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lipse Vol.22 쌍둥이 자리 작성자: 리첼 스트라우스
쌍둥이 자매
평온한 아침은 없었다. 잠에서 깰 때 즈음 느껴지는 나쁜 기분은 고스란히 울음으로 변했다.
"그렇게 울면 옷장 속에 숨어 있는 괴물이 잡아간다."
엄마가 잔뜩 겁을 주면 옆에 누워 나처럼 울고 있던 언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눈물을 쓱 닦고 내게 속삭였다.
"리첼, 옷장 속에 괴물은 없어. 좀 전에 내가 물리쳤거든."
언니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귓속말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너무 간지러웠기에 매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은 늘 바빴다. 우리는 심술 맞은 보모들을 전전했다.
부모님의 사람 보는 안목은 놀라울 만큼 형편없었지만, 우리는 언제나 둘만의 놀이를 찾아냈기에 잘 버틸 수 있었다.
괴롭히는 애들이 나타나면 난 울고, 언니는 덤볐다. 그러다 곧 언니도 내 울음에 합류했다. 울음소리를 듣고 이내 어른들이 몰려와 애들을 혼내줬다.
우리는 뭐든 두 배의 효과를 내는 명콤비였다.
피아노
우리의 12번째 생일에 아빠가 피아노를 선물해줬다. 언니는 유독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서 행복해했다.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운 적은 없었지만, 언니는 내가 흥얼거리는 소리를 피아노로 연주했다. 언니의 피아노 소리는 주변의 모든 소음을 지우고,
아름다운 선율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어느새 우리의 방은 작은 무대가 되었다.
“언니, 난 언니가 피아노를 칠 때 물결이 보여.”
“너한테도 보여? 나도!”
언니는 자신이 특별해졌다고 알려주었다. 그건 내게 보이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멋지고 환상적인 것이었다.
언니는 나를 위해 열심히 피아노를 연주했다. 내가 원하면 어디서든.
하지만 나는 온전히 좋지만은 않았다. 언니가 가진 것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언니처럼 될 수 있다면…….
오르골
"리첼?"
언니의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 말을 걸었다.
"리사의 공연은 정말 멋졌어. 어린 나이에 그런 연주를 할 수 있다니. 자 이건……. 좋은 음악을 들려준 리사에게 주는 선물이야. 대신 전해줄래?"
처음 보는 여자가 내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아줌마는 누구예요? 우리 이름은 어떻게 알아요?"
"궁금한 건 못 참는 꼬마 아가씨네. 난 헬레나. 너희가 어렸을 때 병원에서 자주 봤었어. 물론 기억 안 날테지만."
"병원요? 아줌마 의사예요?"
"아니. 의사는 아냐. 특별한 사람들을 연구하는 사람? 이려나……. 리첼, 이것 봐봐. 옆에 있는 태엽을 감으면 아주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단다.
가져가면 리사가 아주 좋아할 거야."
흘러나오는 소리가 매우 아름다웠다. 그 여자는 내 손 위에 작은 상자를 올려놓았다. 순간 나는 흠칫 놀랐다.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울음이 새어나올 것 같았다.
변화
"리첼, 혼자 있고 싶어. 연주회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언니에게 비밀이 많아지면서, 언니의 연주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감정은 더 풍부해졌고, 관객들은 언니의 연주에 더 심취했다.
언니의 공연은 늘 사람들로 붐볐다.
그 날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언니의 피아노 연주가 클라이맥스를 향할수록 언니의 표정은 창백해졌고, 나는 왠지 모를 긴장감에 휩싸였다.
내 몸 속에 있는 무언가가 크게 부풀어 올라 폭발할 것만 같았다.
"악!"
언니의 비명 소리가 감미로운 선율을 파괴했다.
그 날 이후, 우린 달라졌다.
친구
어떤 이유에선지 언니는 내 등 뒤로 숨어들었다. 언니는 나를 통해서만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언니의 몸에서 번지는 파장이 점점 강해질수록, 언니는 점점 나약해졌다. 그토록 원하던 힘이 생겼지만,
언니가 무엇과 싸우는지 알 수 없는 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어긋난 것을 제자리에 돌리기 위해선 무엇이든 찾아야 했다. 우선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나를 드러냈고, 내 이야기를 했다.
그 사이 언니의 힘을 원하는 사람들도 나타났기에 함께 힘을 모을 사람들을 찾아야 했다.
이젠 내가 언니를 괴롭히는 괴물을 물리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