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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Vol.25 위험한 안식처 작성자: 메이 헌팅턴

반쪽짜리 기억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어디까지일까?
기억은 앞뒤가 섞여 있었고, 기억 속의 사람들은 사라졌다가 다른 장면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낯선 사람들이 막역한 친구처럼 말을 걸었고, 낯선 장소가 집보다 더 편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다.
나는 내 기억을 믿어야 할까. 애초에 이건 시작되어선 안 되는 이야기일까.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들이닥쳐 집기를 던지고 있다. 동생과 나의 장난감, 엄마가 아끼던 식기, 아빠의 슈트……모조리.
동생과 나는 아저씨들의 다리를 붙잡고 울었다.
누군가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자, 커다란 덩치의 아저씨가 우릴 문밖으로 내동댕이치며, 소리를 질렀다.
집을 등진 채 화가 나 씩씩거리는 동생을 안아주었다. 그리고 우린 집에서 멀리 더 멀리 도망쳤다.

기도회

검은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등장한 그자의 기도문1)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광기 어린 말투는 호소력이 있었고, 사람들을 불필요한 경계심으로 몰아갔다. 그가 내뱉는 갖가지 말들이 가슴속에서 교차하면서
너도나도 그를, 그가 섞여 있는 장면을 보기 위해 우왕좌왕했다.
급기야 그를 쫓아 앞으로 나갔고, 그는 환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사람들의 죄를 사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이의 죄를 사해주지 않았다. 그는 구원과 동시에 단죄했다. 일부의 안일함과 무능력을 탓하며, 우리는 걸러졌다.
그의 몸에서 나온 기괴한 무기는 마치 고름 찬 환부를 도려내듯 말끔히 사람들을 제거했다.

“전지전능한 나만이 온전히 너희의 죄를 사하노라.”

살아남은 자들이 환호하자 그는 후드를 벗었다. 그곳에……. 동생이 있었다.


우리는 세상에서 보호받지 못했다. 아버지는 죽음을 생각했지만, 죽음은 마지막 순간 삶을 더 달콤하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기댈 곳을 찾아다녔고, 부모님이 집을 나설 때마다 동생은 매달렸지만, 소용없었다.
나는 부모님이 돌아올 거라는 말로 동생을 위로했다. 동생은 그 말을 믿고 하염없이 문 앞에서 부모님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말은 거짓이 되었다.
처음엔 아버지가 다음은 어머니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부모님이 떠난 자리에 동생의 울음소리만이 남았다.

위험한 안식처

매일 반복되는 명상과 기도에 우린 변화되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너무 많은 죄를 지었기에 그를 위해 노력하고 죄의 사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난 죄를 지은 적이 없다. 난 고통과 불안의 공포 속에 살고 있지도 않았다. 내가 사는 세상은 끔찍했지만 아름답기도 했다.
나에게 왜 다른 사람의 죄까지 덮어씌우고 그 책임을 지라는 걸까. 하지만 동생은 의심의 눈초리 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누나, 난 우리의 신을 믿어. 사람들의 죄를 사해준 걸 보면 어떤 경우에도 우릴 외면하지 않을 거야. 우린 약점으로 가득하잖아.
우리 사랑은 일방적인 것이 되어선 안돼. 그럼 또 버림받을 수 있단 말이야.”

난 동생을 위해 이곳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들이 절대적으로 숭배하는 자가 방문하는 날, 나는 동생과 탈출하기로 약속했다.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던 부모님이 집에 왔다.
어떤 이유도 듣지 못하고 부모님 손에 이끌려 우린 이사를 했다. 그곳에서 우린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모여서 기도를 하고, 시험을 봤다.
그곳의 사람들은 무표정했고 사람들 간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었다.

고결한 행보

사람들은 그를 보자마자 “안타리우스”를 외쳤다. 그를 질서 있게 뒤따르는 수십 명의 사람이 그를 더 돋보이게 했다.
연설을 마친 그가 떠날 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안타리우스라고 불리는 우리의 신은 손을 흔들며 유유히 자리를 빠져나갔고 그가 지나간 자리에 검은 양복을 입은 자가 남아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켰고 지목 받은 사람들은 무엇에 홀린 듯 그자를 따라갔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나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다른 사람 등 뒤에 숨었지만, 어느새 앞으로 나가 그 행렬에 끼어 있었다.


부모님의 기억은 그곳에 도착하면서 끝나 있는데 가끔 기억 속 어떤 장면에 등장하곤 했다.
동생은 부모님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동생의 울음은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성사

한 사람씩 차례로 줄지어 앞으로 나갔다. 차례가 되자 누군가 내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불행히도 이 아이는……”

그 사람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목소리가 잠겨있었다.

“강해져야지. 우리가 할 수 있네.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상처받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가 좋은 미래를 선물해주지.”
“이 아일 바치겠습니다.”
“그분의 은총이 당신의 가족과 함께하길.”

그 사람의 가운에 그려진 기울어진 저울이 눈에 들어왔다.

제물

나는 매번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밝은 빛 아래에 누워 있었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움직임은 늘어진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것처럼 느리게 재생되었다.
나는 내가 하는 행동을 보고 있고, 분명 의식이 있었는데 몸을 제어할 수 없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네 기억은 모두 사라진다.“
“부탁이 있어. 다른 기억은 사라져도 좋으니 내 이름은 기억 속에 남겨줘. 동생이 찾아올 거야.”
“의미 없어. 기억을 잃은 시점으로 과거의 너는 죽는 거야.”
“그 애가 내 이름을 부를 때 쳐다보기만 하면 돼. 단지 그것뿐이야.”

난 울며 애원했다. 흰 가운을 입은 그자는 잠자코 있다가 내 이마에 손을 갖다 대면서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네 이름을 정보 파일에 다시 기재해두었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난 명백한 죄인이 되었다.
무슨 일을 해도 내 죄를 씻을 순 없겠지만, 아니 설령 내 죄가 더 커진다 한들 아직까진 강화인간으로 남아야 한다.

추적

“두려움은 토해내는 게 아니라 삼키는 거야. 그래야 상대가 너를 우습게 보지 않지.”

가면을 쓴 자에게 잡혔다. 가면 너머로 그자의 표정이 그려졌다.

“이름은?”
“강화인간 4호다.”

감정을 숨겨라. 그자에게 들키면 안 된다

“다시 한 번, 넌 누구지?”
“강화인간 4호.”
“그래. 바로 그거야.”

돌아선 그자가 멈췄다.

“우린 상대를 두려워하는 법이 없어. 숨기려면 제대로 해야지. 어찌 되었든 거래는 쉽게 끝났군.”

1) 다음은 기도문 중 일부 내용이다.

당신의 정의로
길 잃은 우리의 지침서를 만들고
당신의 손으로
세상의 부조리와 허망함을 깨고
당신의 지혜로
무질서로 뒤덮인 이 세상을 재배열하소서.

안타리우스여.
우리의 모든 것과,
우리의 다른 그들을 제물로 바칠 터이니,
가진 것 없는 우리에게
그들을 뛰어넘는 능력을 선물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