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리오스/단편] 윌라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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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02:32:59
* 좋은 글이지만 읽진 않았습니다 등등의 무식을 티내는 댓글 별로 안 좋아합니다.
* 커플링 따로 없는 헬리오스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서 썼습니다.
* 연합에 최애들이 몰려있긴 하지만 헬리오스엔 또 차애들이 몰려있네요(...)
“반갑습니다.”
“윌라드 씨!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그럼 천천히 질문하시죠.”
“아, 사실은 말이죠. 오늘은 그런 게 아닙니다. 평범한 질문 답변 형식의 인터뷰가 아니고요. 윌라드 씨의 하루를 직접 보고 신문에 실을까 해서요. 헬리오스 무역 담당 이사의 하루! 라는 느낌으로요.”
윌라드는 기자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헬리오스의 하루라니 귀찮은 게 이만저만이 아닌데다가 평소 헬리오스의 상태는 누구를 보여줄 만한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응하겠다고 말한 상태에서 뒤가 구리게 지금 거절 하는 것도 좋지 않고 세간에서 헬리오스에 대해 떠들어준다면 이왕 좋은 면으로 비추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윌라드는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사실을 빠져나와 급하게 회의실로 향했다.
“조노비치 양.”
“아 깜짝아! 기척 좀 하세요.”
“전원 소집시켜서 회의실로”
“……무슨 일이라도?”
잠시 생각하다가 한 번에 상황을 설명해 줄 생각으로 회의실에서 보자고 말했다. 오늘따라 분위기가 이상한 윌라드를 이상해서 계속 바라보던 타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별 일 아니겠지 하는 표정으로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서 나갔다. 이제 십여 분 뒤엔 헬리오스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길 나눌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절대로 ‘평소의 헬리오스’를 보여줘선 안 된다. 그 생각에 목이 타서 앞에 놓여 있는 컵에 물을 따른 후 벌컥벌컥 마시며 이마에 흐른 땀을 닦는다. 평소 그 답지 않은 행동이다.
“무슨 일이야~ 바빠 죽겠는데.”
제일 처음 문을 열고 들어온 드렉슬러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아마 지금 제일 먼저 도착한 것도 서류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신나서일 테다.
“임무라도 있습니까.”
그 뒤를 따라 온 다이무스는 별 문제가 없지만
“급한 일인가?”
……로라스가 애매하다.
“다들 앉아주시죠. 모인 분들은 이게 끝입니까? 나머지들은 다 어디에”
“지금 다들 학교 갈 시간이라서 아마 네다섯 시간 뒤엔 올 거예요.”
“…….”
윌라드는 그냥 하교 전까지 모든 것을 끝내놓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되었으니. 평소대로 이상한 짓은 하지 말아주셨음 좋겠군요.”
“이상한 짓이라니~ 평소에도 열심히 일 하잖……흐익! 일 하지를 않으니까.오늘은 열심히 해야겠지! 하하!”
드렉슬러가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 하다가 뒤통수에서 느껴진 살기에 뒤를 돌아보자 타라가 죽일듯한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평소에 일을 잘 한다고~? 으응. 그래. 하며 뒷목을 세게 잡아서 마사지를 하지만 그 강도가 마사지의 강도가 아니었다.
“아파 아파! 아파파파파!”
“오늘 일 열심히 해~ 알았지이?”
“아 알았다고! 알았어! 한다고 해!”
너무나 평소 같은 저 둘을 바라보며, 윌라드는 벌써부터 이마가 뜨거웠다. 그때 로라스가 한 마디 했다.
“하하, 둘 다 그만하게! 이런 모습을 혹시 찍기라도 하면 어쩌나!”
찰칵.
“?”
“?”
“!?”
“아, 좀처럼 심심해서요. 벌써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아무도 오시질 않아서.”
말을 안 들어! 욕이라도 나올 것 같은 입안에 고인 침을 애써 꿀꺽 삼켜 넘겼다. 그는 욕과 함께 삼킨 화로 움직이는 사람마냥 과장된 미소와 몸짓으로 한명씩 소개하기 시작했다.
“아, 부르려고 했는데 회의가 길어지는 탓에 깜빡 했군요. 정말 면목 없습니다.”
“아닙니다. 하하 그나저나 정말로 사이가 좋으신 것 같군요. 회사 분위기가 참 좋아요.”
기자는 방금 전 타라의 표정을 자세히 못 본 모양이다.
“저 왔어요!”
“저도 왔어요….”
마를렌과 샬럿의 목소리.
“와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손님이 오셨으면 말씀을 해주셨어야죠!”
“너, 너희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오늘 수업이 2교시 밖에 없었어요.”
이보다 해맑을 순 없을 것이다. 타라는 조그맣게 마를렌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
“오늘 저분이 헬리오스에 대해서…….”
그때 기자가 아이들을 향해 말을 걸었다.
“오 어리구나! 몇 살이니?”
“저요?”
타라의 표정이 볼만 하다.
“전 11살이고, 옆에 샬럿은 10살이요.”
“당찬 소녀군. 하하. 능력은 뭐니?”
“제 능력요?”
마를렌이 배시시 웃는 모습에 제일 뒤에 조용히 앉아있던 다이무스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런 거요!”
잔잔한 물방울들이 사방으로 퍼져서 그 커다란 회의실 반을 모두 꽉 메웠고 하나 둘씩 터질 때마다 창문 새로 들어온 빛 때문에 무지개가 아른거린다. 하지만 그녀는 이걸론 모자랐는지 기자의 카메라를 물방울로 가둬서 제 쪽으로 옮기는 등 장난을 시작했다.
“샬럿 뭐해!”
“언, 언니…….”
“빨리! 능력 보여 달라고 하셨잖아.”
“아, 으. 응!”
갑자기 천장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하필 드렉슬러 머리통 위였고 그는 순식간에 쫄딱 젖어서 샬럿을 바라보고 소리쳤다.
“야! 인마!”
“아저씨……. 그게…….”
“아, 이게 아니고……….”
“…잘못했어요……. 저쪽에 만들려고 했었는데….”
“아니. 아니야! 울지 말고! 아하하! 신난다!”
바닥에 진 웅덩이 위를 첨벙거리며, 울 것 같은 아이를 달래기 위해 서른넷의 드렉슬러는 노력했다.
“음하하 재밌다!”
“이게 무슨 소란이냐.”
“어머, 무슨 물이 이렇게.”
“…….”
이 골치 아픈 상황 속에서 윌라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기자의 카메라를 마를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꼬마 아가씨 이제 카메라 돌려주는…….”
“물놀이냐? 그런게냐?”
평소 아이들을 잘 놀아주던 호타루가 교복도 갈아입지 않고서 아이들과 놀아줄 생각으로 물었다.
“네! 언니도 하실래요?”
“그렇다면 셋은 너무 인원이 적어 재미가 없겠구나.”
“와아아~”
펑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분신이 마구 흩어졌다. 드렉슬러 머리 위로는 비가, 그걸 보는 샬럿은 울음을 터트리기 일보직전, 마를렌은 카메라를 찾는 기자를 따돌리며 돌아다니고, 호타루는 아이들을 놀아주는 게 아니라 본인이 놀고 있었다.
“……곤란, 하게 된 것 같네요. 아버지라도 불러올까요?”
호타루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며 웃던 앨리셔가 상황의 심각함을 눈치채고 물었다.
“괜…괜찮습니다.”
“…일단 이걸 좀 치우자.”
“저기, 타라 언니…….”
“응?”
“블라우스 젖어서……. 속옷이 비치고 있…….”
“……꺄아악!”
참고로 불의 마녀 대다수는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 하는데 그것이 어느 정도 가능한 타라의 유능함을 높이 사서 지금의 자리에 있다.
문제는 그것이 완벽한 게 아니라는 점.
헬리오스는 물난리와 불난리를 한 번에 겪었으며 내부 수리로 천 달러가 넘게 들었고 윌라드가 회사에서 인터뷰를 하는 일은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없었다.
W by. Mang
Twitter. @Mang___
Site. paranoia2.dothome.co.kr
*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댓글 다 보고 있어요(♥)
* 이글엘리, 이글엘리피터 좀 파주세요(딴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