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을 맞이하는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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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9 00:52:30
미방용 사진
새해의 날이 밝았다. 벽두부터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형형색색의 옷을 갖춰입은 사람들은 등에 음식과 짐짝을 가득 쥐고 행복한 얼굴로 고향땅으로 향하고 있었다.
동물들에게만 귀소[歸巢] 본능이 있다고 하던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지금의 명절은 예전과 달리 밋밋한 명절이 아니게 되었다. '능력자' 라는 미지의 존재들이 조선에 유입되면서 사뭇 다른 명절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능력자들은 그나마 자주 볼 수 있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괴물 취급을 받았다. 그에 비하면 능력자라는 존재가 생소한 동양은 어떻겠는가?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제의 탄압에 시달리는 조선에선 익살스럽고 유쾌한 분위기를 추구했다. 이는 괴물이라는 능력자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오히려 일제를 물리치기 위해 조선의 왕조는 능력자들을 대거 투입하고 섭외하여 항일 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진 능력자는 조선에 있을 수 없는 존재였다. 여기저기 팔려가기 일쑤였고 심하면 능지처참형에 처해지기도했다. 하지만 외국에 투입된 조선의 능력자들이 조선 왕조의 부름에 의해 '왕귀' 하였다.
- 인천항
커다란 서양식 철갑선이 부두에 정착했다. 갑판에서 계단이 내려오자마자 사람들은 우루루 쏟아져 나왔고 저마다 자신들의 가족들을 찾거나 고향을 향해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수많은 인파 속 제일 마지막으로 걸어나오는 두 사람이 있었으니, 전통 한복을 갖춰입은 이하랑과 린이 저 멀리 펼쳐지는 조선땅을 바라보며 감격에 젖은 눈빛으로 서 있었다.
이런 아련한 분위기도 잠시, 하랑이 말 없이 앞만 쳐다보고 있는 린에게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먼저 말을 걸었다.
"어이. 조선에 다시 돌아온게 어때?"
"…."
"참…. 귀하신 아가씨께선 입을 열지 않으시겠다 이거군? 음…. 햐- 좋다 역시. 내 고향의 싱그러운 냄새. 서양은 공기가 너무 탁하다니깐?"
"다시…."
"뭐?"
"다시…. 못 돌아올 줄 알았사옵니다."
린의 눈이 촉촉이 젖었다. 하랑은 고향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 어떤 느낌인지 잘 알기에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러곤 짐보따리를 들었다.
"어…. 복 많이 받아!! 몸 건강하고."
하랑은 짐을 번쩍 들어올려 무겁다며 칭얼거리면서 고향집으로 향해갔다. 린은 하랑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곤 고향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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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이게 웬 일이냐. 하랑. 말 없이 나를 떠날 땐 언제고 이제야 돌아왔느냐."
"에이 아부지. 지금 그게 문젠가요? 일단 큰절 한번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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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돌아왔사옵니다."
"아이고 린아. 우리 린아. 어찌 돌아왔느냐. 평생 못 볼줄 알았던 우리 린아. 애미가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아니옵니다 어머님. 눈물을 거두시고 기쁨을 즐기시옵소서."
본격 설날 맞는 팬픽. 새해 복 많이 받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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