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님, 그는 카인실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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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7 20: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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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판장님. 배심원 여러분, 그는 카인실더입니다. 그가 어느 대학을 어떻게 졸업했고, 매년 얼마를 기부하고, 세계각국의 입양아들을 친자식처럼 키운다는 것은 잠시 접어두십시오. 그는 카인실더입니다. 우리가, 이 공정하고 신성한 법정에서, 어떻게 카인실더의 말을 듣고, 그 카인실더의 변론을 들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이의있습니다! 지금 검찰측은 본 법정과 관련이 없는 내용으로 피고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검찰측 계속하시오."
"우리가 일반적으로 카인실더란 이유만으로 한 사람을 기소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카인실더라는 것이 법정화되느냐 그렇지 않느냐, 우리사회가 인정하며, 또한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범죄에 들어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입니다. 허나 우리는 법 이전에 인간인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를 두고 법적논쟁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모두 선험적으로 그것이 죄이며,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법이 비록 카인실더를 죄형법정주의 범주에 넣지 않았다고 해서, 카인실더에 대한 윤리적 비난이 배척되진 않습니다. 다른 수많은 윤리적인 문제를 법이 모두 포섭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카인실더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법은 최소한의 윤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것이 문자로 기록되지 않는 이상, 검찰은 법정화되어 있지 않은 이유로 그를 기소할 순 없습니다. 그것이 법의 맹점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말을 아끼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자격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렇게 말할 수는 있습니다."
방청객들이 숨을 죽였다. 피고측 변호인도 고개를 떨구고 자료를 뒤적이는 시늉만을 할 뿐이었다.
"그는 카인실더입니다. 카인실더는 까야 제맛입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방청객에서 터져나왔다. 곳곳에서 플래시가 터졌고, 서로 얼싸안는 사람, 눈물을 흘리는 사람 제각각이었다. 피고는 고개를 떨궜고, 변호인은 서류를 주섬주섬 챙길 뿐이었다. 재판장은 가타부타 하지 않았다. 다만 그 소란이 1분간 지속되게 허용해줌으로써 암묵적으로 검사의 주장에 찬동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1분이 지나서야 법봉을 두들겼다.
"잠시 휴정하겠습니다."
아직 정의는 숨을 쉬고 있었다. 느릿하지만, 힘찬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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