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엘리] Angu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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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2 00: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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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정보 : 불꽃심장 - 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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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uish
W by. Mang
널 처음 만난 날이 아직도 기억나. 천진한 얼굴로 내 이름 대신 아찌, 아찌, 하며 얼마나 쫓아다니던지, 그게 영 귀찮았거든. 게다가 내가 단 걸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가끔씩 다른 사람에게 받아온 초콜릿이나 사탕을 강제로 입에 집어넣곤 만족스러워하질 않나. 하여튼 그렇게 환히 웃는 널 보며 나는 꼭 인상 잔뜩 쓰며 말 했잖아, 단 거 싫어한다고.
아, 맞다. 넌 기억 못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 머리를 너랑 똑같이 묶어주겠다면서 엉망으로 만든 날도 있었어. 그날 연합 애들이 얼마나 웃던지.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웃음소리에 귀가 다 아프단 말이야. 길 잘 걷다가 다리 아프다고 길바닥에서 울어버리거나 돈 한 푼도 없는데 이것저것 사달라고 할 땐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었는데……. 또 네가 그렇게 웃으면 그럴 수 없었어.
얄미운 단어 하나를 알면 꼭 내게 다가와서 그 단어를 말하곤 했지, 백수가 무슨 뜻인지 알게 된 날, 얼마나 백수, 백수 하며 따라다녔는지 아냐? 그런데…. 어느 샌가 그런 모습도 밉게 보이지 않더라, 참 신기해. 야, 착각하지는 말아라. 너 예쁘다고 말한 거 아냐. 덜 미워 보인다고 이야기한 거지.
으 추워. 안개가 짙어서 여긴 지금 춥지? 넌 추우면 항상 달려와서 옷을 벗어달라고 하거나 안아달라고 졸랐는데 오늘은 가만히 있네. 뭐야? 안 추워? 하긴, 여기 오기 전에 안개가 있는 곳은 춥다고 내가 얼마나 바리바리 싸 입혔는데 덜 춥긴 할 거야.
……이제 와서 솔직히 말하는 거지만 가끔 널 내 품에 안을 때 네가 얼마나 작고 약한지 잘 알 수 있어서, 널 안는 것이 싫었어. 내 시선이 잠시 네가 아닌 다른 곳에 가있을 때 네가 사라질 것 같아서, 혹시나 네게 불어 닥친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릴까봐. 그게 무서워서, 안는 것 역시 두려웠어.
“이글.”
“빨리 가자.”
“야.”
“…어, 그래. 가야지~ 어이 꼬맹이 뭐해? 빨리 안 일어나고”
“…….”
“또, 또 늦장 부린다. 일어나라고 몇 번 이야기 해? 이번엔 화낸다.”
“그만….”
“……장난 그만 치고 빨리 일어나…….”
꿈이라면 깨길, 그렇게 바랐는데 왜 눈을 안 뜨는데, 너 자꾸 장난칠래? 요새 장난이 심해졌다 싶었는데 이건 도가 지나치잖아.
내가 이런 표정 짓는 건 처음이잖아. 이런 표정 지으면 네가 울까봐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표정인데, 왜, 그렇게 웃고 있는데, 왜, 도대체 아무 말도 없는 건데, 왜…….
“아찌”
“왜”
“아찌 우리 왜 싸우는 거야?”
“몰라~ 서로 맘에 안 들어서 그렇겠지.”
“그럼 아찌랑 엘리두 싸울 수 있는 거야?”
“그건 아니지.”
“왜!? 엘리 가끔 아찌가 맘에 안들때두 이써.”
“……이게 진짜.”
“싸우면 아파.”
“…….”
“엘리는 아픈 거 시러, 그건 다른 사람들두 그러치?”
“쓸데없는 거 신경 쓰지 말고 먹던 거나 다 드셔.”
그래, 역시 싸우는 건 네 말대로 안 좋은 것 같다. 이제 다신 저 사람들이랑 싸우지 말자, 내가 약속할게. 그러니까 항상 부르던 대로 한번만 날 불러줘, 그럼 이 악몽에서 깰 수 있을 것 같아. 만약 그게 안 된다면 난 영원히 여기에 갇혀있겠구나.
―――엘리
W by. Mang
Twitter. @Mang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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