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는 탄성을 내뱉었다.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정리가

됨을 느꼈다. 그녀가 죽었구나. 이제서야 내가 이 멍청한 장례식에 왜

와 있는지 깨달았다. 깨달음과 함께 내 시야는 흐릿한 빛에서 한순간

날이 갠 아침으로 넓어졌다. 황급히 찾아온 빛이어서 자칫 시야가 흐려질

수도 있었을 터였지만 다행히도 냉정히 주위를 살필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내가 보게 된 세상은 안타깝게도 나와 동떨어져 있었다. 침묵을 지키는

내 동생들과 조노비치 뿐만 아니라 엘리노어, 르 블랑의 작은 마담님까지

모두 슬피 울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다리오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울음을

참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퍽이나 애달파 보였다. 나는 붉어진 그의 눈을 계

속 쳐다보았다가 갑자기 샘이 나서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그녀의 친구조차

도 저리 슬퍼하는데 연인이었던 나는 왜 울지 않는가. 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나는 감정에 익숙지 않았다. 그저 새까만 상복을 입고도 내 허리춤에 매달린 태도같이

묵묵히 지낼 뿐이었다.

나는 멍청한 장례식의 주선자를 쳐다보았다. 내 시선 끝엔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비석과 관 하나가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무언가의 이끌림에 의하여

그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게 되었다. 도착한 묘비 앞에서 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처럼 과장되게 태도의 날을 꺼내 하늘 높이 들었다. 순전히 자의였다. 내

괴이한 행동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새파랗게 날이 서있는 태도를

들고선 새빨간 장미를 보았다. 크리스티네, 자네트, 프리츠, 로즈. 그녀의 피는

붉은 장미였고, 그녀의 눈물은 순백의 장미였으며, 그녀의 죽음은,...

나는 정신이 아찔해짐을 느꼈다. 나는 내 몸만 한 태도를 두 손으로 하늘 높이

들고선 그대로 장미를 장작을 팰 때처럼 있는 힘껏 찍어버렸다. 나는 색을 알 수

없는 장미를 의미 없이 쳐다보았다. 장미는 관 속에서 아파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 절명도를 맞은 사람들처럼 아무 고통도 내뱉지 못한 채로 무너질 뿐이었다.

그래, 그럴 뿐이었다.

자넷다무로 자넷이 죽었을 때를 초초초초초초단편으로써보았습니당!! 예쁘게 봐주세영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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