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소설]자넷클레-Die Honigmilch Und Grüne Tee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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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루펜 [29급]

2013-06-30 14:02:11

 

 

 

상편 : http://cyphers.nexon.com/cyphers/article/art/topics/7053850

수위는 없는 여캐 순정물?입니다. 참고하세요.

 

 

 

 

Die Honigmilch Und Grüne Tee

(허니밀크 & 그린티)

 

 

 

 

 

 

 

 

 

#3

 

  그날 오전은 클레어의 등교 바라지를 하는 것보다 훨씬 부산스럽게 흘러갔다. 회사에 연락, 지침을 내려받고 학교에 연락해 클레어를 병결 처리, 헬리오스의 일반 조사팀이 크리스티네 프리츠의 집을 방문해 기본적인 수사를 하고 돌아갈 무렵은 정오를 훨씬 넘겨 있었다. 그러나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그 모든 일에 대해 무감각했다. 매뉴얼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동안의 그녀는 스스로도 자신의 기계적이고 허한 상태를 인지할 수 있었다. 실제로 클론들의 두뇌 운용 매카니즘도 이럴까, 아니야 그것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자. 십여 초간의 회의감이 들고서 그녀는 다시 공황 상태가 되었다.

 

 

  조사팀이 그녀의 집에 있던 모사 전송기와 타자기를 사용해 회사측에 1차 보고서를 보내고 돌아간 지 한 시간여가 지났다. 앞으로 다시 한 시간 이내에 초벌 브리핑이 끝난다고 했다.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환한 거실 창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공복감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점심시간이다. 클레어는 아무것도 못 먹지 않았을까.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시선을 아래로 주어 자신의 두 손 사이에 잡힌 물건을 응시했다. 아침에 일상적이고 헛된 희망을 품고 끓인 허니밀크가 담긴 머그잔이 있었다. 손수 거품을 잔뜩 올려내고, 단맛이 어렴풋이 잡힐락 말락할 정도로만 아카시아 꿀을 넣고, 풍미를 위해 아몬드 파우더도 살짝 뿌렸다. 세 번째 작법은 새로운 시도였고, 나름 자찬함과 동시에 호평을 기대하며 그녀의 방문에 노크를 했었지. 지금에 이르러서 허니밀크는 싸늘하게 식고, 자글자글한 우유거품은 고체가 되어 있었다. 우유도, 방도, 나 자신도 차갑고 텅 비었다. 그녀가 없음으로 인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공허가 채워지는 역설적인 심리현상을 겪고 있던 크리스티네 프리츠를 일깨우는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움찔하고는 소파에서 일어나 머그잔을 싱크대에 집어넣고서 현관으로 갔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현관을 열어젖히면 반짝이는 금발과 앳되고 화사한 얼굴을 소유한 소녀가 나타날지도…….

 

 

 

  “자네트 씨….”

 

  “아…, 들어와라.”

 

  “흠, 실례하지.”

 

 

  잔뜩 긴장하고 상기되어 있는 앨리셔 캘런, 그리고 딱딱한 표정의 다이무스 홀든이 그녀의 집으로 들어왔다.

 

 

 

 

 

 

 

 

 

  “차를 줄까.”

 

  “아뇨, 괜찮아요. 그보다 그냥 물을 주세요.”

 

  “나도 물이면 충분하다.”

 

  물잔 세 개와 서류 꾸러미가 응접 탁자에 놓였다. 자네트는 입술을 꾹 깨물고 있다가 먼저 운을 떼었다.

 

  “조사 결과가 빨리 나왔나보군요.”

 

  “주동세력이나 동기가 명확하니까. 네 선에서의 일은 끝났나?”

 

  “물론, 그녀의 학교 쪽에는 내가 보호자로 되어 있으니까, 필요한 연락은 끝냈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뱉어놓은 말에 모멸감을 느꼈다. 이 사태에 이르러서 보호자를 자처하는 꼴이라니. 자네트의 표정 변화를 감지한 건지, 앨리셔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

 

  “안색이 안 좋으세요. 괜찮으세요?”

 

  “…신경 쓸 것 없다. 그보다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이번 일은 자네트씨가 막을 수 없는 거였어요.”

 

  어째서? 자책감이 이어지는 것은 물론 의구심까지 드는 와중에 다이무스는 서류를 집어 들고 훑으며 그녀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앨리셔의 말이 옳다.”

 

  “무슨…?”

 

  “실행범은 고체물질 투과능력자였다.”

 

  “투과능력자? 그렇다면….”

 

  낮게 가라앉았지만 경악을 숨길 수는 없는 자네트의 목소리에 다이무스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설명을 계속했다.

 

 

  “예상은 했지만 주변 탐문 결과 오늘 아침 경에 클레어 스미스를 본 사람은 없었다. 스스로 나간 흔적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아파트의 최상층인 이 집의 창문이 ‘바깥에서’남의 손을 탄 흔적이 발견되었다. 바깥 창틀과 창 위의 슬레이트 마감에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잠금 걸쇠를 안에서 풀지 않으면 창을 열 수 없지. 그런데 실행범은 창을 얌전히 통과해서 클레어 스미스를 데리고 나갈 때만 안에서 창을 열고 나간 것이다.”

 

  “…….”

 

  “그 후에는 아파트 옥상의 비상 계단을 거쳐, 1층에 이르러서는 화단으로 이어지는 쪽문으로 나갔다. 화단 잔디에 흔적이 남아 있었다. 들어올 때도 같은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사료되고, 그러니 경비측에서 발견치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신원은 파악했습니까?”

 

  “운이 좋게도 영국 내에서 신원이 파악된 고체물질 투과능력자는 단 한 명뿐. 그리고 그자의 소속도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력이다.”

 

  “안타리우스…….”

 

  앨리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자네트 역시 미미하긴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다이무스는 위로라고 하기엔 상당히 냉담하고 적나라하게 견해를 표출했다.

 

  “납치 후로부터 아직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안타리우스가 자행한 일련의 능력자 납치 건으로 미루어 보건대 클레어 스미스는 아직 무사할 것이다. 고단계의 유전 정보 탈취에는 시간이 걸리고, 사망한 희생자들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의 인체 실험이 수반된 케이스가 전부이니 말이다.”

 

  자신이 한 말이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키는지 다이무스 홀든은 아무래도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끔찍한 상상을 떨쳐 버리려는 듯 앨리셔는 고개를 살짝 흔들고 재차 입을 열었다.

 

 

  “아참, 그리고 자네트 씨가 요청했던 다른 조사도 결과가 나왔어요.”

 

  “아, 그것 말인가?”

 

  “네. 클레어의 프로토 타입 클론이 출현한 사항, 그리고 그 원인으로 그녀의 저급 유전 정보 노출 가능성을 제시하신 것이요. 그 서류가…….”

 

 

  앨리셔는 서류 더미에서 파란색 클립을 물린 종이 묶음을 찾아냈다. 신문기사 스크랩본과 검토보고서 한 장, 그것을 자네트에게 넘겨주며 그녀는 설명을 덧붙였다.

 

  “NHS에 의거한 일, 즉 영국 보건ㆍ사회보호정보센터 포트레너드 지부에서 실시한 중고교생 결핵예방 프로젝트. 그 일환으로 클레어 역시 검진 과정에서 채혈(採血)을 했죠. 그런데 클레어가 검진 받고 나흘 뒤, 그 산하의 감염성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도난사건이 일어났어요.”

 

  그러니까 클론 출몰도 클레어의 신변 보호도, 회사와 자신들이 예방하지 못했고 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인가. 정녕 불가항력이었을까? 그녀가 안전할 방법은? 다이무스가 구출작전 플랜을 설명하는 동안 자네트는 그러한 생각을 곱씹었다. 아니, 그만두자. 일단은 이미 위험에 처한 그녀를 다시 약간 불안한 상태로나마 되돌려 놓는 것이 급선무다.

 

  “…해서, 두 시간 뒤엔 다른 회사원들을 위시한 팀의 클론 제거 작전이 시작될 것이다. 너와 나는 그 틈에 실험기지를 수색해 클레어 스미스를 확보한다. 우리의 투입은 세 시간 삼십 분 뒤다.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우선 캘런 양을 회사로 안전하게 돌려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앨리셔는 작전을 관망하는 입장인 것이 안타까운 기색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이무스를 따라 현관으로 가다가 뒤돌아서 자네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조심하시고. 클레어를 꼭….”

  “알겠다. 반드시 구해 오마.”

 

  나에 대한 염려는 필요 없다. 클레어 역시 기필코 무사히 데려오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따위 짓을 한 자들과 그따위 방식으로 이 세상에 나타난 것들 모두가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인간성도 영혼도 지니고 있지 않은 텅 빈 미물들과, 창조자를 자처하는 광인들에게 죄의식이라는 고고한 영역을 보이고 말리라.

 

 

 

 

 

 

 

 

 

 

 

 

 

 

#4

 

  안개가 짙고 무거웠다. 생기가 없는 분위기는 보통 건조한 기후에서 느끼기 마련인데, 축축하게 피부를 휘감아오는 안개 속이 오히려 더했다. 이렇게 막막하고 께름한 공간에 그 아이가 내던져져 있다는 생각이 크리스티네 프리츠를 닦아세운 모양이었다. 다이무스가 나직하게 지적했다.

 

  "주위를 살피지 않고 그렇게 서둘러 걸으면 위험하다."

 

  "…죄송합니다."

 

  그들이 있는 실험기지가 비록 다소 소규모의 지부라고 하지만 그의 지적이 옳았다. 다행인 것은 클론 제거를 전담한 팀이 교전하는 쪽으로 전력이 집중되었는지 다이무스와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최소한의 교전만을 치르며 중심부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십여 분쯤 더 걸었을까. 더 짙어진 안개 너머로, 이 지역 내의 다른 건물과는 달리 규모가 크고 반구형인 건물이 나타났다. 희미하게 약 냄새 같은 것도 감돌았다. 회사의 정찰팀과 공간스캐닝 능력자가 보고한 바로 그곳이 분명했다. 그들이 온 경로는 작전대로, 건물의 후측면 출입구와 가까운 곳이었다. 다이무스와 크리스티네 프리츠가 있는 곳과 반대 방향에서는 약간의 소란스런 지시음이나 움직임 소리가 났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철문을 앞둔 짧은 통로로 들어서는 순간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자신들의 발소리와는 다른 소리를 포착했다.

 

지이-잉.

 

  좌측 위였다. 다이무스와 그녀는 동시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두운 통로 안에서 흘긋거리듯 렌즈 카메라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잠입은 불가합니다."

 

  "예상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다이무스의 형체가 흐릿해진다 싶더니, 그는 어느새 대엿 걸음 앞에 있던 철문으로 달려들었다. 일반인의 관점으로 서술하자면 흰 세로선이 잠시 나타났다. 실상은 다이무스가 경첩 방향의 철문을 세로로 벤 것이었다. 철문이 앞으로 쓰러지며 제법 큰 소리를 냈다. 크리스티네 프리츠와 다이무스는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긴 복도를 달려가며 다이무스는, 뜀박질을 하는 와중에 하는 말이라기엔 심히 차분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스캔 결과로 예측한 지점은 이 복도 이후 왼쪽 통로의 가장 내측이다."

 

  공간스캐닝 보고에 따르면, 안타리우스가 실험체를 수조에 안치시킬 때 사용하는 용액 탱크가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다. 그곳이 실험실임이 자명하고 클레어가 그곳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들은 그곳으로 가고 있었다. 복도의 끝에서 양쪽으로 나 있는 모퉁이가 보일 때쯤이었다.

 

  "교전에 대비……."

  "크윽!"

 

  다이무스가 주의를 줄 무렵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갑작스레 무언가에 부딪혀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분명 방금 전까지 복도에는 자네트와 자신뿐이었는데, 또 한 사람이 나타나서 그녀를 떠민 것이었다.

 

  "핫!"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검을 고쳐 잡기도 전에 다시 옆으로 굴러서 갑자기 나타난 괴한의 공격을 피해야 했다. 괴한의 손날이 방금 전 크리스티네 프리츠가 상체를 기대고 있던 바닥을 꿰뚫었다. 괴한이 손날을 거두는 순간,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눈을 흡떴고 다이무스의 눈썹이 꿈틀했다. 분명 그의 손끝이 기지 바닥을 뚫었다. 그것을 '신체를 단련한 능력자로서의 상상을 초월한 악력'으로 봐 준다 쳐도, 그랬다면 바닥에 파괴의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복도 바닥은 여전히 깨끗했다.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몸을 일으키고 그를 향해 레이피어를 겨누며 물었다.

 

  "고체물질 투과능력자인가."

 

  "알고 있었군. 그렇다면 내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되겠는걸?"

 

 

  "어차피 너 같은 것을 호명하여 부를 생각은 없다. 네가 클레어 스미스를 유괴한 범인인가?"

 

  "그랬지. 혹시 그래서 복수를 하려고 기지에 쳐들어왔나? 그 칼로 내 몸을 꿰어 보시겠다고?"

 

  "……."

 

  "하하, 어디 한번 해 봐. 혹시 피 날까 걱정 말고."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분노에 겨워 이를 악물었다. 관통의 자네트라고 불리우는 자신이지만, 검을 투과시킬 수 있는 자라면 과연 어떻게…. 게다가 그 상성 탓에 이렇듯 검을 들고도 조롱당하다니. 그녀가 막 평정을 잃으려는 찰나였다.

 

  "그만둬라 자네트."

 

  다이무스의 만류에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그를 흘끗 돌아보았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벨 수 없는 것을 벨 수는 없다. 너는 어서 좌측으로 돌아서 스미스 양을 찾아라."

 

  "다이무스, 무슨……."

 

  "어서."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도무지 그의 의도가 짐작가지 않았다. 혹시 몸으로, 저자에게 상해를 입어가며 시간을 벌려는 것인가. 설마……. 그러나 지금은 그에게 항의하고 논쟁할 상황도 아니었다.

 

  "익…!"

 

  결국 자네트는 다이무스를 뒤로 하고 다시 달려 모퉁이를 돌았다.

 

  "하! 보내줄 것 같은가!"

 

투과능력자는 그 둘의 행각이 가소롭다는 듯, 복도 가운데에 서 있는 다이무스의 존재는 완전히 무시하고 모퉁이 벽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모습이 벽에 묻혀서 사라지려는 순간이었다.

 

  "하아아아압!"

 

  기합 소리와 함께 다이무스의 태도가 가로로 크게 호선을 그었다. 막 왼쪽으로 돌았던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깜짝 놀라서 벽 쪽을 돌아보았다. 모퉁이 벽의 허리 높이 정도가 다이무스의 참철도에 의해 베여서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벽 틈새로 선혈이 비어져 나오더니, 이내 벽을 타고 스물스물 흘러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이무스는 태도를 한 번 휘둘러 칼날에 묻어 있던 피를 떨치며 유유히 크리스티네 프리츠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자네트, 우선은 전진한다."

 

  나중에야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간단하게 말해 투과능력의 약점을 노린 것이었다. 물질투과라는 것은 다른 물질과 일체화가 되었다가 투과가 끝날 때 분리되는 방식이다. 즉 벽을 통과하려면 벽에 스며드는 한 순간은 벽과 일체화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듯 물질과 일체화가 된 순간에 물체에 타격을 가하면 그 데미지는 투과를 행하는 쪽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다이무스는 그 능력자가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하는 동시에 검에 의한 공격을 무시하고 있었으므로, 방어를 간과하고 물질투과를 하며 빈틈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그자가 복도 모퉁이 벽에 스며드는 순간 그 벽을 베어버린 것이었다.

 

 

 

 

 

 

 

 

 

 

 

 

 

#5

 

  다행히도 실험실의 입구까지는 다른 방어시설이나 병력이 나타나지 않았다. 양동 작전의 효력인지 이곳이 사람의 왕래가 적은 구역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는 실험실 내부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과연 예상대로, 실험실의 문을 파괴하고 들어간 크리스티네 프리츠와 다이무스를 맞이한 것은 그들에게 적대반응을 보이는 클론들이었다. 오래 전부터 목격되어왔던 코드네임 RABBIT의 클론 몇이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뒤따르는 것은 CHEERGIRL의 클론 두 명이었다. 다이무스와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등을 맞대고 그것들과 대치했다.

 

  크리스티네 프리츠나 다이무스가 느낄 수 있는 건, RABBIT의 클론들의 전투 능력이 더 우세하다는 사실이었다. 전투 방식의 차이를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유전 정보를 완전히 탈취해서 완성도가 높아진 클론들의 능력이나 운용이 좀더 고급화된 걸 느낄 수 있었다. CHEERGIRL 클론들의 경우 공격 연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단순했으며, 특히 예측이나 임기응변 면에서는 무능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클레어를 납치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겠지. 겨우 이런 것 때문에…….

 

  "하앗!"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반 발짝 물러섰다가 상체를 틀면서 레이피어를 내질렀다. 클론의 목이 꿰뚫렸다. 그것은 짧고 약하게 비명을 지를 것처럼 소리를 흘렸지만 그뿐이었다. 통각을 표정으로 표현하지는 못하는 듯 공허한 얼굴에 입만 벌린 채 쓰러졌다.

 

  "먼저 전진해도 되겠습니까."

 

  쓰러진 CHEERGIRL 클론에서 재빨리 시선을 거두며 그녀는 다이무스에게 물었다. 다이무스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대로 몸을 숙이며 클론의 발차기를 피했다. 그 뒤로 이어진 인체를 베는 소리를 뒤로 하며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전진했다.

 

  실험실의 많은 캡슐들에는 불유쾌한 초록빛의 용액이 차 있고 그 안에는 많은 인간들이 의식이 없는 채로 눈을 게슴츠레 뜨고 부유하고 있었다. 아니, 이 중에 얼마나 인간일까. 눈길도 주고 싶지 않지만 이 중에 혹시 클레어가 있을지도 모르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캡슐 하나하나를 곁눈질하며 실험실 안을 누비고 다녔다. 마지막 캡슐 양옆을 지날 때였다.

 

쿵쿵-

 

  벽을 주먹으로 치는 것 같은 소리가 좌측에서 들렸다. 돌아보는 순간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갈비뼈에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창 너머로 환자용 침대 하나만 보이는, 심하게 말하면 실험동물의 우리 같은 곳에 클레어가 있었다. 평소의 응원복 대신 흰색 리넨으로 된 병원복 같은 셔츠 차림의 클레어가, 강화 유리창 너머에서 창을 두들기면서 뭐라고 외치는 모습이 크리스티네 프리츠의 시야로 마구 파고들었다. 무언가 투약을 받았는지 몸짓이 느렸고 눈이 조금 풀린 것 같았다. 하지만 초췌한 모습과 달리 그녀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절박함을 비롯한 갖가지 감정과 욕구가 크리스티네 프리츠로 하여금 그녀에게 온통 신경을 쏠리게 만들었다.

 

 

  "클레어!"

 

  "자……, 씨!"

 

 

  유리벽이 견고한 탓에 소리가 완전히 전해지지 않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클레어의 눈에 물기가 가득하고 눈시울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조금만 기다려라. 여기서 꺼내 주마!"

 

"자네……, …를……요!"

 

 

  레이피어로 뚫을 만한 곳을 찾느라 잠시 시선을 옮긴 탓에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클레어의 경악한 표정을 보지 못했다. 클레어가 재차 유리벽을 두들기며 크리스티네 프리츠의 어깨 너머를 가리켰다. 그러나 미처 그것을 알아채고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그녀는 뒤에서 빛이 쏟아지는 듯 밝아오는 것과, 어깨와 등이 타들어가는 감각을 인지했다.

 

 

 

[To be continue]

 

 

 

 ※ 투과능력은 「트리니티 블러드」의 '심버 노토우' 중, 시스터 모니카에 관련한 사항을 참조했습니다.

     썸네일은 훼뱅마인님이 그리셨습니다.

     하편은 화요일 오후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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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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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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