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진행 중인 이벤트
캐릭터선택

CYP. 눈 능력자눈보라의캐럴

연관 캐릭터

원딜 멜빈

기본정보
능력 및 활용 스킬
스토리
이클립스 ESPER 보고서 관련문서
미디어
콘텐츠 보이스

Eclipse Vol.27 더 호라이즌 정보제공자, 재뉴어리 칸트

장례식

꽤 많은 사람이 헨리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헨리의 할아버지 제프 케이트 교수 때문이겠지만…….
정작 제프 케이트 교수는 평소 헨리에게 보여주었던 애정과 달리 가족묘를 선택하지 않고, 그레이스 랜드의 변두리 공동묘지를 선택했다.

헨리를 찾아온 친구는 몇 되지 않았다. 헨리는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된 이후 일부러 친구를 만들지 않았다.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난 뒤, 처음으로 관을 내려다보았다. 관은 육각형. 헨리의 동생인 캐럴이 선택한 모양일 것이다.
캐럴은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빠의 관 위로 눈을 만들어 내린다.
눈이 한 켜, 한 켜 쌓이기 시작하지만 더운 날씨 때문인지 사라지고 또 사라졌다.

캐럴은 더 빨리, 더 많은 양의 눈을 만들어냈다.
작은 깃털만 했던 눈덩이는 점점 더 커지고, 헨리의 관 위를 덮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캐럴을 막지 않았다.
제프 케이트 교수조차도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 오랫동안 지속되는 정적을 깨진 않았다.

그리고 곧 무언가 터지리라는 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무도 자신을 위로할 수 없게 캐럴은 커다란 빙판을 만들고 한가운데 주저앉아 얼굴을 묻어버렸다.
흐느낌이 새어 나오면서, 침묵 속에서 번진 슬픔이 장례식장을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새로운 능력자

아빠는 항상 내게 무언가를 요구했고, 나는 한 번도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아빠는 내가 아빠가 원하는 아이로 성장할 수 없음을, 절대 믿을 만한 아이가 아님을 깨닫고 또 깨달았을 것이다.
아빠와 나 사이의 교류가 사라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 아빠가 부탁을 했다. 그건 이전의 것과는 전혀 다른, 내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내용이었다.

"네가 리더다. 제프 케이트 교수님과 이야기를 끝냈다."

아빠가 건네준 종이에는 처음 보는 능력자들에 대한 정보가 상세히 적혀있었다.
그들은 능력자라는 것 이외에는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였지만 가족관계를 보니 의외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에겐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높은 지위의 가족 구성원이 있다는 것. 그 영향으로 부유하다는 것.
그리고 아마도 나처럼 그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리스트에 있는 능력자들을 차례대로 만났고,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내 특유의 장점을 살려 나를 믿게 한 다음, 내 편으로 만들었다. 사람들 속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질문을 하고 질문에 대한 기억을 끌어내 다음 질문을 할 수 있는 내 능력도 분명 한몫을 했다.

제프 케이트 교수

"우리가 왜 모인 거죠?"
"누군가는 비능력자와 능력자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난 인류를 보호하는 길을 찾고 있어.
뜻을 같이할 새로운 사람들이 필요해."
"교수님에겐 강한 힘을 가진 제자들이 있어요."
"각자의 몫이 있다고 하면 그 대답이 될 수 있을까? 아, 교수라는 칭호는 이제 쓰지 말아 주게나. 나는 곧 교수를 그만두게 되니까."
"그럼 다음 질문요. 왜 헨리 맥고윈이 아닌 제가 리더가 된 건가요?"
"자네의 상상력은 음울하고 삐뚤어져있지만, 현실에서 자넨 잘못하고도 벌을 받은 적이 없어.
자네가 하는 잘못은 실수가 되고, 사람들로 하여금 자네가 하는 일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이유 있는 과정으로 생각되게 했지.
그게 헨리에게는 없고 자네에게는 있는 능력이지. 헨리가 리더가 될 수 없는 이유기도 하고.
자네가 헨리를 잘 보살펴주어야 할 거야. 행여나 이상한 행동을 하면 내게 알려줘도 좋네."

더스트 볼

우리가 처음으로 한 일은 더스트 볼이 발생한 플로리다 주로 떠나는 일이었다.
일차적인 목표는 떠돌고 있는 소문에 대한 사실 확인이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바람은 어떤 무기보다 강했다. 작은 모래 알갱이는 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고, 거대한 모래바람은 시야를 가로막았다.
멜빈이 자신이 만든 작은 정찰기를 앞세우고, 라이언을 방패 삼아 모래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우리는 그곳에서 우리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자들이었다. 모래 인간은 여유롭게 흩어졌다가 다시 뭉치기를 반복하며 공격을 피했다.
모래가 만들어내는 소음이 점점 거세지면서 여러 갈래로 펼쳐져 한 명, 한 명에게 다가왔다.
리첼이 리사에게 소리쳤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리사가 증폭된 소리를 분수처럼 뿜어댔다. 모래가 흩날린 틈을 타 겨우 그곳을 벗어났다.

“이쯤에서 돌아가는 게 좋겠어. 확인은 끝났잖아.”

더 호라이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그랬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어. 미래를 대비해 자신의 이상에 맞는 편을 만들 순 있게 되었으니까.
여기 있는 몇 명만 마음이 맞아도 말이지."
"그리고 무슨 일을 벌이기엔 이곳이 가장 안전해. 우리를 모이게 한 사람들 밑이니까. 오히려 이곳을 벗어나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야.
이제 피할 수 없어. 곧, 이건 우리의 전쟁이 될 거야."

헨리가 무거운 주제를 던졌다.

"만약, 서로의 신념이 달라진다면?"
"그럼. 각자의 길을 가면 되지. 우리의 원래 위치로."

이상한 기계 위에 앉아있던 멜빈이 사탕을 우물거리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옷차림이나 행동을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이들이 모였지만 공통점은 분명 존재했다.
우리는 작은 조직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린 새로운 구성원을 지속적으로 영입하면서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선에서 많은 일을 했다.

캐럴 맥고윈

"우린 네 앞이라고 헨리의 이야기를 조심하진 않을 거야. 네가 어리다고 배려해 주지도 않을 테고. 넌 애초에 리스트에 없었으니까."
"내가 고맙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겠지.
날 배려하는 행동은 하지 마. 난 오빠를 대신해서가 아니라, 사이퍼 캐럴 맥고윈으로 이곳에 들어온 거야."

헨리의 말이 맞았다. 자신보다 동생이 훨씬 강할 거라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내가 캐럴의 영입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땐 할아버지가 끔찍하게 아끼는 사람은 본인 하나로 충분하다며 극구 반대했었다.

"오빠는 내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냈고, 그걸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
오빠가 날 그냥 어린 여자애로 지내도록 내버려 두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어.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을 거고 난 그 사실이 미치도록 싫었을 거야."
"캐럴, 우선 오빠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보면 어떨까?"
"난 이 조직을 위해서 내 몫은 하겠지만, 개인적인 일을 공유하지는 않을 거야. 규칙에 그런 내용은 없잖아?"

제프 케이트 교수는, 아니 제프는 가장 먼저 조직의 룰을 깨는 건 본인의 손자가 될 거라고 했었다.
실제로 헨리는 죽기 전에 임무 이외에 시간 여행을 했고, 내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규칙을 어겼다.

한 번 시작된 불행은 자꾸 되새기고 또 되새겨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또 같은 불행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이걸 굳이 막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