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오래만에 사퍼문학 들고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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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월화씨 [30급]

2016-08-18 15:40:01









※ 모든 그림은 사이퍼즈 공식 홈페이지 [자료실]-[동영상 갤러리]에서 이쁘게 캡쳐하다 쓰는 중입니다.

꿀 자료 감사합니다 조커팀.




























" 내 딸에게 고개숙여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때가 올거다. 그걸 받아들이는 건 전적으로 그 아이의 몫이다. "


- 자네트 아버지 -


























" 골치 아픈 일은 그냥 묻어두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텐데. "


- 이글 -






















" 결국 난 아버지, 남편, 형, 가문의 장남. 그 어떤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


- 제레온 -














































Requiem

레퀴엠

오발탄 제레온ver.







정식명은 《죽은이를 위한 미사곡》이지만 가사의 첫마디가 “requiem(안식을…)”으로 시작되는 데서 이와 같이 부르게 된 것이다. 진혼곡, 또는 진혼미사곡 등으로 번역되어 쓰이기도 한다. 


















 검의 형제 기사단 단장 제레온경은 여섯 시가 넘도록 트와일라잇 한 구석 자기 자리에 멍청하니 앉아 있었다. 무슨 미진한 사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장부는 벌써 집어치운 지 오래고 그야말로 멍청하니 그저 앉아 있는 것이었다. 딴 친구들은 눈으로 시계 바늘을 밀어 올리다시피 다섯시를 기다려 후딱 공성전으로 나가 버렸다. 그런데 점심도 못 먹은 제레온경은 허기가 나서만이 아니라 갈 데도 없었다.




  “프리츠 선생님은 안 나가세요?”




  이제 청소를 해야 할 테니 그만 나가 달라는 투의 레나의 말에 제레온경은 다 늙어터진 손 위에 꼭 쥐고 있던 대검을 빼내어서 무겁게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나가야지.”




하품 같은 대답이었다.




 레나는 저쪽 구석에서부터 빗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먼지가 사정없이 제레온경의 얼굴로 몰려왔다.
제레온경은 어슬렁 일어섰다. 이쪽 모서리 창가로 갔다. 바께쓰의 물을 대야에 따랐다. 두 손을 끝에서부터 가만히 물 속에 담갔다. 아직 이른 봄이라 물이 꽤 손끝에 시렸다. 제레온경은 물 속에 잠긴 두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펜대에 시달린 오른손 장지 첫 마디에 콩알만한 못이 박혔다. 그 못에서 파란 명주실 같은 것이 사르르 물 속으로 풀려났다. 잉크 그것은 잠시 대야 밑바닥을 기다 말고 사뿐히 위로 떠올라 안개처럼 연하게 피어서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손가락 중심으로 하고 그 색의 농도가 점점 연해져 나갔다. 맑게 개인 가을 하늘색으로 대야 가장자리까지 번져나간 그것은 다시 중심의 손끝을 향해 접어들며 약간 파랑색으로 달무리 모양 둥그런 원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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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비탈을 도려 내고 무질서하게 주워 붙인 전장이었다. 제레온경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레이션 곽을 뜯어 덮은 처마가 어깨를 스칠만치 비좁은 골목이었다. 아무 데나 마구 버린 뜨물이, 미끄러운 길에는 구공탄 재가 군데군데 헌데 더뎅이 모양 깔렸다.
  저만치 골목 막다른 곳에, 누런 시멘트 부대 종이를 흰 실로 얼기설기 문살에 얽어 맨 아군 기지 Y존이 보였다. 제레온경은 때에 절어서 마치 감옥의 철창같은 방어막을 지나갔다. 손가락이라도 드나들만치 엉성한 문이면서 투명한 것이 잘만 통과된다. 아래가 잔뜩 잡힌 채 비틀어진 문틈으로 그의 동생 로리아노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가자! 가자!”


 미치면 목소리마저 변하는 모양이었다. 그것은 이미 그의 동생의 조용하고 부드럽던 그 목소리가 아니고, 쨍쨍하고 간사한 게 어떤 딴 사람의 목소리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제레온경의 얼굴에 걸레 썩는 냄새 같은 것이 확 풍겨왔다. 제레온경은 문 안에 들어선 채 우두커니 아랫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호위대장 시절에 박물관에서 미라를 본 일이 있었다. 그건 꼭 솜 누더기에 싸놓은 미라였다. 흰 머리카락은 한 오리도 제대로 놓인 것이 없었다. 그대로 수세미였다. 그 동생은 벽을 향해 돌아누워서 마치 딸꾹질처럼 어떤 일정한 사이를 두고 ‘가자, 가자’하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해골 같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쨍쨍한 소리가 나오는지 이상하였다.
  제레온경은 윗방으로 올라가 털썩 벽에 기대어 앉아 버렸다. 가슴에 커다란 납덩어리를 올려놓은 것 같았다. 정말 엉엉 소리를 내어 울고 싶었다. 눈을 꼭 지리 감으며 애써 침을 삼켰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제레온경은 저녁 때 일터에서 돌아오면 동생이야 알아듣건 말건 그래도 ‘로리아노야 지금 돌아왔단다’ 하고 인사를 하곤 하였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것마저 안 하게 되었다. 그저 한참 물끄러미 굽어보고 섰다가 그대로 윗방으로 올라와 버리는 것이었다.
  컴컴한 구석에 앉아 있던 제레온경의 아내가 슬그머니 일어섰다. 담요바지 무릎을 한쪽은 꺼멍, 또 한쪽은 회색으로 기웠다. 만삭이 되어서 꼭 바가지를 엎어 놓은 것 같은 배를 안은 아내는 몽유병자처럼 제레온경의 앞을 지나 나갔다. 부엌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분명 벙어리는 아닌데 아내는 말이 없었다.



  “아버지.”




  제레온경은 누가 꼭대기를 쿡 쥐어박기나 한 것처럼 흠칠했다.
  바로 옆에 다섯 살 난 딸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레온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제레온경은 어린것에게 얼굴을 돌렸다. 웃어 보이려는 제레온경의 얼굴이 도리어 흉하게 이지러졌다.




  “나아, 홀든네 아저씨가 치마 사 준댔다.”

  “응.”

  “그리구 구두두 사 준댔다.”

  “응.”

  “그러면 나 엄마하고 꽃놀이 구경 간다.”

  “…….”




  제레온경은 그저 어린것의 노랗게 뜬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제레온경의 3티 2허 2바을 잘라서 위에 끈을 꿰어 스커트로 입은 딸애는 짝짝이 양말 목달이에다 어디서 주운 것인지 가는 고무줄을 끼었다.




 “가자! 가자!”




  아랫방에서 또 동생의 그 저주 같은 소리가 들려 왔다. 벌써 칠 년을 두고 들어 와도 전연 모를 그 어떤 딴 사람의 목소리.
  제레온경은 또 눈을 꼭 감았다. 머릿속의 뇟줄이 팽팽히 헤어졌다. 두 주먹으로 무엇이건 콱 때려부수고 싶은 충동에 제레온경은 어금니를 바서져라 맞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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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스스 몸이 떨렸다. 한기(寒氣)가 전기처럼 발끝에서 튀어 콧구멍으로 빠져 나갔다. 제레온경은 크게 재채기를 하였다. 그리고 또 한 번 몸을 부르르 떨며 라인을 밀었다.
  제레온경은 천천히 안개지역 안으로 들어섰다.




  “가자!”




  제레온경은 멈칫 섰다. 낮에는 이렇게까지 멀리 들리는 줄은 미처 몰랐던 동생의 그 소리가 그 좁을 통로 골목에까지 들려 왔다.




  “가자!”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골목에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제레온경은 다시22발을 옮겨 놓았다. 정말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그건 다리가 저려서만이 아니었다.




  “가자!”




  제레온경이 그의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그만치 그 소리는 더 크게 들려왔다.
  가자는 것이었다.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옛날로 되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렇게 정신 이상이 생기기 전부터 제레온경의 동생이 입버릇처럼 되풀이하던 말이었다.
  Y존 원피스. 그것은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도 제레온경의 미쳐버린 동생에게만은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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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우리도 이제 잡시다.”




  벨져가 가슴을 펴서 내어밀고 바로앉았다.
  등잔불을 끄고 두 방 사이의 문을 닫았다.
  푹 가라앉는 것같이 피곤했다. 그러면서도 제레온경은 정작 잠을 이룰 수는 없었다. 밤은 고요했다. 시간이 그대로 흐르기를 멈추어 버린 것같이 조용했다. 제레온경의 아내도 이제 잠이 들었나 보다. 앓는 소리를 내었다. 제레온경은 눈을 감았다. 어딘가 아득히 먼 것을 느끼고 있었다. 제레온경은 잠이 들어가고 있었다.




  “가자!”




  다들 잠든 밤의 그 제레온경의 소리는 엉뚱하게 컸다. 벨져는 흠칠 눈을 떴다. 차츰 눈이 어둠에 익어갔다. 며칠인가, 문틈으로 새어 들은 달빛이 제레온경의 옆에서 잠든 크리스티네의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죽 파란 줄을 그었다. 벨져는 다시 눈을 감았다. 길게 한숨을 쉬며 벽을 향해 돌아 누웠다.




  “가자!”




  또 제레온경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벨져은 눈을 뜨지 않았다. 그도 마저 잠이 들어 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랫방에서 딸 크리스티네가 눈을 떴다. 아랫목에 제레온경과 윗목에 오빠 다이무스 사이에 누운 크리스티네는 어둠 속에 가만히 손을 내어밀었다. 제레온경의 손을 더듬어 잡았다. 뼈 위에 겨우 가죽만이 씌워진 손이었다. 그 제레온경의 손에서는 체온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축축히 습기가 미끈거렸다. 자네트는 제레온경 쪽을 향하여 돌아누웠다. 한 쪽 손을 마저 내밀어서 두 손으로 제레온경의 송장 같은 손을 감싸 쥐었다.




  “가자!”




  딸의 손을 느끼는지 못 느끼는지 는 또 한 번 허공을 향해 가자고 소리 질렀다.




  “아빠!”




  자네트의 낮은 소리였다. 제레온경은 두 손으로 감싸 쥔 아버지의 여윈 손을 가만히 흔들었다.




  “가자!”

  “아빠!”




  기어이 자네트는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자네트는 아버지의 손을 끌어다 자기의 입에 틀어 막았다.


  “아빠!”


  숨을 죽여가며 참는 자네트의 울음은 한숨으로 바뀌며 아버지의 손가락을 입 안에서 잘근잘근 씹어 보는 것이었다.


  “겁내지 말라.”


  옆에서 벨져가 잠꼬대를 했다.


  “가자!”


  벨져는 자네트의 손에서 자기의 손을 빼어가지고 저쪽으로 돌아누워 버렸다.
  자네트 다시 담요를 끌어다 머리 위까지 푹 썼다. 그리고 담요 속에서 흐득흐득 울고 있었다.



  “이보쇼 프리츠 아저씨 잠 좀 잡시다.”



  이번엔 윗방에서 싸가지 없는 이글 쌍노무 쉐에끼가 제레온경을 불렀다.
  제레온경은 잠 속에서 멀리 그 소리를 들었다. 그러면서도 채 잠이 깨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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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져는 앞에 와서 선 제레온경에게 눈으로 저 멀리 전장을 가리켰다.




  “제레온경 죄송합니다. 안개지역에서 걸렸어요. 중앙 좌측 통로는 무난히 뛰어넘었는데. 쏘아 보렸어야 하는 건데.”




  제레온경은 벨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는 옆으로 비스듬히 얼굴을 떨구며 수갑을 채운 오른손 엄지를 권총 방아쇠를 당기는 때처럼 까붙여서 지그시 당겨 보는 것이었다.
  제레온경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그저 벨져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내린 이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가시죠. 제레온경.”




  벨져는, 등신처럼 서 있는 제레온경이 도리어 민망한 듯이 조용히 말했다.




  “이쪽으로 데려와 그러다가 물려.”




  이하랑이 문간에서 지키고 서 있는 레베카를 돌려 보았다.
  벨져는 그에게로 오는 레베카를 향해 마주 걸어갔다. 벨져는 기지 안으로 끌려 나가다 말고 멈춰 섰다. 그리고 뒤를 돌려 보았다.




  “제레온경. 1분 22초만 지나면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 너무 슬퍼마십시오.”




  5번 타워의 포탄 소리가이 꽝 들렸다. 제레온경은 여전히 벨져가 사라진 뒷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눈이 뿌옇게 흐려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버리고 도망갈 의사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은데.”




  호랑이를 한 옆으로 밀어 놓으며 이하랑이 중얼거렸다. 제레온경은 걸상에 가만히 걸터앉았다.




  “혹시 죽었던 그 칼잡이 여자 이름 알아?”




  제레온경의 귀에는 이하랑의의 말소리가 아주 멀었다.




  “꼬챙이 들고 빌빌거리다가 안개지역에서 물려 죽은 것 같은데. 덕분에 다음 한타 때에는 우리가 유리하겠네.”




  여전히 제레온경은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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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네트는 이미 죽어있었다.




  “네, 그래요.”




  제레온경은 리사보다도 더 심상한 표정이었다. 오른쪽 통로의 긴 복도를 휘청휘청 걸어서 널따란 중앙으로 나왔다. 시체가 어디 있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무엇인가 큰일이 한 가지 끝났다는 그런 기분이었다. 아니 또 어찌 생각하면 무언가 해야 할 일이 많이 생긴 것 같은 무거운 기분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좀처럼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저 이제는 그리 서두를 필요도 없어졌다는 생각만으로 제레온경은 거기 시야도 없는 중앙에 한참이나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윽고 안개지역의 큰 문을 나선 제레온경은 전차 길을 따라서 천천히 걸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별똥별이 휙 그의 팔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멈춰 섰다. 5분도 더 지났을 무렵이었다. 이제 트와일라잇으로 가야 할 아무 일도 없었다. 그는 전차 길을 건넜다. 또 한참 걸었다. 그는 또 멈춰 섰다. 이번엔 어느 사이에 자신의 기지 앞에 와 있었다. 그는 또 돌아섰다. 또 걸었다. 그저 걸었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생각도 아니면서 그의 발길은 자동기계처럼 Y존을 향해 걷고 있었다. 네가 그랬어, 너의 실수다, 멍청이, 어리석은 자여, 그는 길가에 늘어선 이런 안개 지역을 하나하나 기웃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있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제레온경은 우뚝 섰다. 그는 거기 눈앞에 걸린 맵을 쳐다보고 있었다. 장기판만한 판에 노란 페인트로 ‘4단계 트루퍼 00:35’라고 써 있었다. 제레온경은 갑자기 이가 쑤시는 것을 느꼈다. 아침부터 아니 벌써 전부터 훌떡훌떡 쑤시는 충치가 갑자기 아파 났다. 양쪽 어금니가 아래 위 다 쑤셨다. 사실은 어느 것이 정말 쑤시는 것인지조차 분간할 수가 없었다. 제레온경은 Ctrl을 손가락으로 눌러 보았다. 첼시 콜라는 이미 쿨타임이다.




  제레온경은 트와일라잇의 오른쪽 편 위로 올라갔다.
  경사진 오르막길에 머리를 젖히고 입을 아 버리고 앉았다. 타라는 달가닥달가닥 소리를 내며 이것저것 여러 가지 쇠꼬치를 그의 장비에 넣었다 꺼냈다 하였다. 제레온경은 매시근하니 잠이 왔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입을 크게 벌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




  타라가 합성해서 뽑아 든 유니크를 제레온경의 눈앞에 가져다 보여 주었다. 보랏빛과 분홍빛이 섞이어 탄생한 존재에 제레온경은 손톱을 입에 문 채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보았다. 빌어먹을, 중복이다.




  “걱정마, 태워버리진 않을테니.”

  “그래, 태우지는 않았지. 망할 년.”




  제레온경은 괜히 바닥에 침을 뱉고 나서 또 미간을 눌러 보였다.




  “유니크를 두 개를 초과해서 넣는 것은 불가능 해.”

  “괜찮습니다.”

  “아니. 다음에 또 시도해.”

  “다 넣어 주십시오. 한 몫에 몽땅 넣어 갈아 주십시오.”

  “안 돼. 새로운 아이템을 얻어 가면서 한 대씩 빼야지.”

  “새로운 아이템이요? 그럴 새가 없습니다. 다 중복인걸요.”

  “그래도 안 돼. 시스템상 버그가 되어 큰일이 된다고.”




  하는 수 없었다. 제레온경은 합성 창을 나왔다. 또 걸었다. 잇몸이 멍하니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하면 시원한 것 같기도 했다. 그는 한 손으로 볼을 쓸어 보았다.
  그렇게 얼마를 걷던 제레온경은 다른 채널에 또 합성 전문 타라를 발견하였다. 역시 같은 위치이었다.




  “안 될 텐데.”




  거기 타라도 꺼렸다. 제레온경은 괜찮다고 우겼다. 궁 유니크를 마저 빼었다. 이번에는 두 볼에다 다 밤알만큼씩한 똑같은 궁 유니크를 물고 나왔다. 입 안이 찝찔했다. 간간이 길가에 나서서 피를 뱉었다. 그 때마다 시뻘건 선지 피가 간 덩어리처럼 엉겨서 나왔다. 은행의 다이무스를 오른쪽에 끼고 돌아서 반대편 마틴이 보이는 데까지 왔을 때 으스스 몸이 한 번 떨렸다. 머리가 휭하니 비어 버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때에 번쩍 거리에 전등이 들어왔다. 눈앞이 한 번 환해졌다. 다음 순간에는 어찌된 셈인지 좀 전에 전등이 켜지기 전보다 더 거리가 어두워졌다. 제레온경은 눈을 한 번 꾹 감았다 다시 떴다. 그래도 매한가지였다. 이건 뱃속이 비어서 이렇다고 제레온경은 생각했다. 그는 새삼스레, 점심도 저녁도 안 먹은 자기를 깨달았다. 뭐든가 좀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수한 레퀴엠맥시머 생각이 났다. 입 안에 군침이 하나 가득히 고였다. 그는 어느 전주 밑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서 침을 뱉었다. 그런데 그것은 침이 아니라 진한 피였다. 그는 다시 일어섰다. 또 한 번 오한이 전신을 간질이고 지나갔다. 다리가 약간 떨리는 것 같았다. 그는 속히 음식점을 찾아 내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일반전 쪽으로 허청허청 걸었다.




  “잠들어라.”




  무슨 약 이름이기나 한 것처럼 한 마디 일러 놓고는 그는 바닥 위에 엎드려 버렸다. 또 입 안으로 하나 찝찔한 물이 고였다. 제레온경은 머리를 들었다. 트와일라잇 안을 한 바퀴 휘 둘러보았다. 머리가 아찔했다. 그는 일어섰다. 그리고 문 밖으로 급히 걸어 나갔다. 음식점 옆 골목에 있는 시궁창에 가서 쭈그리고 앉았다. 울컥하고 입 안엣것을 내뱉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위가 어두워서 그것이 뭔지 또는 침인지 알 수 없었다. 제레온경은 손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하는 칼자루로 입술을 닦으며 일어섰다. 저격을 맞았던 자리가 쿡 한 번 쑤셨다. 그러자 뒤이어 거기에 호응이나 하듯이 관자놀이가 또 쿡 쑤셨다. 제레온경은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다. 이제 빨리 집으로 돌아가 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시 큰길로 나왔다. 마침 리스폰이 끝났는지 아군들이 왔다. 그는 손을 한 번 흔들었다.
  제레온경은 던져지듯이 털썩 바닥에 주저 앉으며 쓰러졌다.




  “어디로 갈까요?”




  웨슬리는 벌써 구르고 있었다.




  “립 먹으러 가.”




  레베카는 스르르 속력을 늦추었다. 레벨링으로 가자면 방향을 돌려야 하는 까닭이었다. 레베카는 줄지어 달려오는 철거반과 적의 사이가 생기기를 노리고 있었다. 저만치 철거반의 행렬이 좀 끊겼다. 레베카는 테라듀 덩어리를 잔뜩 비틀어 털었다. 레베카가 몸을 한편으로 기울이며 마악 립을 먹으려 시작할 때였다. 뒷자리에서 제레온경이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트루퍼 치러 가.”




  제레온경은 갑자기 딸의 죽음을 생각했던 것이다. 레베카는  다시 홱 마우스를 이쪽으로 틀었다. 레베카 근처에서 서성이던 하랑이 한번 제레온경을 돌아보았다. 제레온경은 뒷자리 한 구석에 가서 몸을 틀어박은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때에 또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시야 보러 가.”




  눈을 감고 있는 제레온경은 생각하는 것이었다. 내 딸 자네트는 이미 죽었는데 하고 이번에는 다행히 행선지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그냥 달렸다.




  “적들은 모두 기지에 쳐박혀있어요.”




   레베카가 뒤로 몸을 틀어 돌리며 말했다.




  “가자.”




  제레온경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어디로 가요?”

  “글쎄, 가.”

  “하, 참 딱한 아저씨네.”

  “…….”

  “취했나?” 레베카가 이하랑을 쳐다보았다.

  “그런가 봐.”

  “어쩌다 오발탄 같은 트롤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이하랑은 근처 센티넬에 부적을 박으며 중얼거렸다. 제레온경은 까무룩히 잠이 들어가는 것 같은 속에서 이하랑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멀리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혼자 생각하는 것이었다― 가장 구실, 남편 구실, 애비 구실, 형 구실, 황실 호위대 구실, 또 검의 형제 기사단의 단장 구실, 해야 할 구실이 너무 많구나. 너무 많구나. 그래, 난 네 말대로 아마도 조물주의 오발탄인지도 모른다. 정말 갈 곳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건 가긴 가야 한다―
  제레온경은 점점 더 졸려 왔다. 다리가 저린 것처럼 머리의 감각이 차츰 없어져 갔다.




“가자.”




  제레온경은 또 한 번 귓가에 어머니의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며 푹 모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강철 철거반이 맵 중앙에 다다랐다. 저 앞에 수호타워의 눈에서 불이 켜졌다. 먼저 앞서 가던 걸음이 멈추어 섰다. 또 한 번 레베카가 앞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디로 가세요?”




  그러나 머리를 푹 앞으로 수그린 제레온경은 아무 대답도 없었다.
  따르릉 벨이 울렸다. 긴 철거반의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레온경이 끼어 있는 파티도 목적지를 모르는 대로 행렬에 끼어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제레온경의 입에서 흘러내린 선지피가 흥건히 그의 검게 물든 수염을 적시고 있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채 Y존의 수호타워 사이로 레퀴엠은 장렬히 울렸다.













































2016년 올 여름 마지막을 강타할

특급 사퍼 문학이 돌아왔다!



요새 젊은이들은 저런 색깔을 좋아한다며? ㅎㅎ









" 제레온 경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슬프고 감동이 밀려온다. " - 벨져 홀든 -


" 실은 이게 패러디 소설이라는걸 눈치도 못챈 인간이 많을거다. " - 다이무스 홀든 -


" 이 작가는 패러디로 개드립쳐서 웃기려다 실패해서 멋진척 마무리 지은 것이 분명하다. " - 이글 홀든 -


" 치킨 쿠폰 10장이 모였다. 가슴이 벌써부터 설렌다. " - 월화씨 -



















노트북으로 게임하다 렉걸린다고 조커팀으로부터 100일 정지 정의구현당하고 이제 출소했습니다.

내가 사퍼 다시하면 개라면서 쑥과 마늘만 먹으며 100일동안 수련해서 드디어 사람이 되나 싶었는데

또 사퍼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정진하여 멍멍 짖겠습니다.



@MondayTuesday_

별 볼일 없는 계정임. 커뮤하느라 바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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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레이디 YES NO 내 맘 알지? 성공! 뜨헉! 하아? 힝-
좋구나~ 후후후... YES NO 하- 감히! 이녀석들! 그땐 그랬지
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허~허~ 아, 아니... 헐! 흠흠... 끄응... 시, 식은땀이.. 엥? 후어어..
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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