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트리] 트리비아가 루이스 요리해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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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7 09:33:52
트리비아가 루이스 요리해주는 소설
W by. Mang
"자기야"
그는 그녀가 자신을 부를 때, 애칭으로 부르는 걸 처음에 꺼려했었다. 사실 그는 누군가를 애칭으로 부른다거나 하는 닭살스러운 연애와는 거리가 멀었다. 예를 들면 무뚝뚝하게 옆에서 지켜주기만 하는, 그런 식의 연애를 줄곧 해왔었다. 그래서 연애 초 카리나가 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애칭으로 부를 때마다 얼굴이 빨개졌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랬던 시간이 몇 배나 흐른 지금은 저가 먼저 그런 애칭으로 부르곤 한다. 카리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으로 물든 것 같은 그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행복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가 그렇게 들떴어?"
온종일 방 안에서 책을 보며 고민하던 카리나가, 갑자기 살짝 들떴을 때나 나오는 목소리로 자기야 하며 다가왔기에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무슨 좋은 일이 생겼거나 재미있는 일이 떠올랐음이 분명했다.
"요리해줄까~?"
"요리?"
"응~ 요리~ 해준적 없잖아?"
생각해보니까 그랬다. 언제나 외식을 하거나, pub에서 다 같이 식사하는 시간이 많아서 그녀가 그에게 요리해 준 이벤트는 없었다. 그는 조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자기야, 의심하는 건 아니고…. 음식 해본 적 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살기를 띈 연인의 눈빛을 보고 루이스는 입을 다물었다. 공성전에서나 볼 수 있는 눈빛이라니, 그의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목이 탔다. 어색하게 웃음 지으며 기대할게, 라고 이야기하니 그녀는 훌쩍 자리를 떠나 부엌으로 향했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요리라니. 루이스는 보고 있던 신문을 곱게 접고서 TV를 틀었다. 이곳은 트리비아가 살고 있는 고급 멘션이었다. 모델 일을 할 때 벌었던 수입이 아직도 줄지 않고 통장 잔고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그녀에게 물질적으로 부족함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루이스는 달랐다. 서점 아르바이트를 관둔 이후 수입이라곤 정기적으로 연합에서 나오는 월급 뿐이니 말이다. 그는 한숨을 쉬며 집 전체를 쭉 둘러봤다. 반짝거리지 않는 물건이 없다. 하다못해 욕실의 대충 걸린 수건도 비싼 건데 하는 생각이 들자 루이스는 거칠게 마른 세수를 했다.
"으아아!"
"무슨 일 있어?"
"어? 응? 아니야~"
부엌에 있던 카리나는 루이스가 앓는 소리에 얼굴을 빼꼼 내밀고 물었다. 에이프런을 두른 자신의 연인의 모습을 보고 루이스는 살짝 놀랐다.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트리비아 카리나는 굳이 루이스가 아닌 다른 남자들이 봐도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런 여성을 혼자 독차지한 사람이 백수라니, 그는 이 사실에 피곤함을 느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그녀가 있는 쪽부터 풍겨지는 맛있는 냄새가 거실을 가득 채웠다. 도마 위에 채소가 통통 썰리는 소리, 냄비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소리, 물을 조르륵 따라내는 소리가 합쳐져서 기분 즐거운 상상을 하게 했다. 카리나는 TV를 켜둔 채 소파 위에서 부엌 쪽을 빤히 바라보는 루이스에게 말했다.
"보지마!"
"왜~?"
"신경쓰여서 그래~"
평소처럼 타이르는 말투로 이야기하는 그녀가 낯설게 느껴졌다. 처음 보는 수줍은 모습이었다. 첫 키스조차 수줍어하지 않던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기대하고 있을게~"
"좋아~"
꽤 자신 있는 목소리로 식탁 위에 예쁜 접시를 고르고 있는 그녀는 플레이팅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하며 고민했다. 하얀 접시 위에 깔끔하게 음식을 담았다. 그녀가 만든 메인 요리는 비프스튜였다.
"식기 전에 와~"
그는 조금 긴장했다. 처음 그녀 음식을 먹을 생각에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여 맛없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조차 생각해뒀다.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식탁에 앉았다.
"스튜?"
"보면 몰라!?"
"아니 알지, 근데 스튜는 어떻게…."
"그야, 자기는 영국에서 태어났으니까."
여기서 작은 감동이 있었는지 루이스는 코끝이 찡해졌다.
"먹는다?"
"빨리~"
스푼에 스튜를 담아서 그대로 입속에 넣었다. 한 겨울이지만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맛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전혀 예상도 못 한 요리 솜씨였다. 루이스는 어떤 표정도 짓지 못 했다.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도 생각이 나지 않았고 그저 더 먹기 위해 스튜를 빨리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녀는 그런 그의 표정에 내심 걱정됐다. 요리 칭찬은 의외로 많이 들었지만, 연인의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꽤 고생하며 만든 음식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몰라 겁이 난 것이다.
"카리나."
"…왜? 맛없어?"
"결혼할래?"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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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게 오랜만이네요~! 안녕하세요~^.^~☆ 원래 트위터에서 돌아다니던 썰을 토대로 멋대로 써봤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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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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