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들 팬픽 안보니까 난 팬픽 쓸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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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9 20:24:20
야누스
[ Janus ]
그리스신화에 대응하는 신이 없는 유일한 로마신화의 신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문에 앞뒤가 없다고 생각하여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겼으며, 미술 작품에서는 4개의 얼굴을 가진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였다. 집이나 도시의 출입구 등 주로 문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하였는데, 문은 시작을 나타내는 데서 모든 사물과 계절의 시초를 주관하는 신으로 숭배되었다. 영어에서 1월을 뜻하는 재뉴어리(January)는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유래한 것이다.
귀가 시릴듯이 차가운 유리잔이 테이블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하얀색 머리칼의 중년의 사내는 옆 의자에 가운을 걸쳐놓고, 흰 와이셔츠의 차림으로 가만히 와인잔을 내려다보았다. 벌써 일곱병 째였다. 몇 시간째 취하지도 않은 채, 조용히 술만 마시는 그를 바라보며 바텐더는 왠지 모르게 소름끼침을 느꼈다. 벨리니(* Bellini, 르네상스 초기에 활동했던 화가 조반니 벨리니(Giovanni Bellini)의 이름을 붙여 만든 칵테일이다)의 자홍빛이 은은히 흔들릴 때 즈음, 중년의 사내에게 젊은 웨이터가 정중히 다가왔다.
" 혹시, 윌라드 크루그먼씨 되십니까. "
노란빛의 머리칼과 푸른 색의 눈동자, 전형적인 게르만인의 얼굴인 젊은 웨이터를 바라보며 '윌라드'라 불린 중년 사내는 잠깐 재단쪽의 젊은 영국 청년, 마인드리스너를 떠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중요하지 않은 생각이다 싶어 윌라드는 눈을 감았다 뜨는 행위로 곧바로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 저입니다. "
" 브라질에서 전보(電報)가 왔습니다. "
윌라드를 바라보는 게르만 청년의 어투는 담담하고 듣기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얼굴은 차가워 보이는 것이, 어쩌면 거울을 쳐다본 기분이 들어 윌라드는 곧바로 거북한 감정이 들었다. 허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윌라드는 곧바로 받아든 종이봉투로부터 전보를 조심히 꺼내들었다. 웨이터가 사라진 시점에서 윌라드는 테이블에 종이를 펼쳐보이곤 눈으로 천천히 글씨를 읽었다.
- 브라질에서 보낸 '물건'이 도착. -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윌라드는 그 자리에서 종이를 부욱, 소리를 내며 찢었다. 그리고 바텐더를 쳐다보았다. 그를 몰래 훔쳐보던 바텐더는 윌라드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랐다. 그리곤 어색한 목소리로 다른 술을 권하기 시작했다. 윌라드는 침묵을 지키며 6초 정도 바텐더의 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찬찬히 끄덕이며 그리 해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윌라드는 잘게 찢은 전보지(電報紙)를 근처 휴지통에 버렸다. 준비는 착실히되어가고 있다-라고 윌라드는 생각했다. '물건'이 밀수되어 자신의 창고에 쌓여가는 사실은 예전부터 명왕( 헨리 밀러 3세, 헬리오스를 건립한 영국 귀족이자 사이퍼.)쪽에서도 알고있는 일이지만 그다지 간섭하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아직은 그저 지켜보고만 있는 것이라고 윌라드는 추측했다.
허나 그것은 윌라드쪽에게도 전혀 상관이 없었다. 숨기어보았자 더욱 의심만 받을 뿐이다. 티내지 않고 지금의 일을 계속 하던대로 해나가면 되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자신은 헬리오스의 이사나 되는 사람이므로 아무도 그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으므로, 괜한 허튼짓은 하지 않는게 더 좋은 편이라고 그는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후, 바텐더가 샴페인을 권하자 윌라드는 고맙다는 한마디와 함께 다시 한 번 술을 한 모금 입에 물었다. 혀 끝으로 퍼져나가는 샴페인의 향이 윌라드의 머리를 아찔하게 흔들었다. 허나, 그의 자세에는 어떠한 흔들림도 없다. 20년 이상 동안 훈련되어진 점잖음이다. 굳어진 완벽한 행동에는 흠짓하나 없을 것이다. 윌라드는 술을 음미하고 목구멍 너머로 삼키며 천천히 눈을 감고 옛생각에 잠시 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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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00년, 20세기가 찾아오고 어린 소년이 9살이 되었을 때였다. 전기능력계 사이퍼(Cypher)로 평범한 브라질의 한 가정에서 태어난 소년은 가족의 축복을 받으며 자라났다. 꿈을 찾아 신대륙으로 건너온 조부모를 시작으로, 브라질에서 사는 이 백인 가정은 가진 것은 없어도 사소한것에도 기뻐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린 소년과 그의 부모의 어느 날, 검은 양복의 신사들의 그들의 집에 찾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어린 소년의 재능이 너무나도 뛰어나 어린 소년을 자신들이 데려가 그를 키우고 훌륭한 사람으로 양성하겠노라고 말했다. 부모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검은 양복의 신사들은 부모의 손에 돈봉투를 쥐어주었다. 부모는 그것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들은 아들을 잘 키워달라며 어린 아들을 그렇게 모르는 사람들의 손을 붙잡고 떠나게 했다.
어린 소년이 도착한 곳은 영국의 '헬리오스'라는 한 회사였다. 소년은 그곳의 대표라고 불리우던. 그 유명한 '명왕'을 만났다. 자신보다는 몸집도 훨씬 크고, 근엄한, (그리고 같은 전기계열의 능력자였다) 신사를 바라보며 어린 소년은 왠지 모를 동경심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그것이 윌라드 크루그먼, 야누스과 헬리 밀러 3세, 명왕의 첫 만남이었다.
어린 소년은 그 날 이후로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고 회사의 일원이 되어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어린 소년에겐 모든 것이 힘든 고군분투의 나날들이었다. 그러나 어린 소년은 군소리없이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모두 해내어보였다. 어린 소년은 매일 밤마다 남몰래 울었다. 고향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너무나도 보고싶었다. 어머니가 해주던 스튜와 아버지의노란 이빨이 보이는 청결치 못한 웃음이 보고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어린 소년에게 고향생각을 하지말라고 했다. 어린 소년은 그러겠다고 하며 참고 또 참았다. 한동안 소년의 얼굴을 웃는건지, 우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이상했다고 한다.
사춘기의 때인 청소년이 된 소년은 제 또래와 달리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어른보다도 어른스러웠으며, 능력 훈련도 꾸준히 받아 뛰어난 전기 능력을 선보이고 정치 수완같은 면에서도 우수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뛰어난 소년을 보며 사람들은 장차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저마다 칭찬을 해보였다. 소년은 그런 찬사 속에서도 정중히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무표정만 내어보였다. 언제나 정중하고, 냉철하고, 이성적인 소년을 향해 사람들은 헬리오스의 차기 후계자가 될것이라며 소년을 기대했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다. 언제부턴가 소년에게는 웃음이 사라졌다는 것을.
청년이 된 소년은 잠깐의 문제가 있었다고한다. 더 이상 능력이 각성되질 못하고 어딘가에 막히어 머뭇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회사의 간부와 명왕은 긴히 의논을 했었던 것 같다. 사이퍼(Cypher)는 어떠한 계기를 통해 능력이 각성되는 경우가 있다는 정보를 접한 명왕과 회사의 간부들은 곧바로 윌라드에게 위험한 임무들을 주기 시작했다. 청년은 원치도 않은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눈을 떠보니 주위가 자신을 살해할 사람으로만 가득한 어느 창고방에 갇혀있거나, 추격자들에게 쫓기기 시작했다. 청년은 처음으로 살인(殺人)이란 것을 그 때 경험했다. 그러나 회사의 간부들과 명왕의 그런 비인도(非人道)적인 실험에도 불구하고 청년의 능력은 더 이상 각성하지 못했다고한다.
청년은 어느 덧 훌륭한 한 신사가 되었다. 헬리오스의 무역이사라는 중요한 관직도 차지하며 회사의 한 간부가 되었다. 좋아하는 여인도 있었고, 연애끝에 그들은 결혼하여 딸도 한 명 낳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사가 된 청년은 그 동안의 고생들이 비록 원치않았던 일이지만, 자신의 운명이라 여기고 열심히 그 고난을 버텨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헬리오스의 대표가 되어 모든 힘들었던 나날들의 보답을 받아 행복한 생활을 살 것이라고 신사는 바랐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자신이 어릴 적 겪지 못한 부모의 사랑을, 자신의 어린 딸에게는 꼭 줄 것이라 신사는 다짐했다. 그러나 명왕이 자신의 뒤를 이를 회사의 대표를 발표하는 날, 신사는 자신이 살아온 모든 인생을 부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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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라드의 기억은 그 곳에서 끝났다. 윌라드는 천천히 눈을 뜨고 자신 눈 앞에서 흔들리는 샴페인병을 바라보았다. 바텐더는 슬금슬금 그의 눈치를 보기만 했다. 어두운 조명이 낮게 깔리고, 윌라드는 한 번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 날, 회사의 대표는 모두가 예상했던 '윌라드 크루그먼'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의외의 인물인, 스카우터였던 '브뤼노 올랑'이었다. 여느 사람이었다면 분명히 분개했을 것이다. 그렇게 희생되어온 인생에 보답을 받지 못하고, 버려지듯 취급당했다면 회사에서 난동을 부수고 폭력적으로 변하고 회사를 나가버려도 모두가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윌라드는 더욱 차분했다. 오히려 대표가 된 브뤼노 올랑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윌라드는 묵묵히 평소처럼 자기 자리로 돌아가 일을 했다.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그에게 속상하지않냐고 묻자, 윌라드는 '제 노력은 회사가 잘 되는 것으로 보답 받고 있습니다. 지금처럼요.'라며 오히려 사람들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 . . 정말로 ?
"아니지."
윌라드는 담담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한동안 입을 열지 않던 윌라드를 지켜보던 바텐더는 또 한번 흠칫 놀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티를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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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다시 옛생각에 잠기었다. 브뤼노가 대표가 된 이후, 윌라드는 자신이 살아온 모든 인생이 부정당했음을 느꼈다. 남에 의해서 살아온, 남에 의해서 만들어진 인생이 인형처럼 버려졌다. 그 생각에 이르자 윌라드는 자괴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자유의지를 모두 박탈당하고, 꼭두각시처럼 이용당하기만했다. 그것이 자신, 윌라드 크루그먼. 그 때부터 윌라드는 또 한 번 또다른 결심을 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는 더이상 헬리오스의 사냥개가 되지 않겠노라고.
브뤼노가 대표가 되고, 3차 능력자 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명왕의 양녀인 앨리셔를 어떤 괴한이 공격했다고 한다. 그 괴한의 모습은 지하연합의 휴톤과 비슷하다는 말에 헬리오스의 능력자들은 분노를 느끼며 강력한 보복을 원했다. 새로운 갈등안에서 명왕과 앤지헌트가 영국정부와 협상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빅토리아 여왕은 포트레너드에 대하여 어느 한 세력에게만 '자치권'을 주기로 했다. 결국 생존을 건 전쟁이 다시 시작되어버렸다.
윌라드는 한 편, 모든 것을 정리했다. 자신의 모든 과거 정보를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서류의 한 글자까지 찾아내어 자신과 관련된 기록은 모두 지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의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인적사항에 있던 자신의 사항도, 가족관계서에도 아내와 딸의 이름은 사라지고 부모와 조부모의 이름만 남았다. 아내와 딸과 떨어져 지내는 것에 더불어, 없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제 살을 깎는 고통과는 비교조차 못되었지만 그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앞으로 자신은 무서운 일을 벌일 것이며, 자신의 일 때문에 자신의 가족에게 불똥이 튀는 것은 보기 싫었다. 그렇게 윌라드는 자신의 딸에게 자기가 겪지 못했던,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주지 못한 것에 죄책감이 적힌 편지를 한 장 남긴 채, 모든 인연을 끊어버렸다.
3차 능력자 전쟁이 발발하고, 이공간을 생성하는 능력을 가진 몇 안되는 사이퍼 중 하나인 브뤼노 올랑이 트와일라잇에 새로운 공간을 복제하고, 그곳에서 전쟁을 하기로 연합과 회사간에 약속이 되었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히틀러의 나치당이 집권하고 바이마르 공화국이 무너졌다. 세계가 시끄러운 그 시점, 윌라드는 자신의 고향인 브라질로 휴가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때 윌라드는 운명의 만남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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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이미 가난으로 찌들고 부패한 정치로 인해 국민들에게 있어 하루하루가 고통인 지옥의 나라였다. 나라 정세는 기울고, 민심은 흉흉하며 위대한 모험가 그랑플럼의 이야기때문에 혁명의 분위기가 물씬했다. 결국 브라질에서는 빈농 출신인 혁명가, 프레드 오테로(* 카를로스 오테로의 아버지)를 따라 농민들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쿠데타는 성공하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내부고발자로 인해 프레드 오테로가 정부에 잡히며 모든 것은 의미없이 종결되어버렸다. 그 때, 윌라드도 한 번 연루되었다. 경찰은 헬리오스의 무역이사가 농민쿠데타에 무언가 지원을 하는게 아닌지 조사를 했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단순히 우연히 그곳에 있었다라는 사람들의 증언만 듣고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해 윌라드를 풀어주었다.
윌라드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풀려난 뒤, 경찰서 밖에서 쪼그려 앉아 있는 한 흑인 소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흑인 소년은 서에서 나오는 윌라드를 붙잡고 다짜고짜 자기 아버지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분명 잡혀간 반란 농민들의 아들 중 하나가 막무가내로 아버지의 소식을 들으려 하는 것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윌라드는 그 흑인 소년의 말에서 익숙한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카를로스 오테로'. 흑인 소년은 브라질의 혁명가 '프레드 오테로'의 아들이었다.
윌라드는 자신의 별장으로 따로 흑인 소년, 카를로스 오테로를 초대해 그에게서 아버지인 '프레드 오테로'와 신봉하는 모험가 '그랑플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소년이 얼마나 자신의 아버지와 그랑플럼을 믿는지, 까만 피부속 빛나는 눈을 가진 소년을 바라보자 윌라드는 마치 자기 자신의 어릴 때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종은 달랐으나, 자기의 과거와도 닮은 소년을 보며 윌라드는 또다른 거북함과 동시에 반가움을 느꼈다.
그는 그 이후로도 카를로스와 만남을 두어번 더 가졌다. 그럴 수록 윌라드에 대한 카를로스의 신임과 호감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그것은 윌라드도 마찬가지였다. 자꾸만 볼 수록 꿈이 큰 소년이라고 생각했다. 카를로스가 실은 바람을 다룰 수 있는 능력자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윌라드는 더 이상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이것은 '사냥개를 얻을 기회'였다. 또한 '복수의 기회'였다. 윌라드는 카를로스에게 제안했다. 당신의 아버지와 그랑플럼이 바라던 세계를 보여주겠노라고. 그 말을 들은 흑인 소년은 흔쾌히 동의했다. 그렇게 카를로스 오테로는 윌라드 크루그먼을 따라 영국으로 건너와, 공적인 그가 함부로 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일들을 처리하는 비공식적, '윌라드의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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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샴페인 한 병을 끝내 비우고말았다. 술을 마실 수록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명이 주황빛에서 보랏빛으로 넘어갈 때즈음, 윌라드는 외투를 집어들며 바텐더에게 계산을 부탁했다. 외투를 입고 중절모까지 눌러쓰고 윌라드는 밖으로 나섰다. 주홍빛으로 드리워진 가로등불이 거리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밤, 윌라드는 하늘 높이 떠 있는 초승달을 바라보았다.
" 오테로군. "
아무도 없는 조용한 거리에서 윌라드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뒤이어 '네'하는 목소리가 뒷골목의 그림자로부터 들려왔다.
" 하던대로, 일을 부탁드립니다. "
" 알겠어요, 크루그먼 아저씨. "
그걸로 대화는 끝이었다. 윌라드는 춥다고 생각하며 어서 회사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많이 늦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영국 신문 1면에는 푸른 눈과 노란 머리칼을 가진, 한 술집의 게르만 웨이터 청년이 누군가에 의해 타살(打殺)되어 죽은 살인사건이 보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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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강요되어지고, 자유의지도 박탈당한 채.
남이 만들어준 길을 걷고, 남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오고도.
그 삶을 보답하지 못했다면.
운명이 그럴 수밖에 없다면.
더더욱이 그들이 원하는 길을 걸어주리라.
보다 더욱, 완벽한 사람이 되어.
그들이 원하는 훌륭한 지도자의 인재가 되어주리라.
그렇게 해서, 그들이 기대해준 자리를 거머쥐는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없애버릴 것이다.
마치, 애초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것처럼.
내 손으로 모든 것을 끝내주겠다.
비극은, 비극으로 끝내는 것이니까.
" 확실한 건 명왕은 나를 선택하지 않은 걸 빠른 시일 내에 후회할 거라는 거야. "
-술 한잔 기울이며 드렉슬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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