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럴이, 헨리 오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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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3 22:01:45
안녕! 사랑하는 나의 오빠, 헨리!
난 아직도 오빠가 너무 보고싶어 미치겠어. 그래서 맨날 편지를 썼다 지웠다 해.
이미 먼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오빠를 만날 수 없다는 게 너무나도 가혹해.
사실 난 아직도 오빠가 그렇게 떠났다는게 너무 믿어지지가 않아. 밤만 되면 오빠가 내 꿈속에 항상 나타나놓고 그렇게 또 아스라이 사라져버려. 그래서 가끔은 과거에 있는 오빠가 미래에 있는 나를 지켜보고 가는 것 같아.
아니, 그랬으면 좋겠어. 바보같은 생각인 걸 알면서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 난 오빠가 그렇게 떠날 줄 몰랐거든. 많이 슬펐는데 눈물도 나지 않았어. 현실을 믿기 싫었거든. 울어버리면 현실로 와닿을 것 같았어. 근데 항상 나와의 약속을 지키던 오빠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걸 보면 나도 슬슬 포기해야 하나봐.
마당 한켠에 있는 오빠와 나. 우리가 걸은 발자국이 사라지지 않게 하려고 눈을 뿌려주고 있어. 근데 그마저도 이제 힘을 잃어가나봐. 서서히 흔적이 멀어질 때 마다 가슴 한켠이 구멍이 나는 것 같아.
가끔씩 판타지 소설이나 SF 영화에 나오는 줄거리가 있지. 시간 이동을 해서 과거나 미래의 운명을 바꿔놓는다는 그런 스토리. 난 그걸 믿어. 주변에선 철 없이 죽은 사람 잡지 말고 얼른 잊어버리라는데 어떻게 그래. 난 아직 어린걸.
오빠의 싸늘해진 손을 잡아보고 난 그게 오빠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 눈 때문에 항상 차갑던 내 손을 따듯하게 녹여주던 오빠의 손이 아니였어. 오빠가 그렇게 소름끼치도록 차가울리가 없어.
헨리 오빠. 만약 오빠가 7월 9일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아니 이미 돌아오지 않겠지만 매일 기다릴게. 매년 7월 9일엔 우리가 걷던 그 자리로 꼭 돌아갈께. 돌아오지 않는다면 난 오빠가 소속되어 있던 그 곳으로 들어가겠어.
제발, 그러니까 제발 돌아와줘. 거짓말처럼 돌아와서 이게 사실이 아니라고 해줘. 오빠가 죽기 전 오빠를 다른 장소에서 목격한 세명의 증언도 모두 달랐어. 노력할게. 울지 않는다고. 울지 않으면 무엇이든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했어.
반드시, 내 꿈속에 나타나는.. 아니 어쩌면 꿈이라고 착각할 지도 모르는 그 기나긴 밤에 나타나는 오빠의 실루엣과 많이 닮은 그 소름끼치는 어릿광대가 무엇인지 밝혀낼게.
이 편지를 읽으면 오빠, 내게로 돌아와 줘. 내 이름과 닮았다고 좋아하던 크리스마스 캐럴을 혼자 부르지 않게 해줘. 오빠가 오지 않으면 난 영원히 겨울에 갇힐거야. 내가 포기하게 않게 해줘. 나의 버팀목이 되어줘.
- 사랑하는 동생 캐럴이, 헨리 오빠에게. 1935년, 7월 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