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이글엘리] Insat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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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맞이꽃 [62급]

2014-03-14 05:17:46

* 예전에 썼던 글을 개인홈에서 긁어왔습니다.

* 원작 기반이지만 둘 다 나이를 어느정도 먹었다는 설정 입니다.

* 평소 글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으실거라면 그냥 나가주세요ㅠ.ㅠ!
* 절 경찰서에 신고하지 말아주세요(...)

* BGM 들으실 분들 클릭

 

 

 

 

 

 

W by. Mang


 


  이글 홀든은 앨리셔 캘런과 헤어졌다. 그가 좋아서 시작한 만남, 사귀는 동안 그녀가 행복했을 거라 장담할 수 없는 만남을, 그가 간신히 이어붙여 만났다. 그게 자그마치 4년이다. 쫓아다닌 시간까지 합하면 그의 청춘 모두를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혈 하게 사랑한 여자, 그녀는 헤어질 때조차 상냥했고 그것은 이글 마음에 상처를 주기 충분했다. 이글 씨, 죄송해요. 하며 울먹이던 표정에 그는 아마 화를 낼 수도 거절을 할 수도 없었기에 알았다는 말 대신 조용히 등을 돌렸다.


  그녀와 헤어진 후 그는 일찍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지 항상 발길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발보다 빨리 퍼진 소문은 그들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과 자신들이 처한 불편한 상황 때문인지 알아서 이글 눈치를 봤다. 그는 그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집으로 향하는 대신 그가 향하는 곳은 디시카 구석에 처박혀있는 술집이었다. 노래조차 틀어놓지 않는 술집의 구석엔 조명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곳에서 한참을 마시다 보면 모두가 잠들 시각이 훨씬 넘고 그제야 집에 들어간다. 


  최근, 누군가 이글이 집에 도착할 때쯤 문을 조금 열어 놓는데 들어가면 방에 들어가고 없다. 이글에겐 고마운 배려일 것이다. 아마도 눈치를 보는 누군가 중 하나겠지만 누군지 모르게 한다는 점에서 그는 약간의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손으로 이마를 짚었더니 열이 난다. 그만 마셔야 할 때라는 것을 알면서도 연거푸 술을 입에 털어 넣는다.


  매일 마시던 술이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면, 그건 지금 처한 상황이 더 독하기 때문인 걸까. 술이 물처럼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목으로 타들어가듯 넘겨져야 할 리쿼는 특유의 알싸한 향만 코끝에서 맴돌다 사라진다. 그녀의 빛을 사랑했기에 지금 그는 피하고 있다. 


  어디로든 숨고 싶다. 죽고 싶다. 아마 이 감정 끝에 매달린 건 약간이나마 남은 미련과 쓸데없는 자기혐오 같은 거겠지. 하며 이글은 자신을 탓했다. 혼자 먹기 벅찬 양의 술을 다 비운 후에야 이글은 자리를 벗어나 집으로 향했다. 가로등조차 다 꺼진 시각, 비틀거리며 집에 도착하자 문은 역시나 약간 열려있다. 그리고 바라본 거실엔 아무도 없다. 이글은 평소에 바로 방안에 들어가는 것과는 달리 올라오는 취기를 이기지 못 하고 소파에 누웠다. 의지와 상관없이 내려앉는 눈꺼풀, 잠이 든다.


  달그락달그락, 주방에서 머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글은 그 작은 마찰음에 눈이 떠졌다. 주방에 켜진 불 때문에 이글은 자신의 한쪽 팔로 눈을 가렸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마찰음, 더욱 집중하니 조용한 콧노래도 들리는 것 같다. 술에 취한 상태로 잠이 들어 잠에서 깨어난지 얼마 안 된 그는 잠과 술에 취해 정신이 혼미했다. 평소 높게 올려 묶은 머리카락은 이미 엉망으로 흐트러진지 오래고 입고 있던 옷매무새 역시 그랬다. 그는 무슨 생각인지 일어나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엔 어깨를 넘는 길이의 금발, 하얀 피부, 사랑스럽다는 단어 외엔 어떤 단어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여자가 있었다. 뒤를 돈 채 코코아를 타고 있는 그녀가 이글 눈에는 꼭 앨리셔 캘런으로 보였다.


  그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다가가 그녀를 세게 안았다. 보고 싶어도 방법이 없던 그 뒷모습을 보고 그는 이제껏 꽉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안긴 여자는 크게 놀랄 법도 한데 잠깐 움찔하더니 이내 굳어있던 몸의 힘을 풀었다. 그리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보고 싶었어…."


  그 말을 듣자 아무 표정 없던 여자 눈에 눈물이 맺혔다. 마치 가을 하늘 같은 그 파란 눈에 투명한 눈물이 서서히 차오르더니 이내 볼 위로 흐른다. 혹시나 흐를까 무서워 눈도 감지 못 했던 그녀와 바람과는 달리 애석하게도 결국 눈물은 턱 끝을 지나 흘러넘쳤다. 하지만 그는 그걸 알지 못 했다. 그저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연신 헤어진 연인의 이름을 불렀다. 안긴 여자는 앨리셔 캘런이 아니었다. 항상 이글이 올 시각에 문을 살짝 열어두고 기다리고 있던 엘리노어 러브 캠벨이었다. 어릴 때부터 줄곧 같이 지내왔지만 그가 앨리셔를 바라볼 때 엘리노어는 그를 바라봤다.


  그 사실을 모르는 건 이글 혼자였다. 그저 앨리셔 캘런이 부러워서, 나이가 먹을수록 엘리노어는 그녀 모습을 덧입었다. 시작은 혹시나 이러면 봐주지 않을까, 하는 어린 마음에서였다. 같은 금발이니 머리를 기르고, 좋아하던 귀여운 옷 대신 여성스러운 옷을 찾아 입었다. 그래도 그의 눈이 향하는 건 그녀가 아닌 앨리셔였다. 그 사실을 엘리노어는 의외로 어른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니 좋아해 주지 않아도 좋으니 아프지만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오랜 시간 끝에 성숙된 소녀의 짝사랑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상대의 행복을 바란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이별 소식에 가장 놀란건 다름 아닌 그녀였다. 그가 이별 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취한 채로 들어온다는 것을 안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밤새 기다린 후 그가 올 시간 때에 조용히 문을 열어놓고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반복되자 생긴 불면증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어 코코아를 마실 생각이었다. 하지만, 타 놓은 코코아는 점점 차게 서서히 식어간다. 그녀는 시야가 뿌옇게 흐려오다 맑아지다를 반복하더니 결국 작은 어깨가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눈물을 삼켰다.


  그는 계속해서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때 기억나? 난 정말 참을 수 없어서…. 많이 아팠어? 미안해."


  뜨거운 숨, 그도 슬픔에 사무쳐서 터진 눈물이 그녀 목덜미를 따라 흐른다. 계속해서 자극하는 상황 때문에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얕게 한숨을 뱉었다. 


  이글은 갑자기 들려온 그 여린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안고 있던 여자의 어깨를 세게 잡고 자신 쪽으로 홱 하고 돌렸다. 하얀 얼굴에 숨을 참느냐 빨개진 볼, 눈물이 가득 맺힌 파란 눈, 마주한 여자는 그가 애타게 찾던 전 연인이 아니었다.

 

  그 큰 눈동자에 이런 슬픔이 담긴 것을 그는 본 적이 없었다. 엘리노어는 눈물을 소매로 쓱쓱 닦고선 오빠 왔어? 하고 밝게 웃었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렇게 행동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다. 그는 몸에 힘이 풀렸다. 자신이 한 짓에 대한 죄책감, 미안함, 그리고 알 수 없는 엘리노어의 눈물이 그의 마음 한구석을 얼룩지게 했다. 뜨겁게 올라오는 것이 술기운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녀는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갔고 그는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 했다.




 




fin











 

 

오늘 일반전 발려서 슬퍼하는 중에 갑자기 전챗으로 망맞님 루이타라트리 소설 좋아요! 

하고 말해주신 적팀 틀비분! 정말 감사해요...  새벽에 정말 기분 좋았어요...ㅠㅠ....♥!

 

다들 좋은 화이트데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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