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iny blue Lady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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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6 23:21:04
Rainy blue
눅눅한 하늘을 소녀는 올려다보았다. 어떤 전조, 한 방울의 예보가
소녀의 얼굴에 떨어져서는 아래로 흘러내렸다. 눈물과 같이.
생각하는것을 잊어버리고 느끼는것을 그만두는것은 불가능하다는양
차가운 빗물이 볼을 스쳐 목줄기를 훑는다. -비가오는것이다.
비를 피해 더 어둡고 침침한곳을 향한다. 썩고 문드러지고 무너져내
리는것들이 고이는 늪으로 향한다. 이제와서 그럴수밖에없는 자신을
혐오하지는 않는다.
모든것은 어쩔수밖에없고 그럴수밖에없다. 어린 아이가 할수있는것
은 많지않다. 그것도 소녀가 할수있는일은 더더욱 적다. 배고픈것이
싫어서 어른들을 따라간 아이들도 많다. 그러나 꼭 돌아와 도와주겠
다고했던 아이들중에 어느 한명도 돌아온적이없다.
그들이 그 삶에 만족해버려서, 이 시궁창이 싫어서 이 늪이 싫어서
이 어둠이 싫어서 돌아오지않는것일수도있다. 삶이 너무나 치열해서
오지 못하는것일수도있다. 하지만 그 많은 아이들중에 어느 한명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것이 남은 아이들을 불안하게만들었다.
그런 아이들의 불안을 가끔씩 찾아오는 어른들은 내버려두고 때로
충동질했다. 어쩌면 그들이 원하는 아이의 수는 매번 정해져있고
그 수보다 버려진 아이들이 훨씬 많았기때문에 아이들의 혼란과 불
안을 저울질하여 아이들에게 풀리지 않는 밧줄을 묶고 보이지 않는
낙인을 찍는것인지도 모른다.
그 모든것은 소녀 혼자만의 생각일뿐. 그러나-그러나- 그렇게 생각
하는 소녀조차도 벗어날수없다.
소녀는 그 모든것들이 더럽다고 느꼈다. 세상은 더러운것들로 가
득차있어. 이렇게 사정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에도 씻겨나가지 않는
검고 질척하고 냄새나는것들로 가득차있어.
소녀는 상상한다.
이 도시가 모두 잠겨버릴정도로 비가 온다면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일년이고 비가 온다면 그래서 모든것들이 잠들어버린다면 그 다음
에 꽃이 피어날지도 모른다. 풀이 돋아나고 나무가 자라고 새가 지
저귈지도 모른다. 안개와 연기 오물과 때와 악취 그리고 기계와 어
른이 사라진 다음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새로 태어날것이다.
그런 예감과 예지가 떠오를때면 그녀는 알수없는 전능감에 사로잡
히고는했다. 그런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온다면 반드시 보고싶다.
소녀는 본적없는 푸른 하늘과 올바른 대지를 가슴에 품었다. 흐르지
않고 썩어가는 운명에서 벗어난 단 하나의 정갈함으로서 유일함으
로 삼았다.
비와 같이 눈물이 흐른다-.
Lady Blue
소녀와 소녀는 만났다.
나는 세계를 바꿀 여행을 하고있어.
세계를 ...바꾼다고요?
나는 그럴수있는사람이니까.
세계가 바뀔수있나요? 나는... 모르겠어요.
바뀔수 없다고 생각하는게 더 이상한걸.
....
저기, 나랑 같이 가자.
예? 어디로요? 저는... 여기서 살아왔는데요...
너, 여기 있는거 싫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거죠?
얼굴에 쓰여있어.
예? 저는 얼굴에 아무것도 쓰지 않았는데요..?
아하하 완전 웃겼어. 그거 방금 노린거지?
예.........?
아 방금 표정도 완전 웃겨. 너 나랑 같이 가자.
왜... 제가 당신같은 이상한 사람을 따라가야하죠?
내가 널 마음에 들어하니까!
전 당신이 싫어요.
그만큼 내가 널 좋아해줄게!
....
어때?
....나는 당신의 도움이 되지 못할거에요.
상관없어. 나는 그저 친구가 필요할뿐이고 넌 재미있어보이니까.
내 이름은 마를렌 르 블랑. 잘 부탁해.
샬럿..이라고 불러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