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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a [52급]

2012-02-27 00:48:35

 

 

 

안녕하세요. 간만에 얼굴 비추는 Ista입니다.

 

나름대로 사이퍼즈 팬픽을 쓰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과분한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서 지금의 현실이 정말 안타깝네요.

 

팬 픽션, 즉 2차 창작물에서도 특히 소설, 혹은 그에 준하는 창작물은 팬덤중에서도 상당히 마이너한 부분입니다.

 

특히 그것을 향유하고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글보다 그림이 다가가기 편하고 소비하기 쉬우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건 근본적인 차이죠. 소비자의 입장에서 글은 그림에 비해 아무래도 손이 가지 않습니다. 현실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글을 쓰시는 분들, 다시 한 번 곰곰하게 생각해보세요.

 

여러분들은 분명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팬픽을 썼을 겁니다. 남에게 보이고자 하는 욕구 이전에 스스로의 갈망이 글을 쓰도록 만들지 않았나요?

 

사람은 자신이 뭔가를 해내면 인정 받고싶어합니다. 저 또한 그랬고, 그런 마음에 첫 글을 올렸었죠.

 

지금 팬픽을 쓰시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해 왔던 게임들을 뒤돌아 보세요.

 

그 게임 홈페이지에서 팬픽션만을 다루던 게시판이라던지, 그에 상응하는 메뉴가 있었나요?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팬아트 게시판을 운용하는 이유는 아주 심플합니다.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의 흥미도를 높여, 게임의 수명을 보다 오래 유지하고 유저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기 위한 것이죠.

 

어떻게 보면 패치나 이벤트 이상의 비중을 가진 것이 이런 팬덤 세력입니다. 가장 좋은 예를 들면 마비노기가 있겠군요. 마비노기는 정말로 팬덤 세력을 확실하게 밀어주고, 그 효과를 톡톡히 봤죠.

 

하지만 팬픽은 그런 성능에 있어서는 약간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제대로 구성된 팬픽은 어지간한 단편이라도 읽는데 시간이 제법 걸리며, 그 광고 또는 홍보효과가 그림에 비해 미미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소비하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치명적이죠. 짧은 시간 내에 게임에 대한 호감도를 올리는게 어렵다는 겁니다.

 

당연히 회사 측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런 추중자들이 있다는 점은 환영하겠지만, 적극적으로 밀어주기엔 미흡한 구석이 있는겁니다.

 

그런 부분을 떠나서, 지금 사이퍼즈 팬아트 게시판의 팬픽 세력은 너무나 고립되어있습니다. 그들만의 리그라는거죠.

 

제가 팬덤을 소비하는 입장에서도, 그리고 팬덤을 생산하는 입장에서도 팬픽은 그림에 비해 다가서기 어렵고, 또한 소비하기도 어려운 부분입니다.

 

지금 팬픽을 쓰시는 분들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시작할때부터 남들이 알아주길 바래서, 관심을 주었으면 해서 글을 쓴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예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제 자신이 재미있기 때문에 글을 씁니다. 물론 시작은 그럴지라도 사람이 뭔가를 만들어 놓으면 욕심이 생기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인정 받고, 재미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로 큰 행복을 느꼈죠.

 

다른 분들도 이런 행복을 느꼈으면 합니다. 다만 보다 근본적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과정을 고통으로 여기시지 마시고, 즐겨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 슬프지 않습니까?

 

우리는 독자에게 감상을 강요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그림과 글 중 어느 것이 더 쉽다 어렵다 하는 것은 정말 의미없는 논쟁입니다.

 

글을 비하하려면 얼마든지 비하할 수 있고, 그림을 비하하려면 얼마든지 비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소모성 논쟁은 스스로의 품격을 떨어뜨릴 뿐입니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으면, 존중받지 못하게 됩니다.

 

 

야심한 밤에 장문의 글을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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