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리를 벗어난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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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0 18:19:25
도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빠르게 교차하듯이, 시간또한 흘러가고 있었다.
교차로 한 가운데 , 그는 끝나가는 겨울 아래에서 하얀 입김을 불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로 그다지 화창하지 못한 하늘은 흐릿한 구름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교차로의 시간이 다 끝나가려하자,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사람들 틈에 섞여서 길을 건넜다.
어제까지만해도 날씨가 풀리는 듯 하더니, 또다시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옷을 얇게 입고 온 탓에, 몸은 매우 추웠다. 그는 옷깃을 좀더 세우고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은 채 걸었다.
안에서 바라보는 환영의 도시는, 회색빛이었다.
검은색도, 그렇다고 하얀색도 아닌.
우중충한 회색빛이었다.
사이퍼즈한지 5개월밖에 안 된 트롤이 이루어낸 망상퍼레이드
"카인과 미쉘을 겁나 잇고싶었어요"
어떤 존못의 마이너한 중얼중얼中
그래서 직접 써버린 사약계 희대의 망작.
포탄 소리가 들리며, 예기치 못한 곳에서 날라오는 굉음에 미쉘은 튕겨나가듯 판자위에서 나가떨어졌다. 정신이 혼미해졌고, 귀에서는 '삐'하는 한 줄기의 소리밖에 들리지않았다. 눈 앞이 흔들리는 기분이었고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마치 방음된 방에서 듣는 것처럼 축소되어 들려왔다.
미쉘은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있었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었다. 도저히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손가락 끝에도 조차 힘이 들어가질않았다. 그저 숨만 가까스로 쉬고 있었다. 자신의 머리위를 뛰어넘으며 바삐 달려가는 군화들이 보였다. 계속되는 굉음은 자꾸만 머리를 흔들어 깨질듯한 두통을 주고있었다.
끝인가, 싶었다. 아직 젊고 찬란하게 청춘을 즐겨야할 어린 소녀는 이런 전장에서 허무하게 사라져가게되는걸까. 그녀는 잠깐 피터를 생각했다. 자신의 유일한 혈육이자, 끔찍히 아끼는 그녀의 동생. 그 아이가 무척이나 보고싶었다. 허나, 그런 것이 지금 가능할 리가 없었다.
미쉘은 자꾸만 눈을 깜박였다. 한 번 눈꺼풀을 덮고 다시 뜰 때마다 전보다 시야가 어두워진 듯한 기분이었다. 초점도 흐릿해서 무엇을 바라보는 것인지도 불분명했다. 그 때 , 무언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미쉘은 힘겹게 눈동자를 그 쪽으로 돌렸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람이 보였다. 형체는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키가 큰 남성같아보였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확인사살일까. '
이대로 끝장이려나. 마음의 준비는 아직 되지 못했는데. 신은 소녀에게 그런 조그마한 시간조차도 주지 않으려는가보다.
이미 어둠의 능력자의 길에 들어설 때부터, 이용당하다 끝나리라고 예감해왔다. 하지만 그것이 이렇게 빨리 끝나게 될 줄만 몰랐을 뿐, 후회도 없지만 보람도 없었다. 그냥, 뒤숭숭한 기분이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던 남자는 무릎을 꿇었다. 아마, 눈을 찔러서 확인사살하려는 것이겠지, 아니면 총으로 머리통을 날리게 될까.
미쉘은 눈을 감았다, 아주 편안히. 더 이상 뜰 힘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그리고 미쉘은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다. 하늘에서 날아가는 한 새의 무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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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미쉘은 눈을 떴고 낡은 흙빛의 천장을 보았다. 중앙의 조그마한 전구만이 유일한 빛이었고 그나마 그 전구가 있어도 주변은 어둑어둑한 기분이었다. 미쉘은 자신의 등의 감촉이 폭신함을 느꼈다. 미쉘은 자신의 배를 덮고 있던 누더기같은 담요를 걷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전혀 모르는 곳이었다, 자신은 붉은 색의 빛바랜 소파에 앉아있었으며 이래저래 상처에는 약이 발라지고, 붕대가 감겨있는 것을 느꼈다. 보아하니 조금 서투른 듯 싶었다. 미쉘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향해 돌아보았다. 조그만 방에는 부엌이 딸려있었고. 가스렌지위에서 주전자 물이 보글보글 끓으며 뚜껑이 덜커덕거리며 움직이고있었다.
" 깼군. "
등 뒤에서,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쉘은 흠칫 놀라며 돌아보았다. 눈 앞에는 회색빛의 남성이 있었다. 비루하고 남루한 셔츠였고 깔끔히 깎은 머리아래로 듬성듬성 있는 턱수염은 무언가 탁한 느낌을 주었다. 그의 얼굴은 차가워보였고, 이미 분위기서부터 투박한 흙냄새가 느껴지는 듯 했다.
" 몸은? "
다시 똑같은 건조한 목소리로 그는 물었다. 영어로 묻곤 있지만 억양을 듣어보니 아마, 독일계 사람인 듯 싶었다. 미쉘은 그저 한번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남자는 그대로 끓는 주전자로 다가가더니 불을 줄였다.
" 먹을 것은 앞에 두었다. "
그는 가스불을 잠그면서 말했다. 미쉘은 쇼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런 건더기도 없는 말간 죽만이 있었다. 하지만 미쉘은 투정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녀는 심히 배가 고팠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급하게 수저를 뜨다가 입천장을 데이고 심하게 콜록였다. 남자는 그녀의 기침소리에 잠깐 돌아보았지만 딱히 신경쓰지 않는 듯 다시 제 일만 묵묵히 하고 있었다.
미쉘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죽을 입에 넣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죽이지만, 그래도 그녀에게는 생명의 오아시스와도같이 느껴졌다. 꿀꺽, 소리와 함께 삼키며 그녀는 잠깐 남자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서랍을 뒤적이더니 권총을 꺼내어 하나하나 탄창을 정리하고 있었다. 미쉘은 조용히 물었다.
" 군인이세요? "
" 그래. "
" 그래. "
그는 그렇게 짧게 답할 뿐이었다. 미쉘은 무언가 어색함을 느꼈다. 이렇게 너무 무반응이라니, 히카르도씨같은 거침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녀에게는 영 뭐한 분위기가 있었다.
" 독일인? "
" 아니, 오스트리아. "
" 이름은? "
" 카인 슈타이거. "
" 능력자인가요? "
" 그렇지않다. "
" 소속은 ? "
" 없다. "
둘은 빠르게 말을 주고받았다. 짧고 간단히 대충 대답해주는 것 같아도, 그는 그녀의 질문에 하나하나 모두 답해주고 있었다. 미쉘은 한 번더 죽을 입에 넣더니 입을 열었다.
" ... 절 구해주신건가요 ? "
그 말에 카인은 문득 행동을 멈추더니 고개를 들어 소녀의 두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그녀의 하얀 눈을.
" 지금까지 몰랐는데, 염동력자로군. "
" ... "
미쉘은 말이 없었다. 카인은 서랍장에 총을 넣어두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옷걸이에 걸쳐진 낡은 군복외투를 어깨에 걸치더니 그대로 신발장으로 걸어갔다.
" 외출하고 오지, 쉬고있도록. "
그렇게 말만 남기고, 그는 군화를 신더니 그대로 현관철문을 열고 나갔다. 낡은 철문은 끼기익 소리를 내며 쿵, 하고 닫혔다. 미쉘만이 홀로 남은 방 안은 고독만이 남았다. 째깍째깍, 하는 시계만이 방 안의 침묵을 깨었다. 미쉘은 혼자라는 것이 이제야 실감이 왔다. 동료와도 떨어졌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갑자기 공포감이 찾아들었다. 살아남은 것에 대한 기쁨은 뒤로하고,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되는건지 아무것도 모름에 그녀는 두려움을 느꼈다.
미쉘은 눈 감기전의 하늘을 날아가던 새 무리를 생각했다. 그래, 마치 그것이었다. 지금의 미쉘은-
새 무리에서 홀로 떨어져나온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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