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마클레/조각] 토마스가 클레어 하교 기다려주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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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7 03:53:18
오늘도 있네, 저 오빠. 내 앞에 서 있는 그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MP3를 들으며 서 있다가 내가 오는 기척이 있으면 이어폰을 빼고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하교 시간이 비슷해서 몇 번을 마주치다가 서로 기다리는 모양새가 된 우린 엘리베이터를 기다려 줄 때에도, 그 안에서도 딱히 대화를 나누거나 하진 않는다. 오히려 각자 휴대전화만 바라보거나 그 짧은 시간 동안 문만 쳐다보거나 한다. 또 그 사람은 8층이고 나는 7층이라서 바로 윗집을 산다는 것만 알고 이름조차도 모른다.
항상 있는 자연스러운 정적일 텐데 괜히 여러 생각 탓에 민망해진 나는 거울을 보고 앞머리를 정리했다. 뒤를 힐끗 보니 휴대전화로 이것저것 보다가 시선이 느껴졌는지 이쪽을 돌아보려고 한다. 다시 재빨리 앞머릴 정리하는 척했다. 괜히 얼굴부터 몸 전체가 뜨거워지는 기분이 든다.
그 오빠는 참 파랗다. 한여름에 마시는 탄산처럼 청량하다. 무엇보다 정말 상쾌하다. 차가운 게 아니라 시원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사람이 에어컨도 아니고 시원하다니 웃기지만, 정말이다. 어느 날은 반짝거리고 투명한 얼음 조각 같단 생각도 했다.
학생이니 당연히 하교 시간이 기다려지긴 하겠지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관계가 지속하면서부터 다른 사람보다도 먼저 하교 준비를 하고 곧장 집으로 갔다. 불만을 터트리는 친구들을 모른 척하고 집 앞까지 빠른 걸음으로 집에 가는 건 그 오빠 때문일지도 모르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조급해지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엘리베이터가 7층에서 멈춰 문이 열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집 앞에 도착해서도 닫힌 엘리베이터를 잠시 몇 초간 바라본다. 혹시나? 부끄럽지만 혹시나 해서다. 그냥 조금 신경이 쓰인다. 뭐, 어차피 내일은 약속이 있어서 못 볼 테지만…….
집에 가는 길에 잠깐 시계를 봤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늦었다. 느리게 걸었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땅으로 고갤 떨구고 걷던 내 발밑으로 비치던 그림자가 자릴 일어서는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 기다리는 것인지 계단 쪽에 쭈그려 앉아있다가 자릴 털고 일어난 사람을 바라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 오빠다. 30분이니 늦었는데 여기에 있다는 건, 정말 나를 기다린 걸까?
그는 날 보고 씩 웃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분명히 시원한 사람인데 곁에 있기만 하면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
* BGM 정보 : 316 -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 개인홈에 있던 글 그대로 가지고 왔습니다. 팬게 오랜만에 왔는데 너무 짧은 글이라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