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진행 중인 이벤트
캐릭터선택

CYP. 탄성 능력자광대라이샌더

연관 캐릭터

근딜 루드빅

기본정보
능력 및 활용 스킬
스토리
이클립스 ESPER 보고서 관련문서
미디어
콘텐츠 보이스

Eclipse Vol.28 달의 서커스단 정보제공자, 지그프리드 램 (달의 서커스단, 前 공중 곡예사)

가슴 한 켠에 남겨진 운율을 읊조리면서
달빛으로 길을 찾아

자유를 찾아 날아오른
가장 행복한 순간,
그 시간의 세상에 멈춰 서서

행복을 훔친 죄에 대한 대가로
안부를 묻고
그 안부에 대해 대답을 하는
작은 꼭두각시.

축제의 시작

달의 서커스단이 일리노어주에 있는 작은 동네에 정착하면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규모가 작건, 공연 내용이 부실하건, 쫓기듯 이곳에 왔건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서커스단이 왔다는 건 축제의 시작을 의미하므로.

공연을 볼 돈이 없는 아이들은 천막 아래 연신 구멍을 파기 바빴고,
구멍 위치는 공공연하게 아이들 사이에 퍼져 그곳을 통해 공연장을 넘나들었다.

단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려 보였던 달의 서커스단 단장은 암묵적으로 아이들의 불법을 용인해주었다.

약속

무질서해 보이는 놀이터에도 몇 가지 룰이 있었다.
놀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들어갈 수 있는 장소와 그렇지 못한 장소도 구분되었다.
단원들을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에는 어떤 것도 물어봐선 안 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빼앗길까 하는 두려움에 어린아이 특유의 호기심마저 버렸고,
보이지 않는 선을 잘 지키면서 어울리지 않는 서로가 한 공간에 공존할 수 있게 되었다.

깨어진 룰

약속을 깬 건 둘 중 누구도 아닌 우리의 부모님들이었다.
처음엔 한두 명의 어른들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에 아이들을 마중 나오지 않았다. 그다음엔 나의 부모님이 나타나지 않았다.
밤마다 그곳에 남게 된 아이들이 늘어났다. 간혹 몇몇 어른들이 눈물을 쏟아내며 찾으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돌아섰지만,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입단

우리는 자연스레 서커스 단원이 되었고 일상은 변했다.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똑같은 연습을 반복했다.
달의 서커스단은 더 이상 놀이터가 아니었다.

어느 것 하나 의지할 것 없이 하늘을 날기엔, 불길이 훨훨 타오르는 원을 통과하기엔, 조련이 덜 된 사자의 심기를 건드리며 공연을 하기엔
우린 너무 어렸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몸과 마음은 황폐해졌고, 고된 연습은 부정적인 경험으로 이어졌지만, 벗어날 용기는 없었다.

그곳은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가족을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며,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면서 타인과 연결된 유일한 공간이었다.

나는 간혹 몸이 아픈 누군가를 대신해 관객들 앞에서 공중 곡예를 했는데, 현실에서건 꿈에서건 항상 추락의 위험에서 고통받았다.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내 입과 머리에서 붉은 피가 흥건히 새어 나와 바닥을 적셨지만, 그 누구도 와주지 않았다.
더 두려웠던 건 불러야 할 이름이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면서 죽음으로 내 인생이 다른 방향으로 펼쳐지길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이건 비단 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무대

그 아이는 아버지라고 하기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의 손에 이끌려 뒤늦게 이곳에 합류했다.
단장이 누군가를 마중 나간 것은 처음이었지만, 정작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대개 아이들은 자신을 두고 돌아가는 가족을 향해 미친 듯이 울부짖었는데, 그 아이는 달랐다.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작고 나약해 보이는 그 애가 애처로워 보였지만, 우린 단원이 되면서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일 따윈 하지 못했다.
누구와든 경쟁해야 했고, 그 외 시간에는 나약한 자신과 싸우느라 바빴다.
그 앤 어딘가 어설펐고, 이렇다 하게 할 줄 아는 것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늘 무대 위에서 연습했다.

어느 날 단장은 이례적으로 그 애에게 무대 위에 설 기회를 주었다.
첫 무대 위에서 인사를 하는 그 애의 손끝이 떨림으로 요동쳤지만, 신기하게도 그 아이는 화려한 기술을 가진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웠다.
그 애가 보여준 감정에 따라 우리도, 관객도 움직였다.
그날 그 아이가 무대 위에서 보인 우스꽝스럽고, 다소 과장된 모습은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우리의 실수는 그 박수 소리에 묻혔고, 우리의 두려움은 그 아이에 의해 상쇄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지금껏 누구도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 그 아이에게 라이샌더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라이샌더

새로운 환경에 이끌려 낯선 사람을 친구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는 오랜만에 새 친구를 만났다.
그 날 이후 우린 은연중에 무대 위의 그 아이에게 의지했고, 동경했다.

"나는 이 관심이 두려워요."
"두려워하지 마. 라이샌더. 무대 위의 너로 인해 우린 행복해졌으니까."
"그 말 믿어도 돼요?"
"응. 설령 철부지 같은 아이들의 변덕이 있을 순 있어도."
"이것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데 친구들이 좋아해 줘서 무척 다행이에요."
"그건 너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대야. 라이샌더."

처음으로 그 애가 환하게 웃는 것을 보았다.

추락

로프가 끊어져 밑으로 추락했다. 떨어지는 순간, 생각했다. 이건 꿈일까? 현실일까?
그 순간 라이샌더의 얼굴이 아련하게 비쳤다.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라이샌더! 라이샌더!
어찌 되었든 부를 사람이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쿵' 소리가 났다.
눈물범벅이 되어 날 향해 뛰어오는 그 애가 보였다. 눈을 감았다.

나는 한 달 만에 깨어났다. 깨어나자마자 라이샌더를 찾았지만 라이샌더는 없었다. 누구도 그 아이의 소식을 알지 못했다.
추락과 동시에 많은 것, 아니 모든 것을 잃었다.

묘약

라이샌더가 돌아왔다. 그 앤 달라져 있었다. 몸은 가벼워졌고,
그 애의 팔은… 그 애의 팔은… 마치 날개처럼 그 아일 무대 위에서 한없이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어떤 묘약을 먹은 것일까? 라이샌더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졌고, 그건 우리에게 절망이 되었다.
라이샌더로 인해 나와 친구들은 세상을 향한 유일한 출구에서 철저히 제외되었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은 라이샌더에 열광했지만, 사람들이 보낸 열광은 이전 것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광대

그 아이는 웃으며 나를 반겼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그 앤 우리에게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 단지 그 상황을 만들어 버린 자신을 책망했다.
아마도 타인에게 의지해본 적 없이 자신만을 의지하고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즈음 달의 서커스단에 관한 안 좋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우리는 더 이상 달의 서커스단 이름으로 공연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 모든 걸 괴물이 되어버린 광대 탓으로 돌렸다.
갈 곳이 없었지만, 그곳에 머무를 수도 없었다. 서커스단이 사라짐과 동시에 모든 가능성도 소멸되었다.

계약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라이샌더를 찾았다. 라이샌더는 단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넌 어리석고 비열한 친구들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는데. 친구들은 잔인하게도 널 외면했어.
그 애들은 널 기억조차 못 하겠지."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원래대로 돌려주세요. 멈춰버린 시간도, 친구들도, 괴물처럼 변해버린 내 몸도. 모두."
"넌 더는 내게 걸만한 것이 없어."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제발."
"사람들이 너를 사랑했던 순간은 무대 위에 있을 때뿐이었지. 넌 감정 따윈 상관없이 울고 웃어야 하는 광대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걸 빼앗아야 하나? 너무 잔인하잖아."
"안 돼요. 무대 위에서 사람들을 기다릴 수 있게 해주세요. 절 만나러 돌아와 줄 거에요.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게요."
"너는 나만의 광대야. 라이샌더. 내 곁에 있어. 도망쳐도 내게 다시 돌아오게 될 거야.
휴. 사람들은 쉽게 오해하지. 자신보다 못한 자들을 곁에 두면 자신이 빛난다고. 그건 자신감 없는 자들의 이야기야.
내 곁에는 재능 있고, 탁월한 자들. 보석처럼 빛나는 자들로 가득해야 해. 그래야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머물 수 있거든.
너는 나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야. 새 서커스단을 만들 거야. 아버지의 것보다 훨씬 더 멋진."

해후

시간이 흘러 나는 신문에서 상원 의원으로 당선된 자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 자는 바로 달의 서커스단의 단장이었던 화이트 클라프였다. 그리고 그 자 옆에는 가엾은 작은 광대, 라이샌더가 있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