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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P.54 천재공학도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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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Vol.30 장면의 기억 정보제공자 : 클리브 스테플(가십 페이퍼 기자, 사이코메트러)

이번 호는 멜빈 리히터라는 천재 공학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별한 두뇌를 지닌 것이 능력의 범주에 속하는지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이슈가 있었지만, 그의 공식화되고 패턴화된 세상을 보여주니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자, 그럼. 일부 기억이 복잡한 숫자로 되어 있는 난해한, 그리고 심오한 그 아이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보죠.
그 아이는 분명 천재, 그 범주 이상의 카테고리가 있다면 그 곳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감히 확언할 수 있습니다.

천재와의 조우

편집장이 절 그 아이의 취재원으로 보낸 이유는 딱 하나. 정상적인 인터뷰를 통해 얻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는 낯선 자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신을 추측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가진 능력 –사이코 메트리-은 꽤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습니다.
저는 현재의 감정이나 생각을 읽을 순 없지만, 사물에 담긴 기억의 장면은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것처럼 또렷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아 물론. 그 장면들은 기억하는 사람의 감정이 섞여, 다른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죠.
그리고 또 한가지. 시간의 배열에 따라 장면을 나열하는 것은 관심 있는 누군가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자 그럼, 제가 6개의 사물을 통해 얻은 장면들을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장면1 / 매개체: Nature, “고도의 정신 기능- 정신 전달 물질” 논문 중, 아돌프 박사의 기고


……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실험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든 정신은 깊어질 수 없고, 인간의 신체는 단련시키는 데 한계가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기계의 힘은 연구를 통해 진보할 수 있고, 인간의 정신은 불필요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제거하고 더 강한 자극에 적응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과학적 논제를 발전시켜 좀 더 진보한 고도의 정신 기능과 한계가 없는 신체를 연결할 물질을 만들어 평범한 인간과
사이퍼로 인식되는 자들의 감정, 감각, 신체 기능을 분석하여 과학으로 통제할 것입니다.
……


잡지를 읽고 있는 꼬마 멜빈의 미간이 심하게 일그러진다.

“기고문을 읽고 있었구나. 오늘 수업 내용은 바로 그 책 안에 있단다. 자, 토끼는 내려놓으렴. 멜빈.”

멜빈은 무릎 위에 있던 토끼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으며 고개를 젓는다.

“불필요한 것에 감정을 소모하는 것은 나약한 아이들이나 하는 짓이란다. 너는 달라야지.”



#장면2 / 매개체: 멜빈과 토끼가 찍힌 빛 바랜 사진 한 장

“몇 시간 동안 보이지 않더니, 여기 있었네. 랭커스터.”

멜빈은 자신의 발 아래에서 왔다 갔다 하는 토끼를 안아 올리며 얼굴을 마구 비벼댔다.

째깍……째깍……째깍……째깍……

멜빈은 깜짝 놀라면서 토끼를 떨어뜨렸다.

“이건…… 랭커스터가 아니야.”

토끼를 주워 올린 건 아돌프 박사였다.

“네 토끼야. 평생 너를 주인으로 기억할, 네 친구가 되어줄 ….. 어쩌면 유일한.”

째깍……째깍……째깍……째깍……

멜빈의 충격과 공포가 담긴 소리의 기억 때문일까. 멜빈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울림은 고통스럽게 되살아나 끊임없이 재생되었다.



#장면3 / 매개체: 제피 오리지널의 도면

아돌프 박사는 제피 오리지널의 도면을 멜빈에게 선물해 주었다. 멜빈은 도면을 받자마자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고 무언가를 만드는 데 열중했다.
몇 시간 뒤, 멜빈은 제피 오리지널을 모사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노란색 제피를 완성시켰다.

“아직은 아니야. 부족해.”

아돌프 박사는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멜빈은 아돌프 박사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멜빈의 눈빛은 치열했고, 간절했다.

한참 뒤, 박사는 멜빈이 없는 빈 방에 다시 들어왔고, 자신이 준 도면에 빼곡히 적혀 있는 수치들을 흡족한 듯 쳐다봤다.

“그래, 이거야. 네가 만들 용기를 내지 못하지만, 충분히 머리 속에 그릴 수 있는 …… 이건 수업료다.”

아돌프 박사는 멜빈의 도면을 떼어냈다.



#장면4 / 매개체: 아돌프 박사가 작성한 편지


……. 동물 실험은 끝났습니다. 우리는 실험 대상에게 특별한 키(대상의 기본 성향, 능력, 체질을 세밀하게 분류한 코드를 지칭)를 주입했고,
실험이 끝난 후 이를 완벽하게 제거했습니다. 한달 동안 패턴 분석을 통해 실험 전후의 생체, 인지 변화는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자, 이제 군이 나를 지원해줄 차례입니다. 약속대로 화학적 신경 전달 물질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건강한 신체를 제공해 주십시오.
우리의 목적에 부합된 감정, 감각이 탁월한 인격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오랜 숙원 사업이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역사적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최초의 강화인간, 나는 그것에게 내 모든 것을 바칠 것입니다. ……

“역사적인 일을 해내려면 그 크기만큼의 대가가 필요해. 힘을 가진 자는 그 힘으로, 그렇지 못한 자는 자신이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값진 것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자에게는 방관한 대가를 …… 공평하게 나눠야 한단다. 그래야 모두 새로운 역사에 떳떳할 수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역사를 편하게 누릴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어야 해. 그건 멜빈, 너도 마찬가지야. 이제 시작이다.”

아돌프 박사는 멜빈에게 편지를 건넸다.
멜빈은 아돌프가 자리를 뜨고 난 한참 뒤에도 편지를 보고 있다. 이 장면은 마치 정지된 것처럼 어떤 변화도 없다가 사라졌다.



#장면5 / 매개체: 제피R


장면에 기록된 기억의 흐름은 완만하게 이어지지 않았다. 사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억은 잘게 잘려 있었다.
멜빈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아이의 머릿속은 알 수 없는 수식으로 가득 차 있었고,
관심을 두고 있는 대상의 폭도 지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나는 운 좋게도 시스템 오프 상태인 제피R과 제피L을 만질 수 있었다.

“설계 도면은 ……”
“너는 그 도면으로 저 파란 색 기계 덩어리를 만들었지만, 나는 저 아름다운 인형을 완성했지. …… 이름도 붙여 주었다.
트릭시, 트릭시 폭스. 저건 네가 만든 거야. 너의 도면이 없었다면 난 저걸 만들 수 없었다. 자세히 봐라, 멜빈. 네가 무얼 만들었는지 말이야.”

박사가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안드로이드가 있었다.

“아니요, 저건 제가 만든 게 아니에요.”
“우리가 하는 일은 순수한 학문이 될 수 없어. 우린 누군가의 목적에 부합되는 일을 할 뿐이야.
우린 지리멸렬한 전쟁을 끝낼 도구를 만들어줄 뿐이다. 그건 아주 근사한 일이야.”

제피R의 화면에 투영된 기록이어서일까? 트릭시 폭스의 눈은 나를 향해 있었던 것 같았다. 내 눈앞에서 날 보고 있는 것처럼,
마치 내가 보고 있는 것을 아는 것처럼 …….



#장면6 / 매개체: 제피L

“난 정말 이 녀석이 마음에 들어.”

노란 색 제피와 장난을 치고 있는 건 헨리였다.
멜빈은 제피L과 헨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멜빈에게서 처음 본 표정이었다.

멜빈은 곧 무언가를 만드느라 열중했고, 헨리는 제피L과 밖으로 나왔다.

“곧 5년 후의 미래로 갈 거야.
아돌프 박사는 가장 큰 힘을 가지게 되는 집단을 찾아내고, 라파엘이라는 사람에게 그 집단이 어떻게 권력을 가지게 되는지 전하라고 하셨어.
나머지 일은 그 사람이 알아서 할 거라고……. 난 이 일을 끝으로 시간 여행하는 일을 그만 둘 거야.
신경 안 쓰는 척 하지만 네 주인이 날 은근 걱정하거든. 다음에 보자, 옐로우 키드.”

제피L을 향해, 헨리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멜빈 리히터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멜빈은 실제로 많은 것을 귀찮아 했고, 기계 이외의 것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도 극히 드물었죠. 사람들은 그것을 천재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질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그것을 멜빈만의 “방어기제”라고 보았습니다.
실상은 누구보다도 호기심이 많고, 자신의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타입이지만, 일부러 사람들로 하여금 인식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거죠.
그걸 통해 멜빈은 하고 싶지 않은 것에 타협하거나, 자신의 것을 빼앗기거나, 쓸데없는 곳에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그리고 철저하게 자신의 애정은 사람이 아닌, 기계에만 한정해, 복잡한 세상과는 한 발자국 떨어질 수 있었겠죠.

그리고 헨리 맥고윈.. 헨리 맥고윈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어야겠네요.
저는 헨리 맥고윈을 마지막으로 본 두 명의 목격자를 대상으로 사이코 메트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을 통해 헨리의 행적을 추적했었죠.
왜 그가 마지막 여행을 끝내지 못하고, 또 다른 여행을 떠난 건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제피를 향해 웃고 있는 헨리를 보면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 목격자의 눈을 통해 얻어낸, 경찰에게는 말하지 않은 진술……
목격자가 기억하고 있는 장면에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던 웨슬리 슬로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