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사람 깎던 캐럴 [만화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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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3 10:28:26
벌써 한 시즌 전 일이다.
내가 클랜 납치된 지 얼마 안되어 겉돌던 때 이야기다. 사기꾼 타라앞에 합성을 하려 섰는데 맞은편 구석진 자리에 눈사람을 깎아 파는 캐럴이 있었다. 캐럴에게 줄 눈사람-(캐럴공목) 하나 깎아 달라 부탁을 하였다.
값을 물어 보니 매물이 없이 생각 보다 훨씬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닌가.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캐럴공목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캐럴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녀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해가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타야 할 공식버스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장갑을 사야 할 만큼 사야 원콤이 나지, 노장노모를 재촉한다고 킬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캐럴아지매요, 외고집이시구먼. 공식 버스 시간이 없다니까요."
캐럴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공식 버스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눈사람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눈사람이다.
해지고 컴컴해져서야 집으로 가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저따구로 시간 낭비를 쳐 해대야 거래를 할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사는 사람이 됐다는데 계속 붙잡아놓기는, 고집 세고 제밖에 모르는 캐럴이구나' 생각할수록 화증이 난다. 일반전을 들어 갈 때 뒤를 돌아다보니 캐럴은 태연히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때 거래창 을 띄워놓고 춤을 추는 모습이 진정 남는 것은 시간밖에 없는 것 같고 무던히도 여유로워보였다.
그 지랄을 하면서 미동 없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나는 어쩐지 증오가 감쇄되는 기분이었다.
일반전에 가서 캐럴을 하니 왠지 고드름이 착착 붙는다. 전에 쓰던 방목보다 딜이 훨씬 잘 들아가는 듯 싶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지금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도 않다. 색깔만 바뀐 것 뿐인듯 하였다.
헌데 계속 일반전을 돌리다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대박궁이 나오고, 흑인농노를 만나든 빛게이를 만나든 도망칠 길이 있고, 심지어 도일이 타즈를 쳐먹을때마다 항상 손에는 궁극기 쿨이 차 있는 것이 기묘했다. 또한 가끔 카인이며 루시며 사기원딜을 만나도 그다지 밀리지 않는 딜로 맞불을 놓으니 마음이 편안했다.
더구나 캐럴과 공목는 정말 신묘하게도 잘 맞아떨어졌다. 눈보라에 3명이 휘말리면 게임이 터졌고, 가끔은 탱커를 구석에 몰아놓고 쓰기도 했으며, 탱커가 얼어 있으니 딜각은 거의 모든 경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제야 그 캐롤아지매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나는 다음날 그 캐럴을 찾아가서 주괴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날 수업이 끝나자마자 피씨방으로 향해 그 캐럴을 찾았다. 그러나 그 캐럴 아지매가 앉았던 자리에는 다이무스가 앉아 타라와 사기극을 하고 있었고, 캐럴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클채를 다 돌아보고는 멍하니 섰다.
오늘 공식전을 돌리니 얼음쟁이들이 죄다 공목을 쓰며 딜러자리를 탐하고 있었다. 이제는 방토마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방토마가 헬프치는 소리도 잊어먹게 생겼다.
메타가 바뀌면 따라하는 자들 천지다.
문득 수십분을 고민하며 팔까말까 간을 보던 캐럴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궁.이 툰 2화-
그래도 계속 던지면 영구블랙 넣을거에욧!
(영구 차단한다는 것이지 영구가 까맣다는 뜻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