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lipse Vol.3 아인트호벤 고아원 정보 제공자, 클리브 스테플(가십 페이퍼 기자, 사이코 메트러)
사물의 비밀
이번 호의 글도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이클립스 편집장에게 두 개의 기안을 보냈는데 모두 채택 될 줄이야.
와우~ 원고료가 들어오면 한동안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겠군요. 편집장님께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사람들에게 각자의 특별한 이야기가 존재하듯 사물에도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이코 메트러인 저는 사물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죠.
그 물건을 거쳐간 사람들. 사물의 주변에서 발생한 일들, 비밀스럽게 숨겨진 과거를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과장이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모르고 지나가도 될 것들, 특히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은폐하려고 했던 일들을 본다는 것은 몹시 끔찍하죠.
얼마 전에 아주 흥미로운 데이터를 하나 건네 받았어요.
아 참고로 저는 쓸데 없이 돈과 시간이 많이 허비되는 미제 사건은 쳐다 보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이미 “해결”된 사건들입니다.
이 사건들의 파일은 아주 잘 정리되어 있을뿐더러 데이터를 슬쩍 해도 경찰관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기 때문이죠.
사라진 기억
“이런 가엾어라, 쯧쯧.”
아인트호벤 고아원 방화사건에 대한 자료를 처음 봤을 때 내뱉은 말입니다. 기사의 전문은 이렇습니다.
아인트호벤 고아원, 비인가 시설, 화재로 전소. 살아 남은 아이들은 헤라르트 보호소로 보내졌으나 실어증으로 증언 불가.
고아원의 지리적 위치와 삼엄한 경계 때문에 증인 확보 실패. 현장 감식에 의해 화재의 원인은 벽난로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밝혀짐.
고아원의 지리적 위치와 삼엄한 경계 때문에 증인 확보 실패. 현장 감식에 의해 화재의 원인은 벽난로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밝혀짐.
뭐 신문에 기재된 것처럼 단순한 사건이겠지 생각했지만 저는 고아원이 찍힌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오호, 이것 봐라.”
고아원 사진에서 누군가가 일부러 새겨져 있는 기억을 모두 지워버린 듯 어떤 이야기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일은 아주 드문 일이죠. 저는 곧바로 헤라르트 보호소로 갔습니다. 살아 남은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형에게 남겨진 이야기
자, 제가 그곳에서 어떤 정보를 얻었을까요? 빙고! 눈치 빠른 분들이라면 느낌이 팍! 오셨겠죠.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습니다.
보호소는 한달 전에 폐쇄되었고, 관리소장에 의하면 보호소에 보관된 기록들은 인근 경찰관이 모조리 수거해 갔다고 하더군요.
물론 인근 경찰서를 다 뒤져도 기록을 수거해간 경찰관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허탈하게 돌아서 아인트호벤 고아원을 찾았습니다.
검게 그을린 무너진 벽, 잡풀이 길게 돌아 있는 놀이터, 찢겨진 공 이곳에 있었던 아이들의 꿈도 처참하게 타버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울적해지더군요.
무심코 바닥에 떨어져 있던 반쯤 타버린 작은 곰 인형을 주웠습니다. 순간 그 인형을 들고 있었던 아이의 시선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끔찍한 사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수십 명의 아이들이 훈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난폭했습니다.
무서움을 견디지 못하고 우는 아이들. 일부는 어디로 끌려가거나 그 자리에서 매를 맞았습니다.
인형에게서 찾을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았어요.
결국 잿더미가 된 고아원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몇 개의 물건을 건질 수 있었으나 히스토리는 거의 사라졌고,
남아 있는 이야기는 극히 단편적인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기억해라. 우리가 이곳에 있었음을
찾은 이야기들을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이곳에 있던 아이들은 능력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보기엔 훈련은 너무나 비인간적이었죠. 이들은 인간 병기였습니다.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사람의 모습도 얼핏 볼 수 있었는데 이들은 회사도 연합도 그리고 안타리우스의 문장도 아닌
처음 보는 특이한 모양의 문장을 가슴에 달고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분명 중요한 내용을 찾은 거 같은데 앞, 뒤 이야기를 듣지 못해 판단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 반드시 살아남아라. 그리고 여기서 본 모든 것들 특히 그들의 얼굴을 잊지 말아라. 너와 네 친구들이 …
(이 부분이 중요한 부분 같은데 들리지 않았습니다.) 지켜야만 해. 힘을 절제해라. 그래야 아이들도 살 수 있단다……
기억해라. 우리가 이곳에 있었음을.”
무엇을 지키라고 하는 것인지는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화재가 발생하던 날의 일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불꽃이 일었고, 여기 저기서 비명이 솟구쳤습니다. “안돼, 참아!”라는 누군가의 커다란 외침이 들렸습니다.
순간 불이 붙어 있는 물건들이 솟아 오르기 시작하면서 특별한 훈장을 달고 있는 자들에게 날아갔습니다.
그들이 혼란에 빠져 있는 사이 불씨는 다른 곳으로 옮겨 붙어 거대한 불기둥을 만들어냈습니다.
거기서 벌어졌던 일들에 대한 묘사는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군요.
그자들 또한 능력자인 듯 보였지만 그들의 능력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무서운 것들이었습니다.
공포와 어둠, 잔혹 이런 단어로 그들의 능력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들을 보면서 제가 본 것들이 차라리 조작된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고를 넘기고 편집장의 요구로 함께 아인트호벤 고아원을 방문했습니다. 고아원 부지는 철거가 한창이었습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최근 회사에서 부지를 사들였다고 했습니다. 회사는 아인트호벤에 새로운 무역회사를 차려
유럽 무역의 신 교두보를 만들 것이라고 하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편집장은 저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슬쩍 한마디를 던지더군요.
“자네 한동안 숨어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기고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신이시여, 부디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가엾고 외롭고 불쌍한 제 영혼을 지켜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