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틀비루이엔지] [스압주의] Wandering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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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E [68급]

2015-11-08 15:59:36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1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bestart/topics/21635888

 

 

 

기본 세계관을 기반으로 두지만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아직 글솜씨가 뛰어나지 않아 부족한점이 많으니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수능 4일남은 고3이라 이걸 이제야 올리네요 ㅠㅠㅠㅠㅠㅠ

 

원래 2편으로 나누어서 끝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는 바람에 ㅠㅠ 3편으로 끝내야겠네요.

그래도 2편 올라온 것보다 3편은 빨리 올라올꺼같아요! (수능이 끝이니까 히히히힣)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 P.S. *표시 해두면서 독백과 스토리를 교차하는 과정에서 읽기 어려우신 분들이 있을텐데요

그거 제가 일부러 그런겁니다 하하하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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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너는 훗날 지금보다도 더 강해져서 모두를 지키게 될꺼야.

너의 선택이, 네가 선택한 길이 무엇이냐에 따라 수많은 이들을 살리거나 수많은 이들을 죽음에 몰아넣겠지.


하지만 너는 지금 연합의 영웅이라고 불리우고 있지만, 넌 그 영웅이란 칭호와 너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각오와 준비는 안되어있어.

그렇기에 넌 지켜야 할것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킬 수 없을꺼야.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니.


게다가 조금만이라도 너에게 위기와 좌절이 몰려온다면, 넌 쉽게 어둠에 먹혀들어 바닥에 주저앉겠지.

그러곤 전부를 포기해 버릴꺼야. 난 알아.

어떻게 아냐고?

당연하잖아. 여자의 직감은, 틀리지 않거든.​

너의 애인이니까 너에대해 잘 알고 있기도 하지만.


루이스. 루이스.

넌 네게 아무도 죽게하지 않겠다고 말해왔어.

하지만, 곧 네 눈앞에서 너의 소중한 것을 잃게 될꺼야.


그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심지어 나일지라도.


너에게 해줄 말은 없어.

내가 너에게 무슨말을 해도, 그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서 이 자리에 올라오는건.


다름아닌 너니까.

 




* * * * *


 

 

 

달렸다. 계속해서 달렸다. 끝없이 달렸다.

머리는 아프고, 숨은 막혀오기 시작했다.


하악하악 하고 거친 숨을 내쉬는 와중에도, 절대로 멈추지 않았다.

거의 다 따라잡을만 하면, 트리비아는 코앞에서 사라져버려 저만치 앞에서 걸어나가고 있었기에.

나는 점점 더 빠른속도로 달려 나갔다.


토마스와 헤어지고 나서 트리비아를 뒤쫓던 나는 방금 그녀가 돌아간 건물의 모퉁이를 돌았다.

자꾸만 사라져가는 그녀의 모습에, 점점 더 다급해짐을 느낀 나는 애타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 트리비아! "


하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건지 아무리 내가 뒤에서 큰소리로 트리비아의 이름을 불러보아도 그녀는 내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채

어디론가 가버렸다.


기다려줘. 어딜 가는거야 트리비아.

왜 자꾸 가버리는거야.

내가 네 뒤에 있는데. 내가 이렇게 애타게 널 부르고 있는데.

어째서 날 무시하고 가버리는거야.


그러는 와중에 쿵 하고 길거리에 넘어졌다.

겨울의 길거리어서 인지 미끄러웠기에, 바닥도 보지 달리던 나는 그대로 넘어져 버렸던 것이다.

앞으로 그대로 곤두박칠 치는 바람에,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머리는 아픔에 어지러웠지만 내게 아파하며 그 자리에 서있을 여유따위는 있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그녀를 놓쳐버릴 것 같아서.

너무나 불안했기에.


자리에서 다급히 일어나 더러워진 옷을 대충 털어내고, 옷 소매로 피를 슥 훔쳐내고는 다시 달렸다.


그렇게 나는 하염없이 내달렸다.


자꾸만 멀리서 사라져가는 그녀의 뒤를 쫓아가며,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녀는 또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것도 몰랐다.


이유따위는 필요 없다.

이상하게도 가슴 한구석이 기분이 나쁘도록 아려오고, 또 트리비아를 만나지 않는다면 뭐랄까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했기에.


내 두발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나갔다.


[ 트리비아 씨는 죽었어요. 선배. ]


[ 이제 그만 나와. 현실을 직시 해. 너는 스스로 헤쳐나올 수 있어. 다들 그렇게 믿고. ]


[ 넌 지금 그러고 있으면 안돼. 루이스. ]


갑자기 불안한 생각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토마스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나이오비 씨가 나에게 했던 말이.

그리고 내 머릿속에 울려퍼졌던 그 의문스런 목소리들이.


그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휘저어 오면서, 정말로 트리비아가 죽었을까. 하는 생각마저도 들게 되어버렸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절대 아니야.


트리비아가 죽긴 왜죽어.

그녀가 죽었을리가 없어.

내가 그녀를 죽게 만들었을리가 없어.

절대로.


트리비아가 죽다니. 절대로 있을 수도 없는 일이잖아.


도저히 생각하기도 싫은 생각을 해서일까.

계속해서 달리던 와중에도 아려오던 가슴의 통증이, 서서히 번져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을 가까스로 힘겹게 막아냈다.

터질듯이, 내보내 달라는듯이.


발버둥치던 그 통증이 조금 가라앉자. 숨을 크내 한번 내쉬곤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 루이스는 지금 괴로워 하고 있어요. 그러니 지금까지도 외면하고. 또 도망치는거 아니에요? ]


또 그 목소리다.

누군지도 모르는 의문의 목소리.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르는. 내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아니야.

난 하나도 괴롭지도, 외면하고 있지도 않아.

사실이잖아?

그렇게 멀쩡했던 그녀가. 어디에 가도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은 그녀가.

나의 밤의 여왕님이. 하루 아침 사이에 죽어버렸다는게 말이나 되냐고.


우울한 생각들이 점점 더 내 머릿속에 차올랐다.


확신에 차 아닐꺼라고 믿으며 달리던 발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느려지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게 맞다고, 남이 하는 말들은 전부 틀렸다고 믿었던 머리는.

시간이 흐를수혹 점점 더 내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정말로. 정말로.

트리비아는 죽은걸까?


정말, 이 듣기싫은 목소리의 말처럼.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외면하고, 도망치고 있는거야?


트리비아의 죽음으로서, 나는 그 슬픔과 절망과 좌절감에 묻혀 깊은 심연속에 갇혀버린걸까.

트리비아를 잃음으로서,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려 능력조차 쓰지 못하게 되어버린 채 전부다 포기해버린걸까.


이젠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판단 할 수 없게 되어버렸어.

너무나 복잡해. 어지러워.

정리가 되질 않아.

누가 도와줄 사람 없어? 이 혼란스런 생각을, 불안한 마음을.


붙잡아 줄 사람 하나 없는거야?


구역질이 나왔다.

너무 오랜시간 달려서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여러가지 수많은 생각들로 인해 구역질이 나왔다.


그러곤 숨이 턱, 하고 막혀오는 것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쉬지 않으면 그대로 쓰러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 와중에도, 사실 나는 알고 있으면서 그저 모른척 하면 모든게 꿈이고,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그렇게 믿는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 ...젠장. "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전부 다 거짓이라고도 생각한다.


당연한게 아닌가.

그 누가 사랑하는 연인이 사라져버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어버렸는데.

그 사실을 ' 아, 그렇구나. ' 하고 곧바로 믿어버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제자리에 멈추어 서서 숨을 고르기를 몇분.

다시 트리비아를 쫓아야 겠다고 생각한 나는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땀범벅이 되어버려선.

흐릿한 시야로 주위를 둘러보기를 또 몇분.


저 멀리서 트리비아가 어느 숲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구나.


조금만 더 힘을 내자. 루이스. 하고 자신을 다독이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천천히 걸어나갔다.


마음만 같아서는 어서 뛰어서 들어가고 싶지만, 마음만으로는 지친 몸을 움직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 빨리 와. ]


말 안해도 빨리 갈꺼야. 보채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내가 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듯이.

또 한번 그 목소리가 울려퍼졌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며 트리비아가 들어왔던 숲 안 으로 따라 들어갔다.


여기는 또 어딜까.

하는 궁금증 따위는 하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고, 지금이 몇시고 같은 질문과 의문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의 나에게는.

트리비아가 어디 있느냐가 제일 중요했으니까.


숲 안이었는도 불구하고 이 곳은 마치 공원처럼 길이 잘 닦여 있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지, 곳곳에 사람들의 흔적이 많았고.

연합의 물건으로 보이는 것들도 여러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하늘을 바라보니 내 머리위로 떠있던 해는 이미 많이 내려와 수평선에 걸쳐져 있었고, 새파랬던 하늘은 붉게 물들어 가고있었다.


아름답다.


그 석양의 붉은 빛이 나무들의 사이사이로 들어와 나를 비추고, 바닥의 그림자들이 넓게 퍼져있는 그 광경이란. 너무나 익숙했고 또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렇게 감탄사를 내보낼때가 아닐텐데.

어느샌가 나는 트리비아를 찾다가, 그 풍경에 사로잡혀 한참동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 루이스. "


그 때였다.


석양의 풍경이 나에게 안겨준 감정이 사그러들기도 전에.

내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그러곤, 아주 가까이에서 들려온.

그 그립고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남한테는 쌀쌀맞으면서 늘 나에게는 따스했던.

뒷모습 만으로도 여왕의 품격을 보여주듯 우아한 자태가 흘러나오던.


내가 가장 사랑하면서 영원히 함께 할꺼라 다짐했던.


내 모든것. 나의 그림자.


그 사람의 이름을 나지막히 부르며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트리비아. "







* * * * * * *



 





" 루이스. "



그 날은 늘 그랬던 것처럼 구름한 점 없이 밤하늘에 있는 별이 훤히 보이던 고요한 밤이었다.

그날의 나는, 그런 밤하늘의 아래에서, 연합 건물의 안도 아닌 어딘지도 모르는 바닥에 주저 앉아있었다.


그날의 바람은, 너무나 날카로웠고.

그날의 바닥은, 너무나 차가웠다.


그리고 그날의 바닥은, 유난히 그날따라 너무나 싸늘했고 무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앉아있는 나의 주위로 하나 둘씩 동료들이 모여들었다.


레베카, 휴톤 씨, 나이오비 씨, 이글, 레이튼 씨.


셀수도 없는 연합의 수 많은 동료들이 하나 둘씩 내 곁으로 모여들었다.


그들 중에는 엔지 헌트도 끼어있었고, 그녀는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부르며 동료들 틈에서 빠져나오더니 나의 뒤로 섰다.


" 일어나요. "


여전히 위아래가 없는 톤으로. 그녀는 내 등뒤에서 나지막히 말했다.


" .... "


" 일어나라고 말했어요. 안들려요? "


정신이 멍했다.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고 무얼 할 생각조차 하지않았다.


지금 이 상황이 무엇때문에 일어난건지.

지금 내 자신이 왜 이러고 있는건지.

아무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 수 있었다.


내 품속에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연인이 안겨있었고, 그 연인은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차갑게 식어내려 가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내 품속에서 천천히 식어내려가고 있었지만. 그와 정반대로 복부에서 흘러나오는 붉은빛은. 여전히 뜨거웠다.

마치 그녀의 생명이, 천천히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처럼.


그녀의 온기가 식어내려갈수록, 내게 있던 그녀의 온기마저도 서서히 사라져가는것을 느껴서.

나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그녀를 꼬옥 끌어안고 중얼거렸다.


트리비아. 트리비아.


조금이라도 그녀의 온기를 더 가지기 위해.

조금이라도 그녀의 온기를 더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나는 그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그저 트리비아를 끌어안고 있었다.


동료들은 그런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시선을 돌리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와 같이 슬퍼하며, 누군가는 그 자리를 벗어났겠지만.


엔지는 그러지 않고 여전히 내 뒤에 서있는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 어쩔 수 없었어요. 모든건 회사의 기습이었고, 그에 따른 대가는 무조건 있기 마련이에요. 누군가는 희생해야했죠.

 그게 트리비아였던건 참으로 유감이지만. 당신을 지키기 위해 그랬던 것이니, 충분히 가치 있는 희생이었어요. "


저걸 위로라고 하는걸까.

한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대가? 희생? 가치가 있어?

당신이 뭔데 사람의 가치를 따져.

당신이 뭔데.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을 하는거야.


" 그러니 이제 그만하고 일어나요. 받아들이세요 루이스. 당신이 지금 이곳에 이렇게 주저앉을 시간 따위 없어요. 할일이 너무나 많아요.

 이제 그만하고 일어나세요. "


" 그 입 다물어! 엔지 헌트!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목소리 톤의 변화가 한치도 변하지 않고, 가식적이고 형식적인 말투로 덤덤하게 말하는 엔지의 말들이.

점점 더 역겨워지기 시작했고 끝내 분노로 차올랐다.


나는 내가 사랑하던 여자를 잃었는데.

그것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눈앞에서 떠나 보냈는데.

그 딴 어조로 나에게 위로라고, 일어나라고 지껄이지마.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그녀에게 주먹을 내질렀지만, 그 주먹은 그녀에게 닿지 못하고 이글의 손에게 잡혔다.


진정해, 라고 말하는 이글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나는 그의 얼굴에 다른손으로 주먹을 꽂아주고는 옆으로 밀어냈다.


진정? 지금 진정해 라는 말이 나오는거야?

하, 미쳤군. 단단히 미쳤어.


그러고는 엔지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 입 다물면요. 어쩔거죠? "


" 더 이상 못참아주겠어. 당신이 뭔데 지금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건데? 당신은 지금까지 뭘했지? 이 지경까지 오는 동안 당신은 뭘 했냐고! "


하지만 엔지는,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표정하나 바꾸지 않은채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 제가 입 다물면, 제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죽은 그녀가 돌아오기라도 하나요? "


" 입 다물라고 했죠. "


" 제가 입 다물면, 죽은 동료들이 전부 되돌아오나요? "


" 입 다물라고!!!! "


" 루이스. 정신 차려요. 여긴 전장이에요. 당신의 감정따위 챙겨줄 여유따윈 없습니다. 당신이 이러는 와중에도, 부상입은 동료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고

 있을테고. 또 어디선가 회사는 다음 공격 기회를 잡으려고 할지도 모르죠. 그럼 또 당신은 가만히 뺏기고 있을 껀가요? "


입 다물라고 소리지르며 엔지에게 말했지만. 내 목소리는 그녀에게 닿지 못했고, 그 상황을 지켜보던 동료들이 나를 잡아 끌어내었다.


" 당신은 아직 여리군요. 능력자 전쟁 때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던 루이스는 그곳에서 죽어버린거에요. 한심하군요. 루이스. "


그 말을 남겨두곤, 엔지는 뒤돌아 연합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를 굉장히 한심하고,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여전히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하면서.


동료들에게 붙잡혀 발버둥을 치던 나는 이내 저항하는 것을 멈추어 버렸고.

그런 엔지의 말에 또 다시 정신이 멍해졌다.


내가 무얼 잘못한건데.

난 단지 슬퍼 했던것일 뿐인데.

난 단지.... 단지....


그렇게 내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자, 내 동료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났고.


이내 그곳엔 나와 떠나버린 그녀만이 남았다.






* * * * * *


 

루이스 씨. 당신은 왜 저를 이렇게 지켜주시는 건가요?

제가 차기 수장이어서 그런가요? 당신의 윗사람이 될 사람이라? 아니면 불쌍해서 동정하는건가요?

전 전혀 모르겠어요. 당신이 이렇게 까지 다치고 아파하면서 까지 저를 지키려고 하시는 이유를요.

당신의 첫사랑보다 저는 당신에게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이렇게 까지 하는건가요?

이제 그만해도 괜찮아요. 저 때문에 괜히 당신이 다치는건 보고싶지도 않고.

그렇게 죽어버리는 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개죽음이란건 당신도 알테니까요.


저기요. 엔지 씨. 조금 조용히좀 해주실래요?

사람이 살아야 하는데에는 가치며 동정이며 그딴건 아무것도 없는거에요.

누구나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행복하게 살아나가야 할 의무가 있는거에요.

당신처럼, 전부 포기하고 죽어버리는건. 당신이 저에게 방금 말한 그 개죽음보다도 더 어이없는 개죽음이에요.

그리고 말이에요.

제가 당신을 돕는건 동정도, 차기 수장도, 윗사람이기 때문에도 아니에요.


도대체 뭔데요? 거의 다죽어가는 당신이. 도대체 뭘 할수 있다고 그러는건데요?


당신에게 미래를 주려고 하는거에요.

엔지 헌트. 당신은 이런곳에서 죽기엔 너무나 아까운 여자에요.

당신 말대로, 나는 죽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인간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다르죠.

제가 죽어서, 당신을 지켜 낼수만 있다면. 당신에게 미래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저는 그거로 만족할 뿐이에요.

뭐, 저도 같이 살아나가서 당신과 함께 연합의 미래를. 당신의 미래를 볼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요.


...당신 바보로군요.


그게 매력아닐까요.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는걸 보니 죽지는 않을것 같네요.








엔지 헌트. 이 전쟁이 끝나면 제일 하고 싶은게 뭐에요?


글쎄요. 일단 연합을 재건하는데에 바쁘지 않을까요.


그런거 말고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요.


흐음, 지금 생각하기엔 너무 피곤한데요.


그래요. 그럼 자 둬요.






루이스. 나 이 전쟁이 끝나면, 당신이랑 밥 한끼 먹고 싶네요.


쿡쿡, 저랑요?


네. 보답도 할겸. 둘이서요.


하, 이거 데이트 신청인가요?


쓸데없긴. 보답이라고 했잖아요.


좋아요. 그러도록 하죠.


그러니까 절대로 멋대로 죽어버리지 마세요. 제 약속을 지켜야하니까.


네네- 그래야 겠죠. 밥 얻어먹을라면요.





* * * * *








당신은, 죽어서는 안돼요. 당신이 살아 남아서. 연합을, 그리고 동료들을. 우리 모두를 지켜주세요.


가지 말아요 루이스. 당신이 혼자 나선다고 해서 나아질 것은 없잖아요. 제발 가지 말아요. 제발.


제가 죽어서, 당신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써 앞으로의 연합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죽을 수 있습니다.


그건 당신이 말한 개죽음일 뿐이에요. 절 여기까지 데려온건 루이스잖아요? 같이 돌아가기로 했잖아요. 약속 했잖아요. 돌아가서 인정받아아죠. 루이스.


저도 당신에게 말했듯이. 저는 아무것도 가진것도, 제가 죽는다고 해서 슬퍼해줄 사람 하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달라요.

당신은 훗날 연합을 이끌 사람이 되는거고. 높은 사람이 될꺼에요. 그만큼 당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도, 당신이 죽으면 슬퍼할 사람들도 많겠죠.

그러니 울지 말아요. 이제 당신은 엔지 헌트가 아니에요.

흑염의 뒤를 이을. 지하연합의 차기 수장이니까. 그렇게 울어서야 되겠어요?


그럼 수장으로써 말할께요. 가지마요. 루이스. 가지 말아요.


하, 돌아올께요. 꼭. 반드시.








난 아직까지도 잊지 않고 있어요.


그 때의 당신의 얼굴을. 당신의 뒷모습을. 당신의 목소리를.


난 당신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당신에게 빛을 졌어요.


그러니까 이제 내 차례에요.


당신이 주저 앉으면, 제가 일으켜 줄께요.

당신이 쓰러지면, 제가 일으켜 줄께요.

당신이 포기하면, 제가 포기 하지 않도록 격려해줄께요.


그러니, 그러니까.


그 때의 당신으로 돌아와요.





 


* * * * * *




 



" 미안하지만, 나는 트리비아가 아니에요. 루이스. "


내 환상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나를 부르던 트리비아의 목소리도. 늘 내게 보였던 트리비아의 모습도.

방금까지만해도 나를 보며 미소지었던 트리비아는.

마치 안개가 사라지듯 서서히 사라져 없어졌다.


하지만, 남아 있는것이 하나 있었다.


트리비아가 서있던 그 자리에는.

나와 예전에 함께했었던, 나와 함께 생사를 함께 했었던.

이젠 지하연합의 수장이 되어, 모든 사람들의 우러름을 받는.


엔지 헌트가 서있었다.


" .....엔지? "


" 좋은 아침이에요, 루이스. 아. 오늘은 늦은 오후려나요. 늘 당신을 이곳에서 만나면 아침이었는데, 오늘은 특별히 늦어버려서 착각했네요. "


 날이 풀려가고 있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두껍게 옷을 입고 있던 엔지는, 자신이 쓰고있던 후드를 벗어 내며 내게 말했다.

후드를 벗음과 동시에, 그대로 흘러나오는 짙은 자주색 머리카락이. 고운 살결과 맑은 눈동자가.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왔다.


" 많이 당황스러울꺼에요. 왜 자신이 이런 곳에 있으며, 지금은 무슨 상황이고, 또 저는 왜 여기 있을까- 하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고 있겠죠? "


" ... "


"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은 미치거나, 어디 아프다던가. 그런게 아니니까. 그냥 잠시 방황하고 있는거에요.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잠시 찾지못해 목표를 잃은것 뿐이니까. 그래서 그런거에요. 당황하지 말아요. "


" 당신이... 왜 이곳에 있습니까? "


" 글쎄요. 제가 왜 이곳에 있을까요. "


수많은 질문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트리비아가 아니라 왜 당신이 이곳에 있는가.

지금까지 날 부르고 있던건, 당신이었나.

이곳은 도대체 어디고, 지금까지 당신은 이곳에서 무얼하고 있었나.


트리비아는 도대체 어디로 간것인가.


"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죠. 제가 왜 이곳에 있는지. 또 나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던 건지. 당신은 이미 다 알고 있어요. 기억하지 않으려는 것일 뿐이에요. "


" 무얼 말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엔지 헌트. "


​" 그런가요? 눈치 빠른 당신이라면, 슬슬 알아들을 수 있을것 같았는데. 여기 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을 텐데. 아직까지 모르겠나요? "


" ... "


엔지는 피식 웃더니 천천히 내게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을 때마다, 머릿속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져서.

그저 나는 침묵으로 답할 수 밖에 없었다.


" 루이스. 이번이 당신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기회에요. 당신으로 인해 연합의 수많은 동료들이 힘들어 하고있어요. 지금까지 당신에게 준 기회도 셀 수 없이 많고, 우린 똑같은 행동과. 똑같은 말들을 당신에세 수도없이 말했어요. 당신은 기억해내지 못할테지만. "


" ...? "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


엔지에게서 보이는 저 씁슬하고 안쓰러워하면서도.

그리움과 걱정하는듯한 표정이.


나를 더 신경쓰이게 만들고 당황하게 만들었다. 


" 진실을 알고 싶나요? "


그러다가, 엔지가 내뱉은 저 한마디에.

내 몸도 굳어버리고, 내 생각마저도 굳어버렸다.


진실.

그 한 단어에 내 모든것들이 멈추어버렸다.


" 선택은 당신이 하는거에요. 알기 싫다면, 그대로 연합으로 돌아가 푹 쉬도록 해요. 하지만, 알고 싶다면. 저를 따라와요. "


그렇게 말한 엔지는 뒤돌아 서더니 안쪽 숲속으로 더 들어가기 시작했다.


선택. 진실.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머릿속으로는 모르고 있지만, 진실에 대해서 몸은 알고 있는지 발걸음은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어딘가 계속 느껴지는 이 불안함과 무서움이.


엔지를 따라가지 말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내가 그녀를 따라가지 않고 연합으로 돌아간다면.

진실을 외면하고 나의 자리로 돌아간다면. 이 불안함과 무서움은 사라질텐데.

과연 그 선택이 나에게 맞는 선택일까.


[ 루이스, 내가 한마디를 하자면 말이야. 이제 그만 나와. 현실을 직시해. 너는 충분히 스스로 해쳐나올 수 있어. 다들 그렇게 믿고. ]


[ 다녀오세요. 그리고, 자신의 일은 끝내고 오는거에요. 오늘로서 말이에요.]


[ 전 선배를 믿어요. 지금이라도 그 자리에서 일어나실 수 있다는 걸. ]



이번엔 머릿속이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의외로, 내가 내리는 선택은 금방 고를 수 있었다.


" 천천히 가요. 엔지. "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힘주어 한걸음 떼어냈다.


루이스, 걱정하지마.

별거 아닐꺼야.

계속해서 짐작해오는 그 일이 아닐테니까. 가볍게 듣고 나오는거야.


엔지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갔다.

초저녁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는 중이어서 인지. 숲속의 밤은 금방 찾아왔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숲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 여기에요. 루이스. "


분명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처음와보는 길일텐데.

내 발걸음은. 내 몸은 익숙한듯이 엔지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이미 이곳에 여러번 와보았다는 것처럼 말이다.


" 여긴....? "


깊은 숲속에 엔지가 있는 어딘가에 도달했을 때에 가장 먼저 보였던것은.


이름모를 하얀꽃으로 물들어 있는 넓은 공간이었다.

주위에는 작은 가로등 세개가 삼각형으로 놓여져 주위를 비추어 어두운 숲속인데도 불구하고 주변이 훤히 빛나고 있었다.


먼저 갔던 엔지는 그 곳의 앞에 서서 나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이곳이, 당신의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에요. 루이스. "


" ... "


" 지금이라도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면 돌아가도 좋아요. "


" 아니요. 보여주세요. "


내가 입구에서 나와 그녀에게 다가갔을때.

엔지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나에게 다시 말했다.


하지만, 나는 한치의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이젠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었고. 이미 선택은 내려 이곳에 왔기에.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으니까.


엔지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그제서야 작게 미소짓더니 나의 앞에서 비켜 뒤로 걸어갔다.


그러자 나의 눈에 들어온건.


지금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던.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던.

나에 대한 모든것들이 담겨있는 것이었다.


" 이젠, 기억 나시나요? "


천천히.

천천히. 그 하얀 꽃밭으로 다가갔다.

겨울일텐데. 이름 모를 그 꽃들은 한 송이도 지지 않고 활짝 피어있었고.

나는 그 꽃들을 저벅저벅 밟아거며 그 꽃들의 중앙으로 다가갔다.


아닐꺼라. 아닐꺼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까지 생각해오고 있던 모든것들이 전부 거짓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속해서 불안해하고 무서워하던 것들이 전부 허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알고 있을꺼라 생각은 했었지만,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려 했는데.


내가 그 꽃밭의 중앙에서 발견한건.

트리비아의 이름이 적혀있는.


홀로 아무도 없는 곳에 차갑게 놓여있는 비석이었다.


" 트리비아는. 죽었어요. 루이스. "






* * * * *



루이스.


어, 트리비아.


저 하얀꽃 있잖아. 뭔지 알아?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만약 내가 죽거든. 네가 제일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이 꽃과 함께 놓아줄래?


하...? 갑자기 무슨 재수 없는 소리야.


약속해.


그런 약속 따위는 안해. 당신이 죽을 일은 딱 하나 뿐이야. 이 싸움이 끝나면, 나랑 결혼해서 애도 낳고 평생 잘 살면서 늙어 죽는거.


쿡쿡, 난 안 늙을껀데.


와, 자기 언제서부터 사람이 아니었던 거야?


네가 만든 생선 파이 때문이 아닐까. 그거 완전 맛없더라. 영국사람들은 그런거 먹고 사는데 안죽는게 용한게 아냐?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자기가 그 파이의 진짜 맛을 몰라서 그래.


비린 맛?


하. 말을 말자.


쿡쿡, 아무튼. 약속하라면 해.


알았어. 알았다고. 약속 할께.















그게, 당신과 한 마지막 약속일줄은 몰랐어.







* * * * *



 

" 이렇게 무너져 내렸을줄은 몰랐어. 루이스. "


정신이 들었다.

깜깜했던 시야가 서서히 돌아오고, 나를 괴롭히던 현기증도 점차 사라져 갔다.


" 루이스. 넌 그렇게 약한 남자가 아니잖아. "


그제서야, 지금까지 애타게 원해왔던.

계속 해서 간절하게 바래왔던.

내가 사랑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림을 느끼곤, 주위를 다급히 둘러보았다.


어디야. 어디야 트리비아.


주위를 돌러보고 나서야, 지금 내가 있는곳이 연합 건물의 옥상이란걸 알아챘다.

트리비아와 밤하늘을 단둘이서 비행하고 돌아오면, 꼭 이곳에 내려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사랑을 나누곤 했던 그 옥상이었다.


" 오랜만이네. 자기. "


하지만, 과거와는 다르게 지금 이곳엔 그녀가 없었다.


마치 지금은 그때가 아니고 이미 그때와는 너무나 멀어져버렸다는 것처럼.


목소리는 들리는데, 트리비아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내가 못찾고 있는건 아닐까.


하나라도 놓칠까, 유심히 그리고 다급히 트리비아의 이름을 부르며 찾고 있었을 즈음.

바로 내 옆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을때.


지금까지 나를 괴롭혀오고, 내 가슴 한구석을 아려오게 만들었던. 내가 알던 그녀가.


마치 아무말도 없었다는 듯이 미소지으며 서있었다.


" 왜 그렇게 초췌해진걸까나. 꼬마 영웅 님. "


" 다 당신 때문이야. "


다시 한번 가슴 한켠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울컥, 하고 차오르는 감정들이. 가슴에서부터 올라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을 가까스로 눌러담았다.


보고싶었어. 너무나도 그리웠어.

당신이 보이지않고, 당신이 없는 세상이란건. 끔직해서 도저히 있을수가 없어.


사실, 난 알고 있었어.

당신이 죽었다는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당신이 더 이상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내 옆에 있어주지 못한다는게.


그 모든게 당신을 지켜내지 못한 나 때문이란게.


너무나 괴로웠어. 너무 슬펐어.


그래서 주저앉아 버렸어.


이 모든 사실들을 부정하고, 외면하면. 당신이 돌아올 것만 같았어. 모두 없던일이 되어버리니까.


미안해.

잘못했어.

용서해줘.


트리비아를 본 한동안은,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가슴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녀에게 할말이 많았고, 또 너무나 많은 마음과 감정들이 파도가 치듯 내 머릿속을 휘젖으며 몰려왔기에.


어디서 부터 말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당신이 내 마음을 잘 알아줄 수 있을까.

말하지 않는게 당신에게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며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뿐이었다.


그런 나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트리비아는 계속해서 묵묵히. 나에게 시선을 보내지 않고 고래를 들어 별빛하나 비추지 않는 칠흑같은 밤하늘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늘 내옆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이. 조용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올려다 보며 서있었다.


당황해하고,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내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려는 것처럼 말이다.


" 너 답지 않아. 루이스. "


그런 트리비아의 옆에서, 나도 나란히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녀와 함께 비행을 하고.

그녀와 함께 마음껏 밤하늘을 헤엄치던.

그녀와 함께 이 옥상에서 다시한번 저 하늘을 바라보며 사랑을 나누던.


그 아름다웠던 순간들 처럼.


한참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서로가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트리비아가 나지막히 속삭여오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지금 이 순간에도, 너의 시선은 과거로 향해있어.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옆에 있던 트리비아가 몸을 돌려 뒤로 걸어나갔다.


" 잠깐. 어디가는거야, 트리비아. "


" 루이스, 너는 그정도로 무너질 남자가 아니야. 네가 진정으로 날 사랑했다면 말이야. 지금 넌 그러고 있으면 안된다는 거야. "


트리비아가 내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나는 다급히 뒤돌아 그녀를 쫓아가려 했지만, 옥상의 콘크리트 바닥이 내 발목까지 올라와 움직이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줘 트리비아.

또 다시 어디로 가버리려는거야. 가지마.

가지 말란 말이야.


" 네가 진정으로 날 사랑하고 있다면, 우린 또 다시 만나게 될꺼야. "


" 트리비아!! 트리비아!! "


" 너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네 스스로 다시 나를 찾아와. "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버리는 트리비아를 바라모고있을때.

끝까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내뱉고, 그녀는 밤의 여왕이라는 이름에 맞게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너무나 한심하게. 너무나 어이없게.

또 다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녀를 어디론가 보내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 깊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트리비아. 트리비아.

도대체 당신은..... 나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데...?


그렇게. 그녀를 보내버리고 나서야.

주위에 있던 내 세상이 까맣게 물들어버리기 시작했다.









* * * * *











" 당신은, 트리비아를 잃은 며칠 뒤부터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벌써 한달이 되어가는군요. "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모든걸 알게 되어버린. 까맣게 물들어버린 나의 세상으로 돌아왔다.


" 처음에는 몰랐어요. 당신이 기억을 잃고, 자꾸만 어디론가 가버린다는걸. 그것도 매일 아침. 매일 같은 길로. 같을 곳으로.

  토마스가 우연히 장을 보고 오다가 당신을 보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었을꺼에요. 그 누가 당신이 이렇게

  방황하고 있을꺼라고 생각했겠어요. "


엔지의 말은, 귓가로 들려오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트리비아의 비석 앞에서 무릎꿇고 앉아 있었다.

지긋이. 그 비석을 바라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마치 머리가 멈추어 버린것 처럼 말이다.


" 처음엔 당신을 데려다가, 설득해보고. 전부 사실대로 말해봤지만. 끝까지 당신은 모른다고 하더군요. 심리치료사도, 동료들도 모두

  당신이 트리비아를 잃은 충격 때문에 그런거라고 생각했지만 난 아니었어요. 루이스 당신은, 일부러 모르는 척 하고 있더군요. 제가

  능력자 전쟁 때 했던 말 기억나요? 루이스는 거짓말이 매우 서툴다는거. 그리고 무슨 걱정이 있거나 힘들면 티가 많이 난 다는걸요. "


" .... "


" 동료들은, 그런 당신이 걱정됐는지. 루이스가 어딜 갈때마다 우연히 마주친 척하면서 지금까지 지내왔어요. 혹시나 당신이 나쁜일이라도

  당할까봐, 아니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릴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뭐, 루이스는 자기 생각만 하느라 몰랐을 테지만요. "


그래서 였구나.

오늘 아침의 레베카도, 나이오비도, 토마스도.

우연히 마주친 것이 아니라. 일부러 나때문에 만나러 온거였어.

그래서 이상했던 거구나.


" 그래서, 당신을 늘 이곳으로 데려오게 해서 마지막으로 제가 당신을 설득했어요.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늘 당신은 제 말은 듣지도 않고

  잊어버리면서 외면하더군요.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루이스는 절 믿지 않았고요. "


" ....어쩌라는 겁니까. 저한테. "


포옥.


등뒤에서 무언가가 안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따스하고, 또 애틋한 느낌이 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안아오는 이의 손은 내손을 살며시 쥐어오며, 더욱 더 나를 꼬옥 끌어안아왔다.


이 온기. 이 따스함.


트리비아에게서 느꼈던 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고 또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다.


" 저도, 루이스에게 진심을 말할 때가 온것 같아요. "


" ....? "


그렇게 나를 안아주던 그녀가, 내 귓가에 속삭이듯 말해오는데. 목소리가 굉장히 떨러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아까부터 나에게 말해오던 묵묵하고도 감정없는 목소리가 아닌.


능력자 전쟁 때 나에게 보여주었던 그 따스하고 걱정 가득한 그녀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 손을 잡고 있던 엔지의 손이 떨려오며, 끌어안고 있던 팔에 더 힘을 주면서.


엔지는 뒤이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 이 말을, 한달 전 당신과 이야기 할때에도. 몇달전에도, 능력자 전쟁 때에도 말했어야 했어요. 하지만, 너무나 말하기 힘들었에요.

 용기도 나지 않았지만. 제가 말해야 하겠다고 다짐했을 땐. 당신에게 트리비아가 있더군요. 너무나 속상했어요. 너무나 가슴 아팠어요.

 그녀보다 제가 먼저 당신을.... 루이스를 좋아했는데. "


흠칫.

그녀의 말을 듣다가 스쳐지나가는 단어에 작게 떨었다.


내가 그렇게 떤것을 엔지도 인식했는지 쥐어오던 손이 점점 더 떨러오고, 몸도 떨고 있는것이 내 등뒤로 느껴져왔다.


잘못 들은건가? 하고 생각하며, 그녀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때.


내 입술에 닿아오는 부드럽고 촉촉한, 그 어느때보다도 따스한 온기가 그대로 전해져왔다.


이게 무얼까.

이 온기는. 이 따스함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걸까.


무슨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는 채로.

머리의 사고회로가 그대로 멈추어버린것처럼 멍하니 있었을 때.


내 입술에서 느껴지던 온기가 살며시 떨어져 나가더니, 엔지의 아주 작은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 좋아해요. 루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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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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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_again_O

 

 

 

 

 

저 누구보다 추천 잘먹을줄 아라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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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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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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