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빅터마를] 얼어붙은 소녀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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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맞이꽃 [76급]

2015-06-29 06:22:50





* 팬픽 입니다. 글이 싫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카테고리 확인하세요~

* 오랜만에 왔는데 커플이 꽁냥거리는 글이 아니라 죄송하옵니다^_T...

* 모쪼록 즐겁게 읽어주세요. 항상 따뜻한 댓글, 추천 감사합니당!










 BGM (Remembrance) 




 온몸에 전율이 흐르던 시간은 끝이 났다. 사랑을 나누는 것인지, 그저 몸의 온기만을 원했을 뿐인지,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봄은 아직 겨울이 열고 간 문을 닫지 못 했고, 그만큼의 추위는 방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를렌은 발가벗은 몸이 추웠는지 시트를 몸에 돌돌 말고 그대로 일어났다. 냉장고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병에 담긴 우유를 집었다. 마실래? 물어보니, 남자는 고갤 젓는다. 우유를 마신 여자는 앞에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속옷을 챙겨 입었다.

 

 “갈게.”

 “응. 마를…….”

 “며칠은 못 봐.”

 

 남자는 고개만 끄덕였다. 여자는 건조한 표정으로 입고 왔던 하늘색 블라우스와 흰 바탕에 꽃무늬가 그려진 플레어스커트를 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또각거리는 구두굽 소리가 멀어지자 남자는 그제야 제대로 쉬지 못 하다시피 했던 숨을 몰아쉬었다. 머리가 아픈지 눈을 꽉 감았다가 뜬다. 언제까지 반복될 수 있는 사이인지 모른다. 빅터 하스에게는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녀가 자신을 어떤 사람의 레플리카로서라도 찾아주는 것이. 최악의 최후, 그리고 마지막 남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젠 끝을 내야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그녀를 위해서 이별은 필요했다. 그러나 떨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끝을 이야기 하려던 그의 말을 자르고 들려온 그녀의 며칠은 못 본다는 말에, 오늘도 그는 이별을 말하지 못 했다.

 

 거리는 그때의 흔적이라곤 없다. 전부 무너져 폐허가 된 거리, 살려달라고 외치는 사람들, 그리고 비명에 가까운 자신의 울음소리. 지금 이 거리가 예전에는 전쟁터였다는 걸, 지금 이 세 살짜리 아이는 모르겠지. 천진한 아이를 따라 눈에 들어온 것은 과일가게였다. 마를렌은 그곳에서 사과 한 바구니를 샀다. 빅터에게 줄 생각이다. 잘 먹지 않으니까, 가끔씩 이런 과일을 보면 사뒀다가 들릴 때 주곤 한다. 아주머니, 좀 덜 익은 걸로 주세요. 며칠 뒤에 가져다 줘야하거든요. 그렇게 말하자 과일을 건네주던 뚱뚱한 아주머니가, 그럼 그때 살 것이지 왜 지금 사느냐며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한다.

 

 “지금 사지 않으면, 마음이 바뀔 것 같아서요.”

 “젊은 여자가 세상 다 산 것 같은 말투로 그럼 못 써! 쯔쯔. 그래, 한 며칠 뒀다 먹어야 할 거야.”

 

 집으로 돌아온 마를렌은 달력을 펼쳤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내일 날짜가 눈에 들어온다. 따로 기념일에 대한 것이 쓰여 있지 않았다. 기념일이 아니니 당연했다. 그녀는 달력의 표시된 날짜를 살며시 쓰다듬다가 터지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았다. 그리고 갈라지는 목소리로 조그맣게 말했다.

 

 “다이무스 아저씨…….”

 

 다이무스 홀든이 죽은 건 벌써 5년도 더 된 이야기다. 전쟁은 끝이 났고, 모든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한 소녀만 여전히 그 시간에 머물러 있었다. 텅 빈 방안에 혼자 틀어박혀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한참을 울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있었다. 끝까지 자신을 지키다 죽은 사람. 땅에 묻힌 걸 보며 가슴에 묻으려고 해도 다시 살아나는 사람. 마를렌의 삶 속에서는 그라는 존재는 여전히 생생히 살아있었다. 그것이 못 견디게 힘든 날에는 그녀는 어김없이 빅터에게로 간다. 굳이 닮은 구석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다이무스의 남겨둔 흔적 같은 빅터에게 안정을 느꼈다. 그녀조차 서서히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자신이 빅터를 좋아해서 가는 것인지 다이무스 홀든의 그리움을 해소하기 위해 가는 것인지, 그래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언제부턴가 마를렌은 빅터를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시렸다. 구멍이 난 가슴에 계속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아서 아무리 사랑을 받아도 가슴이 시리고 아팠다. 그러기에 절대 사랑은 아닐 것이라고, 자신을 이렇게 아프게 하는 감정이 사랑일 리 없다고 마를렌은 생각했다.

 

 ‘나는 얼어붙은 거야, 넌 바람이니까.’

 

 네가 삭풍이라면 나는 물, 네 차가운 바람에 얼어버린 나의 시간은 더 이상 흐를 수 없어. 끝까지 그에게 책임을 돌리며 그녀는 바구니에 담긴 파란 사과를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너는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는데, 나는 왜 그러는 걸까. 하고 자조적인 말을 내뱉었다. 며칠 뒤면 그 사과는 빨갛게 익을 것이다. 그녀를 제외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해간다.

 

 며칠 만에 그에게 모습을 드러낸 마를렌은 사과를 들고 왔다. 그동안 어디에 있었느냐고 빅터는 묻지 않았다. 매년 이맘때면 5년 전 그날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날짜쯤은 안다. 그럼에도 추궁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마를렌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빅터는 테이블에 올려놓은 사과를 바라봤다. 빨갛게 잘 익어있었다.

 

 “웬 사과?”

 “잘 안 먹잖아. 과일 같은 거.”

 “신경 쓰지 마.”

 

 마를렌은 그 말을 못 들은 척하고 가져온 사과를 예쁘게 깎았다. 큰 가문 아가씨가 과일을 깎을 일은 별로 없지만, 어릴 때 누군가에게 도시락을 싸주겠다고 연습한 덕분에 요리나 재료손질을 아예 못 하는 편은 아니다. 마를렌은 떠오르는 옛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빅터는 그 웃음에 자신이 없다는 걸 알고 뒤를 돌아 침대에 앉았다. 마를렌의 눈은 언제나 그를 보아도 다른 것을 담았다. 큰 바다에 비친 자신의 얼굴 뒤로 비치는 다이무스 홀든은, 빅터가 마를렌 곁에 있을 수 있는 이유기도 했다. 그래서 건드릴 수가 없었다. 만약 이 사실을 자신도 안 다는 걸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 마를렌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 때문에. 그렇지만 이젠 그녀를 위해, 그녀의 시간을 멈추게 한 것은 다이무스 홀든이 아닌, 자신인 것을 알고 있기에 그만 놓아줘야 했다.

 

 하얀 그릇에 담긴 사과는 먹음직스러웠다. 마지막으로 본 날 여기서 나와서 집 가는 길에 파는 사과가 맛있어 보였어. 아직 덜 익었을 때 사서 오늘 가지고 온 거야. 그녀는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자 그녀는 키득키득 웃었다. 그리곤 팔짱을 끼고서 다 먹으면 뭐할 거야? 하고 물었다. 빅터는 흘러내리는 마를렌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뭐 하기는 오늘은 그냥 가. 그는 포크를 내려놓고 서늘한 눈빛으로 마를렌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어깨에 올려놓고 먼저 끌어안았다. 빅터는 또 이러면 안 되는 것을 잊은 채, 품에 안겨있는 마를렌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때와는 다른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 계속해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빅터는 자신이 그녀를 당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좌절했다.

 

 쓰러지듯이 눕는 두 남녀의 그림자, 마를렌이 먼저 입술을 포개어 물었다. 부드럽게 전해지는 촉감에 빅터는 아찔했다. 실크 원피스가 그의 살결에 미끄러지듯 스치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고 떨리는 숨을 내쉬면 마를렌은 먼저 야한 미소를 띠며 옷을 벗는다. 한참은 빅터가 그녀가 주는 자극에 눈을 감고 다음을 행동하지 않으려고 하면 마를렌은 애원하듯 자극을 멈추지 않았다.

 

 성장하지 못 한 여자 아이의 사랑이 이 관계를 찢어놓으면 그걸 언제나 빅터가 눈물로 꿰매어놓았다. 하지만 이제 관두고 싶었다. 그가 생각한 최악의 최후를 끝내고 그녀가 없는 삶이 쓰다고 해도 삼키고 싶었다. 빅터는 전에 하지 못 한 안녕을 오늘 그녀에게 말하려 했다. 그것을 본능적으로 예감한 걸지도 모른다. 야속하게 계속 살을 맞대어서라도 자신을 확인하려고 하는 그녀에게 결국 그는 졌다.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사랑하는 쪽이 진 거라는 말이 그의 머릿속을 맴돈다.

 

 

* * *

 

 

 그녀는 피곤한지 잠든 빅터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가시에 찔린 것처럼 눈이 따갑고 명치끝이 먹먹해졌다. 가득 차오른 눈물이 안타깝게 매달려 있다가 한숨과 함께 눈을 감으니 소리 없이 베개 위를 적신다. 그녀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고통 속에 잠겨 잠든 눈가에 손톱 끝으로 십자가를 그린다.

 

 그와 같은.

 

 

 

 

 


 FIN 



Y님 커미션으로 쓴 글 입니다!


* 빅터마를 구도 중 제가 정말 좋아하는 구도이기도 하고, 물과 바람이라는 능력간의 케미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쓸 때 막힘없이 썼던 것 같습니다. 그게 정말 좋았어요. 다만 룸메이트와 커미션 내용에 대해 상의하면서 정말 고민 많이 했는데... 몇번이나 퇴고를 해도 제가 원하는 만큼 안 나온 게 많이 속상합니다.


* 제목에서의 바람은 바람(風)일수도 있고 바람(望)일수도 있겠지요. 읽으시는 분께서 마음에 드시는 쪽으로 해석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uㅅu*)


* 글에서의 마를렌은 다이무스를 놓을 수 없기에 빅터를 놓을 수 없습니다. 빅터도 마를렌을 놓고 싶어도 마를렌이 놓아주지 않으면 놓을 수 없고요. 만약 마를렌이 먼저 다이무스를 놓는다면 이 얼어버린 관계가 녹는 날도 반드시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가제는 파란 사과였습니다. 마를렌이 가장 싫어하는 과일이 사과라는 설정이 있었는데, 어떤 과일보다 눈에 띄게 색이 변하는 게 마치 자신을 조롱하는 것 같아서라는 이유 때문이었죠. 해서 빅터에게 가지고 가는 과일은 여러 가지였지만, 사과는 처음 가져간 과일이에요. 빅터가 웬 사과냐고 물어본 것도 처음 보는 과일이라 물어본 건데, 마를렌은 슬쩍 넘어갑니다. 자세하게 이걸 글에 담고 싶었는데 분량이 하도 초과해서 이건 빼고 여기에 써놓을게요. (재미가 없으려나...)


* 전 정말로 질척거리는 글이 좋은가봐요... 얼마나 즐겁던지... (미쳤나봐)


* 마지막 부분에 다이무스와 같은 상처 모양(십자가)을 잠든 빅터 눈가에 손톱 끝으로 그려보는 장면을 쓸 때 가장 두근두근 했습니다. 소스를 제공해준 룸메이트에게 감사를!


* BGM 정보 : Big Rice의 Remembrance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몸 건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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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구나~ 후후후... YES NO 하- 감히! 이녀석들! 그땐 그랬지
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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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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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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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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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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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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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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