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루이틀비] Melancholia
  • 1,250

    6

망맞이꽃 [76급]

2015-03-11 02:26:54





* 글이 싫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부탁드립니다.








>>BGM 들으실 분들 클릭<<












그녀에게 나는 습관이다. 뜬금없이 옆을 바라보는 것도, 커피를 마시려고 할 때 자연스럽게 컵을 두 개 꺼내는 것도, 누군가를 부르려고 할 때마다 전혀 다른 이름이 튀어나오는 것도, 기억하지 못 한다고 해도, 시간에 얽혀서 그녀 삶속에 깊게 파묻힌 나는

 

트리비아의 습관이다.

 

 

Melancholia

W by. Mang

For. D 

 

 

처음 그녀는 가끔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 하곤 했다. 오랫동안 사귀어 온 연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 할 일이 몇 번이나 있겠느냐만 트리비아는 달랐다. 가끔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 하고, 평범히 날 바라보다 갑자기 타인을 바라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다가 기억이 나면 몸을 휘감는 두려움에 잠시간 울기도 했고, 차라리 곁을 떠나달라고 소리 지르듯 이야기하기도 했다. 나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느꼈다. 분명히, 내가 모르는 어떤 변화가 그녀에게 생겼음을. 사랑하는 연인에게 생긴 큰 변화는 내게 종잡을 수 없는 것이어서 방법이 서툴렀던 나는 빗나가는 것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화를 내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며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결국 그녀가 나를 더 이상 기억하지 못 하게 된 날의 아침. 나는 그녀와 살던 집에서 나왔다.

 

병원에서는 나와 그녀의 관계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그녀의 정신 상태에 좋을 것이라며, 넌지시 이야기 했다. 나는 졸지에 그녀의 세계에서 없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엔 그것이 슬프다기보다 화가 났다.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닌 나를 잊을 수 있냐고 그녀를 원망했고,거짓말 같은 현실에 절망했다. 받은 사랑도 준 사랑도 모두 내게만 남아있는 건 오히려 지옥이라서, 나 역시 그녀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차라리 그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더 한 고통은 그녀를 볼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우연히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서 그녀의 집 앞을 서성거리며 그녀를 기다렸다. 그렇게 우연을 가장해 마주치게 되면, 그녀는 내게 먼저 말을 건다.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마. 그냥 눈에 띄던 걸, 마음이 편해지는 목소리네.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하루가 지나면 이렇게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조차 완벽하게 잊으니, 당연히 나 없는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파도 다음 날엔 분명히 처음 봤지만 처음 본 것 같지 않은 신기한 사람이 되어야겠지. 그게 지금 네 세계의 나니까.

 

어느 샌가 나는 이 상황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매일 아침 그녀 집 앞으로 가 새로운 관계를 쌓고, 그날 저녁에 그녀에게 모든 걸 잊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을, 그리고 하루의 마지막 소원으로 품에 안으면 오늘 처음만난 사람과의 포옹에 당황하며 뿌리치려는 그녀를 눈물로 호소하며 억지로라도 다시 안아보는 일을.다신 만나지 말자는 말을 듣는 것을, 누구랑 착각한 건 아니냐고 하는 말을 듣는 일을, 다시 아침에 만나 새로운 사람이 되는 그런 것을, 아무리 익숙해져도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잖아.”

 

눈을 떴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건 장님 뿐만이 아니라, 이 칠흑 같은 악몽에 빠진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넘쳐흐를 정도로 눈부신 빛이 있어도, 내겐 한조각도 닿지 않아.트리비아 카리나가 없는 루이스의 삶은 그림자가 빛을 잃어 자신의 모습을 감췄으니까.

 

 

* * *

 

 

하루의 시작은 그녀의 집 앞으로 가는 걸로 시작해, 조금씩 다른 곳을 갔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트리비아는 항상 집 앞에 서서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은 모습을 한 내게 먼저 말을 건다. 나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면서 이런 신기한 기분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낯을 많이 가리는 네가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건 내가 대상자라서 그런 거겠지. 불행 중 다행이야. 몸은 나를 기억한다는 거, 그거 하나 만큼은.

 

누굴 기다리는 거야?”

.”

, 나도 모르게 반말이 나왔네.”

괜찮아.”

후후. 생긴 것과는 다르게 마음이 넓은 남자네?”

…….”

 

아무도 없는 곳을 슬쩍 보는 행동. 그건 내가 항상 왼쪽에 붙어 있었기 때문에 생긴 그녀의 습관일 것이다.

 

또 왜 이러는 걸까. 있지, 난 이상한 습관 같은 게 있어.”

어떤.”

분명히 혼자 살고 있는데 커피를 마시려고 컵을 꺼내면 꼭 두 개를 꺼낸다거나, 침대에 잠들기 전 괜히 누가 있는지 더듬는다거나. 이상하지?”

…….”

어머, 너무 붙잡아뒀나? 그럼.”

차라도 마실래?”

?”

할 일 없으면.”

 

이렇게 먼저 말을 걸 사람이 아닌 걸, 예전의 너라면 알고 있었겠지. 지금의 너는 내 제안에 어리둥절하다가 금방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는 그래 좋아, 한다. 같이 들어온 카페에서 커피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각설탕 두 개를 내 컵에 넣어준다. 그러고는 놀란다. 아니 왠지 그냥 그럴 것 같아서, . 요즘 내가 이상하긴 이상한가봐. 항상 트리비아는 달게 먹는 날 위해 각설탕 두 개를 먼저 커피에 넣어주곤 했다. 그런 작은 습관들이 여전히 그녀 몸에 붙어있는 걸 바라보며 나는 몇 십번이나 반복한 이 상황에서도 눈물이 나올 것 같다. 그럼 애써 그걸 삼키며.

 

괜찮아.”

 

괜찮지 않은 말을 한다.

 

저녁이 되어 그녀를 집으로 바래다줄 때, 처음에는 잘 들어가, 나중에 봐, 내일 봐 같은 말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녀에게 뜬금없이 사랑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럼 그녀는 아이처럼 웃으며 내 고백을 가볍게 넘긴다. 운명적인 사랑은 없다면서. 조금 더 무거운 남자가 되어보라 말하는 그녀 뒷모습에 나는 다시 한 번 사랑해, 하고 외치듯 말하면, 물기 가득한 목소리에 당황해 돌아본 그녀의 눈빛이 흔들린다. 또 다가온 이 상황. 온종일 참았던 눈물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밤, 새파란 공기가 찰랑이는 눈물 대신 마음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드는 시간. 그녀가 갑자기 눈물을 쏟는 내 곁으로 와서 정리되지 않는 상황을 정리해보려 애쓴다. 참기 힘들어서, 곁에 품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그녀를 붙잡아 억지로 품에 끌어안으면 벗어나려고 몸부림칠 것이다. 알면서 나는 그녀 손목을 붙잡는다.

 

아픈 건 나뿐인데 날 잃은 네 눈이 자꾸 슬퍼보여서 이게 내 착각인 건 아닐지 하며 마음 졸이는 일도, 매일 새로운 관계를 쌓고 마지막에 널 끌어안아보는 것도, 수백 번도 넘게 한 사랑한다는 고백도, 그 모든 것이 전부 괴롭기만 해. 가슴에서 널 밀어내는 일 같은 걸 할 수 있었다면 나는 이미 네 기억은 지우고 마치 너처럼, 그렇게 새롭게 살았을지도 몰라. 나 없는 세상이 아무렇지 않은 너처럼. 나는 속으로 계속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

 

그런데 오늘은 그녀가 우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먼저 다가와 품에 날 안는다. 너는 나를 절대 기억할 수 없을 텐데, 너와 내 시간은 오로지 내게만 있는 것일 텐데. 이런 일이 있을 리가 없을 텐데, 대체 왜.

 

네가 나의 습관이니?”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물었다.

 

그런 거야?”

 

안긴 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이것 역시 오늘이 지나면 모두 잊어버릴 걸 알면서, 미련하게 오늘만큼은 그녀가 나를 습관이라는 형태로 말해주는 걸 기적이라고 여기며 잠들고 싶다. 내일은 달라질 거라며 내일은 내게 루이스라고 불러주며 똑같이 사랑한다 이야기 해줄 거라는 꿈같은 상상을 하고 싶다. 트리비아는 내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무슨 일이 생긴 걸까.너와 나는. 하곤 메마른 한숨을 쉬었다. 울음이 멈추질 않아서, 어린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안겨 울 듯 한참을 울다 고개를 드니 그녀는 나를 아주 예전의 나를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다. 이걸로 전부 괜찮아졌다.

 

사랑해, 내일이면 나는 네게 습관이었다는 사실조차 없는 지나가는 사람이겠지만. 내겐 모두 있으니. 그러니 괜찮아, 사랑해.

 

 

 

 

 

 

 

FIN



* D 님 커미션 입니다. 좋은 커미션 주제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혼자 가슴을 치며 썼어요.

* 여기서 트리비아가 걸린 병의 이름은 멜랑콜리아 병 입니다. (첨부된 그림 참고)

* 트리비아라면 자신이 생긴 작은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엔 저렇게 루이스를 보고 느낀 것들(신기할 정도로 편하고 안정을 느끼는 등)이 자신의 이상한 습관과 연관되어있다고 생각하는 날도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 BGM 정보 : 불꽃심장 - 사랑해 "있어줘서"

* 좋은 글 쓸 수 있게 도와주신 D 님 정말 감사드려요! 날씨가 추우니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사랑해요!

* 커미션으로 들어온 글이므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문제시 무통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홈페이지에서는 특정 부분에 BGM이 흐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 홈페이지에서 보실 분들은 클릭

* 항상 모자란 글에 추천, 댓글 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댓글 다 읽어보고 있어요...UU*




개인 홈페이지 : http://paranoia2.tistory.com

트위터 : @Mang___


커미션은 이쪽>> 클릭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무섭습니다ㅠㅠ! 감기 조심하세요!






0
신고하기
댓글 6
댓글은 최대 255자까지, 스티커 10개까지 등록할 수 있습니다
스티커 등록 n
등록0/256
닫기
좋구나~ 후후후... YES NO 하- 감히! 이녀석들! 그땐 그랬지
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허~허~ 아, 아니... 헐! 흠흠... 끄응... 시, 식은땀이.. 엥? 후어어..
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최근에 사용한 스티커가 없습니다.
능력자님의 마음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스티커를 찾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