앞에서 했습니다. 그러고는 자기 턱을 꼿꼿하게 들어 올렸습니다. 궁금하면 직접 맛보라면서요.


 지난 몇 주를 날려먹고 겨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만들었는데, 그 상황에서 하는 짓이 그 입술을 틀어막는 것이라니. 정말 고의트롤이나 할법한 짓이었지만 전 정말로 그 입술이… 아니, 남미에서 온 시가 맛이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허락 받은 일에 충실했습니다. 약간 차갑지만 부드럽더라고요.


 담배 맛 치고 특이하다고요? 아, 그렇지. 우리 지금 담배를 이야기 하고 있었죠……. 잊고 있었네.


 그렇게 입술을 떼어냈더니 그 여자가 본론을 꺼내더라고요. ‘알고 싶은 건 그게 다야? 고작 키스 좀 하고 싶어서 날 그렇게 귀찮게 쫓아다닌 건가?’ 엄청 살벌한데 그 와중에 입술이 간지럽히는 숨결은 또 너무 달콤하더라고요. 하지만 전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소음기가 제 가슴팍을 꾹 눌렀거든요.


 이런 일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니… 아니, 그러니까 인터뷰를 할 대상과 눈 맞아서 키스를 한 게 처음이 아니란 소리가 아니라 목숨을 위협 받은 게 처음이 아니라고요. 하여간, 그래서 전 입 다물고 있었습니다. 침도 꿀꺽 삼켰고요. 그리고는 살려달라는 염원을 담아 그 여자의 입술을 쳐다봤습니다.


 그랬더니 그, 새파랗고 흉흉한데 의외로 맑은 눈동자가 제 얼굴을 훑어 내렸습니다. 눈썹, 콧날, 입술, 턱. 그리고 조금 더 거리를 벌려 목덜미를, 아까 풀어놓은 셔츠 사이의 가슴팍을. 좋았냐고요? 끝내주게 쫄리던데요. 우리 팀 다 전광판 가있는 사이 혼자 기방할 때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전 그 여자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뚜벅이를 먼저 조질까로는 고민해도 사람 죽이는 걸로는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란 건 알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그 여자가 저를 죽이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게 만들도록 애썼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자비심이 들게끔 불쌍한 척을 하는데 그 여자에게는 그런 것이 먹히지 않아서 최대한… 그럴싸한 남자인척 하려고 애썼죠. 그 사람 죽일 것 같은 눈동자가 제 어깨를 훑는 게 느껴지는데, 야근하고 죽을 것 같은 나날에도 꿋꿋하게 운동했던 보람이 막 느껴지더라고요.


 다행히 이번에도 먹혔습니다. 그 여자가 소음기를 단 총을 내려놓자마자 이번에는 코트를 벗었습니다. 소매 단추도 풀고 팔도 걷었고요. 어쩐지 낚시용 떡밥이라도 된 기분이었지만 일단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지금부터 그 여자의 기분을 또 상하게 만들 건데.


 그러고 보니 헤이스팅스씨, 혹시 켄 제이미슨이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연방정부 최고의 권력자라고 칭해지던 사람인데, 올해 초에 뉴욕 한복판에서 총에 맞아서 죽었거든요. 목격자가 한 명도 없어서 범인이 누구인지를 모르는데, 사람들이 말하길 그 자의 수행원이 범인이 아닐까하고…….


 이번에 제 말문을 막은 것은 그 여자의 총이 아니라 손가락이었습니다. 길고 가느다랗지만 울퉁불퉁하게 굳은살이 박인 손가락이 제 셔츠 위를 미끄러졌거든요. 마치… 내가 총이 없다고 너를 못 죽일 것 같아? 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장난 아니게 쫄리는데 동시에 설레더라고요. 뭐, 미쳤다고요? 아직 상태이상이 덜 풀려서 그런 걸 제가 어떻게 합니까. 보통 그런 건 불가항력이라고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는데, 방 안이 너무 조용한 탓인지 그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였습니다. 아마 그 여자도 그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제가 침을 삼키자마자 그 여자의 오른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거든요. 음, 그게 아니면 사실 마인드 리더라서 제 속마음을 들었거나.


 갑자기 그 여자가 저를 보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더군요. 아무리 제가 겁에 질렸어도 ‘당신이 저랑 더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말 안했냐고요? 음… 제가 아까 상태이상에 걸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순순히 말해버렸죠.


 그러자 그 여자의 손가락이 제 넥타이를 완전히 풀어 내리더라고요.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네가 허튼 짓만 안하면… 아, 이 말을 하고 나서는 단추를 하나 더 풀던데 정말 숨도 못 쉬는 줄 알았지 뭡니까. 끊지 말고 계속 말하라고요? 거참 인내심이 제이 헤이스팅스 수준이시네.


 넥타이를 풀면서 ‘네가 허튼짓만 안하면’, 단추를 하나 더 풀면서 ‘네가 원하는 대로’, 맨 가슴팍 위에 손가락을 미끄러트리면서 ‘해줄 수 있는데’.


 정신줄 잡기가 출혈뎀에서 살아남기보다 어려웠지만 저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썼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 여자는 제 생각보다도 훨씬 더 저를 마음에 들어하는 게 분명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전 평타 맞고 뒤졌을 테니까요. 켄 제이미슨처럼.


 하여간 그 여자의 뜻은 명확했습니다. 그린라이트란 소리였죠. 아마도 이렇게 누군가의 입을 다물게 하나 것이 처음은 아니리란 확신이 들었지만, 상관없었습니다. 지금 당장 살면 다른 방법으로 뒤를 캐면 되지 않습니까. 이렇게 한 번 살려준 걸 봐선 다음에도 한 번 더 살려줄 것 같고.


 메이어 헤이스팅스가 비명행사한 뒤로 그 여자가 뭘 하고 지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지만, 기자의 감으로 찍어보건대 분명 누구 하나는 그녀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홀려 제 목을 내놨을 겁니다. 그게 아니면 그런 식으로 속삭이는 것에 능숙한 것이 설명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 여자가 저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여기에 적을 수 없지만, 그때의 제 생각은 쓸 수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그 시간 동안 대체 뭘 하고 살았기에 꽁지머리 휘날리며 사람한테 총을 쏘고 다니던 소녀가 능숙하게 목소리를 내리깔고 듣고 싶은 말만 골라 귓가에 속삭이는 어른으로 자랐을까요.


 눈치 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여자가 제가 원하는 것을 들어줬다는 것은 곧 제가 얌전히 있기로 약속했다는 것을 뜻한답니다. 저는 그 여자에게 더 이상 묻지 않을 것을 약속했고, 그 여자는 그 낮은 목소리로 제가 듣고 싶은 말들을 더 들려주었죠. 더 없느냐고요? 어허, 이 사람이 정말.


 그 여자가 돌아간 후에 저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러니까 켄 제이미슨에 대해 묻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만 말입니다. 어차피 그 여자에게 연관된 사건은 그 것만 있는 게 아니었거든요. 잘은 모르지만 묻고, 따지고, 뒤를 캐볼 거리가 제가 낸 기사보다 많을 걸요?


 그 여자가 쫓아와서 화내지 않았느냐고요? 캬, 정답입니다. 바로 맞추셨어요. 출근해서 의자에 앉는데 제 책상의자 한편에, 그러니까 제가 앉았다면 머리가 있을 바로 그 위치에 총알 자국이 남겨져있던 때도 있었다니까요. 예상대로 사람 협박하는데 아주 도가 튼 사람이더라고요.


 하지만 저도 협박에 굴하지 않는 것에 도가 튼 사람이란 말씀! 개의치 않고 계속 조사를 했죠. 그 여자와 관련된 굵직한 사건들은 보통 신문에 다 찍혀있어서 뒤따르는 것 자체는 1신 뚜벅이 쫓아가는 것만큼 쉬웠어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죠. 증언을 들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


 정말, 아무도 없더라고요. 하다못해 그 여자가 어릴 적에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도 단 한 명도 남아있지를 않아요. 표현이 좀 이상할 수도 있는데… 그 여자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사라졌지 뭡니까. 실종됐거나, 자살했거나, 살해당했거나.


 그걸 깨달은 게 아마… 겨울이었던가요? 분명 멀쩡히 살아있는 줄 알았던 사람이 찾아가니 이미 화장까지 마친 유해가 되어서 납골당에 놓여있지 뭡니까. 여기까지 온 게 아쉽기도 해서 그 비석 위에 손을 얹고 능력을 사용해봤는데… 그 여자의 기억이 보이는 거예요.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그 여자의 행적을 추적할 요량으로 찾은 납골당에서, 늘 끼던 장갑과 눈에 띄는 모자를 벗고 서있는 제이 헤이스팅스의 모습을 읽어내는 게 얼마나 소름 돋는 일인지 아십니까? 하물며 그 기억이 저한테 ‘아직도 모르겠어?’라고 묻는다면.


 손을 뗀 순간 왜 추적이 힘들었는지를 알겠더군요. 정말 누군가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행적을 쫓는 것을 싫어하는 그 누군가가 자신이 살아온 증거가 되는 것들을 다 제거한 모양이더라고요. 완전 무섭지 않습니까? 그런데 전 두렵기보다 설레더라고요. 방금 본 그 여자의 모습이… 좀 즐거워보여서.


 그래서 제가 고백하고자 하는 내용이 제 변태 같은 취향에 대한 거냐고요? 음…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제가 고백하고자 하는 취향에 대한 건 아직 이야기가 안 나왔는데요.


 저는 그 여자가 지금 저에게 자신을 과시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컷들이 암컷들에게 자신이 쓸 만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요. 만약 그 여자가 짝짓기철의 수컷이었다면 성공적으로 짝짓기를 했겠지만, 그 여자는 인간이고 수컷도 아니었지요.


 그 여자는 오로지 저를 겁주기 위해서 자신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아무도 의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에 능숙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죠. 이유가 뭘까요? 제가 두려워하는 꼴을 보기 위해서? 그게 그 여자에게 어떤 이득이 있습니까?


 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여자가 그날 저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를 깨달았을 때로요. 그 여자는 외모가 썩 뛰어나지 않은 남자에게는 전혀 자비가 없고, 반반한 얼굴을 가진 남자에게는… 그다지 자비가 없는 사람입니다. 얼굴을 안 때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패는 건 똑같거든요.


 그렇다면 문제. 잘생긴 남자의 얼굴은 건드리지 않지만 심장에 대고 총질하는 것은 망설이지 않는 여자가 저를 죽이는 대신, 이 모든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 저를 겁주기만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1. 나중에 죽일 예정이다. 2. 갑자기 자비로워졌다. 3. 죽이기에는 아깝다.


 그렇죠, 그 여자는 저를 죽이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하는 중일 겁니다. 제가 하는 짓이 고까울리 없으니, 그 여자의 아쉬움은 온전히 제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쉽게 말해, 제 얼굴 같은 것 말입니다. 채금 90일 먹을 개소리라고요? 하지만 그것 말고는 마땅한 이유가 하나도 없잖습니까.


 그 후 저는 좀 더 적극적으로 그 여자의 신경을 긁었습니다. 대놓고 말을 걸기도 하고, 그녀의 휴식을 방해하기도 했죠. 그걸 한 사흘하고 나니 그 여자가 결국 제 멱살을 잡더군요. 총도 꺼냈는데, 이번에는 제 가슴이 아니라 턱에 그걸 갖다 대더군요. 아마 화가 많이 났었나 봐요.


 무슨 말을 할지 뻔해서 제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진작 죽여 버렸을 텐데, 사흘씩이나 참아주시다니. 제 생각보다 제가 더 마음에 드셨나봅니다, 헤이스팅스씨?’ 아, 물론. 그 여자가 방아쇠를 당기지 않을 것을 알고서 한말이죠. 말했잖습니까, 얼굴은 안 쏘더라고.


 예상대로 그 여자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뭐, 제가 안 죽고 살아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아닙니다. 대신 아주 자존심 상한다는 얼굴로 담배를 물더니, 제 턱을 쥐고 얼굴에다 담배 연기를 뱉었거든요. 평생을 비흡연자로 살아온 제게는 너무 독한 연기였죠.


 참아보려고 애썼지만 저는 이내 기침을 하고 말았습니다. 고개를 돌려 그 연기를 피하려고 했는데 기어이 제 턱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 연기를 고스란히 삼키면서 기침을 했습니다. 어찌나 독한지 눈물까지 흘렸다니까요.


 그랬더니 그 여자가 아주 만족한 얼굴로 그러더군요. ‘지금 네 얼굴이 X같이 마음에 들어서 짜증나. 그러니까 좀 더 괴로워해봐.’ 마음에 안 들면 놓아주지, 꼭 사람을 더 울리기나 하고. 듣던 대로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사이코더라니까요. 아주 마음에 꼭 들게.


 그래서 아까부터 제가 말하고 싶어 하던 궁색한 거짓말입니다만, 전 그런 변태가 제게 집중하는 걸 아주 좋아한답니다. 정확히는 저 때문에 안달내고 화내는 것을 좋아해요. 생각만 해도 오싹하지 않습니까?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사람이 나 때문에 자신답지 않은 짓을 한다니요. 최고죠?


 변태 같은 취향이라고요? 그건 저도 압니다. 그래서 만우절에 편승해 거짓말인척 말하고 있는 거고요. 4월 1일은 자기한테 방해된다고 국회의원씩이나 되는 사람을 뉴욕 한복판에서 죽여 버린 여자가 나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이 너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날 아닙니까.


 제가 아까 말했듯이 만우절의 고백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오로지 겁쟁이들이나 할법한 짓입니다. 그 여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같잖은 짓’이죠. 하지만 저는 탱커 뒤에 숨는 게 일인 슈퍼 겁쟁이라서 그것 밖에 못합니다. 음, 기왕 같잖은 짓 한 김에 좀 더 치졸한 말 한마디만 더 할까요?


 아마 이거 써서 올리면 바로 그 여자가 쫓아올 텐데… 음, 헤이스팅스씨. 사실 저는 당신이 썼던 모든 물건에 능력을 써봤답니다. 이동기가 세 개씩이나 있는데다 이속도 280인 당신을 따라잡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그건 정말 쉬웠어요. 당신은 하루에 담배를 한 갑씩 비우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당신이 제게 드러내려 하지 않았던 사실들도 실은 알고 있답니다. 당신이 남긴 기억이 전부는 아니지만, 남아있는 감정의 파편들을 다 주워서 모아보니 대충 거기 있던 진심이 뭔지는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말하는 건데.


 당신에게 휘둘리고 쫓기는 것을 좋아해서 그렇지, 저는 근본적으로 적극적으로 임하는 쪽을 더 좋아한답니다. 특히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그 일들을 해보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뭐 딱히 실행해본적은 없지만, 당신이 상대라면 이론도 실전처럼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전 지금 그런 기분이거든요.


 어때요, 당신이 상상하던 것보다도 더 당신 취향의 남자이지 않습니까? 이런 남자 어디 가서 못 만나요. 얼굴도, 몸도, 목소리도, 하다못해 템트리 취향도 당신에게 맞춰줄 수 있는 남자가 저 말고 또 있을 리 없잖아요. 그걸 아니까 당신도 저를 죽여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 테고요.


 그러니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장소 같은 것들은 기록으로 좀 남겨주세요. 데이트 신청의 기본은 상대의 취향에 맞춰주기인데 당신에 관한 건 신문에 박제된 것 외에는 하나도 남아있지를 않거든요. 물론 아예 모르기에 사이코 메트리 능력은 현실 씹사기템이지만 말입니다. 하하.


 음, 여기까지가 제 만우절 거짓말이었습니다. 이제 할 말 다 했으니 거짓말 하나 없는 후기나 좀 남겨보죠. 혹시 제가 쓴 이야기를 보고 피가 거꾸로 솟으신 여성분이 계시다면, 다음 주 금요일 저녁에 저랑 식사나 같이 하시죠. 제가 술사겠습니다. 그쪽 분이 좋아하시는 정장도 입고 나갈게요.


 비록 작년에 큰맘 먹고 맞춘 쓰리피스 정장이지만, 당신 손에 구겨진다면 구멍 난 제 통장과 비싼 정장도 아주 기뻐할 텐데… 거절 안하실거죠? 그렇죠? 믿고 있을 테니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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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레이디 YES NO 내 맘 알지? 성공! 뜨헉! 하아? 힝-
좋구나~ 후후후... YES NO 하- 감히! 이녀석들! 그땐 그랬지
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허~허~ 아, 아니... 헐! 흠흠... 끄응... 시, 식은땀이.. 엥? 후어어..
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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