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수좋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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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7 18:12:54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메트로폴리스에서 서포터 노릇을 하는 웨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Y존에 들어가는 적팀 리사를 전광판으로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립이 있을까 하고 2번 타워앞에서 어정어정하며 걸어가는 철거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아군 철거반을 적팀 Y존까지 밀어 주기로 되었다.
첫 한타에 3 어시, 둘째 한타에 더블 킬 - 게임 초반에 그리 흔지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 판 동안 킬은 구경도 못한 웨첨지는 220코인, 440코인이 찰깍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660코인이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목에 콜라 한 잔도 적실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앓는 아군에게 힐킷링 찍어 던져줄 수 있음이다.
아군 까미유가 딸피로 빌빌대기는 벌써 몇 분이 지났다. 성장을 위해 이속킷도 빼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버거 한 번 써본적이 없다.
구태여 힐킷을 쓰려면 못 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딸피에게 힐킷을 주면 재미를 붙여서 더 다이브한다는 자기의 신조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따라서 따로 확인한 적이 없으니 얼만큼 딸피인지는 알 수 없으되 반듯이 서 가지고, 기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그러나 피가 이렇게까지 떨어지기는 아까 한타에서 적팀 다이무스의 찹쌀떡을 먹고 체한 때문이다.
그때도 웨첨지가 오래간만에 쿨이 빠져서 힐킷 세 개를 던져 주었더니 웨 첨지의 말에 의지하면 그 오라질 까미유가 천방지축으로 죽어가는 아군 트릭시에게 양보했다. 마음은 급하고 전환충 쿨은 빠지지 않아 힐 줄 수도 없는 그것을 그 오라질 까미유가 무빙은 고만두고 손을 뻗어서 누가 때릴 듯이 힐면충을 난사하더니만 그날 한타 끝나고부터 제키엘이 아프다, 리사 하향이 필요하다 눈을 홉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그때 힐킷 쿨이었던 웨첨지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 년, 조롱복은 할 수가 없어, 못 먹어 딸피, 나대다 딸피, 어쩌란 말이야!" 하고 웨 첨지는 딸피 까미유의 앞에서 춤을 추기만 했다. 타워힐로 피는 조금 채워졌으나 채팅창에 하트가 맺히었다. 웨 첨지의 뚜껑도 뜨끈뜨끈하였다.
이 환자같은 의사가 그러고도 몸 사리지 않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 트루퍼 뜨기 전부터 영웅노릇을 하고 싶다고 아군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이면충도 못 맞추는 년이 대박궁은, 또 뻘궁 쓰고 Sorry(z)! 하게" 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딜은 못 넣고 쳐맞기만 하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힐킷을 던져줄 수도 있다. 앓는 의사 곁에서 딸피로 보채는 트릭시(세 살먹이)에게 힐킷을 줄 수도 있다. 660코인을 손에 쥔 웨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통로를 돌아나올 떄였다. 아하하하하하하! 하고 쳐웃는 소리가 난다. 자기를 돌아보게 한 사람이 적 제키엘인 줄 웨 첨지는 웃음소리만 듣고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제키엘은 다짜고짜로,
"인도하소서!"라고 외쳤다. 아마도 탱킹을 하고 있는 제키엘로 트루퍼 뜨기 전을 이용하여 라인을 밀려 함이리라. 센티넬을 잡기로 작정은 하였건만 원딜들이 다 먹어버리고, 코인은 없고 해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마침 철거반을 보고 뛰어나왔음이리라.
웨첨지는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이 근처에 아군도 없이 안개 밖으로 나가 제키엘을 따기가 싫었음일까? 어시스트, 더블 킬로 그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은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집을 나올 제 까미유의 부탁이 마음에 켕기었다. 적 리사를 잡을 제 의사는 선글라스에 애걸하는 빛을 띄우며, "혼자 라인 밀러 가지 말아요. 제발 덕분에 기지에 붙어있어요. 교향곡이 이렇게 쿨인데......" 라고, 모기소리같이 중얼거렸다.
그때에 웨 첨지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압다, 젠장맞을 년, 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기방하고 앉았으면 누가 라인 밀어줄 줄 알아," 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환자는 그의 앞길에 붉은색 핑을 핑핑핑 찍으며 "나가지 말라도 그래. 그러면 멀리서 밀고 들어와요" 하고 목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
제키엘 스킬 빠지는 소리를 들은 순간에 도핑중독으로 떠는 손, 울 듯한 까미유의 얼굴이 웨첨지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
(중략)
전체 채팅으로 "제키엘 개못해ㅋㅋㅋ" 한 웨첨지는 또다시 달음질하였다. 집이 차차 가까워질수록 웨첨지의 걸음에는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였다.
제키엘을 따고 그 깜짝 놀란 340코인을 정말 제 손에 쥠에, 제 말마따나 거의 적 4번 타워 앞까지 가는 길을 비를 맞아 가며 질퍽거리고 간 생각은 아니하고, 거저나 얻은 듯이 고마웠다. 졸부나 된 듯이 기뻤다. 아직 브론즈 밖에 안돼 보이는 제키엘에게 춤을 추며 전챗으로 "ㅋㅋㅋㅋ개못해" 하고 비웃었다.
웨첨지는 채팅을 신나게 치면서도 힐킷 쿨을 빼고 기지에 다달았다. 집이라 해도 깨지기 직전의 타워요, 또 호자가 풀피인 것도 아니라 반피 좀 덜 되는데 까미유와 웨슬리가 열심히 힐을 하는 터이다. 만일 웨 첨지가 채팅을 치지 않았던들 5번 타워가 있던 곳에서 막 나왔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한타의 소리 -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적 샬럿 소리에 다리가 떨렸으리라.
빠야바! 하는 아군 휴톤의 소리도 들을 수 없다. 패닝 하는 트릭시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같은 침묵을 깨뜨리는 - 깨뜨린다느니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아하하하하하 하는 시끄러운 소리, 제키엘의 깔깔대는 소리가 날 뿐이다. 만일 청각이 예민한 이 같으면 그 미친 웃음소리는 우리 호자를 무빙으로 피하고 트릭시를 딴 뒤 내는 웃음소리라는 것도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웨첨지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한타 난 쪽으로 가자마자 Sorry(z)! 를 누른 게 수상하다. 이 쏘리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버리려는 허장성세인 까닭이다.
호자 앞으로 구르며 힐킷을 뿌릴 새도 없이 웨첨지는 핵을 쐈다. 이쪽이다! 라는 소리와 함께 적 리사에게 수류탄을 뿌렸다. 그러나 철거반한테 궁캔되는 바람에, 뎀지가 뜨는 건 리사가 아니고 철거반이었다. 이때에 함정에 빠졌어(x)! 하는 까미유의 소리가 치료가 필요해! 로 변하였다. X 누르다 누르다 스킬도 못 맞추고 또 누를 기운조차 시진한 것 같다.
웨첨지는 의사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며칠 안 감은 듯한 까미유 머리에 에임을 놓고 힐킷을 던지며, "먹어라!"
"......"
"으응, 이것 봐. 힐이 안 되네."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힐이 안 돼."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버이."
이러다가 피를 콱 뿌리며 사라지는 까미유를 알아보자마자 목이 메었다. 산 샬럿의 손끝에서 떨어진 피구름이 죽은 이가 있던 자리를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웨첨지는 터지는 HQ타워 앞에서 미칠 듯이 타자를 쳤다.
"힐킷을 던져주었는데 왜 먹지를 못하지,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그리고 뜨는 ♡♡
3줄요약
1. 겜 초반에 잘풀림
2. 제키엘 따고 신나서 채팅함
3. 채팅해서 한타 난지도 모르고 있다가 겜 터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