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제목 진짜 못정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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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월화씨 [83급]

2016-09-08 19:48:30











Boxer



미국식bɑ:ksə(r) 영국식 bɒksə(r)



1. 권투 선수   2. 복서(코가 납작하고 털이 부드러우며 몸집이 큰 개)




























허름하고 낡은 벽, 오래되어 삐걱거리는 나무판자 바닥. 가스등으로만 의지되는 희미한 불빛.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의 흔적을 닦고 지나간 술집은 오늘도 건배 소리로 왁자지껄 시끄럽다. 빌로시티와 코어레너드를 연결한, 화려하지는 않지만 활기찬 곳. 리버포드의 밤은 오늘도 즐거운 웃음이 가득하다.



술 집 안으로 가까이 들어서자 다양한 인종부터 시작해 연령도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흉터가 많은 자도 있고, 어딘가 사나운 인상의 사람도 있으며, 그와 다르게 어딘가 얌전하게 살았을 법한 모범생 같은 자들도 보인다. 다만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웃고 있다. 어지러움 속에서 묻혀나는 조화로움. 그것이 바로 지하연합이었다.



카운터 너머 한 쪽 구석이 유별나게 소란스럽다. 그 곳에는 거구의, 다부진 근육을 가진, 상체를 입지않고 노출시켜버린 남성이 맥주를 들고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성별, 나이를 구분치 않은 다양한 사람들이 그 호탕한 거인의 농담에 하하 호호 웃고 있었다. 거인의 남자는 한참을 자신의 친구들인 것같은 사람들과 웃고 나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소변이 마려웠다. 그래서 자신의 친구들에게 잠시 실례하겠노라고, 말을 한 뒤 발걸음을 화장실로 옮겼다.



화장실은 굉장히 비루하고 남루하다. 솔직히 이렇게 낡아터진 가게의 위생이 얼마나 좋겠냐마는, 거구의 남성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미 익숙했던 것도 있겠지마는 그는 이런 것들이 오히려 정겹고 친근하다. 다만 화장실의 변기라던가, 그의 몸에 비해 너무나도 작아서 불편한 점만 사라졌으면 좋겠지만.



시원하게 볼 일을 본 뒤, 남자는 잠시 쉬러 술집 바깥으로 나왔다. 어둑어둑한 어둠의 여신이 치맛자락을 펼친 이 밤, 서늘한 바람의 공기를 마시며 남자는 어쩐지 시원함을 느낀다. 푸르르, 머리를 털고 밤하늘 위로 떠오른 밝은 달을 올려 본 남자는 자신의 양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어쩐지 오늘은 오른 주먹이 더욱 파랗게 빛나는 것 같았다.





아론 휴톤. 지하연합의 에이스.






그러고 보면 정말 많은 세월이 지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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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돌이켜 생각해보자면 그와의 첫 만남은 아마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뼈가 사무치도록 추운 겨울.



그 날의 만남은 특별했다. 눈이 내리던 날이었으니까. 그동안 아이리쉬 갱으로 살아오며 덧없는 인생만 보내기를 몇 년이었다. 아일랜드는 어차피 치안이 그렇게 좋은 동네는 되지 못했고, 아일랜드 국민들은 언제나 브리티쉬들에 대한 증오가 가득한 채, 역사적으로부터 항시 으르렁거렸으니 말은 다했다싶지. 그러나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의 아일랜드인으로써, 영국을 좋아하는 녀석은 바보가 아닌 이상 없는 게 당연하지.


평소처럼 하릴없이 백수마냥 술집으로 발을 옮겼다. 휴톤은 분명 갱스터였다. 그러나 그것은 조직배 수준의 그런 것이 아닌, 자신의 친한 친구들과 형성한 ‘무늬만 갱스터’인 그런 조직의 소속이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이미 건장한 체격과 무시할 수 없는 복싱 실력, 그 누구에게도 패배하지 않을 것 같은 정신과 그리고 무시무시한 오른손. 그것은 모든 양아치나 갱들로부터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그리고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많은 갱단들로부터 경계 받는 대상이기도 하였으며, 스카웃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 것이 걸리적거리고 귀찮기에 아론 휴톤은 스스로 갱스터가 되길 자처한 것이었다. 갱스터가 된다면 아무도 그런 어두칙칙한 세상에서 귀찮음을 느낄 이유도 없고, 자신은 자신대로 좋아하는 운동과 조금 더러운 일을 하게 되더라도 즐겁고 유쾌하게 인생을 즐기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렇기에서 그저 양아치가 아닌 갱단을 스스로 만들었던 것이다. 어차피 친구들은 그저 일반적인 녀석들이었으므로 실질상 1인 갱단에 지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 때 처음 보았던 것이다. 세계 1차 대전이 끝나고, 징집된 영국군에서 살아 돌아온 휴톤은 마음을 달래러 평소처럼 술집에 갔던 것인데, 기묘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자신도 192cm와 102kg의 거구였지만 그렇게 커다란 남성은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뒷모습만 눈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풍당당함이 어쩐지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하였다.



술집은 난장판이었다, 부서지고 깨지고 난리가 말이 아닌 그 곳에서 아론 휴톤은 기묘한 사내 어깨 너머로 보이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흑기사





아일랜드의 가장 거대하고 큰 힘을 가진 집단, 워낙에 뒤쪽 세계에서는 유명한지라 휴톤은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있는 그들의 얼굴들은 자신의 기억 속의 얼굴들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

 단 한 명에게 제압당한 집단. 그들은 서로 부상을 입고 서로를 부축하며 무기를 든 채 한 남자와 대치하고 있었다. 바로 자신이 보고 있는 기묘한 남자. 그들과 싸움이 있었음이 분명했다.


 휴톤은 문 앞에 서서 뒷모습만 보이는 커다란 남자를 바라보았다. 자신도 덩치는 못지않게 거대하건만 어찌도 그리 커다랗던지 휴톤은 자신보다 몸집이 큰 작자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하고 묘하게 호기심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곧 그 거구가 뒤를 돌아봐서 자신과 마주했을 때 휴톤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괴력으로는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던 자신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사실을.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저벅저벅 휴톤은 거구의 앞으로 다가갔다. 상대는 시가를 입에 물고 있었다. 시가 특유의 독한 향이 코를 아찔하게 만드는 것을 느꼈다. 주변은 모두 연기로 인해 콜록이며 기침을 하고 있었지만 휴톤은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그를 한참동안이나 노려보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야 상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아론 휴톤인가.”




 거구의 존재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으르릉거리는 듯한 것이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휴톤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그 눈을 바라만 보았다.




“네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부탁, 그 말을 끝으로 대화는 끝났다. 모두들 눈을 의심했다. 쿵하고 바닥을 찧는 소리가 들렸다. 기에 눌려 그쪽을 바라보지 않던 자들도 혹시 누가 바닥에 메다쳐지기라도 했나, 하며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들이 보게 된 것은 그들이 생각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아론 휴톤, 그가 스스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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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톤.”




그의 회상을 깨뜨리는 것은 젊은 여자의 목소리다. 휴톤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다. 굽이 높은 부츠가 있다. 그 끝에는 묘함을 주는 듯 칼날이 박혀있었다. 박쥐같은 날개가 유독 치명적이게 매력적인. 성숙하고도 나른한 듯한, 또 섬세한 분위기가 아린 목소리. 현재는 영웅의 애인이라고 알려진 존재.




“트리비아 카리나.”


“징그럽게 왜 헤벌쭉한 표정으로 풀네임으로 부르는거야. 당신 취했어?”


“잠깐 옛 생각 좀 하느라. 말이 심하구만.”


“딱 봐도 알겠어. 또 흑염이랑 만났을 때를 회상하던 거지?”


“호, 제법인데? 너 독심술도 하던가?”


“매번 술만 마시면 그 이야기를 하잖아. 하도 많이 들어서 귀가 닳을 정도야.”


“하핫, 내가 그렇게 자주 말했던가? 미안하구만. 하지만 말이야. 도저히 잊...”


“잊을 수가 없다고. 그 순간을.”


“이것도 내가 말했던가?”







 트리비아는 그저 피식, 하고 웃어보였다. 자신의 애인인 루이스 앞에서도 잘 보여주지 않는 밤의 여왕의 미소. 그것은 상당히 편안하고 여유로움 웃음이었다. 오랜 친구이기에 볼 수 있는 또 다른 특권이라면 특권일까. 어찌 보면 루이스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또 무언가의 보상심리가 느껴져서 딱히 굳이 루이스에게도 공평히 미소를 보여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둘이 연애하는데 트리비아가 알아서 잘하겠지, 싶었다.



 생각을 해보면 트리비아와도 어지간히 신기한 인연이다. 둘은 흑염 하이드의 최측근으로 상당히 총애 아닌 총애를 받던 두 사람이다. 지하연합에서 에이스들로, 수많은 어려운 임무들을 해내었다. 루이스가 나타나기전의 동료이자 파트너 사이라고 해야 했을까. 그러고 보면 트리비아도 웃음이 참 많았지. 휴톤은 다시 옛 생각에 빠져든다.



 하이드를 만난 이후로 휴톤은 오직 그를 위해서 싸우기로 맹세했다. 둘이 많이 대화를 나누었던 것은 아니지만 남자들만의 그런 것이 있었다. 설명하자면 느낌이 팍~ 온다고 해야 할까. 눈빛만으로도 무얼 바라는지 이해가 되고. 또 상대가 무얼 이야기하는지 알아듣게 되는. 도일과는 근육으로 부딪히며 술과 맥주로 다진 우정으로부터 비롯된 텔레파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 그것이 바로 흑염 하이드와 파괴왕 휴톤의 관계였다. 보스와 최측근 부하를 뛰어넘은 진정한 우정. 그것이 하이드와 휴톤이 아니었을까.




“미안하게 됐다.”


“제발 말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휴톤은 쩝,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긁적였다. 조금은 쑥스러웠던 것이 그의 솔직한 마음이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트리비아는 짓궂게 그를 나무라보았다. 그러곤 둘 다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둘의 입으로부터 튀어나온 입김이 새하얗게 허공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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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톤은 다시 회상에 잠기었다. 그가 이번에 떠올린 것은 2차 능력자 전쟁. 흑염이 죽은 이후에 대한 것이었다. 1차 능력자 전쟁은 단순히 일거리 때문에 빚어진 전쟁이었다 싶으면 2차 능력자 전쟁은 무시무시한 음모로부터 시작되었던 정말 큰 사건이었다. 트리비아는 1차 능력자 전쟁에서 그림자의 도시로 나아가는 법을 알아내어 흑염과 사이가 가까워진 이후였고, 덕분에 휴톤도 그렇게 트리비아와 친해져 둘은 2인조로 다녔다.



 호전적인 휴톤이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일단 달려 나간 뒤에 상황을 판단하는 일이 많았기에 트리비아가 휴톤을 제지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했었다. 다른 사람도 막지 못하는 것을 가냘픈 여인인 트리비아는 손쉽게 해내었다. 그리고 흑염 하이드와 그의 아들인 검은 두건 칼라가 죽었을 때, 그 때 이성을 잃고 날뛰던 휴톤을 진정시키고 침착하게 구해내었던 것도 그녀였다.



 대공황으로 인해 능력자들에게도 힘든 시기가 찾아오고, 그것 때문에 분쟁이 일어나 영국 정부는 포트레너드 자체를 치외법권 지역으로 지정해버렸다. 때문에 능력자들이 모여있던 포트레너드는 더욱 혼란만이 가중되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명왕과 흑염은 만나서 이에 대해 회담을 가지기로 하였다. 그들은 런던에 모이기로 약속 되었고, 흑염은 이번에 경험도 시켜줄겸 자신을 도울 사람으로 그의 이복 아들, 검은두건 칼라를 데려가기로 했다. 그리고 보좌관으로는 언제나 믿음직하던 자신의 두 친구인 휴톤과 트리비아를 뽑았다.



 평소에 웃통이나 벗어던지고 술집에서 맥주나 마셔대던 휴톤에게는 맞는 정장이 없어서 참으로 곤욕스러웠다. 그렇게 몸에 꽉 끼는 옷이 어찌나도 답답하던지. 모델 출신이던 트리비아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큰일났으리라. 그들은 수트로맨스 양복점에서 만들어준 정장을 입고 회담장에 먼저 도착했다. 명왕의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흑염 하이드와 검은 두건 칼라가 먼저 회담장에 들어가고 트리비아와 휴톤은 바깥에서 잠깐 커피라도 마시며 대기하기로 하였다. 둘은 짧은 시간 재미없는 농을 던지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별안간 휴톤은 이상한 타는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무언가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리비아가 무언가 타는 것 같지 않냐고 물을 때야 그는 곧바로 회담장을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회담장에 굳게 단힌 문으로부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벌컥, 하고 문을 열어젖히자 회담은 진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검은 불꽃이 온 회담장을 감싸고 건물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그 불꽃들 사이에서 휴톤은 볼 수 있었다. 흑염과 칼라가 쓰러져 있던 것을. 그리고 누군가 재빠르게 회담장 바깥으로 도망치고 있던 것을.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휴톤은 곧바로 도망치는 놈을 잡기 위해 몸을 날리려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검은 불꽃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허나 그 앞을 트리비아가 가로막았다. 단호한 눈빛으로 정신을 차리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성의 끈을 놓은 휴톤을 그녀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그림자를 펼쳤다. 그리고 자신을 끌어안고 검은 불꽃에 삼켜져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트와일라잇으로 휴톤과 함께 도망쳤다.



 휴톤은 트와일라잇에서 몇 시간이나 날뛰었는지 모른다. 트리비아는 토니 라켓이 일러주었던 것을 실천해야 할 때라며 어디론가 사라졌고, 홀로 남겨진 그 도시 안에서 휴톤은 분을 삭히느라 고생을 해야했다. 울분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단순히 화가 나서가 아닌 정말 마음으로 맺어진 친구를 잃어버렸다는 슬픔에서 비롯되었다. 제 인생에서 큰 획을 그었던 남자를 잃은 휴톤은. 그를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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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삶을 살기보다는 긍지 높은 죽음을 택하겠어. 네가 했던 말이야 기억나?”


“기억이 나지 않을 리가 없지.”


“그 때 너 말리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기억 안 나지?”


“아, 글쎄 미안하다니까.”




 휴톤은 툭, 하고 괜히 트리비아의 어깨를 쳤다. 하지만 평범한 남성도 휴톤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기 마련인데 트리비아는 어땠을까. 아주 붕 날아가는 수준이었고 곧이어 눈에 바짝 날을 세운 트리비아의 시선에 휴톤은 꼬리 내린 강아지처럼 구석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든 채 반성하고 있어야만 했다.




“워~워. 진정하라구.”


“당신, 너무 거칠어.”




 휴톤은 어지간히 미안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덩치 큰 사내가 자기가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해도 찍할 여자 앞에서 그러고 있는 모양이라니. 다른 사람(특히 이글같은 놈)이 보고 있다면 웃겨서 배를 잡고 뒹굴고 있었을 것이다. 하기사, 진짜 휴톤이 엄지로 누른다고 눌릴 여자가 아니겠지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또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잠시 쉬려는 듯 술집에서 나왔다. 두 사람의 시선이 문 쪽으로 돌아갔다. 험악한 인상과 날카로운 인상이 바라본 시선의 끝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휴톤과 트리비아는 금세 표정을 풀고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그 사람을 향해 긴장을 풀고 웃었다. 그들이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휴톤! 트리비아! 둘이 뭐하고 있는거에요...? 휴톤은 왜 또 저러고 있고...?”




 흑염의 마지막 자손. 앤지 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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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염이 죽고, 2차 능력자 전쟁이 끝나고 나서 명왕의 도움으로 상황을 빠르게 복구되어 나갔다. 비록 재스퍼의 음모였지만 회사를 향한 연합의 감정은 더욱 골이 깊어졌다. 명왕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휴톤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절대로 명왕을 용서할 생각은 없었다. 그에게는 흑염이 어떤 존재였을지 모르는 일이나 자신에게는 친구를 넘어서 영혼을 함께할 것이라고 다짐했던 흑염이었다. 그를 죽게 만들어버린 총 책임자인 명왕은 결코 마음이 넓은 것으로 유명한 휴톤에게도 결코 호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 연합은 마지막 흑염의 자손이던 앤지 헌트가 이끌게 되었다. 2차 능력자 전쟁 당시 흑태자 라이스킨마저도 재스퍼의 음모로 저택에서 암살된 것으로 발견 되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파란 애송이 여자애가 연합을 이끈다는 소식에 수많은 연합의 식구들이 반대의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허나 그럴 때마다 휴톤이 나서서 앤지 헌트를 지지해주었다. 앤지 헌트에게 있어서 휴톤이란 존재는 든든한 방패였고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해주는 듬직한 품과도 같았다. 실은 앤지 헌트 본인에게는 본 적도 없는 아버지로부터 정을 과연 느낄 것이 있을까 싶지만, 덜컥 자신 앞에 놓인 운명 앞에서 충분히 도망쳐도 되었는데 그러지 않고 그 운명을 잡아준 앤지 헌트가 휴톤은 마냥 기특하고 고맙기만 했었다. 스무살 초반밖에 되지 않는 어린 애가 짊어지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자리일텐데... 그렇기 때문에라도 휴톤은 그녀를 지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은 일반 여성의 체구로부터 앤지 헌트는 그렇게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흑염의 얼굴이 어딘가 모르게 조금 남아있어 낯설지 않은 면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개성 넘치는 연합 사이에서 언제나 상냥하고 밝은 모습으로 모두에게 긍정적인 웃음을 전파하는 순수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것이 그녀의 상당한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 친구가 아무리 많은 휴톤이라도 처음에는 다들 휴톤을 두려워하고 휴톤이 먼저 다가가줘야 모두들 안심하고 휴톤과 친해지곤 했지만 앤지 헌트만큼은 선입견 없이 휴톤을 모두와 똑같이 대해주었다. 휴톤을 향해 들리는 악질적인 소문과 빈번하게 돌아다니는 흉을 들어도 앤지 헌트는 언제나 휴톤이란 사람 자체를 그 모습 그대로 바라봐주었다. 어쩌면 자신은 그런 점에서 그녀에게 반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휴톤은 지금 생각해보면 하이드와 자신이 처음 만날 때 말했던 ‘부탁한다’는 것이 바로 그녀를 두고 했던 말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언젠가 흑염과 처음 만나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던 트리비아에게 설명할 때도 이 말을 했었다. 비록 나이도 다르고 직급도 달랐지만 마음만큼은 형제와도 다름 없던 운명적인 영혼의 친구. 이제 그는 사라져 가슴 속에 묻혀졌지만. 그가 없다고 해서 그가 부탁한 것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앤지 헌트. 이제 그녀는 휴톤에게 있어 또 다른 ‘흑염’이었다.




“트리비아, 너무 휴톤씨 괴롭히지 마세요.”


“걱정마 연합의 수장님. 내가 어떻게 저 사람을 괴롭혀?”


“지금도 하고 계시잖아요.”




 앤지 헌트는 부우, 하고 두 볼에 바람을 넣어 부풀렸다. 그 다람쥐 같은 모습이 어찌도 그리 귀여운지. 머리를 묶어 포니테일을 한 여자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반짝이는 눈동자로 한숨을 쉬며 휴톤과 트리비아를 번갈아보더니 기지개를 펴보였다.




“그리고 루이스가 취했나봐요. 홀든씨와 러쉬톤씨가 계속 마시게 하더니 결국 쓰러져버렸어요.”


“저런, 내 남자는 영웅치고는 체력도 너무 약해서 탈이야.”


“가봐야 하는 것 아니에요?”


“조금 있다가. 지금은 휴톤과 하던 얘기가 있어서.”


“그래요, 제가 먼저 들어가서 일단 수습은 하고 있어볼게요. 빨리 오셔서 도와주세요.”


“그럼, 내가 아니면 내 남자를 누가 챙길까. 걱정하지마렴, 작은 아가씨.”




 트리비아와의 대화를 끝으로 앤지 헌트는 다시 하품을 하며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휴톤은 그저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이윽고 트리비아는 다시 휴톤을 바라보았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까딱여보였다.




“우리도 들어가야지, 휴톤?”


“나보고 이러고 있으라며.”


“삐졌어, 우리 복서씨?”


“삐지긴 누가 삐져.”


“그리고 표정 관리 좀 제대로 해. 그러다 좋아하는 꼴 다 들킬라.”


“...... 티나냐?”


“많이. 그녀는 눈치가 제법 없는 편이라 모르겠지만.”


“여자의 직감이란건 무섭구만.”


“후훗, 얼른 가자고. 나도 우리 영웅님을 침대로 모셔야 하거든.”


“아직도 루이스가 아래에 깔리고 있어?”


“그 편이 귀엽잖아. 민망하게 무슨 소리람.”


“민망하지도 않으면서 무슨. 아이고, 우리 영웅님.”


“함께 날고 싶다면 더 시끄럽게 굴어도 좋아.”


“나 고소공포증인거 알면서 왜 그래.”


“아니까 이러는 것 아니겠어.”


“회사에 그 불마녀보다 네가 더 마녀같아.”


“헛소리 말고. 어서 들어가자. 나 먼저 들어갈게. 소란스러운 밤이 될 것 같아.”


“오오냐~ 따라가마.”




 트리비아가 들어가고 난 뒤 휴톤은 무릎을 털며 일어섰다. 기지개를 펴고 목을 돌리자 우드득, 하고 근육이 풀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양 손을 허리에 짚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밝은 달이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휴톤은 그런 밤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씨익 웃어보였다. 그리고 몸을 돌려 트리비아가 들어간 문의 문고리를 잡았다. 끼익, 문을 열자 난장판인 술집 내부가 보인다. 이미 이글과 레베카는 고주망태가 되어 서로의 발을 붙잡고 물고 있었고 도일은 아무도 없는 벽을 상대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이오비는 피터와 엘리같은 아이들을 데리고 재우러 먼저 들어간 듯 보였고, 토마스와 앤지 헌트는 루이스의 상태가 괜찮은지 살펴보고 있었다. 트리비아는 레이튼으로부터 자초지종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 보였다. 그 외에도 수많은 연합의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저마다 다양하게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휴톤은 후, 하고 힘차게 심호흡을 해보였다. 씨익 웃으며 그는 나지막히 그가 언제나 공성전에 뛰어들 때의 대사를 조용히 읖조렸다.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볼까.”





끝까지 살아서 지키는 자, 그가 가장 강한 자다.


















내가 이거 왜 썼지 하고 생각해보니까


아무래도 휴톤이 하향 당해서인 것 같습니다. 대충 7500자 정도 썼네.


서든어퍼에 기절이 삭제되었다면서요...? 하 인생...


그걸로 먹고 살았는데 이제는 정말 공톤을 타야겠네....






다음주에 못뵈니까 미리 말씀드릴게요.


추석연휴 이쁘게 보내세요 여러분


이거 오싸 못가면 월요일날 다시 찾아옵니다.



























귀여운 휴톤과 함께 트위터하는 @Mondaytueday_


근데 별 볼일 없는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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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레이디 YES NO 내 맘 알지? 성공! 뜨헉! 하아? 힝-
좋구나~ 후후후... YES NO 하- 감히! 이녀석들! 그땐 그랬지
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허~허~ 아, 아니... 헐! 흠흠... 끄응... 시, 식은땀이.. 엥? 후어어..
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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