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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글나비] 엘레노어 러브 캠밸의 16년 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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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황새 [51급]

2014-01-02 00:50:35

 

 

엘레노어 러브 캠밸의 16년 후 (중편)


작성자- 동화 작가 엘레노어 러브 캠밸(22세)

그 일이 있던지도 어느새 한 두 해 그저 그리 지나고 나니, 어느새 15년이 가 버렸습니다. 그들과 살을 부대끼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면 그쯤은 다 잊고도 남았을 세월입니다. 그 일이 뭐냐고요? 아차, 미리 말씀드리는 걸 깜빡했네요.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의 실종사건 입니다. 아, 진짜 아버지, 어머니는 아니고요. 진짜 부모님도.. 실종되시긴 했지만. 그 문제는 아니지요. 제가 예전에  부모님 처럼 따랐던 분들 이었습니다. 아마 이름을 얘기하면 어렴풋이 기억하는 어른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쌍, 한철 꽃 처럼, 한번 불타오르고 그만 사라져버린 저의 또 다른 부모님. 한 명은 홀든가의 삼남, 검의 사이퍼 이글 홀든, 한 명은 불의 능력자, 수학자 잉게 나이오비 입니다.

저는 일단 그 일을 되짚어보기 위해, 제 기억부터 끄집어 내 보기로 했습니다.  15년전, 그러니까 7살 때의 일이네요.

-엘리의 기억
그 날은 내가 7살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당시 연합의 수장이었던 앤지 헌트 아줌마, 아, 아니. 앤지 언니 께서 모두를 불렀었죠.나는 그냥 영문을 모른 채 나이오비 언니의 손에 이끌려, 처음 와 보는 회의실 이라는 곳에 들어갔습니다. 언제나 활기차던 토마스 오빠도, 이글 오빠도, 다들 너무 심각해져 있었습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때는 회사와 연합, 그리고 안타리우스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안타리우스 2차 괴멸작전, 일명 '인형 가르기' 작전의 마지막 회의 중이었다고 했습니다. 나는 나이오비 언니의 무릎에 앉아있었는데, 바로 옆자리는 이글 오빠였습니다. 이글 오빠는 여태까지, 한번도 그 때 같은 표정을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늘 시끄러울 정도로 많은 말을 뱉어내던 입은 굳게 닫혀 있었고, 얼굴은 갈수록 일그러졌습니다. 나는 그 어색한 분위기에 울어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용기도 나지 않았고, 나이오비 언니가 웃는 얼굴로 나늘 달래주어서 겨우 울음을 참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언니가 다혈질에다 생각없이 난폭하다고 흉도 봤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걱정마, 우리 엘리. 착하지? 우리 엘리, 착하니까 안 울 수 있지? 다 잘 될거야." 라고 하면서, 맛있는 사탕과 함께 내 머리를 쓰다듬아주던 사람이, 절대 그럴 리 없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나는 어른들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진영을 이렇게 하는게 좋겠다던지, 팀을 어떻게 짤 것인지, 회사 쪽의 전력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나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 투성이었습니다. 그때 제 흥미가 있었던 것은 오직 샬럿 언니랑 , 마를렌 언니랑 같이 작전을 나갈 수 있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갈수록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을 치고 화를 내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그 때는 언니나 이글 오빠가 귀를 막아주었기 덕분에 나는 덜 무서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 그 때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이윽고 앤지 언니의 차분한 말로 회의가 끝나자, 회의장을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하나같이 잿빛이었습니다. 아,나이오비 언니만 빼고요. 언니는 항상 저를 보며 밝은 웃음을 지어 주었습니다. 회의실을 나오고, 각자 방으로 들어갈 때, 뒤에서 누군가 언니의 어깨에 친근하게 팔을 툭 걸쳤습니다. 이글 오빠였습니다.
"후~. 역시 진지한건 딱 질색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들 사이에 끼어있는건 더더욱!
언니는 그 예쁜 웃음을, 나를 볼 때보다 더 예쁘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 멍청이들 안에 네가 중심에 있는 것 같은데?"
뭐, 정작 나온 말은 놀림이었지만 말입니다.
"아, 뭐! 나 오늘 쓸데없는 말도 별로 안하고, 나 오늘 좀 지적이었다고!"
"뭐, 지적? 푸흡!"
천만 다행입니다. 이글 오빠도, 나이오비 언니도 다시 조금 더 밝아진 느낌이었습니다.
"뭐, 뭐야. 지금 비웃은거야? 야! 야!"
전에 토마스 오빠가 말하길, 저 둘은 지하연합 2호 커플이라고 했습니다. 7살 짜리였던 내가 커플이니 연인이니 하는 말들을 제대로 알아들었겠냐마는, 루이스 오빠랑 트리비아 언니, 이글 오빠하고 나이오비 언니를 보아 연인이란건 그런건가부다 싶었지요. (알고보니 전혀 다른 뜻이었지만 말입니다!)
"어? 어? 때리려고? 엘리가 보고있는데~?"
나이오비 언니의 장난기 섞인 말에 이글 오빠가 고개를 휙 돌려 언니의 손을 잡고 있던 저를 쳐다보았습니다.햐, 참 잘 생겼습니다. 허리께 까지 내린 은발에 오똑한 코, 뚜렷한 이목구비! 예쁜 우리 언니의 짝으로 그 만큼 적격이 없을 것이었습니다.
"끄응, 엘리! 눈 감아! "
깜짝이야. 오빠가 소리지른 것 때문에 저는 눈을 꼭 감아버렸습니다. 끄으으.. 몇초가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땐, 아니나 다를까 낯뜨겁게도 두 사람의 격렬한 키스!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언제나 그랬듯 손가락을 벌리고, 몰래 조금 조금 보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습니다. 분명 둘은 언제나 처럼 딱 붙어서 징그러울 정도로 키스를 하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둘 다 기쁜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나는 이미 불안한 느낌을 눈치챘는지도 모릅니다.
"아, 진짜! 엘리 보고 있잖아! 뭐하는거야!"
언니는 그러면서 이글 오빠를 살짝 밀었지만, 이미 볼은 빨개진게 일부로 제 앞에서 내숭 떨 필요도 없이 다 들켰지요.
그 날 밤, 나는 왜인지는 몰라도 나이오비 언니를 더 꼭 안고 잤습니다.
며칠이 또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나이오비 언니는 나를 회의실에 데리고 가지 않았습니다. 회의 중일때는 같이 회의에 가지 않는 피터 오빠와 놀 수 있어서 상관 없었지만, 회의가 끝나고 빼꼼히 문 밖을 내다보았을 때, 회의실에서 나온 사람들의 얼굴빛은 갈 수록 어두워 졌습니다.  그건 나이오비 언니와 이글 오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날 밤에도 두 분은 남, 여 숙소가 갈라지는 곳에서 만났습니다.(원래는 아니지만, 이 때는 중요한 작전을 앞둔 때여서 모두 숙소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두 분은 그냥 말 없이, 장난도 치지 않고 가까이서 아주 길게, 서로를 마주보았습니다.
또 다음날 밤엔 두 분이 서로를 꼭, 으스러질듯 껴안았습니다.
또 다음날 밤엔, 두 분은 나를 방에 먼저 가 있게 했습니다. 2시간 쯤 지났을까요, 그제서야 휘청거리며 들어온 언니의 눈가는 많이 붉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곤 언니에게 무슨 일이 있던지를 다 묻기도 전에, 언니는, 나를 아주 세게 안았습니다.
"엘리...엘리....."
언니는 내 이름만 계속 불러댔습니다. 입가에서 술 냄새가 확 풍기는게 술도 마신 모양이었습니다.
"웅..익! 술냄새! 언니 얼굴 빨개!"
나는 코를 꽉 쥐며 태연하려 애썼지만, 사실은 달칵 겁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언니는 아무리 슬퍼도 내 앞에서는 우는 법이 절대로 없었습니다. 예전에 카인아저씨에게 차였을 때도,  나하고 같이 있을땐 종일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다, 밤에 술집에서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언니가 우는게 너무 무서웠습니다. 언니가 우는 걸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으니까요.
"엘리.....언니가...미안해... 미안해....이글... 나 때문에..사실 더 많이 사랑해...미안해...."
언니는 알 수 없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7살 짜리가 해줄만한 위로의 말은 없었습니다. 그땐 너무 어렸고, 너무 몰랐습니다. 그냥 언니를 꼭 안고, 7살의 방식으로 토닥여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언니이..울지마아.. 뚝! 산타 할아부지가 선물 안주셔! 뚝!"
언니는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못했습니다. 한참을 언니는 나와 이글오빠를 번갈아 부르면서 흐느끼다가, 지쳐 그만 쓰러지듯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언니가 잠에 들고, 나는 침대 밑에 앉아 그제서야 눈이 퉁퉁 부을만큼 많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제 기억의 마지막 입니다. 그 다음날은 작전의 실행일이었고, 밤늦게 훌쩍거리느라 늦게 일어난 탓에 언니를 보지 못했습니다. 인사도 하지 못하고 저는 다른 지정된 팀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격렬한 전투가 끝난 후에, 저는 언니를 다시 만날 수 없었습니다. 둘의 사체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둘의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
아니, 얘기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제가 지금 천진한 동화가 아닌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15년이나 된 사건을 지금에서야 다시 찾는 것의 이유. 그건 아마 누군가는 두 분에게 있었던 일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첫번째 증거는, 얼마전에 책장을 정리하다 그곳에서 떨어진 사진 한장에 있었습니다. 그건 인형 가르기 작전에 투입되기 직전 찍었다고 했던 팀별 단체사진이었습니다. 언니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제게 주었던 것이지요. 정작 액자속에는 다른 사진을 끼워놔서 여태껏 책 사이에서 낡아가고 있던 사진. 사진 속에는 이글오빠와 나이오비 언니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고, 루이스 오빠와 트리비아 언니, 미쉘 언니가 옆에 앉아있었습니다. 간단했습니다. 이상한 점을 찾아내는건. 왜 그땐 눈치 못챘을까요? 언니의 손에, 항상 있어야 할 반지가 없었는데요. 이글 오빠가 100일 기념으로 준 것이어서 한번도 뺀 적이 없었던 반지가.

일단 이것을 안 제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무엇이었을까요. 그건 이 사진을 준 사람에게로 가는 것이었습니다.그건 지하연합의 수장, 앤지 언니였지요.

엘리의 기억- 앤지 헌트
복도를 걸어가는 엘리의 발걸음이 갈수록 빨라졌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에서 자꾸 울컥울컥 올라왔다. 왜 거짓말을 했나, 두 분은 어디있나, 무슨일이 있었던건가. 주먹을 꽉 쥐었다. 눈물이 눈꺼풀까지 차오른다. 소리나게 걸어가서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이제는 40대의 중간에 들어선 연합의 수장은 간부 토니에게 방금 도장을 찍은 서류를 건네주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엘레노어 양..?"
앤지는 다소 무례한 엘리의 침입에도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과연 눈의 여왕이라 불릴만한, 지도자로서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냉정함. 하지만 엘리의 불길은 그녀의 담담함으로 풀릴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엘리는 앤지의 앞에 그 사진을 툭 던져놓았다.
"언니. 모른다고는 안하시겠죠."
앤지는 사진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긍정도 부정도 않는 눈빛. 하지만 그녀는 우선 시치미를 뗀다.
"무엇을요?"
"이 사진..없잖아요."
"뭐가요?"
앤지는 더욱 모를 표정을 한다.
"반지가요! 자꾸 모른 척 하실거에요? 잉게 언니 반지가!"
그녀는 바로 울음이라도 터뜨릴 듯 소리쳤다. 앤지는 이번엔 아무말 않고 지그시 눈만 감았다.
"어떻게 된 거에요.. 이 사진.."
앤지는 다시 눈을 뜨고 그녀를 보았다. 구슬같은 물방울이 고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엘리는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치며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앤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엘리의 눈물에 어떤 것이 담겨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한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따뜻하다. 거친 전투의 흔적 속에서도 그녀를 향해 짓는 미소같은 온도. 그 느낌은 열기는 조금 다를지언정, 나이오비에게서 느꼈던 따뜻함이었다. 빨갛게 멍진 엘리의 눈과 앤지의 눈이 마주쳤다. 연민일까,안타까움일까. 그렇게 다시 언제나같은 모를 눈빛을 하던 앤지는 뒤로 돌아 책장을 뒤적였다. 그리고, 책 한 권을 꺼냈다. [성냥팔이 소녀] , 그리고 그녀는 그 안에서 다른 사진 두장을 꺼내 책상 위에 두었다.
"..이게 진짜 사진이야."
토니를 나가게 하고, 앤지는 더 이상 말을 높이지 않고 말했다. 엘리의 눈은 우는것을 멈추고 그 사진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올려놓은 두 사진은, 원래 사진하고 사람들의 자세는 완전히 같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이 달랐다.
"네게 줬던 건 교란용 사진이고, 이건 진짜.. 팀별 기념사진."
"교란용..?"
"진짜 팀을 헷갈리게 하려고, 사람들을 바꿔놓은 다음에 일부로 흘린거지. 네게 주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리고 구별하기 위해, 나이오비가 반지를 벗고 찍은거야. "
엘리는 사진을 번갈아보며 그저 멍하니 서있었다.
"왜..그럼..그런걸..저에게.."
"...네가 동요하는걸 막기 위해서. 그 사진들, 다시 잘 봐봐."
엘리는 다시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래. 가장 중요한 것이 달랐다. 나이오비와 이글이, 다른 사진에 들어가 있었다.
"나이오비와 이글이 다른 팀에 들어갔다가 실종됐다는걸 알면.. 네가 어떻게 반응했을까."
엘리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 같다고 느낀 까닭이다.
"네 능력, 지금은 이렇게 통제가 되니 망정이지. 솔직히 모든 사이퍼들 중에, 가장 위험한 급의 능력 중 하나야. 네가 폭주라도 하게 된다면, 그건..."
앤지는 더 말을 할 수 없었다. 엘리가 다시 울먹이고 있었기 때문에.
앤지는 엘리가 어렸을 때 그랬듯이, 엘리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사진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내가 이 사진들을 준 이유를 알고 있겠지? 나도 네가 왜 여기 온지 알아. 미안하게도 난 그들의 마지막과 함께하지 못했어.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이 사진의 그들이라면.. 모르지. 마지막까지 같이 있던 그들이라면, 나에게까지 숨긴 사실이 있을지도."
엘리는 멍해진 표정으로 사진을 꼭 쥐었다. 앤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정확히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말이, 나이오비와 이글 실종의 진실을 알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막연히 다가왔을 뿐. 앤지는 책상에 또 다른 종이를 두었다.
"여기. 지금 연락처나 주소를 알 수 있는 사람들의 명단이야. 옆에는 주소가 있고. 찾아가봐. 알 수 있는게 분명, 있을테지."
그녀는 사진과 종이를 들고, 잠시 그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문을 향해  천천히 한걸음씩 내딛었다. 한걸음, 한걸음. 앤지는 그 뒷모습을 그저 여전히 모를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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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는 연락처에 적힌 첫 번째 사람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왜 '들' 이냐고요? 그건, 두 분이 같이 사시는 덕분이죠. 눈치 챘을지도 모르시겠지만, 제일 처음 만나야 할 분들은 트리비아 언니와 루이스 오빠였습니다. 둘은 인형 가르기 작전이 끝나고 2년 뒤, 결혼에 성공하셨습니다. 그리고 연합을 은퇴하고 나와 지금은 외곽에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두 분은 평소에도 자주 찾아 뵌 탓에, 어딜 먼저 갈지는 큰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사진에 의하면, 이 둘은 인형가르기 작전 때, 이글 오빠와 같은 팀이었다고 했습니다.

엘리의 기억-루이스와 트리비아
털털거리는 택시에서 내리자, 크진 않지만 아담한 수준의 벽돌집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 담쟁이가 약간 덮인 벽돌의 묘한 붉은색이 나를 이끄는듯 해, 택시 기사가 돈을 받으러 나를 불러세우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그대로 집으로 끌려들어갈 뻔 했다. 문 옆에 걸려있는 카리나(Karina)라고 써있는 문패. 지붕 밑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다행이다. 집안에 계시겠지. 그리고는 얼마전에 간 듯, 깔끔한 문을 똑똑 두드렸다.
"누구세요-?"
맑고 천진한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조급해진 마음을 누르고,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릴리~ 엘리 이모야. 아빠 엄마 계시니?"
릴리는 부부의 둘째 딸의 이름이었다. 첫째는 이제 제법 머리가 커졌지만, 둘째는 아직 7살배기라 매년 직접 지은 동화책을 보내주고 있다. 그 때문에 두 분과도 자주 만나는 거지만.
"네! 저어~ 안에 있어요!"
문 안으로 릴리의 말이 들렸다. 곧 문이 찰칵 하는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한손으로 릴리를 안은 루이스가 나타났다. 체크무늬 따뜻한 스웨터에 황갈색 청바지, 그리고 금속테 안경. 옛날의 영웅은, 이제는 제법 세상과 어울려 사는 모양이 나고 있었다. 이제는 두 아이의 아빠. 모든 전쟁이 끝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결정을 타고 시원하게 전장을 누비던 모습은 희미해져 갔다. 하지만 그리한들 뭐 어떨까. 그의 표정은 적어도 그 때보단 밝아지지 않았는가. 그걸로 다 된것이다.
"엘리? 아니, 연락도 없이 왠 일이야? 아직 동화책 보내줄 때는 아닐텐데.."
루이스 오빠의 말에 잠깐 잠겨있던 사색에서 깨어났다. 그는  제법 반가운 얼굴빛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내가 앞으로 할 말이 미안해질 정도로. 하지만, 주저할 수는 없다.
"이 사진, 아시죠?"
순간, 나는 루이스 오빠의 표정이 젊은 시절 그의 능력보다도 차갑게 굳어지는 걸 보았다.


"...의외인걸. 이걸..가져올 줄이야."

루이스 오빠는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거실의 안락의자에 앉아 사진을 들고 말했다.
"저도 의외에요. 루이스 오빠나 트리비아 언니나. 다 절 속이고 계셨다니."
나는 일부러 조금 단호하게 뱉었다. 얼굴빛은 어두운 톤을 유지하고. 내가 원하는건 정확한 사실이니까. 조금은 확실해질 필요가 있었다.
"하..하...."
루이스 오빠는 당황한 듯 어색하게  웃으며 사진을 옆의 탁자에 내려놓았다.
"미안해, 엘리. 하지만 그 땐 어쩔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단거, 앤지에게 못 들었니?"
트리비아 언니가 차를 내 오며 루이스 오빠의 말을 대신했다. 그리고 슬프게도, 나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나는 다시 울고싶어졌다. 그 때 트리비아 언니가 울음을 끊어주었다.
"커피라도 좀 마셔. 조금 진하게 탔는데, 설탕 필요하니?"
"트리비아! 난 홍차로 달라니까!"
"됐네요, 고리타분한 브리티쉬 영웅씨~ 홍차같은건 티타임때나 혼자 드시죠?"
언제봐도 기분 좋은 부부다. 이글 오빠와 나이오비 언니가 만약 사라지지 않았다면 분명.. 아니, 이 생각은 그만두자.쓸데없는 생각일 뿐이니까.
"엘리, 설탕 좀 줄까?"
트리비아 언니가 되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눈을 감고,  희고, 달고, 각진.. 가로 2cm..세로 2cm ..높이2cm... 정육면체. 그렇게 상상했다. 눈을 떴을 때, 손에는 각설탕 2개가 들려있었다.
"아, 참. 필요 없구나."
트리비아 언니는 그렇게 말하고는 설탕통을 치웠다. 이 망령같은 능력.
끝없이 나를 따라다니는 꼬리표-가장 위험한 사이퍼. 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다. 어떤 걸 상상하건 마음만 먹으면 그것은 곧 현실. 말 그대로 꿈같은 능력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두 사람을 기억 속에서 마저 지워 버릴 뻔 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고, 일부러 소리나게 잔을 놓았다.
"얘기해주세요. 그 사진.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잠깐의 침묵 뒤 입을 연 것은 루이스 오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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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글나비 합작 때 냈던 중편소설 이에요. 이글나비 합작 글이 사라져서.. 다시 한번 올려볼게요.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재밌게 봐주세요! 하루에 한편 올릴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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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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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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