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픽]물의 아이들 1~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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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3 15:33:27
물의 아이들-제1장 '런던으로'
빌로시티의 오후거리는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서류가방을 들고 바쁘게 걷는 사람, 벤치에 앉아 토스트와 커피를 먹으며 신문을 읽는 사람, 가판대에 물건을 올려놓고 끊임없이 물건을 파는 사람,
그리고 지하철 승무원과 말싸움을 하는 저기 꼬마아가씨를 포함해서 말이다.
“탈거라고요!!”
"글쎄 안 된다니까!"
손을 휘휘 내젓는 승무원을 쏘아보며 꼬마아가씨, 마를렌은 소리쳤다.
“무슨 소리에요! 제가 저 전차라는 것을 타겠다는데 아저씨가 무슨 권리로 절 막겠다는 거죠?!”
“무슨 권리기는, 철도법에 의한 권리지. 어디서 온 아가씬지는 몰라도 돈도 안내고 표도 없는 아가씨는 저기 있는 네모난 고철덩어리에 몸을 실을 권리는 없소이다.”
승무원은 빙글빙글 웃으며 익살스럽게 궁정식 절을 했다. 마를렌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뭐라고 쏘아 붙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딱히 할 말도 없거니와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마를렌은 대충 걸친 모자를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안보이게 푹 눌러 쓰고는 승무원의 얼굴을 등지고 한적한 공원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야밤에 저택에서 탈출한 마를렌은 탈출하자마자 곧장 항구로 직행해서 첫배를 타고 영국의 항구도시인 올리언스에 도착했다. 올리언스는 그다지 육로 교통이 발달한 편이 아니라서 마를렌은 바로 이웃 도시인 빌로시티에서 헬리오스가 있다는 런던까지 갈 수 있는 이동수단을 찾아보기로 했다.
저택 안에서만 생활했던 마를렌이 시내로 와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거의 없었다.
마를렌은 프랑스에서처럼 르 블랑가의 소공녀라고 이름만 대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의기양양했지만, 르 블랑가의 명성은 프랑스에서만 써먹을 수 있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
행인들에게 런던으로 가는 방법을 물어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물어봐도 대답도 안하고 심지어는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꺼지라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어서-물론 2주치의 물을 30초 만에 코로 먹고 기절하기는 했지만- 마를렌은 행인들에게 정보를 구하는 일을 포기해야만 했다. 생각한 것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의기소침해진 마를렌은 근처 음식점에서 산 토스트 한 조각을 입에 물고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프랑스에서는 르 블랑가의 소공녀라고 이름만 대면 사람들이 알아서 다 해주었기 때문에 영국으로 쉽게 올 수 있었지만 이 방법이 써먹히지 않는 영국에서는 참으로 난감할 뿐이었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이 도시에서 죽치고 있다가 프랑스에서 열심히 가문을 팔아먹은 덕에 저택에서 나를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 곧 이쪽으로 올 것이고 그들에게 잡혀서 저택으로 질질 끌려갈 것이다. 잡혀가면 엄마는 또 어마어마한 잔소리를 퍼부어 댈 것이고, 외출금지에다가 반성문을 쓰게 할 것이다. 어쩌면 전에 엄마가 몇 번 말했듯이 일 년 동안 하녀들이랑 같이 지내면서 집안 청소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를렌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니야, 이렇게 멍청하게 있다가 집으로 끌려갈 거야. 어떻게든 런던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야 해’
생각을 마치자마자 마를렌은 벌떡 일어나서 다시 빌로시티 시내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선 영국으로 가려면 배를 타야해. 그럼 여기에서 항구로 갈 수 있는 이동수단을 타야하는데.....아!’
마를렌은 문득 아빠의 신문에서 빌로시티에서 런던으로 가는 전차가 개통됐다는 기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 전차라는 걸 타보는 거야. 전차는 승강장이라는 곳에서 탈 수 있다고 했으니 그리로 가자.’
마를렌은 전차 승강장을 목적지로 잡고 혹시 집에서 나온 하인들이 있을지 몰라서 모자를 눌러쓰고는 다시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분쯤 걸어서 마를렌은 빌로시티 전차승강장에 도착했다.
마침 전차가 도착해서 사람들이 전차에 오르기에 마를렌도 같이 전차에 타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마를렌의 어깨를 덥썩 잡아챘다.
“어이 꼬맹이, 표도 없이 전차에 함부로 타려고 하면 안 되지.”
서글서글한 인상의 승무원이 전차에 타려는 마를렌을 막아서자 마를렌을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승무원을 노려봤다.
“아저씨는 누구신데 제가 이 마차 같은걸 타려는 걸 방해하나요?”
“난 이 전차 승강장을 관리하는 승무원이지. 꼬맹아. 그리고 내 할 일은 너처럼 승차권 없이 전차를 타려는 사람을 엉덩이를 걷어차서 집으로 돌려보내는 거란다. 아니면 저쪽 매표소 가서 다음 전차에 타기위한 승차권을 끊으려무나.”
마를렌이야 집에서 태워주는 마차만 타고 다녔으니 전차도 당연히 돈을 안내고 그냥 타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기에 돈을 주고 승차권을 끊으라는 승무원의 말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말끝마다 꼬맹이라고 덧붙이는 저 아저씨 말투가 더 마음에 안 든다고 생각했다.
“제가 왜 저걸 타기위해 돈을 지불해야 하죠? 그냥 타면 되는거 아닌가요? 그리고 제 이름은 꼬맹이가 아니고 마를렌 르 블랑입니다. 르 블랑가를 모르시는 건 아니겠지요? 특별히 어머님에게는 말하지 않을 테니 꼬맹이라고 한 것 사과하시죠.”
마를렌은 화가 나서 버릇대로 가문을 들먹이며 말했다가 자기 본명을 말한 것에 대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어차피 여기는 영국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관없고 그냥 승무원이 지체 높은 귀족가의 영애라고 알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승무원의 말을 듣고는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럴수가!! 르 블랑가의 아가씨라니!! 제가 몰라보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마를렌 아가씨.”
승무원은 갑자기 높임말을 쓰면서 마를렌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아마 르 블랑가가 어떤 곳인지 알고 있는 사람인가 보다.
‘.......이거 한편으로는 무지 뿌듯한데 큰일났네.’
혹시 집에서 쫓아온 하인들이 이 소리를 들었을지 몰라서 노심초사하면서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지만 자기 할 일하느라 바쁜 사람들을 확인하고는 마를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새벽동안 바다를 건너왔으니 아직까지 하인들이 여기까지 쫓아오지 않은 것 같다고 판단한 마를렌은 의기양양하게 승무원에게 말했다.
“흥, 기분은 나빴지만 너그럽게 용서할게요. 그럼 다음 전차에 탈 때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물론입니다! 마를렌 아가씨. 승차권을 끊어 오신다면 전차에 탈 때 저는 어떤 방해도 하지 않겠습니다요.”
다시 승차권 타령을 하는 승무원을 보며 이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를렌은 되물었다.
“승차권이라니, 아직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제게 말씀 하시는 건가요? 말씀드렸다시피 저에게 그런 건 필요 없습니다만.”
승무원은 당당하게 말하는 마를렌의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푸핫하하하하! 어이, 이봐 당당한 꼬마 아가씨. 크크큭, 아가씨가 어디 왕실에서 나온 지 모르겠지만, 승차권을 끊지 않고 전차에 탈 권리는 없다고. 몽블랑인지 어디 머시깽이 가문인지는 모르겠다만 승차권을 끊지 않고 전차에 타려고 한다면 그 귀한 엉덩이를 몇 대 두들겨서 빠른 우편물로 자택으로 보내드리도록 하지, 하핫하하하하하하!”
“.....으으으으”
그저 승무원이 마를렌을 놀리기 위해 그런 것이란 걸 알고는 마를렌은 얼굴이 시뻘개 졌다.
-끼이이익
쇠긁히는 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이 전차가 정차했다. 마를렌은 여전히 승차권이고 뭐고 내 알바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정거장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승무원이 앞을 막아서고는 빙글빙글 웃기만 하고 있었다.
“비켜요! 저 전차 탈거라고요!”
"글쎄 안 된다니까!"
승무원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무슨 소리에요! 제가 저 전차라는 것을 타겠다는데 아저씨가 무슨 권리로 절 막겠다는 거죠?!”
“무슨 권리기는, 철도법에 의한 권리지. 어디서 온 아가씬지는 몰라도 돈도 안내고 표도 없는 아가씨는 저기 있는 네모난 고철덩어리에 몸을 실을 권리는 없소이다.”
승무원은 빙글빙글 웃으며 익살스럽게 마를렌에게 궁정식 절을 했다.
아침에 토스트를 물고 멍청하게 앉아있었던 벤치로 돌아온 마를렌은 생각에 잠겼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집에서 나온 터라 수중에 돈도 별로 없을뿐더러 그나마도 프랑스 지폐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은화는 토스트 사먹을 때 써버리고 금화도 주머니에 달랑 하나 들어 있는게 전부였다.
“끄응......어떡한다.....”
마를렌이 런던으로 가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을 때 앞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야! 저기 사이퍼다! 아무것도 못하는 멍청한 거지 사이퍼.”
“야 돌이라도 던져봐. 어디 얼마나 잘났는지 능력이나 확인해 보자.”
“멍청한 꼬맹이가 뭘 할 수 있겠어. 킬킬킬”
나름대로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마를렌은 왁자지껄한 소리에 짜증이 났지만 ‘사이퍼’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사이퍼’, 영국에서 능력자를 탄압할 때 쓰는 명칭이라고 했다. 누군가 내 또래의 능력자가 여기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같은 능력자라면 공감대 형성이 쉬우니 도움을 받을수 있으리라.
마를렌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왁자지껄한 소리의 근윈지로 향했다.
몇 명 동네아이들이 누구를 포위하고 조롱하고 있었다고 그곳에는..............
낡은 우비를 뒤집어 쓴 푸른 머리의 소녀가 울먹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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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아이들-제2장 '푸른 머리의 소녀'
마를렌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왁자지껄한 소리의 근윈지로 향했다.
몇 명 동네아이들이 누구를 포위하고 조롱하고 있었고
그곳에는 낡은 우비를 뒤집어 쓴 푸른 머리의 소녀가 울먹이고 있었다.
‘뭐야? 거지잖아?’
따돌림 당하는 동네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옷 입은 행색을 보아하니 상거지가 따로 없었다. 그렇다면 얻을 수 있는 정보 또한 없으리라. 마를렌은 거지 따위에게 볼일은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런 좋은 구경거리를 지나칠 순 없기에 멀리에서 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우우....그러지 말아요...”
푸른 머리의 소녀는 겁에 질린 듯 웅크리고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울먹였다.
마를렌이 조금 불쌍하다고 생각이 들 즈음 돌멩이를 쥐어들고 있던 남자아이가 푸른 머리의 소녀에게 돌멩이를 던졌다.
-딱
돌멩이가 날아가다 염동력으로 다른 곳으로 휭 하고 날아가던가, 아니면 바람 같은 것이 불어서 돌멩이를 날려버리던가 그런 것을 예상했는데 아무 저항도 없이 돌멩이는 푸른 머리의 소녀에 정수리에 명중했다.
“.....흐에에엥”
머리에 돌멩이를 맞은 푸른 머리의 소녀의 눈에는 굵은 눈물방울이 맺히더니 이내 소녀는 울음을 터뜨려 버렸다.
“뭐야. 아무 능력도 없는데?”
“기다려봐, 분명히 그때 호수에서 분수에다가 무슨 이상한 짓을 했었단 말이야. 자, 이래도 가만히 있을테냐?”
돌멩이를 집어 던졌던 남자아이는 다른 돌멩이를 집어 들더니 이내 사정없이 푸른머리의 소녀에게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딱, 딱, 딱, 딱
“흐아아아앙.....으아아아앙”
연신 돌멩이가 낡은 우비를 입은 소녀에게 달려들었고 소녀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갔지만 푸른 머리의 소녀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그저 울기만 하고 있었다.
“제길....분명히 그때 이상한 짓을 했었단 말이야. 빨리 발악이라도 해보라고!!”
“야, 그만해. 아무런 힘도 없는 거 같다. 불쌍한 거지 그만 괴롭히고 가자. 약속한대로 네가 통돼지 바비큐 사는 거다?”
왜 저렇게 표독스럽게 괴롭히는지 했더니 친구들이랑 내기를 한 것 같다. 능력자가 흔한 건 아니니까 어떤 거지가 초능력을 쓰는 것을 봤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했다가 친구들이 믿지 않으니 무리한 약속을 했으리라.
마를렌은 아무리 그랬어도 저렇게 돌팔매질을 해대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쌍하다는 생각만 들었지 도와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는 않았다. 거지가 돌에 맞아 죽던지 말든지 자기랑은 상관없을뿐더러 저런 상황에 뛰어드는 건 폭약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꼴이다. 굳이 간섭할 필요는 없다. 그런 마음으로 마를렌은 그저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보기만 했다.
하늘에 점점 먹구름이 끼는것 같다. 조금씩 해가 가려진다. 마를렌은 하늘을 잠시 보다가 다시 난장판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젠장 이래도 아무 짓도 안하나 보자.”
돌팔매질을 하던 남자아이는 돌멩이를 내던지고는 공사하던 벤치의 나무 각목을 집어 들었다.
작은 돌멩이야 그렇다 쳐도 저렇게 큰 각목으로 내려친다면 아무리 어린애의 힘이라도 경상은 면치 못하리라.
남자아이의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각목을 집어든 아이를 말리기 시작했다.
“야.....그건 심하다.”
“그래....그만하고 가자.”
하지만 각목을 집어든 남자아이는 오기가 생긴 건지 좀처럼 관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끄러워!! 어이 거지! 죽기 싫으면 아무 짓이라도 해보라고! 더러운 사이퍼 자식아!”
악을 쓰던 남자아이는 힘껏 푸른 머리의 소녀에게 각목을 휘둘렀다.
-퍼억
푸른 머리의 소녀는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야......이제 어떻게 할 거야? 죽은 거 같은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방금 저 거지 손바닥에서 작은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서 각목을 밀어내는 거 못 봤어?”
“아니야 나도 봤어. 근데 진짜 사이퍼 맞았네.”
“그렇다니까!! 자, 이제 내가 바비큐 안사도 되는 거다?”
“네가 맨날 허풍떠니까 못 믿은 거지. 자 얼른 튀자. 이거 걸리면 우리 망한다.”
"그래 얼른 튀자고."
쓰러진 푸른 머리의 소녀는 안중에도 없는 듯 남자아이 패거리는 금세 시시덕거리며 공원을 도망쳐 나갔다.
잔뜩 먹구름이 낀 하늘은 곧 비가 쏟아질듯하다.
하지만 마를렌은 멍하니 쓰러져있는 푸른 머리의 소녀를 멍청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물을 다루는 능력자다.
나와 같이 물을 다루는 아이다.
나와 같은.......
나와 같은.................
마를렌의 볼에는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왜 지켜만 보고 있었을까.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나와 같은 아이.
마를렌은 의식이 없는 푸른 머리의 소녀에게 다가갔다.
죽어선 안 돼.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를 용서해 줘.
비가 내린다.
한 방울 두 방울 내리던 비는 어느새 뿌연 안개비가 되어서 마를렌의 드레스를 적셔갔다.
마를렌은 엎어져있는 푸른 머리의 소녀를 안아 들었다.
우비를 입은 소녀의 몸은 돌에 맞아 엉망진창이었고 머리에선 붉은 액체가 얼굴을 흘러내리고 있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는 것을 보니 죽지는 않은 것 같지만 이대로라면 목숨이 위험하다
“........병원에..........데려가야 해.”
마를렌은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매로 훔쳐내었다. 그리고는 등에 소녀를 들쳐 업고 빌로시티의 시가지로 무작정 달려갔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뺨을 타고 허공에 흩뿌려진다.
뿌옇게 내리는 안개비 때문에 바닥에 고인 흙탕물을 밟아 마를렌의 드레스가 엉망이 되었지만 마를렌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벼....병원이다!!”
병원을 발견한 마를렌은 혼신의 힘을 다해 우산을 쓴 사람들 사이로 병원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갔다.
-쾅!
-따릉따릉
병원의 문이 부숴질 듯이 세게 열리면서 현관에 붙어있던 작은 종도 격하게 울렸다.
“어서오세.......”
하얀색 가운을 걸친 간호사가 카운터에서 서류를 보다가 현관문을 바라보고는 인사를 하다말고는 바로 현관으로 뛰어나갔다.
현관에는 비에 흠뻑 젖은 푸른색 머리의 소녀를 들쳐 업은 검은머리의 소녀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푸른색 머리의 소녀는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얼굴을 적셔서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런.....세상에나 왜 이런 상처를.......”
“이....아이를......살려....주세요.......돈은.......드릴...테니................까.............”
검은머리의 소녀는 정신을 잃었는지 말을 하다말고 바닥으로 같이 쓰러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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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아이들-제3장 '좋은 사람'
넓은 창문으로 밝은 햇살이 들어와 방안을 비춘다.
그 햇살은 의자와, 침대를 거쳐서 검은머리의 여자아이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 따스한 손길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검은머리의 여자아이는 천천히 눈을 떴다.
마를렌이 정신을 차린 곳은 흰 침대 안이었다.
옷은 깔끔한 흰색 원피스로 갈아입혀져 있었고 팔에는 주사가 놓여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래도 여긴 병원인 것 같았다. 마를렌은 푸른 머리의 소녀를 들쳐 업고 병원까지 달려왔던 것이 생각이 났다.
정신이 혼미했다가 이런 곳에서 깨어난걸 보니 아마도 병원 입구에서 정신을 잃어서 병원 사람들이 입원실에 데려다 놓은 것 같다.
“잠깐.... 그 여자애는?!”
푸른 머리의 여자아이에게 생각이 미치자 마를렌은 주위를 다급히 둘러보았다.
옆 침대에는 머리에 붕대를 맨 푸른 머리의 여자아이가 곤히 자고 있었다.
“.........무사하구나......다행이다.......”
마를렌은 링거가 달려있는 행거를 끌고 곤히 자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아무렇게나 기른 푸른색머리, 작고 마른 몸, 창백한 얼굴.
이제 소녀를 볼 때마다 마를렌은 불쌍하다는 생각보다는 돌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은 아이.
물을 다루는 나와 같은 능력자.
이제 내가 지켜줄게.
마를렌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끼이익
병실의 문이 열리면서 머리가 조금 벗어진 남자와 병원 입구에서 보았던 간호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서 인기척을 듣고 회진하러 왔나보다.
“컨디션은 괜찮니? 꼬마아가씨?”
의사선생님이 미소를 지으면서 물어보았다.
“....괜찮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의사선생님.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의사가 되어서 환자를 치료하는 건 당연한 게지. 정말 예절이 바른 아가씨로구나.”
의사선생님은 마를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저.......의사선생님?”
“무슨 말 하려는지 안다. 괜찮아요. 저 파란 머리의 여자애는 더 늦기 전에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단다.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빨리 병원으로 저 아이를 데려온 것이 정말 다행이었단다. 정말 잘한 일이야.”
푸른 머리의 여자아이가 곤히 잠든 침대를 바라보며 의사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너도 그날 너무 무리해서 몸살이 심하게 왔었단다. 아직 무리하지 말고 침대에 다시 들어가서 마저 푹 자려무나.”
“그래, 그날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감기도 왔을 거야. 네 나이 때는 자는 게 만병통치약이니까 어서 자렴.”
간호사언니는 마를렌을 번쩍 들어서 침대에 눕혀주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참 좋은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마를렌은 말없이 눈을 감았다.
포근한 햇살이 마를렌을 덮어주자 마를렌은 다시금 잠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구해줘서 고마워요”
마를렌은 자려다가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돌려 푸른 머리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푸른 머리의 소녀는 수줍음이 많은지 이불을 꼭 뒤집어 쓴 채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마를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를렌은 괜시리 부끄러워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괜찮아. 더 빨리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정말....정말 고마워요.... 전 괴물이라 사람들이 다 절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금세 맑은 갈색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였다. 아무래도 푸른 머리의 여자아이는 마를렌이 생각하는 것 보다 사람들에게 능력자라고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우....울지마! 괴물은 누가 괴물이야!! 자...잘보라고!”
마를렌은 주사 바늘이 꽂혀있지 않은 오른손을 들어 금세 거대한 물방울을 만들어서 공중에 띄워 보냈다. 푸른 머리의 여자아이의 눈에는 어느새 고여있던 눈물은 사라지고 놀라움이 가득했다.
“봤지? 나도 너랑 같은 능력자라고. 사이퍼라던지, 괴물이라던지, 그런 말은 다 헛소리야.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내가 다 혼내줄게. 그러니까 기운 내, 알았지?”
마를렌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참, 내 이름은 마를렌 르 블랑이야. 나이는 열 두 살이고, 네 이름은 뭐니?”
푸른 머리의 소녀는 꽁꽁 싸매던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나서는 말했다.
“제 이름은 샤를로트에요. 성은 없어요,”
“샤를로트라......에이 길어. 그냥 줄여서 샬럿이라 부르자! 어때? 괜찮지?”
“좋아요! 근데......저.........저기...............”
푸른 머리의 소녀, 아니 샬럿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을 흐렸다.
원래 저렇게 수줍음을 많이 타나. 마를렌은 갸웃거리며 다음말을 기다렸다.
“저.......마를렌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저...전......열 살이기도 하고.........저..꼬..꼭........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싫으면.........저기..........”
“아니야, 아니야. 언니라고 불러! 꼭 불러! 그리고 이제 높임말 쓰지 말고 말 놓아도 돼. 아니 놔”
“저......정말요? 마를렌언니 감사합.....아니 고마워 언니!!!”
그 말을 듣고는 샬럿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이런 것에 이렇게 기뻐하는 샬럿의 모습을 보고 마를렌은 언젠가 집으로 들어갈 때 엄마에게 꼭 양녀로 삼아달라고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누렸던 그 행복을 이 아이에게도 주고 싶다. 마를렌은 그렇게 생각했다.
마를렌과 샬럿은 병원에 삼일동안 더 머무르며 치료를 받았다.
마를렌이야 단순한 몸살이어서 하룻동안 자니까 멀쩡해졌지만 샬럿은 전신에 가벼운 타박상이 있었던 터라 치료가 이틀이나 더 걸렸기 때문이다.
“그 자식들 내가 만나면 가만 안둘 거야.”
치료동안 샬럿의 상처를 본 마를렌은 샬럿에게 돌을 던지고 각목으로 때린 남자애 패거리를 떠올리며 발을 탕탕 구르며 분노해 했다.
샬럿은 그런 마를렌을 보며 얼떨떨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행복했다.
자신을 생각해주고, 자신을 걱정해주고,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게. 샬럿에게는 이 모든 일이 기적 같고 꿈같았다.
병원에서의 마지막 날 밤, 자신의 옆 침대에서 곤히 자는 마를렌을 보면서, 샬럿은 하늘에 계신다는 신님께 두 손을 모아서 기도했다.
이 모든게 만약 꿈이라면 영원히 깨지 않게 해달라고, 이 모든게 꿈이 아니라면 영원히 이대로 있게 해달라고......
“병원비는 됐다.”
금화를 쥔 마를렌의 손을 보자 의사선생님이 대꾸했다.
“아니 그럼 공짜로 치료해 주신거에요? 뭐 먹고 사시려고?”
“너네들 몸뚱아리가 너무 작아서 그 정도 영양제는 공짜로 줘버려도 된단다. 요 녀석아.”
마를렌의 농담에 의사선생님이 머리를 쥐어박으며 대답했다. 정말이지 세상에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은 전부 틀린 말 같다고 마를렌은 생각했다.
“.....고마워요. 의사선생님...”
“의사로써 당연한 거지. 그나저나 여행 중이라더니 이제 어디로 갈 거니?”
“런던으로 갈꺼에요. 그곳에 삼촌이 살고 있어요.”
의사선생님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이어리를 슥 훑어보더니 마를렌에게 말했다.
“내 친구가 오늘 오후 런던으로 출장을 가기로 돼 있는데 잘 됐구나. 내가 그 친구에게 말해서 너희들을 데려가라고 하면 되겠구나”
이틀 동안 마를렌은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 해주고는 샬럿에게 헬리오스로 같이 가자고 이야기 했다. 샬럿은 마를렌이 부잣집 아가씨에다 가출중이라는 사실에 놀랐지만, 이미 믿고 따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같이 가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지만. 언젠간 마를렌에게 꼭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샬럿은 생각했다.
“우와!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의사선생님.”
두 여자아이는 머리를 꾸벅 숙여서 인사했다.
“허허허, 뭘 그런걸 가지고 그러냐. 쑥스럽게.”
의사 선생님은 뒷통수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마를렌은 의사선생님 덕에 일이 수월하게 풀려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샬럿을 만난 뒤로는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게, 샬럿은 보통 복덩어리가 아니라고 마를렌은 샬럿을 보며 기분 좋게 웃음을 지었다.
그날 오후 마를렌과 샬럿은 의사선생님의 친구라는 사람의 차를 타고 런던으로 떠나게 되었다.
“잘가라~~ 아프지 말고!”
“몸조심해 얘들아!! 다음에 다시보자~~!”
의사선생님과 간호사언니가 병원 문앞에서 떠나는 두 소녀를 배웅해 주었다,
“의사선생님 정말 고마웠어요~~다음에 꼭 찾아뵐게요~~!”
“안녕히 계세요~~!! 부디 건강하세요~~~!!”
마를렌과 샬럿이 자동차 유리를 열고 손을 흔드는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언니를 향해 소리쳤다.
자동차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손을 흔드는 의사선생님이 점점 길 뒤로 멀리 사라져 갔다.
마를렌과 샬럿은 한참동안 뒤를 바라보다가 자동차 안에 바로 앉았다. 나중에 크면 저런 어른이 되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왓슨이 사람이 참 좋아. 그렇지 얘들아?”
자동차를 운전하던 의사선생님 친구는 마를렌과 샬럿에게 말을 걸었다.
“네, 의사선생님은 정말 좋은 분 같아요. 저도 크면 저런 어른이 되고싶어요.”
의사선생님 친구는 기분좋게 웃으시며 대답하였다
“하하하하하. 왓슨이 들으면 굉장히 기뻐하겠구나. 자 꼬마 아가씨들? 런던까지 가는데 지루한 여행이 될 거 같으니까 통성명이라도 할까?”
“저는 마를렌이고, 이쪽은 샤를로트에요, 그냥 샬럿이라고 부르면 되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저씨.”
“아......안녕하세요.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
마를렌과 샬럿이 아저씨라고 부르자 의사선생님 친구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핫, 이런....아저씨라니. 난 아저씨가 아니란다 얘들아. 음.....아니 나이만 치자면 아저씨가 맞기는 한데 그렇게 불리는걸 별로 안 좋아해서 말이지......그래 내이름은 말이지...”
의사선생님 친구는 쓰고있던 모자를 벗고 회색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대답했다.
“내 이름은 요기 라즈란다. 반갑구나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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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카페에서 6장까지 연재를 했지만 뭐 올려봤자 팬픽보는사람도 별로 없고~
테러당해서 또 묻힐수도 있고~
그냥 표지 받은 기념으로 공홈에 올립니다.
P.S. Chor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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