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빅터마를] There is truth in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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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맞이꽃 [70급]

2014-10-11 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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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에 가득 취해서 찾아온 그녀의 눈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나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 때문에 맺힌 이슬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아니라는 것도. 말없이 문을 열어주자 마를렌은 힘없이 걸어와서 방안 침대에 앉았다. 단출하기 짝이 없는 방안 침대에 고급스러운 원피스 자락이 팔락거리며 쓰러진다. 그 모습이 너무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러니까, 이 방 침대와 그녀의 원피스가. 사실이 그랬다. 언제부턴가 나와 마를렌의 관계를 높은 계단처럼 느끼곤 했다. 그 계단 위에서 그녀는 나를 언제나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쉼 없이 계단을 올라도 내가 마를렌을 향해 뛰는 만큼 그녀 역시 멈추지 않고 더 위에 올라가 있는 다른 남자를 바라보며 오르고 있었으니까. 그 거리는 좁혀지질 않았다. 언제나 같은 거리로 벌어져있었기 때문에 나와 넌 항상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찼지.

 

 최근 나는 슬슬 포기할 때가 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친 상태였다. 누가 되었든 내 마음에 마를렌이 아닌 다른 여자가 들어오길 계속 바랐다. 그렇다면 이런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다만 그것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었다.아주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계속된 이 관계가 녹이 슬어 자연스럽게 끊어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버려두고 있었다.계단에 그대로 서있는 것이다. 올라가서 거리를 좁힐 생각은 하지 않고 이렇게 점점 그녀가 원하는 그의 곁에 닿기를 지켜보면서 아픈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를 꽉 깨물었다. 대체 왜 날 쉬지도 못 하게 하는데. 무슨 의도로 술을 마시고 날 찾아온 것인지 이유가 알고 싶었다. 손톱을 깨물며 가만히 생각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인 눈물이 떠오른다. 우는 것이 나 때문이 아님을 잘 알고 있음에도 기대하게 된다. 포기하는 것은 오늘로 끝인 가보다.머리를 세게 헝클었다. 생각이 아깝다. 어차피 아무것도 변하는 건 없을 것이다. 생각이 끝나자 불을 켜뒀던 것이 떠올랐다. 수면에 방해가 될까 싶어서 불을 끄고 얼마 남지 않은 초를 켰다. 밀랍이 다 녹아서 바닥에 깔린 채로 붙어있는 심지가 안쓰럽다. 뒤척거리는 그녀 몸 위에 담요를 덮어주고 침대 아래에 앉았다. 조그맣게 내는 숨소리에 섞여서 나는 와인 향 때문에 어지럽다.

 

 “아저씨…….”

 

 시발, 욕과 함께 치미는 메스꺼움. 자면서도 찾냐 너는? 화난채로 고갤 돌려 바라본 얼굴에 배여 있는 슬픔이 거울을 보는 것 같다. 그래 감정은 같을 테니까, 내가 닿을 수 없는 것처럼 너도 그 사람에게 닿을 수 없으니까. 입술을 깨물고 침대에 기댔다. 내 귓가에 더 뜨겁게 닿는 숨. 이 모든 것이 내 것이 될 수 없는 게 나도 너만큼 아프다고 마음으로 외쳐도 메아리처럼 다시 내게 돌아온다. 뻗어도 닿지 않는 거리니까 당연히 내 마음을 몰라줄 거라며 내버려 둔 시간이 밉다. 조금만 더 빨리 내가 네 곁으로 다가가려 했다면 지금 너와 나는 조금 달라졌을까. 네가 그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동안이라도 널 내 곁에 붙잡아뒀다면, 그랬다면 달라졌을까. 괜히 과거를 탓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이 분함도, 짜증도, 책임도 전부 과거에게 넘겨버린다. 좋아한다고 말한 적 없으니 알 리 없지. 애꿎은 건 내가 아니라 너일지도 몰라.

 

 “바보,”

 

 한참을 잠든 모습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볼을 쓰다듬자 잠결에 내 손을 더듬거리며 잡는다.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뜨자 손길이 따뜻한지 이내 다시 잠이 든다. 이것도 그 사람과 나를 겹쳐보고 짓는 미소일까 싶어서 입이 쓰다. 그래도 좋다. 웃으니까. 볼 위에 내 손이 올라가 있고 그 위에 그녀 손이 올라가 있다. 그것뿐인데 따뜻하다. 항상 차갑기만 했던 방 안이 따뜻한 것처럼 느껴진다.계속 이렇게 있을 수 있으면 굳이 어떤 관계로 발전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그 작은 움직임 때문인지 마를렌이 다시 잠꼬대를 했다.

 

 “……내 마음……도 몰라주는 바보가……….”

 “?”

 “…아저씨……. 다이무스 아저씨…. 미안해요……. 저, 다른 사람……이 좋아져서……….”

 “…….”

 “…빅…….”

 

 그 뒷이야기를 도저히 들을 수 없어서, 입술로 말을 잇던 그녀 입을 막았다.

 

 



 

 

 

Fin.



* 원래 ---을 쓰려고 했는데 뭔가 엄청 아련해지고 건전해진 글...()

* 제목은 그냥 취중진담

* BGM 정보 : 불꽃심장 - 낮에 뜨는 달

* 마를렌은 언제나 사랑하고 있는 소녀일 것 같아요. 다이무스에게 향한 풋사랑이 끝나게 된다면 그건 마음에서 다이무스를 놓아주고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가 아닐까 싶네요.

* 베스트 게시물 정산에 팬픽이 올라온 줄도 모르고 게임만 하다가 지인분께서 알려주셔서 알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 너무 놀래서 소리 질렀어요()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있던 부분이라... 정말 기뻐요.

* 트위터 (@Mang___) 개인 홈페이지 (티스토리로 이사 했습니다!)

* 항상 모자란 글 읽어주시고 댓글, 추천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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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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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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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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