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나비]엘레노어 러브 캠밸의 16년 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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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3 00:51:40
엘레노어 러브 캠밸의 16년 후-1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9432958
엘레노어 러브 캠밸의 16년 후-2
루이스,트리비아의 기억-이글에 관하여
그 날 밤은 구름은 더욱 어둡게 끼어있었다. 으르렁 우는 하늘은 당장이라도 궂은 비를 쏟을 것 같이 꾸물거렸다. 시계를 꺼내보았다. 새벽 1시 43분. 작전 실행 17분 전.
"젠장, 정말 딱 맞는 날씨네."
이글이 투정부리듯 씹어뱉었다. 날씨와 같이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그나마 처음으로 나온 말이었다.
"하이고, 마. 작전 날 분위기론 제격이구마."
이어서 도일이 입을 떼었다. 입가엔 약한 미소가 돌았지만, 눈매는 어느 때 보다 날카로워져 있었다.
"마, 이 날씨 되니께 술 한잔 생갹이 간절하구마. 이 일 끝나모, 다 같이 시원한 맥주 한잔 하자카이!"
도일이 작지만, 언제나의 유쾌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 그래야지. 다 같이.. 한 잔 해야지."
반대로 이글 답지 않은 이글의 한마디. 모두는 그 저기압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글과 나이오비가 다른 조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 그것도 나이오비가 가장 위험한, '미끼' 조로 들어가게 되었던 것. 며칠 동안 회의실에서 고함치고, 난동부리고, 설득해봤자였다. 한번 정한 조는 개인의 부탁 따위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상부의 강력한 방침이었다. 하루는 이글이 참모 토니 리켓을 불러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주변에서 엿들은 정도지만.
"미끼조는 근거리 능력자들만 해당되는거라고 니가 나한테 그랬잖아! 어?"
그때 이글이 정말로, 정말로 화난걸 나는 처음 보았다. 저렇게까지 얼굴이 붉어진 적이 있었나.
"...죄송해요, 이글씨. 저도 그런줄 알았지요! 하지만 미끼조의 편성은 회사측의 강한 요구라서, 저희가 어찌 할 수가 없는 쪽...."
토니의 다음 말에 이글의 손이 부들거렸다. 칼집으로 오른손이 다가갔다. 눈빛은 자신의 칼보다 날카로운 장검이 되어 토니를 당장이라도 벨 듯 했다.
하지만 정작 그 다음의 이글의 다음 말은 상당히 의외였다.
"토니..."
그렇게 꺼낸 이글의 말은 무섭도록 차분했다.
"우리 침투조.. 일 얼마나 걸릴것 같아?"
나와 이글, 도일, 트리비아, 자객 스톡(능력자 전쟁에는 참전하지 않은 인원이다.) 으로 이루어진 침투조는 도일을 호위하면서 안타리우스 깊숙한 곳 까지 통로를 뚫는 임무.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임무. 이글은 이런 임무를 마치 어린아이가 투정부리듯 묻고 있었다.
"으..음.. 길면... 3시간..."
토니도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이글은 잠시 고개를 떨구더니, 이내 나지막히,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를 말했다.
"1시간 반."
"...네?"
"1시간 반. 그 시간 안이면, 나이오비 구할 수 있어?"
토니의 아연실색한 얼굴. 무리는 아니지. 나도 놀란건 마찬가지였다. 1시간 반이라니.
"이글씨, 이 팀은 도일씨를 제외하면 전부 기동력 최상위급의 능력자들이지만.. 1시간 반은 너무..."
"구할 수 있어?"
그의 형 만큼이나 단호한 말투였다.
"1시간 반이라면.. 그래도 알 수 없어요. 미끼조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 상이면 2시간대부터 미끼조에 본격적 피해가 발생합니다만... 그래도 1시간 반은 무리에요! 어떻게.."
"내가 한다고."
그렇게 말하는 이글의 표정은 토니의 입을 다물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꾹 깨물고, 흐르려는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으려는 모습이.
"내가..1시간 반 안에 다 끝내고! 나이오비 도와주러 갈거야. 많이..많이 빨리 갈거야. 그러니까... 알았다고 해줘. 토니."
이글의 입가로 붉은 피가 한줄기, 고운 볼을 타고, 날카로운 턱에 맺혀 테이블로 떨어졌다.
"....."
이글은 칼을 꾹 쥐고 그의 답을 얌전히 기다렸다.
"알았어요. 하지만 이 루트로는 90분은 불가능해요. 다른 루트. 더 효율적이지만, 더 위험한 루트가 있어요. 침투조 5명이 버텨내기에도..조금 버거울수도. "
이글의 피묻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뭘 걱정하고 그래? 어차피 마지막 지령은 섬멸. 다 썰어야 할 놈들 아냐?"
"그렇긴 하지만.."
"나도 그렇지만, 우리들 진짜 장난 아니라니까.. 이런 최강 라인업! 흔하지 않다고!"
토니가 고개를 까딱였다. 불안할때의 토니 특유의 사인.
"..그렇다곤 해도, 이건 이글씨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알죠? 모두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것. 나머지 4명에게 허락을 받아오면 제가 허락을 드릴게요. 그 다음엔 제가 따로 한번 부르죠."
그렇게 해서 이글은 나를 포함한 4명의 허락을 그날로 전부 받아냈다. 모두 상황은 잘 알고 있었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되었다. 시계를 다시 보았다. 새벽 1시 57분. 작전 시작 3분 전.
"..일할 준비 됐지?"
나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하나 둘, 고개가 끄덕여갔다. 도일의 캐논에서 떨림이 느껴진다. 트리비아 주변의 그림자가 흔들린다. 이글의 손이 칼손잡이로 다가간다. 스톡의 손에 비수가 꽉 쥐여있다. 그리고 내 손의 결정검은 이미 날카로워져 있다. 작전시작 10초 전. 신호는 엘리의 축포. 범위 화력이 강한 전방의 '미끼'1~3조와 원거리 지원 1,2조가 시선을 돌린 후, 후방으로 침투조 2팀이 건물에 구멍을 내면서 침입. 주요 동력원을 파괴한다. 그 후 침투조가 낸 구멍으로 '청소'조가 2차 침투, 침투조는 정문의 뒤를 쳐 미끼조를 지원하고, 침투조의 후방은 청소조가 맡는다. 이것이 안타리우스 멸망을 위한 인형가르기 작전. 남은 시간은 3초, 3, 2, 1.
눈부시게 밝은 빛이 정문 쪽에서 쏘아올려졌다. 펑, 귀를 먹먹하게 하는 소리와 함께 폭죽은 하늘을 색색으로 수놓는다. 동시에 스톡의 비수가 경비원들의 목으로 날아든다. 하늘과 목, 두 곳에 동시에 피는 붉은 꽃. 작전이 시작되었다.
벽을 부수는건 샬럿의 구름이 모인 뒤. 곧 먹구름이 꾸물거리며 기이한 형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멍 뚫기', 시작. 도일이 팔을 뒤로 뻗자 캐논 주위에 기묘한 파문이 생겼다.
"초- 스트레이트!"
쩌르릉 하는 고함과 함께 쩍 소리를 내며 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외벽을 부수자마자 클론들이 쏟아져 나온다. 동료의 모습을 한 차디찬 피의 클론들. 이글의 손이 살짝 움직이자 클론들의 허리에서 차례로 피가 솟구친다. 전진,전진,전진. 오직 그뿐, 앞으로 무조건 가야 한다. 나의 샤드에 클론들이 산산조각나서 흩어진다. 트리비아의 박쥐가 클론들을 갉아먹는다. 도일의 캐논이 클론들의 머리를 감자처럼 으깬다. 스톡의 단검이 클론들의 동맥을 그어 흐르는 피는 붉디 붉은 강을 이룬다. 끈적한 피를 뒤집어쓴 우리. 쌓여가는 클론들의 조각난 몸뚱아리들. 수많은 시체들을 자근자근 밟으며 다음 벽에 도일의 주먹을 때려박았다.
"초- 스트레이트!"
두번째 벽을 부수는데 까지 20분. 남은 시간은 70분, 부숴야 할 큰 벽은 2개. 이글은 마음이 점점 급해졌다. 마치 90분안에 가지 못하면 나이오비가 당장이라도 죽어버릴듯. 90분 안에 가면 나이오비를 구하기라도 할 수 있을 듯.
이글의 손이 더 빨라졌다.
"비켜!"
클론의 미간이 갈라진다.
" 비키라고!"
클론의 허리가 끊어졌다.
"비켜 망할 쓰레기들아!"
이글은 닥치는대로 난도질을 하며 나아갔다. 좀 더, 좀 더, 좀 더 빠르게! 이글은 그 생각뿐인 듯 했다. 그러던 이글의 손이 돌연 멈췄다.
나이오비의 클론 앞에서. 초점을 잃고 멍해진 표정으로
이 놈은 적이야 이 놈은 적이야 이 놈은 적이야..
그리 생각을 했겠지.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일까. 스톡이 조금만 더 그를 일찍 못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클론의 손에서 화염구가 맺히는 순간, 스톡이 순간적으로 이글을 밀쳐내고 클론의 목에 비수를 던졌다. 퍽, 하고 클론과 이글이 동시에 쓰러진다.
"큰일날 뻔 했잖아요! 무슨 생각하시는거에요!"
스톡의 고함에, 이글은 잠시 멍하니 있다 칼을 뽑아 스톡의 목에 겨눴다.
"뭐..뭔 짓을 한거야 이 자식.. 나..나이오비를..니..니가...."
이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당장이라도 벨 듯이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눈동자는 이미 제 정신이 아닌 듯 했다. 변명하고 말릴 시간도 없이, 이글의 칼이 올라갔다. 그 순간, 스톡이 손가락을 이글의 복부에 빠르게 찔러넣었다. 번개 능력자인 스톡의 손을 타고 약한 전류가 흘렀다. 이글은 그 자리에서 풀썩 무릎을 꿇었다. 스톡이 이글의 머리를 잡고 쓰러진 클론으로 고개를 억지로 돌렸다.
"봐요! 저건 나이오비씨가 아녜요. 클론이라고요, 클론! 정신 좀 차리세요! 진짜 나이오비씨를 죽게 만들 셈이에요?"
이글은 멍하니 클론의 시체를 보았다. 분명히 등에 새겨진 안타리우스의 저울. 이글은 반쯤 풀어헤쳐진 머리로, 그냥 멍하니... 그러다
"...미안."
그 한마디와 함께 욱신거리는 배를 끌어안고 일어섰다. 언제 클론이 더 나올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 청소조가 들어오기 전에 뒤에 클론을 두어선 안된다.
세번째 벽을 눈 앞에 두고, 시계를 보았다. 60분. 남은 시간은 30분. 남은 벽은 마지막 하나.
잠시의 정적이 있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남은 시간이 없었다. 30분이라니. 이 벽을 뚫고, 마지막 저항으로 얼마나 쏟아져나올지도 모를 클론들을 처리하고, 주 전력원을 끊는 것이 30분 안에 가능한 일일까. 안타깝게도,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남은 것은 두가지 선택지.이글을 나이오비에게로 보내는가. 아니면 이글이 나이오비를 포기하는가. 결정은 전적으로 그에게 달렸다. 이 벽 뒤에 얼마나 많은 클론들과 강화인간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이글 없이 4명이서 해결할 수도 있는가? 그것도 모른다. 나이오비가 살아있는지, 그렇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그것도 모른다. 과연 어느 쪽이 답인가? 그런 건 애초에 없었다. 조금 있으면 정문의 클론들이 이곳으로 보충 될 것이다. 이글의 얼굴을 칠한 검붉은 피가 흐르는 땀에 씻겨내려갔다. 이글은 선 채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붉은 땀방울로 바닥을 적셔갔다. 그때,
"..마, 니는 나이오비한테 가그라."
침묵을 깨는 도일의 굵직한 한마디. 모두의 시간이 그곳으로 쏠렸다. 도일은 이글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가그라. 우리가 와 여까지 이리 빨리 왔노. 다 니 때문 아이가. 니가 나이오비 못 만나믄 그기는 다 말짱 꽝이라 이기다. 가그라."
그렇게 호탕한 미소를 지으며 이글의 등을 떠밀었다. 곧이어
"가세요, 이글씨. 여긴 저희에게 믿고 맡기시고."
스톡이 그랬고,
"어서 가봐, 백수 독수리. 공주님이 괴물들에게 붙잡혀 있잖아?"
트리비아도 그랬다. 하지만 나는 그 때 까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것이 그들의 위하는 일인가. 그때 트리비아가 내 옆구리를 푹 찌르면서 말했다.
"우리 영웅씨. 예쁜 동화책 결말을 눈물로 적시고 싶으신건 아니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것만은 있어선 안되는 일이니까.
이글은 우리 4명 앞에 죄인처럼 서서 어두운 낯빛으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리곤 고개를 푹 숙이고, 그대로 뒤로 돌아 입구쪽으로 달려갔다.
이글은 점점 점으로 가까워졌고, 우리는 다음 벽을 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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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에요?"
"그래. 거기까지가 우리가 본 다야."
오빠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오빠의 이야기를 거기까지만, 메모했습니다. 오빠는 빈 커피잔을 예전의 슬픈 눈빛으로 내려놓고는, 말을 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때 선택이 맞았는지 모르겠어. 용서는 따로 바라지 않을게.우릴 원망해도 좋아. 이글을 죽게 내버려 둔건 우리니까. "
오빠는 그야말로 죄인처럼 제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이글 오빠의 그때 모습이 저랬을까요. 너무 슬프게 앉아있어서, 위로해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요. 그때 저나 앤지 언니에게 사실을 말하지 못한 이유도 알 것 같았습니다.
"오빠."
저는 작게 오빠를 불렀습니다.
"응..?"
"잘 하셨어요."
의외의 말이었겠지요.
"아시잖아요. 나이오비 언니 없는 이글 오빠는 지금까지 살아계실 분이 아니란거.잘 하셨어요."
그 말은 비단 위로 뿐만이 아니라 진심이었습니다. 이글 오빠를 잡았더라도, 그 뒤에 이글 오빠가 살아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혹 살았더라도.. 그것은 붙어있는 숨에 껍데기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고맙...다..."
루이스 오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그 말을 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저는 루이스 오빠를 가볍게 안아 토닥여주었습니다. 그때 나이오비 언니도 이렇게 위로해줄 수 있었다면.
"이제, 누구한테 갈거야?"
트리비아 언니의 갑작스런 물음에 저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얘기로는 성이 안차지, 확실히?"
사실이었습니다. 이글 오빠의 얘기일 뿐에다가, 이글 오빠의 마지막마저 알 수 없었으니까요.
"..네. 나이오비언니의 팀..을 찾아가 볼 거에요."
그 말에 트리비아 언니는 무언갈 생각하듯 머리를 잠시 까딱이고는,
"흐응.. 그런거라면, 미끼조를 찾아가기 보단.. 미쉘을 찾아가는게 훨씬 나을거야."
"에..?"
"일단 미끼조들은 많이 죽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긴 하지만.. 진형 상 나이오비와 조원들보다도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 원거리 지원 1조, 그 중에서도 미쉘이거든."
미쉘 언니.. 다음 목적지는 정해졌습니다. 저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감사하단 인사를 하고, 릴리와 데이브(데이브는 두 분의 아들입니다.) 에게 가져온 동화책을 나눠주고는 현관을 나왔습니다.
다음날, 근처 호텔에서 묵은 저는 아침을 간단히 먹고, 바로 미쉘 언니가 있는 곳으로 출발했습니다. 언니가 있는 곳은 이곳에서 자동차로 3시간이나 걸려 가는 꽤 먼 곳이었습니다.
똑똑똑-
진회색 철문을 두드렸습니다. 안에서 덜걱덜걱 무언가를 정리하는 소리가 나더니,
"네- 곧 나가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사실 미쉘 언니와는 10년째 못만나고 있던 터라, 이번 재회는 더 특별합니다.
잘각잘각, 자물쇠 푸는 소리가 들리더니, 초록색 머리칼이, 언니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엘리!"
반가운 음성으로 저를 맞는 언니. 이제는 서른 한 살이 된, 혼기가 꽉 찬 원숙한 여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근심이 끼어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예요, 언니! 잘 지내셨어요?"
언니는 방긋 웃으며 저를 안으로 들였습니다. 이전의 부끄러워하던 소녀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나야, 뭐. 그럭저럭 잘 지냈지. 참, 엘리, 넌 동화작가 됐다면서? 우리 애들도 좋아하는거 같아. 베스트셀러라고?"
"네? 우리 애들..이라뇨?"
영문 모를 말이었습니다. 미쉘 언니는 분명 미혼일텐데..?
"응? 트리비아 언니가 얘기 안해줬어? 은퇴하고. 닥터하고 미아하고 잠시 헤어진 다음에 고아원을 하나 차렸어.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하고 있고.. 피터도 고아원 돌보러 갔어. 그리고 매달 돈은 안남아도 네 동화책은 꼭 산다고."
고아원이라. 제 입에 저도 모를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미쉘 언니, 그땐 차가운 듯 했지만 역시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잠깐, 트리비아 언니라뇨? 설마.. 하는 때 미쉘 언니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트리비아 언니한테 전화 받았어. 니가 여기 올거라는 것, 그리고 왜 오는지에 대해서도."
이미 말해두셨군요. 덕분에 저는 껄끄러운 말을 먼저 꺼내는 미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할 얘기는 거의 정리해뒀어. 내가 아는것, 그리고 내가 본 마지막까지. 그땐..차마 너한테 말할 수 없었던 것 까지."
미쉘 언니는 저를 거실의 식탁에 앉히고, 레모네이드를 내오셨습니다.
"나이오비 언니만큼은 못 만들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줘."
제가 레모네이드를 홀짝이기 시작하자, 언니도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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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에요! 재밌게 봐주세요!
(묘하게 샆 자캐 한 명 우정출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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